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탐험사 100 장면 32 - 장거리 비행 시대를 열다 영국 해협 35km를 난 루이 블레리오(19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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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4.03.18. 18:57조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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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탐험사 100장면
장거리 비행 시대를 열다
영국 해협 35km를 난 루이 블레리오(1909년)
요약 1909년, 런던 〈데일리 메일〉이 주최한 비행 대회에 참가한 블레리오는 NO.11을 타고 영국 해협 35km를 37분 만에 건넜다. 고도 76m로 바다를 건너는 중 엔진이 불규칙하게 돌아갔으나 마침 그때 내린 비가 냉각수 역할을 하는 운이 따랐다. 최초로 바다를 건너는 비행이 성공하면서 이후 대서양 횡단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영국 해협을 건넌 블레리오 11호
1909년 7월 25일 도버항에 모여든 영국의 신사 숙녀들은 바다를 건넌 첫 비행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에 동참하는 행운을 누렸다.
비행의 역사 초창기에 뜻깊은 날이 셋 있다. 1903년 12월 17일 하늘을 날고 싶은 인류의 꿈이 처음 이루어진 날이다. 이 날 미국의 라이트 형제는 모랫바람 이는 키티호크 언덕에서 플라이어 1호를 띄웠다. 오빌 라이트가 비행기에 몸을 묶고 12초 동안 36m를 날다 떨어졌다.
1908년 1월 13일은 유럽에서 프랑스의 파르망 형제가 브와쟁-파르망호로 1km 비행에 성공한 날이다. 앙리와 모리스는 겨우 1분 28초를 날았지만, 500m를 빙 돌아 왕복한 이 비행은 온 유럽을 떠들썩하게 만든 유럽 최초의 장거리 비행이었다.1)
세 번째 역사적 사건은 영국 해협 횡단 비행으로, 1909년 7월 25일에 이루어졌다. 그 해에 런던 〈데일리 메일〉 신문이 상금 만 파운드를 걸자, 그 무렵 유럽 최고 비행사로 이름을 날리던 세 사람(위베르 라탕 · 콩트 드랑베르 · 루이 블레리오)이 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비행기가 고작 수백 m를 날다 떨어지는 '장난감'이던 그 시절, 조종사들은 기상 상태를 알려면 담뱃불을 붙였다. 연기가 곧장 올라가면 바람이 없어 날기 좋다고 알았다. 그들은 조종사라기보다 멋장이 모험가였다.
라탕은 '비행하면서 담뱃불을 붙이는 용감무쌍한 일을 멋지게 해낸' 첫 번째 인물이었다. 랑베르는 예술가처럼 보이는 젊은 백작, 블레리오는 1900년부터 비행기 만드는 일에 빠져 15만 달러나 쏟아부은 사람이었다.
블레리오가 만든 비행기는 날 때마다 부서져, 그는 8년 동안 쉰 번이나 추락했다. 비행기가 곤두박질할 때마다 사람들이 달려가 보면, 그는 멋쩍은 얼굴로 꾸물꾸물 기어나와 말없이 병원으로 가서 몇 바늘 꿰매거나 약을 발랐다. 하도 많이 떨어지다 보니 추락 직전에 몸을 날려 비행기 날개에 올라타는 기술까지 터득했다.
블레리오는 1906년 6월 양옆에 사람을 앉히고 30m쯤 비행했고, No11(블레리어 11호)로는 40km를 한 번만 쉬고 나는 데 성공했다. 영국 해협 횡단에서 우승할 가능성은 그가 제일 커 보였다.
No 11의 무게는 218kg, 동체 길이는 7.6m, 참나무와 포플러를 겹치고 피아노줄로 단단히 묶어 만들었다. 날개 길이는 8.5m인데, 얇은 송아지 가죽으로 덮어서 잠자리 날개같이 비쳤다. 보기에는 약하고 가벼웠지만 3기통 25마력 엔진을 달고 시속 57km를 낼 수 있었다.
1909년 7월 18일 제일 먼저 도전한 라탕이 11km를 날고는 바다에 불시착했다. 블레리오는 다리를 다쳐 목발을 짚는 신세였지만 라탕이 새 비행기를 만들기 전에 결행하기로 했다.
1909년 7월 25일 새벽. 블레리오가 해안 절벽 근처에 이르니 비행기를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이 박수로 맞아 주었다. 해협에는 안개가 덮였고, 남서풍이 초속 7m로 불고 있었다. 비행하려면 위험을 무릅써야 할 날씨였다.
오전 4시 35분. 칼레성이 지붕이 햇살을 받아 붉게 물들었다. 블레리오는 시동을 걸었다.
"도버가 어디죠?"
그는 시계도 나침반도 없었다. 사람들이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가자!"
블레리오가 외치자, 비행기 꼬리를 잡고 있던 남자 다섯이 잽싸게 뒤로 물러섰다. No 11은 경사진 풀밭을 구르다가 가볍게 떠올랐다.
블레리오는 고도 76m를 유지하며 날았다. 안개가 짙어지자 바로 아래 출렁이는 파도만이 얼핏얼핏 보였다. 배짱 큰 그는 마음을 다잡았다. '곧장 날다 보면 영국 땅에 닿겠지'. 그런데 돌풍이 불어올 때마다 기수가 자꾸만 옆으로 돌아갔다. 그는 덜컥 겁이 났다. '자칫 엉뚱한 방향으로 날다가는 북대서양에서 미아가 될지도 모른다'.
얼마나 지났을까. 블레리오는 이상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안개가 사방을 에워싸고 있었으므로 비행기가 허공에 멈춰선 듯했다. '꿈일까, 생시일까'. 그러다가 이상한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엔진이 불규칙하게 돌아가는 소리였다. 엔진이 달아오른 것 같았다.
'나도 라탕의 뒤를 따르게 되는가'.
블레리오는 비행기에 둘러친 고무 튜브를 바라보았다. '저것이 있으니 물속에 가라앉지는 않겠지'. 날개에 꽂은 빨간 기도 보았다. 불시착했을 때 눈에 띄도록 해놓은 것이었다.
바로 그때 행운이 창문을 두드렸다. 후두둑 소리와 함께 굵은 빗방울이 하늘을 뒤덮었다. 그것은 엔진을 식히는 냉각수 구실을 했다. 하늘이 돕는다는 말은 이를 두고 이름인가. 잠시 후 불규칙하던 엔진 소리가 사라지자 비도 따라서 멎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생각하니 25분쯤 지난 것 같았다. 그렇다면 육지가 눈앞에 있어야 했다. 그의 짐작은 들어맞았다. 엷어지는 안개 사이로 언뜻 연한 잿빛 띠가 펼쳐져 있었다. 영국 해안선이었다. 하지만 그가 착륙하려는 도버의 절벽이 아니었다. 코스를 벗어나 도버성 동쪽으로 밀려간 것 같았다.
멀리 서쪽으로 등대가 보였다. 로마 시대부터 있어온 등대. 기수를 왼쪽으로 돌리자 남서풍은 맞바람으로 바뀌었다. 해안선과 1.6km쯤 거리를 두고 계속 서쪽으로 날았다. 바람 때문에 자꾸 속도가 떨어졌다. 수평을 지키려 애쓰다 보니 팔이 쑤셔 왔다. 멀리 도버 항구의 해군 함대가 보였다.
얼마 뒤 블레리오는 도버성 옆 골짜기에서 삼색기를 흔들며 소리치는 사람을 발견했다. 프랑스 신문기자였다. 블레리오는 반 바퀴 돌아 그 골짜기로 향했다. 오른쪽에서 불쑥 빨간 집이 나타났다. 피하려고 급히 기수를 돌리는 순간 갑자기 조종 불능 상태에 빠졌다.
No 11은 바람과 함께 골짜기로 휩쓸려 들어갔다. 기체가 바람개비처럼 돌았다. 블레리오는 세 바퀴 돌 동안 필사적으로 조종간에 매달렸다. 그가 끝내 모터를 잘라내자 기체는 20m 아래 풀밭으로 곤두박질쳤다.
블레리오는 언제나 그랬듯이 멀쩡했다. 그는 37분 만에 영국 해협을 건너 35km를 날았다. 그는 비행의 역사에서 최초로 바다를 건너는 장거리 비행을 해냈다.
[네이버 지식백과] 장거리 비행 시대를 열다 - 영국 해협 35km를 난 루이 블레리오(1909년) (세계 탐험사 100장면, 2002.7.18., 이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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