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2일) 오후 6시가 조금 넘어서 스리랑카 대통령이 새 총리로 '라닐 위끄러머씽허'를 임명했다.
라닐은 현재 국회의원이고, UNP의 당수이다. 하지만 UNP 국회의원은 본인 1명이다.
라닐은 1993년 처음 총리가 되고 나서, 이번까지 하면 총 6번 총리를 하며 새롭게 스리랑카 역사를 썼다.
한번은 대통령 후보로 나왔고, 2번은 대표 야당 UNP를 대신해서 야권 대선 후보를 세웠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하지만, 결국에 '마이뜨리 씨리쎄너' 대통령을 내세워 지난 정권을 창출했고, 여기에 제일 큰 공을 세운 사람이 또한 라닐이었다. 그는 현 대통령인 고타버여와 지난 대선에서 선거를 치르고 싶어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유는 지난 정권에서 사실상 권력을 쥐고 휘둘렀던 사람이 라닐(물론 총리도 했다)이었는데, 마힌더 정권의 부패를 청산하지 못했고, 자신의 측근의 거대한 비리로 도덕적으로도 타격을 엄청 입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 야당 대표인 '싸짓'을 앞세워 현 대통령과 대리 대선을 치뤘지만, 라닐의 권력도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이라고 생각한 국민은 현 고타버여 대통령을 선택했다.
사실, 라닐은 국제적으로 지명도가 있는 사람이다.
나도 개인적으로 현재의 스리랑카의 경제적인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 국제 사회 특히 서방세계와 소통을 잘 할 수 있고, 서방세계의 신임을 얻고 있는 사람이 라닐이라고 생각한다. 이 상황을 국제적으로 잘 풀수 있는 가장 능한 사람이 라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내 사정은 완전히 다르다. 라닐은 이미 국민들에게서 많은 신임을 잃었다.
이번에 시위대가 라닐의 집에도 찾아가 항의하는 일이 크게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 정권에서 마힌더의 부패를 청산하지 못하고, 자신도 부패에 휘말렸고, 지난 번 대선에서 자신의 당인 UNP 후보 대신에 현 야당 대표인 '싸짓'을 밀었기 때문이다. 또한 총선에서도 1석도 얻지 못하고, 본인만 전국구로 의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야당의 구도에서도 싸짓이 이끄는 '싸머기 자너 발러웨거여(SJB)' 소속 의원은 54명이며, 이 정당이 다수야당이며, 다른 야당들의 지지 또한 받고 있다. 그래서 전 마힌더 총리 불신임안도 이 당에서 제출했다. 따라서 현 정부를 이어서 이 위기를 타계해 나갈 수 있는 실제적인 힘과 지지를 받는 사람은 라닐이 아니라 '싸짓'이다.
어제 밤 야당의 리더인 '싸짓'은 다른 야당들과 의견 조율한 4가지 조건을 대통령에게 요구하면서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 와중에 어제 라닐이 대통령과 독대를 했다. 그리고, 오늘 싸짓의 제안은 거절되고 라닐이 총리로 임명되었다. 싸짓은 대통령 퇴진을 기본 조건으로 건 반면 라닐은 우선이 '경제 위기 극복' 이라고 말하면서 대통령의 퇴진을 우선시 여기지 않았다. 그래서 대통령이 자기의 자리를 지키면서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라닐을 선택한 것이다. 자신과 친형 마힌더 그리고 라저빡셔 집안을 몰살에서 구해내기 위해서 고타버여 대통령이 둔 신의 한수 라고 본다. 하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고타고홈(#Gotagohome)'을 외치며 이 밤에도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문제는 라닐의 야당의 협조를 얻으면서 내각을 새로 구성하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본인은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내가 보는 바로는 라닐에게는 그럴 능력이 없다. 물론 새로운 야당 총리에 대한 기대로 국민들이 '라닐의 꼼수'를 용납하고, 경제 위기를 위해서 지지를 조금 해준다면 라닐은 정치적인 재기를 하는 것이다. 스리랑카 정치에서 변방에 있던 라닐이 갑자기 다시 중심으로 부상해 버린 것이다. 이 상황은 역시 총리를 5번이나 하고, 거대 여당과 최대 야당을 두루 두루 인도한 '정치 9단'의 묘수라고 봐도 무난한다.
하지만, 스리랑카의 이 정치적인 위기가 과연 라닐이 총리가 됨으로 해결될 것인가! 아니라고 본다.
그러면, 경제적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국제 사회와 소통을 하며 IMF의 구제 금융을 이끌어 낼 것인가! 먼저 정치적인 안정이 일어나야 국제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기에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이다.
자신과 라저빡셔 일가족을 구하려는 대통령의 간절함과 정치적 재기를 노리는 73세이 정치 9단의 라닐의 묘수가 오늘의 야당 총리 임명이라는 새 역사적인 이슈를 만들었다.
대통령은 많은 대통령 권한은 국회와 총리로 옮기는 헌법 수정에도 동의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 대통령은 뒷방 노인으로 전락할 상황이지만, 그래도 라닐과의 '내부 거래'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소용돌이 치는 밤이다.
내가 사랑하는 스리랑카가 정치적으로 안정되어서, 고통받는 국민들이 기본적인 생활을 당당하게 누리고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탈출하며, 부패한 정치인들과 그 추종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아, 100만불 짜리 미소를 짓는 스리랑카 사람들의 웃음이 다시 회복되기를 내 사랑하는 주님께 기도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