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5일(금), 맑음, 덕수궁 외
금년에도 덕수궁의 모란을 보러갔지만 너무 늦어 꽃은 지고 말았다.
흰 모란꽃 몇 송이를 보았을 뿐이다.
계어(季語)가 봄인 하이쿠 몇 수를 곁들인다.
(류시화의 하이쿠 읽기,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에서)
1. 모란꽃
2. 모란꽃
지고 난 후에
눈앞에 떠오르는
모란꽃
(散りて後面影に立つ牡丹かな)
―― 부손(蕪村)
4. 모란꽃
5. 모란꽃
6. 모란꽃
적막하게도
손님 끊긴 사이의
모란꽃이여
(寂として客の絶え間のばたんかな)
―― 부손(蕪村)
7. 모란꽃
8. 겹가랑코에
9. 개양귀비
툇마루 위에
어디선지 모르게
떨어진 꽃잎
(濡緣にいづくともなき落花かな)
―― 교시(虛子)
문학평론가들로부터 높이 평가받은 교시의 대표작이다.
10. 노랑철쭉
11. 코스모스
12. 덕수궁 분수대에서 북춤 연습 중
불을 켜는
손가락 사이
봄밤의 어둠
(灯をともす指の間の春の闇)
―― 교시(虛子)
달 없는 봄밤, 아무것도 없는 것 같고 무언가 있는 것도 같은 어렴풋한 어둠을 응시하는
일도 삶의 한 부분이다.
13. 붓꽃
14. 작약 꽃봉오리
15. 흰철쭉
눈을 감으면
젊은 내가 있어라
봄날 저녁
(眼つむれば若き我あり春の宵)
―― 교시(虛子)
그 청춘의 날들, 반짝이던 봄날의 감성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기억을 꺼냈다가 그 불에 데는 날들만 남아 있을지도.
한일 합병 직후 조선을 여행한 교시는 여행기 『조선』을 썼다. 그는 조선인의 수준을 낮게
보고 일본의 지배를 찬양함으로써 조선 총독의 사례까지 받았다.
16. 흰철쭉
17. 금어초
18. 아르메리아(너도부추)
봄비 내리네
물가의 작은 조개
적실만큼만
(春雨や小磯の小貝ぬるるほど)
―― 부손(蕪村)
19. 장미
20. 장미
21. 매발톱
뒤돌아보면
길에서 만난 사람
짙은 봄 안개
(かへり見れば行きあひしの霞みけり)
―― 시키(子規)
22. 매발톱
23. 아네모네
24. 아네모네
25. 아네모네
첫댓글 우리 산작약이 더 단아한듯 엊그젠 용문산에서 반갑게도 4개체나 만나 보았습니다...멋진 멋진 북녀()도 잘 봤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