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소설> 바다로 간 노인, 73회,
성질머리가 고집스럽고 까탈스러워서 나하고 맞지 않는 사람은 피하고 점차 거리를 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서로가 서로에게 무의미해져 결국 사라진다.
성격이 대범한 편은 못되기 때문에 친구도 많은편은 아니고,
깊게 적게 사귀기 때문에 외로울때가 많다.
오늘 같은날도 현장에서 아부지의 비위를 상하게 했으니께,
거시기<달콤>한 말로 아버지의 비위를 맞추어 주면 꼬였던 맘이 풀릴수도 있을 거였고,
진정으로 미안한 마음이 서로가 생겨나기도 하련만,
어쩌자고 나는 이렇게나 성격이 못났는가?
한심스럽다.
ㅡ"그 아버지에 그 아들!"ㅡ ???...
맞다!
정말로 맞는 말인거 같으다.
군대에서도 쪼금만 참았드라면 탈영도 안했을 거구, 영창에도 안갔을 거다.
그리고, 영창, 감방에서 헌병들에게 죽살나게 맞지도 안했을 거였다.
병과가 병참대라서...보급품<쌀 기름>을 취급하니께, 특수병과 덕분으로 배곯은일 없을거구,
그런데로 편하게 근무하다가 제대했을 건데,
까달스러운 성질머리땜시, 드럽게 고생 고생하다가 어렵사리 제대를 한거다.
사실, 내 성격이 쬐매만 더 느긋해서...협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때론 아량을 베푸는 심성을
가졌으면 좋으련만,
성격이 모나고 직선적이라서 할 말을 조리있게 돌려서 하지 않으메,
상대방은 강하게 반응을 하게 되는 거였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는데 두,
아부지께,
마음 푸시라고 없는 아양도 떨믄서 인부<직공>들의 심정을 조리있게 설명 했어야 했는데도,
유야무야 덮어 버리고서 설맞이에 이르렀다.
정월 초 사흩날,
오늘, 선보는 날이다.
ㅡ"명수야! 그 선생 아가씨가 늬를 쬐그막 했을때부터 안다고 하든 디?
늬를 무지 좋아하는 눈치뎐 디?"ㅡ
ㅡ"그냥 만나보기 만, 할텡께...기대는 마시랑께 여,"ㅡ
어무니는 그 시악씨가 마음에 든 눈치였다.
며느리 될 시악씨가 학교 선생질을 한다니께 월메나 좋은일인가,
누님역시도 그 아가씨가 선생을 한다니께, 앞장서 서, 중매선다고 나선 거였다.
약속장소는 누님이 경영하는 터밀널 앞 영,다방이다.
근데! ...이상하게도 가숨이 떨린다.
가숨만 떨린게 아니고 다리도 후둘거리고 손에도 땀이난다.
<이렇게나 나는 순둥인거다.>
ㅡ"명수야! 여기야, 여깃!"ㅡ
ㅡ"으 응, 네 에..."ㅡ
ㅡ"워메? 왜그런다 냐! 촌 머시메 처 럼...이쪽으로 앉아서
인사들 하라구 야,
광님아! 늬, 알고 있제?"ㅡ
ㅡ"어! 거시기? 광님이라 고?"ㅡ
ㅡ"네! 마자요, 광님이예요,"ㅡ
ㅡ"두부집! 둘째딸 광님이야! 몰겠 어?"ㅡ
ㅡ"아 하...쬐금 기억이 나 여, 그 꼬맹이...후후 훗, 되게 당차고 이뻣는데,"ㅡ
ㅡ"그래 마자 야, 지금도 봐라 월메나 이뿐가?
명수,늬가 광님이 첫사랑인게 야,
늬들 잘해보그라, 잉!
나는 갈텡께,"ㅡ
실로 오랜만의 만남이다.
광님이는 극장앞에서 살던때 이웃하던 딸부자집 둘째 딸이었다.
일명, 두부집 딸부자네다.
딸 부자네 아부지는 밤이나 낮이나 하루도 쉴틈없이 큰 멧돌 손잡이에 작대기를 끼워서 두손으로
돌리고 돌리고 콩을 갈았다.
딸 부자네 어무니는 빙글 빙글 돌고 도는 멧돌위의 구멍에 콩을 한웅쿰씩 쉼없이 쑤셔넣었다.
밤낮이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것은 매 해년마다 딸들을 낳았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은 쑥덕거렸다.
ㅡ"맨날 밤낮없이 멧돌만 돌림스롱, 언제, 아그를 맨들었당 가? 기술도 좆당 께!...히히히"ㅡ
두부집 부부의 집념은 이웃을 감탕케 했다.
딸들을 일곱이나 거푸 낳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여덟번째에는 결국은 아들을 낳은것이였다.
그리고 공부를 할라는 자식은 목포로 서울<사범대>까지 유학을 보냈다.
그 딸이 지금 국민학교 선생님으로 어엿한 숙녀로 성장하여 나와 맛선을 보고 있다.
아그들은 자라면서 열두번도 더 변한다고 하드니만,
변해도 이렇게나 변할 수 있드란 말인가,
지금 내앞에서 다소곳이 앉아있는 맛선 상대, 광님이는 키도크고 눈도 크고 팔등신 미녀다.
누님이 광님이라고 소개하니께, 금새 알아보게 되었지만서두 ...
오며 가며 길가에서 봤드라면 되게 이쁜 아가씨며 호감이 가는 멋쟁이 숙녀인게다.
ㅡ"오라버니! 저를 알아보시니께, 고마워요,"ㅡ
ㅡ"그,...그려,"ㅡ
ㅡ"외국에서 귀국한지가 얼마 안됐다면서 요?"ㅡ
ㅡ"으 응, 배 뱃놈질 하다가 왔어 여,"ㅡ
ㅡ"말씀 내리세요, 제가 한참 어려요,"ㅡ
ㅡ"몇살인 디?"ㅡ
ㅡ"여동생! 오 정주하고 동창이예요,"ㅡ
ㅡ"그라믄, 21살이 여?"ㅡ
ㅡ"네! 오라버님 보담, 다섯살이나 아래예요,"ㅡ
ㅡ"근데에?...광님이는 나를 넘, 잘 알고 있는 것 같은 디...
어케, 된거 여?"ㅡ
ㅡ"어머! 몰랐어요? 극장앞에서 살때부텀 오라버님을 흠모했어요,
십년도 넘었네요,
어느날 오라버님이 밤봇짐을 싸매고 서울로 외입을 나갔을때예요,
동네에 소문이 크게났었어요,
아부지가 자식들에게 너무 야박하게 해서리 그 착한 아들이 도망질 쳤다고요,
그때, 저는 요,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어요,"ㅡ
ㅡ"왜! 왜 울었능 디?"ㅡ
ㅡ"오라버님을 다시는 못볼것 같아서예요,
오라버님의 늠름한 모습에 반해서예요,
저는 요, 오라버님께 그리움이 많은 아이였어요,"ㅡ
ㅡ"뭐야! 겨우 열한살배기가? 그것도 국민학교 3학년생이..."ㅡ
ㅡ"아네요, 4학년이였어요,
저는 요, 여덝살에 입학했었어요,"ㅡ
ㅡ"근디? ...어케, 어른들이 우리들 중매에 나선거 여?"ㅡ
ㅡ"아네 요, 제가 큰언니께 부탁한거예요,
오라버님을 꼭 뵙게해달라고 요,
오라버님은 저에게 첫사랑이었요,"ㅡ
~~"!,...........???"~~
놀랍다.
신세대 여성은 사랑을 고백하는 것도 당당하게 한다.
말투도 서울말씨로 사근 사근한거이 영락없는 세련된 서울 아가씨다.
"근데, 광님이 말투가 서울 말씬데 어케 된거 여?"
"네! 서울에서 쭉 공부했어요,"
"호, 그 그랬구나..."
"오라버니! 우리 식사하러 가요,"
"으 응, 그래 여,"
우리들이 다정하게 나가는 모습을 본 누님은 눈을 찡긋하면서...안도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내맘은 복잡하다.
정희씨와의 관계를 어케 말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다.
"광님 씨! 우리 밥먹기전에 이야기좀 해 여!"
"네! 그러세요,
어디로 갈가 요?"
"남포리 해창 뚝방으로 갈가해...여?"
마침, 지나치는 택시를 탄다.
해창뚝방은 택시를 타믄 십여분이면 도착한다.
근데에...이상한것은 내가 살고있는 고향 강진이 바닷가 인데도 평소엔 바닷가 가 아닌듯한 생각인게다.
이렇게 택시를 타면은 십분이네에, 푸른바다가 넘실대는 바닷가에 도착할 수 있는데도...
다산 정약용이 귀양살이를 했던 만덕산으로 이어지는 해창뚝방의 십리<4키로>길은
변함이 없이 옛길 그대로 우리를 맛이한다.
왼쪽은 푸른파도가 넘실대고 오른쪽 논밭두렁에는 파아란 새싹 보리가 봄바람에 살랑인다.
아직은 계절은 겨울인데도 오늘은 봄날같이 따스하다.
어릴때 동네 친구들과 가끔와서 망둥어 낚시를 했던 기억이 엊그제 처럼 생생하다.
바다물이 들고 날때엔 망둥어는 죽울라고 미친지랄을 떤다고 할 정도로 낚시에 물려온다.
물때만 잘 마추면 망둥어는 낚시바늘에 입감이 없어도 낚을 수 있다는 말이있었다.
~~"망둥어는 멍청하기가 천하 제일이라고...ㅎㅎㅎ"~~
<실제로 망둥어는 깜박 깜박,잊는거이 02초라고>
나는 그때 멍청한 망둥어를 수십마리나 잡았었다.
어린시절을 회상하며 빙긋이 미소를 뛴다.
"오라버니! 감계무량 하신가 봐요?"
"으 응! 천방지축으로 날뛰던 내가 망둥이 낚시를 우째, 했을까?
흐 흐... 그날, 망둥어 잡던거이 생각이 나서 여,"
"그럴 거예요, 저도 이뚝방길이 추억이 많아요,"
"그 야, 강진사람이라믄..."
"참! 오라버니, 하실말이 있으시다면서요?"
"으 응, 그 그게 말 여! ...
단도직업적으로 말 할텡 께!
나! 애인이 있다 고, 여...
군대 가기전 부터, 지금까지 쭉 기다린 사람이 여,
7년도 넘게 기다린거 여,
결혼할 거라고 믿고..."
"네...에, 얼추 짐작은 하고 있었어요,
그치만 오라버님! 연애와 결혼은 달라요,
`결혼은 현실이예요,`
이세상 다 할때까지 후회없이잘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어야 해요,
저는요, 오라버님과 결혼을 하게 된다면은 결코 후회같은 건 안할 자신이 있어요,
흑흑흑, 흐흑,....."
"어 어, 광님씨!..."
감사합니다. 글, 우부봉/오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