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평소에 '목사님'중에는 드물게 존경을 하는 분의 부음을 듣고 마음이 많이 가라앉았다. 참으로 멋진분이었고 한 편은 대쪽같은 신앙을 관철하면서 나름의 길을 가시고 계셨다.
육군사관학교, 정보사 등의 영내 교회에서 계급장을 달고 군생활을 하셨다. 상대에 따라 그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위트와 유머를 잘 구사하셨고 간간 개인적으로 만나 식사도 나누고 깊고 무거운 주제는 아니었지만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눈 추억들이 새롭다. 그러나 코로나를 핑게로 별로 멀지 않은 곳에 사시는 데도 불구하고 수년간을 찾아뵙지 못했던 것은 참 아쉽다. 가시기 전에 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만 자꾸 되새기는 하루...
예편 후 요즘 시끄러운 양평 동네에서 소위 개척이라는 것을 하시고 많이 어렵게 사셨다. 전력이 좋으시고 인품 또한 훌륭하셔서 괜찮은 예배당들에서 좋은 조건의 여러자리 초빙도 있었으나 굳이 그 시골에 고집스럽게 자리잡으신 이유는 평소 생각했던 목회라는 것을 실천하시려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교회 개척 10여년 가까이 연금의 대부분을 예배당 월세로 탕진(?) 하시면서 전투적 목회를 하시는 것을 보면서 애정어린 훈수 멘트도 좀 해드렸는데 워낙 대쪽같은 생각으로 관철하시는 분이라서 그 고생은 함부로 흔들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리라. 사모님이 생활고 때문에 늦게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시고 부지런히 생활 보조를 하여야 할 만큼 힘들게 사셨다.
목회라는 것은 무엇일까. P 목사님의 경우는 세상 셈법으로는 참으로 손해보는 생을 사셨다. 사례비라는 것이 아예 없셨던것으로 기억되는데 한달에 거의 400만원에 가까운 예배당 월세를 지불하셨기 때문에 고통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여유로웠고 대화중에도 항상 그의 눈빛은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친했더라면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면서 그분의 목회를 말렸을 것이다. 두 부부가 생활하기에 그렇게 쪼달리지 않을 정도의 연금으로 정말 편한 여생을 즐기실 수도 있으셨고 좀 다른 방향으로 사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안면마비 소식을 듣고 찾아갔을 때 그 원인이 결코 목회 스트레스와 무관하지 않음은 쉬이 짐작되었다. 결국은 그의 성공적 목회관이 어떤 것이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는 그 올곧은 전투를 끝내고 하나님의 품에 안식을 하게 되었다.
그가 살아있다면 바보스러운 목회를 뜯어 말리고 싶다.
꼼수에 능수능란한 내 눈에는 바보스럽게 보일지라도 하나님께서는 지금 그 단순무식한 P 목사를 빛나는 보석처럼 품에 안고 계실 것이다.
*읽으신 후 댓글을 올려주세요. 여러분의 댓글은 좋은 글을 쓰는데 큰 힘이 됩니다.
첫댓글 '전력이 좋으시고 인품 또한 훌륭하셔서 괜찮은 예배당들에서 좋은 조건의 여러자리 초빙도 있었으나 굳이 그 시골에 고집스럽게 자리잡으신 이유는 평소 생각했던 목회라는 것을 실천하시려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교회 개척 10여년 가까이 연금의 대부분을 예배당 월세로 탕진(?) 하시면서 전투적 목회를 하시는 것을 보면서'
목표하신 목회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많은 목사들이 생각하는 크고 번듯한 교회만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오랜 세월 추구하시기까지 뭔가 보고 경험하셨기 때문이 아닐까 주제 넘게 짐작해봅니다.
그건 아마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었을까 하면서요.
하나님 품에서 평화와 영생 누리시길 기도합니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과정 자체에 몰입하는 모범을 보이신듯
정말 참목자 시군요
예수님품에 안겨서 안식을 누리시는 모습을 떠올려봅니다....
그런분들이 이름 없이 빛없이 믿음의 세계를 지켜가고 있는것이겠죠
어딘가에 그런 목회자 또 있겠지요..?
그렇지않다면 우리의 투쟁은 너무 고독하겠죠
혼자 남겨진 천진난만한 사모가 벌써부터 걱정이네요
세상적으로 보면 꼭 바보같은 믿음을 가진자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그런분들을 감당하지 못하죠.하나님의 기준으로 살기 때문이죠. 귀한글 감동받습니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고집스러움 그 자체가 남긴 여운
개척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주변에서 종종 봅니다.
월세가 너무 비싸네요.
힘들게 사셨을 올곳은 성품의 그분을 생각하니 저도 마음이
아픕니다.
이 세상에 더 이상 그분이 부재하다는 것에 대해 허탈함과 엄연함이 있네요.
교회 개척 외에 다른 길은 없었을까에 대한 숙제를 남겨주고 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