‘족구, 올림픽 정식 종목을 향해 뛴다
족구의 세계화 및 올림픽 종목 채택을 위해 뛰고 있는 홍기용 대한민국족구협회장. 이원홍 기자
“최고 최후의 목표는 족구를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만드는 겁니다.”
야유회장이나 각종 모임 등에서 공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족구. 우리에게 친숙한 이 족구를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만들기 위해 뛰는 사람이 있다. 홍기용 대한민국족구협회장(52)이다.
홍 회장은 올해 8월 국내에서 첫 족구 세계대회인 ‘족구(JOKGU) 월드챔피언십(가칭)’을 열 계획이다. 이에 앞서 족구 세계연맹도 창설할 준비를 하고 있다. 홍 회장은 “프랑스 체코 루마니아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21개국이 대회 참가 의사를 밝혔다”라고 말했다. 홍 회장의 계획대로라면 올해는 족구 세계대회 원년이 될 예정이다.
현재 우리나라 족구 정식 동호인 수는 40여만 명으로 추산된다. 17개 시도를 비롯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225개 시군구에 족구협회가 있다. 지난해 20개의 전국대회를 비롯해 770개의 족구대회가 열렸다. 족구는 이런 저변을 바탕으로 지난해 전국체육대회 시범 종목이 됐다. 협회는 족구가 올해 한 차례 더 전국체육대회에 시범 종목으로 참가한 뒤 다음부터는 정식 종목으로 참가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전국체육대회 정식 종목이 되면 여기에 참가하기 위한 대학팀이나 실업팀을 창설할 수 있다. 족구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절차이기에 족구는 전국체육대회 정식 종목 채택을 단기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또한 족구대회를 더욱 박진감 있게 전개하기 위해 국내에 7개 디비전을 만들어 승강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각종 규칙을 탄력적으로 다듬고 TV 중계에 대비해 보는 스포츠로서의 매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기술도 연구 중이다.
족구는 1966년 국내 공군 조종사들이 비상대기 업무를 하면서 간편히 즐길 수 있는 운동으로 고안됐다. 1968년 공군 장교들이 관련 규칙을 만들어 국방부에 상신, 국방부 장관 표창을 받은 것을 계기로 국내 부대에 퍼지기 시작했다는 명확한 기록이 남아 있는 국내 자생 스포츠다.
해외에는 족구와 비슷한 종목으로 풋넷(footnet)이 있다. 체코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족구처럼 발을 주로 사용해 공을 넘기는데, 국내 족구 규정은 무릎 아래 부분과 머리만을 사용하도록 하지만 풋넷은 손만 빼고 전신을 사용할 수 있다. 족구는 오버네트를 허용하지 않지만 풋넷은 허용한다. 또 국내 족구 체전부에서는 2바운드 3터치를 기준으로 하지만 풋넷은 1바운드 3터치를 기준으로 한다.
홍 회장이 족구의 세계화에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족구와 풋넷이 공통점이 많기에 상호 교류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고, 풋넷과 연계해 족구를 더 확산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 족구 선수들이 해외 풋넷대회에 출전해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한쪽 손을 바닥에 짚듯 상체를 숙이며 발을 머리 위까지 들어 올려 풍차 돌리듯 내려 차는 ‘넘어차기’ 등의 화려한 족구 기술이 해외 관중을 열광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풋넷과의 연계 가능성을 발견한 홍 회장은 “올림픽 진입의 꿈이 50년은 앞당겨졌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족구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한국 정부 및 스포츠계의 역량이 더해지면 족구가 올림픽 종목으로 진입하는 것이 꿈만은 아니라는 것이 홍 회장의 생각이다.
자동차용품 사업을 하고 있는 홍 회장은 1990년대 말 미국으로 건너갔다. 현지에서 여유가 생겼을 때 족구를 즐기면서 ‘이렇게 재밌는 종목이 왜 아시아경기나 올림픽 종목이 되지 못할까’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는 “외국에서는 애국가만 들어도 눈물이 핑 도는데, 외국에서 활동하며 한국의 스포츠인 족구를 더욱 발전시킬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주족구협회장을 맡았던 그는 국내로 돌아와 2021년 대한민국족구협회장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는 “족구가 세계화되면 태권도에 이어 다시 한국적인 것, K컬처의 위력을 세계에 떨치게 될 것이다. 족구화 등 관련 용품들을 수출해 산업적으로도 큰 시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에 머물며 오히려 우리 것의 세계화 가능성을 눈여겨보게 됐다는 홍 회장. 그와 함께 족구가 세계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