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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갯빛 영롱한 천왕봉이 그리워, 자욱한 안개속을 헤엄치며 질퍽한 숲길을 내달렸다. 등짝 휘어져 굽이친 능선 골짝을 따르니 원효를 사모한 중생의 법당이 자리하고, 산허리를 휘감아 억년 절개로 기묘하게 솟아오른 주상절리 육각기둥의 서석대, 입석대
까마득한 그 옛날이었던가. 태고로부터 뜬눈 지새며 지고지순하게 기다린 그대여! 마지못해 고해야만 하는 이별, 찰나의 만남은 이별과의 경계를 달리하지 않으려 드니, 귀천(貴賤)으로 논해야만 하는 속세의 무질서는 내가 가진 태생의 한계라 도리 없는 일.
아름다움에 취한 흐느적거림은 능선을 굽이치며 넘실대는 운무의 장단으로 흥겨운데, 리허설을 허락하지 않는 삶, 필마로 내 달려온 반세기는 부질없는 욕망의 덧칠에 가려있어, 가야할 길, 얼마 남지 않은 여정에까지 지겹도록 매달려야만 하는 기구한 운명이고 보니, 또박또박 한걸음씩 무딘 발걸음 끝에 다다른 중봉이 나를 비웃으며 엄히 꾸짖는 듯하구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거스르지 말고 받아들임이 참 인생으로 나아가는 길일 진데, 양지바른 장불재 평전엔 평화로 넘쳐나거늘 이 몸은 어찌하여 시름에 고독한 한숨만 삼키는가. 대체 삶이 무엇이고 인생이 무엇이 길래, 궁색하다 못해 숨 쉬는 것조차 이리도 버거울까. 감당하기 힘든 고통 훌훌 털어버리고 홀가분하게 휘휘 무등지맥 유람이나 떠났으면 좋으련만
아스라이 보였다 말았다 애를 태우며 너울대는 운무에 가린 인왕봉, 천왕봉이 다가선다. 젤 잘 깃든 양지에 보란 듯이 우쭐대는 웅장한 자태는, 스스로 빛고을의 진산임을 자처하고, 리턴으로 횡 패스 하듯 내던져진 곳곳엔 삐죽삐죽한 바위들로 점점이 큰 아름의 수를 놓았으니 아름다움의 극치는 조물주의 은혜인가. 그야말로 신선 누각에 천상의 무릉도원이 따로 없네.
똘배 맛이 시고 떫다 하여 참배나무임을 부정하고 천시하는 맘 없어야 함이나, 이제나 저제나 겉모양새만 보고 쓰다 달다 쉽게 내 뱉는 속단은 좀체 버릴 수 없는 천성인 것을,아서라 말어라 아등바등 지저귀며 떠들어봐야, 누구하나 거들떠보지도 않을 공염불에 불과한데, 저기 불현듯 솟은 입석대는 통인(通印)의 덕으로 중생을 구제하려는 부처님의 수인(手印)인 듯하네. 씨앗이 얼어붙은 대지를 뚫고 수더분한 싹을 틔울때면, 장불재엔 붉은 진달래꽃 연등으로 만발하리.
호사다마(好事多魔)인가. 아침나절 잿빛 비바람 요란하더니, 금새 갠 맑은 하늘 면경지수 따로 없고, 미숙하고 어리석은 판단에,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했음이 후회절통인 지라 못내 부끄럽기만 한데, 곶으로 더듬어 오르는 것이 산길이 아닌가. 가끔은 다른 길을 택해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터
줄잡아 30분이면 족하건만, 빼족이 알몸 내밀어 봄볕아래 일광욕 즐기는 석불대, 광석대 장족의 한 발자국이면, 규봉암을 메아리치는 그윽한 풍경소리, 스님의 독경수행 청아할 텐데, 미간에 흐르는 땀방울 훔치는 새에, 그 자취 안개 속에 사라져 맥없이 무너지는구나.
아스라한 자태로 인고의 세월을 버티며 떠난 님 그리워 애를 태우는 망부석 놀이 진 황혼에 새카만 어둠이 찾아들 때면 제 그림자마저 매몰차게 외면할 텐데, 드러누워 두 다리 편하게 뻗고, 차라리 그 고단함 잠시 달래어 보기라도 하지.
노랫소리 흥겨움에 백야능선의 열두 병풍 덩실덩실 군무에 놀아나고, 래 파지(La Farge, John)라 한들 이보다 더 아름다운 벽화를 그려낼까. 하늘은 영롱하고 땅은 비옥하니 구척장신 주상절리 천상에 닿아있고, 는적거리는 산곡 올레길 잔 구름은 선혹의 손짓으로 나를 유혹하네. 아뿔싸, 선경(仙境)의 신선인양 착각한 내 꼴이 참으로 우습기만 한데, 이 모든 것이 허사, 이내 잊혀져갈 설화일 뿐이니 탄식한들 무슨 소용일까.
청운의 호기라 한들 지천명을 넘어서면 그 세를 꺾어야만 하는가. 석자 이름으로 이리저리 운세를 따져 봐도 더 가질 것도 없는 초라한 신세 골백번을 나고 죽어서도 못다 풀 현계(顯界)의 한을 그 무엇으로 감당하리.
희소식에 웃고, 악보(惡報)에 슬퍼하는 것이 인생사, 북망객이 아닌 다음에야 무소식이면 그만인 것을, 나를 잊고 산 날은 어제로 족하고, 내일을 희망하는 오늘이 있으매 기댈 곳은 다름 아닌 현재로다. 리기다소나무도 잘 가꾸면 황피금송 부러울 게 없다하니, 남 탓 않는 바른 몸가짐 평화를 불러오고, 1,187 고지의 무등산을 단숨에 오른 기세라면 더 무엇을 두려워 할 것도, 어려워할 것도 없지 않겠는가.
수를 부리는 이 제 꾀에 넘어가고, 곧은 정직함은 죽어서도 그 이름을 남기기는 법 평화는 원칙과 정도의 씨앗에 배품과 나눔의 물을 줄 때, 비로소 사랑의 열매를 수확하는 나무 선악은 본시 하나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나, 행함과 동시에 선택받는 변화무쌍한 얄궂은 존재
오기를 부린다 하여 되돌릴 수 없는 세월이라면, 참고 인내하는 것 또한 주어진 숙명일 진데 렌즈로 스며드는 이슬은 감내하기 힘든 고달픈 현실의 산물인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네. 지나온 부질없는 과거사, 무망한 욕심은 북봉의 이는 바람에 죄다 훨훨 날려 보냈으면 하건만...
동지를 끌어안고 자유를 부르짖다 인걸에 묻혀 소리없이 사라져간 민주화의 꽃들이여! 재상의 기운으로 호령하는 무등산의 수호신, 숭고한 영령을 그 누가 헛된 희생이라 말하는가.
태초에 인간이 가진 것이라곤, 맑은 영혼에 흙으로 빚어진 빈 몸뚱이 하나 뿐이었을 텐데 오늘도 겹겹이 꿰인 세속의 때는 억겁의 간사한 인연이 만들어 낸 부질없는 사치로 쌓여만 가고, 름봉(廩俸)이 박봉이라 한들 어디 산입에 거미줄 치랴, 삼시세끼로 족하면 그게 바로 행복인 것을...
무상하다 하여 덧없음을 탓하지 마라. 마음에 상념이 없으니 모든 것은 공(空) 아닌가. 지족지부(知足知富)이니, 족한 것을 알고 현재에 만족하는 것이 곧 부자라 했거늘, 개나리봇짐, 도포 한 자락이면 이미 천하를 얻고도 남음인데 무얼 더 욕심내어 화를 자초할까.
손으로 빚어 낸 듯 천태만상의 암석들과 어우러진 둔덕 삼봉은, 신산(神山)의 기운으로 넘쳐나고, 정으로 반듯하게 쪼아낸 듯 치솟은 절리는, 선인이 점지한 자청전(紫淸殿)이 아니고 무엇이랴. 익룡과 공룡이 하늘과 땅을 지배하던 시절에도 삼대석경은 천왕의 자태로 남도를 호령하였으리.
천왕봉에 올라 세상사 시름 다 내려놓고 싶거늘, 이 몸 늙어 꼬부라지면 그제야 다가가 볼 수 있으려나. 궁색한 변명으로 단절시킨 인간의 계략이 참으로 우습구나. 이 무슨 비애란 말인가. 잔인한 3월이여
소달구지 몰며 보리피리 꺾어 불던 시절, 여명에 잠깨어 맑은 물로 감아 고른 머리 댕기로 곱게 땋아 찰랑찰랑, 꼭꼭 숨어버린 추억 아! 황혼에 헝클어진 백발이여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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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무등산을 함께 오른 회원님들! 고마웠습니다.
삼행시!!!! 무등산을 아름답게 표현하셨네요~~~회원들의 닉네임과함께~~~~~
무등산, 참으로 좋은 산행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성스러운 글과 고운 음악에 잠시 머물다 갑니다. 사진도 잘 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전직이 의심스럽고 경이롭습니다.
혹 글쓰시는 분이 아니신지 ... .
솜씨에 경이롭다는 말밖에 는 ... .
사진도 좋고 글귀도 좋고 너무 조~오 습니다요!!!
함께한 산행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감탄사가 절로나옵니다..감사합니다..
무등산 산행, 좋은 추억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소리와 글,그림이 보는이에게 감동을주고 그 정성에 놀라울 뿝입니다
댕그라니 앉아 보고 지나가기에 미안함이 앞섭니다 정말 잘 보고 갑니다
정기산행은 잘 다녀오셨는지요? 감사합니다.
수염이 석자,지팡이 짚고선 신선이 생각납니다.
오랜만입니다. 언제 한 번 산행의 동행자가 되고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참으로 부럽습니다! - 지고지순 이란 단어를 고스란히 담아 펼치셨으니 감동입니다! -
그 산의 부름은 내게 언제쯤일까?! - 사는 동안 저 산 오를 수 있을까 ......
-- 언제쯤이면 - 님의 침묵 만큼이나 깊은 골을 쓸어 읊을 수 있을까 ......
-- 이내 속내는 마냥 그리움입니다 !
- 동참하신 포다산 산우님들 가정에 평화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
- 요정 블로그로 옮겨 가려는데 ......자료글 올려주신 - 소뎅님! 허락하시렵니까? ㅎ~ 고맙습니다!
완쾌되셨다니 축하드립니다. 건강하신 모습 산행에서 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했습니다~~~감사르
덕분에 좋은 산행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와,,,,아 입만벌어 지내 ㅋㅋ
함께한 산행,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