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본능
마르크 베네케 지음 | 김희상 옮김
알마
2016년 07월 27일 출간
과학수사는 만능인가? 증인들의 증언은 믿을 만한가?
누구도, 아무것도 믿지 마라.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
알마 시그눔
알마 시그눔은 범죄라는 렌즈로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 존재를 바라봅니다.
어둠 속 한 줄기 빛처럼, 사선 위에서만 포착할 수 있는 진실의 흔적을 찾아나섭니다.
시그눔 도서의 표지를 가로지르는 선과 절단된 책의 한 모서리는 경계의 불안함을 시각화하고 있습니다.
《살인본능》
“현실은 그 어떤 판타지 소설보다도 스릴이 넘친다.”
세계적인 과학수사 전문가가 공개하는 사건 수사 파일
사건 수사란 반전의 연속이고, 여러 가지 정황이나 물증은 항상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다. 거짓말하는 증인, 조작될 수 있는 물증, 그것들을 제대로 판별할 자격을 갖추지 못한 전문가…. 이 책의 저자는 과학자의 이성과 수사관의 본능적 직관 그리고 우연의 힘으로, 경악할 만한 사건의 전모를 밝혀낸다.
이 책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또는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매우 엽기적이고 잔혹한 사건들이 소개된다. 베네케는 현장에서 활동하는 공인된 자격을 갖춘 범죄 과학수사 전문가로서, 과학자의 눈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소개한다. 그는 결코 사건이나 범인에 대한 도덕적인 판단을 앞세우지 않는다. 독자가 정확하게 사건이나 그 정황을 바라볼 수 있도록 담담히 정보를 제공할 뿐이다.
그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범죄 사건을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은, 결국 명확하게 딱 떨어지지 않고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우리네 살아가는 이야기다. 그가 소개하는 사건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잔혹해서 인간이 가진 악한 본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되거나, 선과 악의 구분이 뚜렷하지도 않고 반전의 연속이며, 첨단 과학수사를 동원해도 진범이 누구인지를 가려내는 것이 쉽지 않은, 또는 우리의 가진 선입견으로 인해 진실을 가려내기가 힘든 것들이다.
베네케는 이 책에서 범죄 사건과 사건 수사 내용 그리고 수사 과정에서 인간이기에 생겨날 수 있는 모든 “인간적인 측면”들을 함께 다루겠다고 말한다. 여기서 “인간적인 측면”이란 사건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측면이란 뜻이 강하다.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 거짓말하는 인간, 오판할 수밖에 없는 인간, 진실보다는 자신에게 유리한 것들 택하게 되는 약한 인간, 인간 안에 존재하는 어둡고 사악한 본성에 대한 이야기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각종 범죄 사건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종종 우리 모두를 경악하게 만드는 사건을 접하면 무엇이 인간을 저렇게 사악하게 몰아갔는지, 그(녀)는 왜 저런 일을 저질렀는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해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게 된다. 인간의 본성 어디에 그런 악마성이 숨어 있는 것일까? 인간의 내면에는 선과 악이 공존한다. 이는 어떤 사랑에 대한 부정적인 판단을 내릴 때 중요한 문제가 된다. 특히 우리 마음의 어두운 측면은 아주 깊숙이 숨겨져 있다. 그래서 부모나 부부일지라도 자식이나 배우자의 내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전혀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에게는 이른바 범죄형이라는 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엽기적인 살인을 저지른 범인은 그저 우리와 같은 모습일 뿐이다. 그들은 괴물이 아니라 인간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유명한 ‘제프리 다머’ 역시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는 얌전하고 순한 인상의 청년이었지만 17명의 소년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시체를 유린하는 엽기적인 범행을 저질렀다. 그의 악마성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미국 미식축구 스타 ‘O. J. 심슨’은 그의 전처와 전처의 애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았지만 형사재판에서는 무죄판결을 받았다(물론 민사소송에서는 그 반대의 결과로 인해 엄청난 벌금형을 받았다). 물론 이런 일은 배심원 제도가 있는 미국이었기에 가능했다. 그 재판의 배심원들은 의심할 수 없이 명확한 물증보다는 선입견에 더 많은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과학수사로 밝혀낸 과학적 물증보다는 인간적인 측면, 즉 인종 차별 문제에 경도되어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공적인 임무를 맡았음에도 배심원들은 선입견에 사로잡혀 물증을 철저히 무시하고 심슨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들은 범인을 가려내기보다는 사사로운 감정이나 정에 끌렸던 것이다. 심슨은 스스로는 자신이 저지른 일을 너무나 잘 알고 있겠지만 돈이라는 수단과 스타라는 이미지를 이용해 온갖 거짓말로 죗값을 치르지 않고 있다. 모든 정황과 물증이 범인이라고 가리키고 있는 자를 버젓이 세상 속에서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구멍 뚫린 사법 제도 역시 베네케가 말하는 “인간적인 측면”이다.
증인들은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인간의 인식 능력이나 기억력에는 한계가 많다. 때로는 모두 똑같은 것을 보았다고 입을 모아 주장하는 증인들이 틀릴 수도 있다. 또는 거짓 증언을 해대는 증인들 때문에 수사가 엉망진창이 되는 예도 있다. 실종된 ‘마누엘라 슈나이더’를 보았다고 주장한 수십 명의 증인들, 결국 납치되어 감금당해 있던 마누엘라를 발견했을 때, 그 증언들은 모두 거짓이었음이 밝혀졌다. 결국 증인들은 거짓 증언 덕분에 수사는 방향을 잡지 못하고 더디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사건이 해결되기 전에는 증인들의 증언의 진위 여부는 알기 힘들다. 이렇게 거짓말을 하는 증인들은 나중에 사건이 해결된 후에도 자신들은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 진짜로 실종자를 보았다고 했다니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책 속에는 이런 함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건들과 살인자 추적기가 다양하게 소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