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여행 계획 중에
내가 꼭 항목에 넣어달라고
부탁한 것은
오름 오르기였다.
어떤 오름도 좋으니
한 곳을 골라 꼭 올라보자고.
물망에 올랐던 많은 오름 중에
최종 선택지는 '다랑쉬오름'

사실 딸애는 382미터나 되는 다랑쉬오름이 아닌
그 앞에 있는 '아끈다랑쉬'를 검색해보곤 얕으막하니 오르기도 쉽다는 말에 얼른 선택한 것일 게다.
'아끈'이란 말은 제주말로 작다는 뜻이다
그러니 아끈다랑쉬는 작은 다랑쉬가 될터.
내비가 안내한대로 가까이 가다보니
두개의 오름이 눈앞에 나타나는데
설마 저 높은 오름은 아니겠지
아마도 저 앞의 낮은 오름일거야 했는데
왠걸 내비가 안내한 곳은 웅장하게 솟은 오름이다.
"꺅~~ 저기를 올라가는 거야?"
"아마도 오르기 쉬울거야"
겁내는 딸들 살살 달래가며 올라보니
제법 힘들다.
엥?? 382미터나 되잖아.

올라가면서 내려다보니
아주 귀여운 오름이 보인다.
이 오름이 바로 '아끈다랑쉬'다.
이 정도면 뛰어서도 오르겠는걸.
분화구도 뚜렷하고 작으마한 모습이 참 이쁘다.

제주의 밭은 농지정리가 되지 않아 정겹다
꼬불꼬불한 저 선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저 곳에 누군가는 감자를 심고, 누군가는 당근을 심어
자식들 먹여살리고 학교도 보냈을테지.
내려다보니 선의 예술이다.



나는 바람이 많은 지역의
이 꼬실꼬실한 나무들이 참 예쁘다
죽죽 뻗은 나무도 멋지지만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듯한
이 고불거리는 나무들이 참 예쁘다




여러 각도에서 찍어보는 다랑쉬오름의 분화구
마치 한라산 백록담을 보는 느낌이다.
참 잘생긴 분화구.
누군가 돌을 주워 하트모양을 만들어놓았다
저 분화구 꼭지점까지 단숨에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나의 모험심을 말리느라 두딸이 성화다.


오름에 올라
분화구의 원형 능선을 따라 걷는 기분이 참 좋다
바람도 없어 춥지도 않고
자꾸만 몇바퀴 돌아보고 싶은데.
빙 돌아 내려가려니
올라온게 너무 아깝다.
모두들 다랑쉬오름에 푹 빠졌다
분화구와 능선이 아름답다고,
내려다보는 제주의 풍광이 또 아름답다고
그러니까 몇바퀴 더 돌아보면 안될까?

이제 월정리해변으로 가보자
월정리 가까이에 가면
하얀 풍력발전기들이 많이 눈에 띈다.
거리, 공간에 대한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나는
풍력발전기들이 많이 서 있는 해변을 지날 때면 여기가 월정리바다인가? 하고 뜬금없이 생각해보기도 한다.
에메랄드빛 바다,
하얀 포말.
그래 이게 제주 바다지.


고마운 형님과
이렇게 마주 앉아 눈을 맞추는 것도
참 오랫만이다.
가족행사로 수시로 만나지만
둘이서 오롯이 눈을 맞추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사실은 이렇게 허름한 벽 하나가
멋진 사진프래임을 만들어준다.
3년전에 갔을 때는 분명 카페이름이
'고래가 될 바다' 였는데
아무리 찾아도 고래가 될 바다가 없다.
위치가 이쯤이었는데 하면서 가 보니
왠걸 전혀 다른 이름이다.
이름이 미국의 유명 만화영화에 등장하는 새 이름이라고한다. <우드스탁>




젠틀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고 큰딸이 설명한다.
처음 '고래가 될 카페'의 네임브랜드가 컸을 텐데, 그래도 주인이 바뀌었으니
이름은 기본적으로 바꾸어야겠지.
하지만 인기를 끌었던 가벽과 1층은 그대로 두고 2층을 올려 바다쪽으로 창을 내었다.
그래 제주의 카페는 바다가 안보이면 참 심심하지.
우리도 참 그래.
월정리해변에 카페가 그리도 많은데 굳이 한번 갔던 곳을 또 찾아가는 건 뭘까?
특별히 세련되지도, 특별히 커피가 맛난 것도 아니었는데......
그 때 그자리에서 또 그 모습으로 사진을 찍고....
자아~~~ 이젠 저녁을 먹으러 가자구요.
절물 휴양림도 걸었지,
다랑쉬 오름도 올랐지,
성산일출봉도 걸었지
참 많이 걸었으니
오늘 저녁은 푸짐한 회를 먹으러
<이어도>로 가자
승용차로 갈 수 있는 음식점 이어도
배 타고 가는 이어도 아니고.

참돔
수족관에서 연분홍빛을 뽐내는 그 물고기
우리 테이블에 한 접시 올려놓자마자
"얼른 머리좀 치워주세요"
눈 말똥말똥 뜨고 있는 참돔의 몸을 파 먹는 일은
증말 못하겠더라.
머리를 치우자마자 잘도 집어 먹는다.
특히 내 앞의 회조각은 사라지는 속도가 엄청 빠르다

이 횟집의 특징은
생선초밥을 집접 만들어 먹을 수 있게
초밥용 밥을 가져다준다
그야말로 즉석 초밥 요리
김에 밥을 얹고 와사비 살짝 넣고 간장 묻히고
회 한점 얹어 먹는 맛이란.
독특하고 맛나다

지난 2월에도 갔었는데
서빙하는 아주머니가 어찌나 활짝활짝 웃으며
이것저것 잘 챙겨주시는지
우린 주인 아주머니인줄 알았다
손님 대하는 태도가 아주 굿매너인 이 아주머니
주인 입장에선 보물같은 사람일게다
특별히 드린다며 홍해삼
붉은 빛을 띄고 있는 해삼인데
영양이 풍부하다고 한다.

너무 많이 이것저것 가져다주셔서
사실은 다 못먹었다.
지리로 끓여준 탕도 정말 맛있는데 거의 남겼다.
그야말로 배가 불러서
오늘 제주의 마지막 밤이 깊어간다.
우리의 잠자리 호텔난타로 들어가 쉬자꾸나
아침은 유명한 고사리해장국을 먹기로 했다며 팀장인 큰 딸이 이야기해준다.
그러면서 즈이 큰아빠 방에 가서는
평소 5시에 일어나시는 습관이 몸에 배인 분한테
9시에 아침 먹으러 나가자고 애교 떨었나보다.
호텔 들어오기 전에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살 때부터 알아봤지.
"큰아빠 이걸로 요기하고 계셔요"
"아침에 좀 푹 자고 여유있게 해장국 먹으러 가요"
이랬겠지, 눈웃음 살살 날리며...
큰아빠는
"오~~~ 그래그래"
무조건 오케이를 하셨을테고.
그래 덕분에 여유있는 하루를 시작하자
수학여행도 아니고, 시간에 쫒길 일도 없으니 ...
-글을 쓰는동안 짠딸이 3년전 '고래가 될 카페'의 사진 몇장 찾아냈다-




멋진 간판 하나 없이 이렇게 허름한 집이었다.
살던 집 살짝 개조해서 만든 듯한 느낌의 빈티지 카페
그래서 더 정겹고 기발한 가벽 하나가 주는 신선함을
무척이나 좋아했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