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에 대한 두가지 관점과 환자입장에서의 재분류
진료를 하다보면 환자분들로부터 임상시험에 대한 문의를 많이 받는다. 또한 임상시험이 도움될만한 환자분들께 의사가 임상시험 참여를 권하곤 한다. 임상시험에 대해서 환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임상시험을 바라보는 환자분들의 관점은 크게는 두가지로 나뉜다.
1번관점: 임상시험 신약은 좋은 약이고 죽어가는 나를 살리는 만능약일 것이다.
2번관점: 임상시험은 위험한 것이고 검증되지 않은 신약을 나에게 쓰는 것은 안된다.
물론 칼로 두부 자르듯이 1번 관점과 2번 관점이 나뉘는 것은 아니고, 1번과 2번이 어느정도 뒤섞여 있다. 어떤 환자분은 70% 정도는 1번관점 30%정도는 2번 관점을 갖고 있기도 하다. 또한 시간이 지나고 암이 진행하면서 처음에는 2번 관점을 갖고 있다가 나중에 점점 1번쪽으로 바뀌기도 한다. (암이 진행하면서 1번관점이 2번관점으로 바뀌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1번 관점, 2번 관점 모두 좋지 않다. 극단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은 환자 본인에게좋지 못하다. 세상 모든 일에 극단은 좋지 않다. 현실은 편견없이 감정에 치우침 없이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바라봐야한다. 임상시험도 그렇다.
임상시험은 그저 임상시험일 뿐이다. 1번도 2번도 아니다. 죽어가는 나를 살리는 기적의 명약이 된다는 확실한 보장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거부감을 갖을 일도 아니다. 간혹 임상시험을 통해서 신약이 너무 잘 들어서 기적과 같은 일이 생기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상 이런 좋은 결말만 생기는 것은 절대 아니다. 간혹 9회말 투아웃에 역전 만루홈런이 나오지만, 확률적으로는 만루홈런보다는 삼진이나 범타가 더 많이 나온다. 감독으로서는 홈런을 친다는 전제 하에 작전을 세우기 보다 차라리 볼넷이라도 얻어서 한점이라도 차곡 차곡 따라가는 편이 현실적이다.
연구자들은 임상시험을 통해 데이터를 차곡 차곡 쌓아 나가면서 효능과 부작용을 알아나간다. 의학은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씩 발전해왔다. 내가 지금 받는 표준 치료도 한때는 신약이었고, 과거의 암환자들이 임상시험에 참여해서 데이터를 쌓아준 덕분에 오늘날의 내가 발전된 의학의 혜택을 받는 것이다. 그렇게 의학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임상시험은 필수적이고,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는다면 의학은 발전할 수가 없다.
임상시험은 1상, 2상, 3상, 4상으로 나뉜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포스팅 참조)
https://blog.naver.com/bhumsuk/100045575420
항암제 신약개발의 과정
신약개발의 과정 임상시험을 통해 신약이 개발되는 과정을 보면 아래와 같다.
하지만 이런 분류는 지극히 의사나 제약회사 입장에서의 분류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1상, 2상, 3상 이런 단어 자체가 낯설다 임상시험이 한번도 환자 입장에서 분류되어 본 적이 없어서 환자 입장에서는 임상시험을 권유 받으면 혼란스러기만하다. 그래서 환자 입장에서 임상시험을 재분류해보면 다음과 같다.
유형1: 더 이상 치료약이 없는 경우
이 분들에 대한 선택지는 두가지이다.
(1) 호스피스 완화의료
(2) 임상시험 참여
이런 상황에서 환자분들께 (1)번으로 하실래요 아니면 (2)번으로 하실래요 라고 물어보면 대부분은 (2)번을 원한다. 속된말로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신약이나 한번 받아보고 죽고 싶다는 마음이 커지게 된다. 이때에는 임상시험에 대한 견해가 1번견해로 많이 치우치게 된다. 죽음에 대한 공포, 삶에 대한 간절함이 임상시험을 보는 시각 자체를 1번 견해로 만들게 된다. 가능한 임상시험만 있다면 환자 입장에서는 안 할 이유가 없다.
이때 시행되는 임상시험은 주로 1상 임상시험, 즉 환자에게 처음 투여되는 신약이면서 부작용과 효과에 대한 데이터가 별로 없는 임상시험이 된다. 환자들은 절박하니 기적의 명약을 원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암환자에게 처음 쓰는 임상시험이 된다.
문제는 이때쯤 되면 기력이 없고 체력이 떨어져서 ECOG performance status 2,3,4가 되는데 이때의 1상 임상시험은 ECOG performance status 0,1 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ECOG PS는 아래글 참고)
https://blog.naver.com/bhumsuk/222806185115
ECOG performance status
세상에는 너무나 중요하지만, 너무나 중요해서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것이 있다. 가령 공기가 그러하다....
blog.naver.com
즉 표준치료는 없는 말기 암환자이지만 체력이 정말 좋아서 일상생활에 아무 문제가 없는 분들만 대상이 된다. 선정 제외기준이라는 참여 조건도 무척 까다롭다. 간기능 콩팥기능도 다 정상이어야 하고 조직검사도 할 수 있어야 하고 여러 피검사도 할 수 있어야만 참여가능하다. 말기 암환자들은 임상시험 참여를 원하지만 참여할 수 있는 임상시험이 별로 없다는 모순이 생긴다.
이렇게 되는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제약회사의 입장도 이해는 해야한다. 사람에게 처음 쓰는 약이고 어떤 부작용과 독성이 생길지 모르는데 누워만 지낼 정도로 체력이 안 좋은 환자에게 투여했다가 사망해 버리면 암이 나빠져서 사망한 것인지 약의 부작용으로 사망한 것인지 구분해낼 재간이 없다.
나쁜 결과가 생겼는데 인과성을 평가하기 어려우면 수백억을 들여 신약 개발한 것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ECOG performance status 2,3,4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1상 임상시험은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유형2 표준치료는 아니지만 해볼수 있는 항암옵션이 있는 경우
3상 임상시험을 통하여 완전히 표준치료로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해볼 수 있는 항암치료 옵션이 있는 경우이다. 이 분들에 대한 선택지는 두가지이다.
(1) 표준치료는 아니지만 A 항암제를 해볼수 있으니 A항암제를 해본다.
(2) 임상시험 참여
의사 입장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 항암제 무기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무기를 A항암제하나만 가지고 싸우는 것 보다, A와 신약 두가지를 가지고 싸우는 것이 환자 입장에서는 유리하다. 물론 신약이 부작용이 별로 없다는 전제 하에서이고, A항암제나 신약이나 둘다 효과가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임상시험으로 참여하여 신약을 쓰다가 효과가 있으면 신약으로 계속 가면 되고, 신약이 안들으면 A 항암제로 해볼 수 있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부작용만 괜찮다면 임상시험 참여가 적어도 손해 볼 것은 없다.
유형2의 임상시험은 대부분은 2상 임상시험이다. 1상이 끝나서 부작용에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되었고 이제는 약효를 평가하는 단계의 신약이다.
유형3 명백한 표준치료가 있는 경우
주로 1차 혹은 2차 항암을 하는 환자들이고, 암을 진단받은지 얼마 안되는 분들이다. 이런 환자에게는 명백한 표준치료가 있다. 이런 경우의 임상시험은 대부분은 3상 임상시험이다. 이미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데이터가 쌓여서 3상으로 진행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약이다보니 임상시험 참여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크지만, 환자분들은 임상시험에 참여를 잘 안하려 한다. 표준치료가 있는데 내가 왜 임상시험에 참여해야 하냐는 생각을 하게된다. 임상시험에 대한 2번 견해를 갖게 된다. (이런 환자분들도 암이 진행되고 나빠지면 점차 1번견해로 바뀌게 된다)
이때의 임상시험은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이 된다. 즉 동전던지기 같은 과정을 통해서 표준치료군(대조군)으로 배정되기도 하고 신약군(치료군)으로 배정되기도 한다. 대조군과 치료군을 몇백명씩 모아서 대조군과 치료군의 임상결과를 비교한다. 치료군이 우월한 것으로 나오면 그때에는 약이 시판되는데 이때 부터는 한달 약값이 보통 수백만원이 된다.
만일 아래의 두 치료를 비교하는 3상 임상시험이 있다고 해보자
대조군) 표준치료 A
치료군) 표준치료 A+ 면역항암제
면역항암제가 부작용이 적다면 이런 임상시험을 환자 입장에서는 안할 이유가 없다. 임상시험에 참여 안하면 그냥 대조군 표준치료 A가 되는 것이데, 임상시험에 참여해서 대조군이 되던 치료군이 되던 환자 입장에서는 전혀 손해볼 것이 었다. 게다가 임상시험에 참여하게 되면 표준치료 포함해서 모든 약값이 무상으로 제공되고, 연구간호사가 부작용을 한번 더 체크해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런 유형3의 경우 환자가 임상시험에 대해 2번 견해를 갖다보니 임상시험 참여를 거절하는 경우가 많았다. 임상시험으로 환자의 이득이 큰 경우에는 환자가 거절하는 경우가 많았고, 임상시험으로 환자의 이득이 크지 않은데 환자가 임상시험을 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외에도 임상시험 참여에 대한 단점도 있다. 외국에 암조직 보내고 승인 절차 밟고 행정적인 서류 보내다보면 바로 투약이 안되고 첫투약까지 기다리는 대기기간이 있다. 부작용 체크 때문에 자주 와야 하고 안전성 검사 때문에 피검사를 많이 하는 단점이 있다.
임상시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환자의 자발적인 참여이다. 환자는 임상시험 참여를 거절할 권리가 있다. 임상시험은 안하고 싶으면 안해도 된다. 누가 강제로 시켜셔는 절대 안된다.
다만 의사 입장에서는 적어도 환자에게 손해볼 것이 없을 때에 임상시험을 권한다. 그 결과가 좋기를 기대하지만 결과를 보장하진 못한다.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이 나올 위험성도 있다. 이런 특징을 잘 이해하고 임상시험 참여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자료출처:https://blog.naver.com/bhumsuk
NOTE:
임상시험은 암 치료 과정에서 기존의 치료 프로토콜로 시도하여도 항암제 내성이 생기거나 더 이상 시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주치의 선생님이 환자에게 권유하는 카드 이고 개인의 판단에 따라 거부 할수도 있고 수용 할 수도 있기에 가족과 의논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우선 임상시험이라는 용어 자체가 주는 뉘앙스 때문에 부정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의학적 측면에서는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 영역이고 더 이상 기존 항암제로 호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자에게는 새로운 희망이 될 수도 있기에 부정적 의미보다 긍정적으로 받아 들였으면 한다,
그리고, 어떠한 약을 개발 할 때는 기본적으로 실험실 테스트 과정을 거치고 그 다음에 동물 시험을 거치게 되며 최종 단계에서는 인체를 대상으로 시험을 하게 된다, 또한 그 과정에서 대조군과 비교하여 의학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어느 정도이고 재현성이 어느 정도인지까지 과정을 거치다보면 오랜 시간을 거쳐 새로운 약이 탄생을 하는 것 이다,
만약에 기존 표준 항암 치료 과정을 하면서 더 이상 호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주치의 선생님은 얼마든지 환자에게 임상시험을 권유 할 수 있고 그 선택은 환자의 몫 이다, 참고로 임상 시험을 시도하는 항암제들은 이미 오랜 기간 어느 정도 의학적 유효성이 검증되었기 때문에 임상시험에 참여를 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또한 어떤 환자는 드라마틱 하게 치료 효과가 탁월 할 수도 있고 어떤 환자에게는 반응도가 미미 할 수도 있고 효과가 없을 수도 있기에 그 결과에 관해서는 수용을 하여야 한다.더불어 임상시험에 참여를 하게 되면 소요되는 약 값는 무료로 제공 된다.
힐링어드바이저ㅣ김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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