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구도(構圖)
신석정
나와
하늘과
하늘 아래 푸른 산뿐이로다
꽃 한 송이 피어 낼 지구도 없고
새 한 마리 울어 줄 지구도 없고
노루 새끼 한 마리 뛰어다닐 지구도 없다.
나와
밤과
무수한 별뿐이로다.
밀리고 흐르는 게 밤뿐이오.
흘러도 흘러도 검은 밤뿐이로다
내 마음 둘 곳은 어느 밤 별이드뇨.
(『조광』, 1939.10)
[작품해설]
이 기사 발표된 1939년, ‘꽃 한 송이’ · ‘노루 새끼 한 마리’ 살 수 없었던 우리나라는 오직 ‘나와 / 밤과 / 무수한 별뿐’ 인 ‘검은 밤’의 일제 치하였다. 「그 먼나라를 알으십니까」와 같은 그의 초기 시에서 노래 부르던 ‘어머니’마저도 상실한 절망적인 어둠 속에서, 그는 어둠이 깊을수록 더욱 선명하게 빛을 발하는 ‘별’을 자신의 이상 세계로 삼고 식민지라는 고통을 견디며 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현실 인식은 동시대 작품인 「지도」에서는 ‘오늘 펴 보이는 지도에는 / 조선과 인도가 왜이리 많으냐?’며 제국주의 강대국에 의해 자유를 잃은 약소민족의 설움으로 나타나 있다. 이것이 바로 「슬픈 구도」로 점철된 당시의 지구 현실이었던 것이다. 전 4연으로 구성된 이 시는 반복·열거의 수사적 기법이 단순성을 보완해 주고 있다. 1연과 3연의 반복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나’의 고독과 절망뿐이다. 왜냐하면 ‘나’와 공존하고 있는 것은 ‘하늘’ · ‘밤’ · ‘별’뿐으로, 이것은 바로 그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2연은 앞에서 보여 준 바 있는 ‘불모성’을 ‘지구도 없고’라는 시어의 반복으로 강조하고 있으며, 4연은 ‘밤’과 ‘검은’의 하강ㅈ거 이미지의 시어를 통해 시인의 고독과 절망을 형상화하고 있다. 따라서 이 시의 다눈한 구성은 이러한 고독과 절망이라는 주제를 더욱 견고하게 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작가소개]
신석정[ 辛夕汀 ]
<요약> 반속적(反俗的)이며 자연성을 고조한 동양적 낭만주의에 입각한 시를 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본명 : 신석정(辛錫正)
출생 – 사망 : 1907. 7. 7. ~ 1974. 7. 6.
출생지 : 국내 전라북도 부안
호 : 석정(夕汀), 석지영(石志永), 호성(胡星), 소적(蘇笛), 서촌(曙村)
데뷔 : 1931. 시문학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제3호에 시 「선물」을 발표함으로써 등단
1907년 7월 7일 전북 부안 태생. 보통학교 졸업 후 중앙불교전문강원에서 불전을 연구하기도 하였다. 한국문학상, 문화포상, 한국예술문학상을 수상하였다. 1974년 7월 6일 사망하였다. 1931년 김영랑‧박용철‧정지용‧이하윤 등과 함께 『시문학』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제3호에 시 「선물」을 발표함으로써 등단하였다.
1939년 첫번째 시집인 『촛불』에서는 하늘, 어머니, 먼 나라로 표상되는 동경의 나라를 향한 희구를 어린이의 천진스러운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 시집을 통해 그는 전원시인, 목가시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시집에는 대표작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아직은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등이 수록되어 있다.
1947년 두번째 시집인 『슬픈 목가』에서는 어머니라는 상징어에 기댄 유아적, 퇴영적 자아의 모습은 줄어들고 성숙한 현실의 눈으로 돌아온다. 이상향에 대한 천진난만한 시인의 희구는 상실감으로 바뀌고, 내적 체험의 결여로 인한 공허감이 나타난다. 그후 『빙하』(1956), 『산의 서곡』(1967)에 이르면서 삶의 체험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역사 의식이 예각화되면서 주제 의식이 문학적 심미성에 선행하게 된다. 마지막 시집인 『대바람 소리』(1970)에서 다시 초기 서정시의 세계로 복귀하고 있다. 신석정은 노장의 철학과 도연명의 「귀거래사」, 「도화원기」의 영향을 받았고, 미국의 삼림시인인 소로우(H. D. Thoreau)를 좋아했으며, 한용운에게서 문학 수업을 받기도 했다.
따라서 반속적(反俗的)이며 자연성을 고조한 동양적 낭만주의에 입각한 시를 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기림은 그를 “현대문명의 잡답(雜踏)을 멀리 피한 곳에 한 개의 유토피아를 흠모하는 목가적 시인”이라 평가하였다. 신석정의 시는 암울한 시대상황 속에서 체험의 가능성이 폐쇄된 시인들에게서 나타나는 문학적 단면을 보여준다. 비참한 현실에 대한 강한 거부로써 초월적이고 본원적인 실재에 대한 강한 희구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희구는 전원적, 자연친화적 이상향에 대한 시적 열망으로 그려진다.
-학력사항 : 보통학교
중앙불교전문강원
-경력사항 : 시문학 동인으로 활동
-수상내역 : 한국문학상, 문화포상, 한국예술문학상
-작품목록 : 촛불,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슬픈 목가, 촛불[개정판] , 산의 서곡, 대바람 소리,
난초잎에 어룸이 내리면, 꽃덤불
[네이버 지식백과] 신석정 [辛夕汀] (한국현대문학대사전, 2004. 2. 25., 권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