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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동향
도시의 미래 – 스마트시티
서울공대지 2019 Summer No. 113
권영상 교수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건설환경공학부 도시설계전공)
·서울대학교 스마트시티 혁신인재육성사업 사업책임
·서울대학교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스마트시티연구센터장
·세종시, 부산에코델타시티 마스터플랜 /서울대학교 시흥 스마트캠퍼스 마스터플랜 참여
인류의 문명은 도시와 함께 발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시가 발전하면서 인간들은 소통하고, 문화와 제도를 정착시키고, 기술과 과학을 발전시켜왔다. 인류 역사를 통해 세계 최고의 도시라고 불려지는 도시들은 이러한 인간의 문화와 기술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도시들이었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철학을 논하던 아테네,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인체와 예술을 발전시켰던 베니스, 마천루와 혁신적인 예술가들이 활동하는 뉴욕, 그리고 세계 최첨단 기술경연장이 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까지 도시는 인류가 만들어온 문명의 바탕이 되었다는 측면에서 인류역사상 가장 중요한 발명품이라고 부를 만하다. (Edward Glaeser)
그렇지만, 지금의 도시는 도전 받고 있다. 첫째로는 기후변화,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적 문제를 들 수 있다. 이러한 환경적 문제는 각국이 서로 다른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차이점과 결국 전세계적인 문제로 귀결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둘째로는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는 신흥국가들의 등장이다. 1970~80년대에 우리나라가 경험했던 것 같은 급격한 도시화, 산업화가 2000년대 이후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 중남미, 중앙아시아,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급격한 도시와, 산업화는 해당국가의 성장이 이루어진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지금과 같은 글로벌 경제망을 통해 전 세계가 연결되어있는 상황에서는 그만큼 우리가 쓸 수 있는 자원들이 급격하게 소진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마지막은 기존 도시들의 성장동력이 점차 쇠퇴하고 있다는 점이다.
에베네저 하워드 (Ebenezer Howard), (Source: Garden City of Tomorrow, 8198)
인구가 감소하거나 노령화되고 있고, 기존 산업들이 쇠퇴하고 새로운 산업으로의 전환이 쉽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물리적 환경 또한 오래되어 낙후된 지역들이 늘어나고, 빈집, 유휴부지 같은 것들이 깨진 유리창효과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현재 시점에 도시가 도전 받고 있다는 것, 이것은 앞으로의 인류 문명 발전에 심각한 도전이다. 바로 여기에 스마트시티의 시작이 있다.
2013년 말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도시들 (Source: Donald Johnson/CCID Consulting)
최근 한국을 비롯해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스마트시티의 기본 골자는 도시가 가지고 있었던 여러 가지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첨단산업을 활용해서 해결하겠다는 전략이 기저에 있다.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스마트시티 기술 선도도시들이 기존에 여러 도시문제를 가지고 있었던 도시들이 중심이라는 측면은 이러한 방향을 설명해준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스마트시티 조성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의 경우 급격하게 도시화, 산업화를 겪고 있는 국가들이면서 도시인프라가 전체 국토에 고르게 공급되지 못하고 있는 약점을 가지고 있는 국가들이다. 또한 새로운 신도시를 많이 조성하고 있는 국가들이기도 한데, 기존 도시를 개선하려는 시도를 새로운 도시들에도 적용시키겠다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스마트시티 관련기술로 알려져 있는 요소기술 등 중 빅데이터, 머신러닝, 센서와 같은 기술들은 기존의 도시문제들을 정확하게 해석하는 데 도움을 주고, 인공지능, CPS(Cyber Physical System), AR/VR, 환경, 자율주행과 같은 기술들은 기존의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들은 서로 상보적으로 기술의 진보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스마트시티 기술들은 국가와 도시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다. 이는 각 국가와 도시가 각기 다른 도시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요소기술별로 스마트시티 관련 기술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스마트시티 요소기술 맵 (Source: 서울대학교 도시설계 연구실 / http://udl.snu.ac.kr
첫째는 도시의 에너지 관리와 이용에 대한 기술이다. 많은 도시학자들이 도시의 밀도와 에너지의 상관관계에 대해 연구를 해왔으며, 도시에서 에너지 사용을 효율적으로 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을 해왔다. 컴팩트시티나 TOD(Transit Oriented Development, Peter
Calthorpe)와 같은 개념은 이러한 고민의 결과로 제안된 도시구조이다. 일반적으로 도시의 밀도가 높아질 때, 이동이나 냉난방 등의 에너지 효율에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으나, 최근 열섬현상과 같은 도시미기후나 생애주기관점이 포함된 도시관리측면에서는 공원이나 녹지가 중간에 배치되어 일정 수준의 중간밀도의 도시구조가 도시에너지관리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음이 제시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도시의 에너지 관리 측면에서의 새로운 기술은 도시에서 에너지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통합적으로 계측하는 기술 (BEMS(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 FEMS(Factory Energy Management System), CEMS(City Energy Management System))으로 대표되고 있으며, 도시 내 신재생에너지의 생산을 고려할 때, 양방향 에너지 모니터링에 관련되는 Smart Grid 기술도 해당된다.
둘째는 도시의 계획 및 설계 효과를 모니터링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가상도시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CPS (Cyber Physical System),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버추얼 시티(Virtual City), 증강현실/가상현실이라는 개념으로 소개되기도 하는데, 각각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도시공간을 가상공간(컴퓨터상)에 시뮬레이션을 하고, 이것을 양방향 혹은 단방향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도시문제를 모니터링하고 해결하는 측면에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분야이다. 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컴퓨터 상에 3D형태로 입력해서 도시의 계획 및 설계내용을 실제 모니터링 하거나 혹은 실시간으로 진행상황을 모니터링 하는 단방향 방식이 가상현실 (Virtual Reality) 혹은 버추얼시티 (Virtual City) 개념이라고 한다면, 입력된 내용을 바탕으로 실제 세계에까지 그대로 구현시켜주는 양방향 방식을 CPS,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으로 볼 수 있다. 모두 고성능의 컴퓨터, 데이터서버, 3D 구현기술, 5G 이상의 통신속도가 확보되어야 하는 기술들이지만, 도시단위에서는 실제 싱가포르의 경우처럼 초기단계로 구현된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다. (Virtual Singapore)
싱가포르 URA(Urban Redevelopment Authority)내 미래도시 구상 모습
이는 도시의 정책서비스와도 연계되어 있는데, 전자정부를 구체화하고 있는 시도들이나, 가상도시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들이 중앙정부 혹은 지방정부의 대국민 도시행정서비스에 대한 호응도를 높이기 위한 모델로 연구되고 있다.
셋째는 도시의 교통과 관련된 기술이다. 흔히 자율주행으로 알려져 있는 기술들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자율주행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동차만 변화되어서는 안 되고, 자동차가 다니는 도시환경이 모두 혁신적으로 변화되어야 가능하다. 우리가 역사적으로 새로운 교통수단이 등장했을 때, 도시형태가 변화되어 온 것을 감안하면, 자율주행이나 드론과 같은 새로운 교통수단의 등장은 도시형태의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올 것임을 예측해볼 수 있다. 증기철도가 등장했을 때, 에베네저 하워드(Ebenezer Howard)의 전원도시(Gargen City)와 소리아 이 마타(Soria Y Mata)의 선형도시(Linear City)가 등장했고, 자동차가 등장했을 때, 르 코르뷔지(Le Corbusier)에 300만을 위한 도시가 등장했던 것을 감안해보면, 앞으로 등장할 새로운 교통수단들이 도시를 혁신적으로 바꾸어 놓을 것임을 예상해볼 수 있다. 실제로 스마트가로등, 스마트 주차장, 드론포트 같은 것들이 자율주행이 일상화된 시기의 도시를 예상하며 구체적인 모습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스마트시티 해외 신도시 마스터플랜
(Source: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협동과정 도시설계학 2018 2학기 도시설계 스튜디오 3)
(지도: 안건혁교수, 권영상교수 / 작품: 위자천, 김도연)
넷째는 도시의 환경과 관련된 기술이다. 스마트시티에 대한 이슈가 나타나기 전에도 지속가능성(Sustainable)이나 저영향개발(LID, Low Impact Development)에 대한 논의와 연구개발은 있었지만, 빅데이터와 인공지능기술이 결합되면서 도시환경에 대한 광범위한 분석이 가능해졌고, 스마트시티분야로 확장되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미세먼지의 경우 센서에 의해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단계가 일반적인 전통적 환경분야라고 한다면, 방대한 도시에서의 미세먼지 데이터를 바탕으로 진원지를 분석, 예측하고 그 원인을 차단 혹은 해소방안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해서 계획에 반영하는 과정까지를 포함하는 것은 스마트시티 기술이라 할 수 있다. 비슷한 구조가 도시농업, 폐기물순환, 공기질순환, 수자원관리 등 거의 모든 전통적인 도시환경분야에 적용되면서, 기존에 해결하지 못했던 도시 스마트시티 요소기술 맵 (Source: 서울대학교 도시설계 연구실 / http://udl.snu.ac.kr) 환경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마지막은 도시의 빅데이터와 관련된 기술이다. 전통적인 도시공학 분야에서 데이터는 분석의 기본 대상이 되어왔고, 도시에서 생산되는 방대한 데이터들을 다뤄왔지만, 이전에는 며칠씩 컴퓨터 분석을 돌리거나 사람이 분석하는 것이 불가능한 수준의 데이터들이 많았다. 최근에 등장한 빅데이터 구축을 위한 허브나 플랫폼 구축기술, 빅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한 다양한 머신러닝 기법들을 기존에 분석하지 못했던 데이터 분석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고, 또한 기존에 놓쳤던 데이터들도 수집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데이터들의 정밀도와 분석기법들이 보다 정밀해지고, 이를 위한 인공지능들이 보다 전문화된다면, 앞으로의 많은 도시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러한 중요성을 기반으로 해서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도 대학원과정에 스마트도시공학 전공이 새로 신설되었다. 또한 세종시 5-1 생활권과 부산에코델타시티의 새물머리주변이 스마트시티 국가선도도시로 선정되었고, 서울대 시흥캠퍼스가 들어가는 바로 옆 정왕동 지역도 스마트시티 국가선도도시도 선정되었다. 서울대학교는 시흥캠퍼스를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스마트캠퍼스로 조성하려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지금 시점에 스마트시티 기술이 화두로 등장하고 있을까?
첫째로는 도시의 관리에 있어서 문제점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해결책을 내기 위해서이다. 마치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것처럼 공학도는 도시가 가지고 있는 환부를 분석해서 치료해야 한다. 이 프로세스가 효과적이지 못했을 때, 나타나는 피해는 개인의 피해에 그치지 않게 된다. 도시를 계획하고 조성하는 것에는 실제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다. 따라서 하나의 도시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막대한 기회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이러한 정책에 대한 효과는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이 공유하게 된다. 따라서 그만큼 의사결정에 있어서 신중할 수밖에 없고, 그 효과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이처럼 도시를 계획하고 만들어가는데 있어서 새로운 기술들은 앞으로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도시문제를 해결하는데 하나의 전기를 만들어주었다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표본만 충분하다면, 도시재생 정책사업을 폈을 때, 주변 상가의 임대료가 얼마나 오를지, 3기 신도시사업을 추진했을 때, 실제 강남 아파트 가격이 얼마나 내릴지를 정밀하게 분석해내는 날이 언젠가 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드론이 일상화 되었을 때, 맨하튼의 도시변화 예시
(Source: https://i.dailymail.co.uk/i/pix/2016/04/04/12/32D4C2EB00000578-3522619-The_tower_was_designed_by_Chengda_Zhu_24_Hadeel_Ayed_Mohammad_25-a-40_1459769255948.jpg)
둘째로는 해외의 많은 국가들이 그것도, 한반도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신흥국들이 새로운 도시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데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들이 좋은 모델로 삼는 것은 유럽, 미국과 같은 오래된 도시들이 아니며, 한국의 급격한 발전을 좋은 모델로 두고 있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필자의 경험으로, 이들 국가들은 새로운 도시를 만들 때, 점차 한국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넘어서는 미래의 도시, 스마트시티로 만들어 달라는 요청들을 해오고 있다. 이른바 도시수출이며, 앞으로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부분이다. 우리의 기술로 만들어진 도시에는 우리의 기술로 만들어진 통신망, 자동차, 철도, 에너지시설이 적용되기 좋은 환경이며, 이는 후속되는 막대한 부가가치의 확산으로 이어질 것이다.
앞으로 스마트시티 기술의 혁신이 이어져서 우리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세계 여러 국가에 우리의 기술을 이전할 시기가 곧 도래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