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있어 세상에 꽃이 핀다
문보근
이 세상엔
젖게 하는 것이
하늘에서 내리는 비만이 아니었다.
지금이라도
그대의 눈 속을 들여다보면
거기에 고여있는 눈물이
나를 젖게 한다.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질문과 답이 있듯
눈물 속엔 사랑의 안간힘이 있고
측은지심의 몸부림이 있어
쓰러진 삶들이
매일 꽃으로 피어 난다.
누군가는 세상에
정이 가뭄처럼
메말랐다고 말한다지만
또 어떤 이는 사람의 마음이
얼음 조각처럼
차가워졌다고 말한다지만
자, 세상를 보라.
겨우살이를 위하여
까치밥을 남겨둔 이는 누구이며
자선냄비 사랑의 온도를
올리고 있는 이는 누구인가?
쾌적한 아침을 위하여
해보다 더 먼저 일어나
새벽을 빗질하는
사람은 누구이며
아름다운 거리를 위하여
길목마다 철철이
꽃 모종하는 이는 누구인가?
그대가 있어 세상이 아름답다.
헌 박스를 싣고
언덕을 힘겹게 오르는 수레를 뒤에서
슬며시 밀어주는 사람이 있어
세상은 아름답다.
심한 경제 침체로
실직자가 늘어나는 요즘
불안해하는 종업원들을 향해
걱정하지 말라고 다독이며
어려움을 홀로 감수하는 사장이 있어
세상은 아름답다.
택배 아저씨에게
따끈한 커피 한 잔 내미는 새댁,
과일가게에서
멍든 과일만 골라 담는 어진 사모님,
숲속 북카페에
흐트러진 책을
가지런히 하는 아이가 있어
세상은 아름답다.
어둠을 밝히는 것이 등불만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부르면
마음이 환해지는 사람이 있다.
우체부가 그렇고 소방관이 그렇고
등대지기가 그렇다.
사람은 맑은 강 하나씩 가지고 산다
사랑을 흘려보내는 강
눈물을 흘려보내는 강
그리움을 흘려보내는 강
정을 흘려보내는 강,
사람의 몸엔 악기가 있다.
사랑해요.
고마워요.
최고예요.
감사해요.
그리고 덕분입니다. 라고
예쁜 소리 내는 악기 같은 입이 있다.
한 송이 꽃도 예쁘지만
여러 송이로 된 꽃다발이
더 아름다운 것처럼
그대와 나 사이에 하모니가 있어
세상이 아름답다.
세상이 삭막하다고 느껴질 때
동공을 크게 열어
사람의 몸짓을 보자.
그곳에 숨어 있는
감동과 감격이 될 만한
몸짓을 찾아 내 보자.
그리고 사르르 눈감고
감동의 눈물에 젖어 보자.
오늘도 꽃이 피고
오늘도 달이 뜨는 까닭은
그대 맘속에서
세상을 향한 꽃이 매냥 피어나고
사랑의 등불이
매 순간 켜지고 있다.
그 꽃이
세상에 낮을 아름답게 하고
그 등불이 이웃의 밤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이 세상엔
젖게하는 것이
하늘에서 내리는 비만이 아니었다.
지금이라도
그대 눈 속을 들여다보면
거기에 고여 있는 눈물이 나를 젖게 한다.
그대가 있어 세상엔 꽃이 핀다.
카페 게시글
세상사는 이야기
그대가 있어 세상에 꽃이 핀다
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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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2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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