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전에
이곳 시니어홈(노인요양원)이나 커뮤니티 센터(복지관)에서 공연을 하는 직업을 가진
음악인 'Peter피터'를 따라가본 적이 있습니다.
대개 한 시간짜리 공연이라는데 궁금했거든요.
어떤 분위기일까?
어떻게 진행되는 걸까?
저도 그런 일에 관심이 있었지요.
어느 한 날 처음으로 한 복지관에 들어섰더니
열댓명의 나이 든 분들이 둥글게 앉아있었습니다.
휠체어에 앉은 분들도 있고.
'피터'가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하자
어떤 사람은 몸을 흔들거리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입술을 달싹이며 작은 소리로 같이 부르기도 합니다.
그 자리에 참석한 그곳 직원과 자원봉사자가 사람들을 살펴보다가
춤을 추고 싶어하는 분들을 발견하면 손을 잡고 도와주면서 춤도 추구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무표정한 것에 놀랬었네요.
이제 정신도 없고
약기운에 취하기도 하고
그냥 멍~하니 앉아있다.
마음이 안쓰럽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피터가 에델바이스를 부르기 시작하네요.
Edelweiss Edelweiss Every morning you greet me
제가 일어서서 다음 소절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Small and white, clean and bright, you look happy to me to me
이 소절을 부르는 도중 피터가 몸짓으로 부릅니다. 앞으로 나오라고.
노래 부르며 걸어 나가 앞에 서서 피터와 함께 다음을 이어갔습니다.
Blossom of snow, may you bloom and grow
Bloom and grow forever
Edelweiss, Edelweiss
Bless my homeland forever
무표정했던 사람들 중에서 깨어나 미소 짓는 얼굴들이 있음을 발견합니다.
다시 반복해 부를 때는
듀엣을 했습니다.
Edel(Edelweiss) Edel(Edelweiss) Every morning you greet me
Small(Small and white), clean(clean and bright), you look happy to me to me
앞부분에서는 가사를 주고받는 듀엣을 하고
Blossom of snow, may you bloom and grow
Bloom and grow forever
Edelweiss Edelweiss!!!----이 두 번째 Edelweiss 끝을 많이 올렸습니다. 크고 길게.
동그래진 눈을 하고 웃으며 보던 사람들의 입이 벌어집니다.
Bless my homeland
이번에는 아주 가느다란 소리로 끝을 더 올려 길~게 끕니다.
forever!!!-----
노인들과 직원들이 박수를 쳐댑니다.
한껏 크게 웃으며 말이지요.
꽤 여러 사람들이 살아났습니다.
그 날 그 이후로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서 공연이 이어졌고.
그 후로는 종종 '피터'와 공연을 함께 했습니다.
40분쯤은 그가 혼자 하고 20분쯤 듀엣을 하거나 제가 혼자 노래부르는 시간으로.
제가 처음 가는 공연장소에서
제 등장을 알리는 노래가 바로 이 '에델바이스'였습니다.
똑같은 식으로 노래를 하고나면
거의 똑같은 현상이 일어납니다.
여러 사람들의 눈에 생기가 돌아오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항상 보다.
특히 직원들이 엄~청 좋아하구요.
공연이 끝나면 사람들이 다가와 제게 인사를 하고
다음에 또 오라고 부탁을 하곤 했네요.
이 노래 '에델바이스'...마법을 가진 노래, 기적을 만드는 노래이구나...
이 서구에서는 이 노래가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활짝 열게 만든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왜 그럴까???
영화 때문이지요.
영화 이전에도 이 노래가 있었지만
영화 때문에 이런 마법을 얻은 것.
가족이 등장하고
아름다운 노래들이 등장하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왜 비판을 받을 요소가 영화에 없을까요?
여러면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긴 있지요.
하지만 그래도
사랑이 있고
노래가 있는 영화.
게다가 우정과 애국심까지?
해피 엔딩이고 말입니다.
보면서 행복했던 영화.
그들이 이 노래를 '영화 속 장면'처럼 들을 때,
수많은 것이 그들 속에서 올라오는가봅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수많은 것들이
사람을 단 번에 바꿔내는 무엇들이.
제게는 기적처럼 느껴지는 노래였습니다. 이 에델바이스가.
제게 자신감을 부여한 노래이구요.
아무리 침체된 분위기의 자리라도
저같은 동양인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 자리라도
처음에는 저를 안중에 두지않는 사람들이 가득한 자리라도
일단 이 노래만 부르면?
그냥 끝장이 납니다.ㅎㅎ
복도에 지나가던 사람들을 멈추게 하고
사무실 안에 앉아있던 직원들도 밖으로 나와 지켜보게 만드는 노래이니.
그렇게 그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력이 강하네요.
그래서 이 노래가 그렇고.
사실 제가 젊었을 때
짧은 커트 머리를 했던 그 시절
이 영화 속의 노래들을 부르면
특히 주제곡인 'The Hills are alive를 부르면
저더러 한국의 '쥴리 앤드류스'라고 했었구만요.ㅎㅎ
30대 후반이 되도록 싱글이어서
누가 '왜 결혼 안하느냐?'고 물으면 웃으며
'아이 일곱 있는 대령이 없어서'라고 대꾸를 했었구요.
제 18번 노래들이 그랬습니다. 모두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노래들.
The Hills are alive
Something Good
Climb Every Mountain
Do Re Mi
그 중에서도 'The Hills are alive'를 불러 서양 사람들을 많이 울렸습니다.
복받치는 감정을 어쩌지 못해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생겼거든요.
그 때는 이 '에델바이스'를 잘 안불렀네요.
너무 단순한 노래여서 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이곳에서 나이가 많은 노인들을 위해 노래를 하다보니
다른 어떤 노래보다도 이 노래가 가장 마법 강한 노래임을 발견합니다.
Somewhere over the rainbow도 나이 든 사람들이 많이 사랑하는 노래이지만
그래도 '에델바이스'를 쫒아가지 못하니.
그리고 이 경험을 통해서
뒤늦게라도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을 들여
성악레슨을 받았던 것이 기뻤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음색을 밖으로 꺼냈거든요.
예전에는 있는 줄 몰랐던 맑고 고운 음색을.
높은 음도 말입니다.
특히 가늘게 내는 높은 음.
언제까지 지금 가진 것을 유지할 것인지는 모르지요.
언젠가는 잃을 것.
하지만 그 날이 오기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지요?
할 수 있는 때까지 해볼 것.
그런데...
이제
그런 기회를 잃었네요.
이 바이러스 사태 때문에.
모든 공연이 그냥 중단되어 버렸습니다.
아마 가장 늦게 여는 곳이 시니어홈일 것이라 생각되네요.
나이 들수록 위험이 높으니 시니어홈에서 다시 그런 공연을 해볼 수나 있을까?
한숨을 쉽니다.
이런 사태도
무의미한 것은 아닐 텐데...
그래도 참...
엊그제 세상을 떠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속의 배우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새삼
이렇게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특히
이 노래 '에델바이스'의 마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