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조식 후 오늘 일정의 첫 코스는 절물 휴양림이다.
'절물' 이라는 이름에
뭔가 제주의 방언인 듯 깊은 뜻을 기대했다가
단번에 실망했다.
그냥 절 근처에 물이 있어 절물이란다.
쭉쭉 뻗으며 자라는 삼나무와 전나무들
포장된 곳은 싫다며 형님과 둘이서는
나무 사이로 걸어보는 재미
발밑은 폭신폭신, 건강한 공기를 맘껏 들이마신다.
단숨에 오름길로 들어서서는
변산 바람꽃과 노란 복수초꽃을 발견했다
근데 복수초 사진은 어디로 간건지....
내려오는 길에 놓인 민속놀이터에서
투호던지기로 아이들과 이상한 형제들이 떠들썩하다
물한잔 마시고 합세해서는
저리도 열심히 화살을 던진다.
아이들이 엄마의 우수꽝스런 모습을 사진에 담고는
킥킥대며 웃는다.
다리는 왜 들면서 던지냐고 또 킥킥킥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른다고요.
열심히 화살을 주워다 주시는 큰아빠
점심은 성산일출봉 근처의 '경미네 문어(해물라면)'집 찾아 출발
3년전에도 성산일출봉 근처에서 우도가는 배를 타기 전에
줄서서 먹는다는 경미내 문어라면을 찾아와서 먹었었다
남편은 왠 라면이라며 그 앞집 '해오름'에서 오분자기 뚝배기를 먹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남자들은 해오름으로 들어가버렸다
아니 호기심도 없냐구요
문어라면 집이라고
수족관에 문어의 빨판이 선명한 발자국을 보여준다.
여긴 분명히 문어라면 집이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남기고 간 흔적들
깨알같은 사연들을 찬찬히 읽으며
보글보글 문어라면을 기다리면
짜잔!
커다란 양은 냄비에 담긴 푸짐한 라면 등장.
시원한 국물맛을 어디에 비할까
3년전 먹었을 때보다
문어가 더 많이 들어있는 기분이다.
그 땐, 문어보다는 다른 해물만 많이 들어 다소 실망했었는데
오늘은 문어가 송송 제법 많이 들어있다.
국물까지 후루룩 후루룩 다 마시고는
이상한 형제들이 들어간 해오름으로 건너간다.
"여기 성게비빔밥있네"
하면서 또 시켜서 먹는 건 뭐냐구요
성게가 원래 미용에 좋으니까...
라면에 성게비빔밥에 배를 두드리며 나와서는
림벅와플집 앞을 그냥 지나치질 못한다.
한조각만 맛본다고 하다가
뭉턱 잘라서는 잘도 먹는 나.
그런데 언젠가 먹었던 반트와플맛을 잊을 수가 없다
그 맛은 아닌건 같애.
.너무 많이 먹었으니 성산 일출봉 등허리까지만
천천히 걸으며 소화도 시키자고 그리 꼬셨건만
두 딸은 기어이 주차장 근처의 스타벅스로 피신한다.
미국령 스타벅스로 피신했으니 어쩔 수 없지.
우리 어른들만 천천히 바람을 맞으며 걷는다.
제주의 관광지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다.
일출봉의 모습은 먼데서 보아도 참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