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못 속인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시대에 따라
들쑥날쑥 하나 보다
청년 시대는
나이를 끌고 가도 끌려오지 않더니
장년 때는
기준 나이를 지그재그로 근접시켜가고 있다
노년에는
회전이 너무 빨라
뛰고 뛰며
제겨 디디고 봐도 앞질러가니
따라잡기 어렵구나
나이야
너만 먼저 가거라
나- 조금 머물다 가리라
혈압에 몸닳아
다리도 떨리고 귀도 멍하니
따라갈 수 없구나
이왕
저만큼 앞서가면
나를 잊어다오
이것이 솔직한 바람이다
내 정신 맑아 새로운 길 들어가면
과거는 추억되고
미래는 멀어 보이니
지금 이 순간
너와 거리 두고
봄날을 다듬으며
아주 천천히 따라가리라
좋으나 싫으나
오늘이 더 행복하니
그 선물 보따리 들고
품위 있게 너를 따라가리라
청춘의 나이처럼
끌고 가기를 희망하면서
혹시 너를 잊고 찾지 못해도
노을빛 숙성되어
폼 나게 빛나면
그때 만나자구나
훗날
제집 찾아 돌아온 얼굴..
옛 애완견이
살갑게 꼬리 치며
다가올 줄 알았는데
낯선 낡은 얼굴 보고
마구 짖어댄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의 시대
개 팔자 상팔자인 견공이
먼저 알아보고 있다
나이는 못 속이나 보다
시인 / 현법 / 유 재 흥
카페 게시글
우리들의 이야기
나이는 못 속인다
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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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1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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