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때? 네 어릴 적으로 돌아온 기분이? 오~ 꽤 귀여운데? 그런데 표정이 그러면 안 어울리잖아~"
"누구야!"
샤이가 소리치자 한 인영이 드러났다. 문이 언제 열렸는 지 몰랐지만 문으로 들어오는 빛을 등지고 서 있었다.
샤이는 잔뜩 경계하면서 라이트 에리어를 바았다. 너무 길어서 사용하긴 힘들 테지만.
"어허, 친구도 못 알아보고 아무튼 귀여운건 알아줘야해."
10대 후반... 소년의 목소리였다. 그 소년은 잘 보이진 않았지만 웃고 있었다. 얄미울 정도로.
샤이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갑자기 작아진 체구를 탓하면서 그를 노려보았다.
"크리스?"
"아하? 이제야 알아보냐? 캬... 오랜만이다 너!"
"그때 이 팔찌 정화시킨답시고 날 고생하게 만든 녀석 아냐? 아주 오래전에 사라진 놈 아닌가?"
"뭐, 네가 나에 대한 기억이 그것 밖에 없다면 뭐 어쩔 수 없지만..."
크리스가 수상쩍다고 생각한게 한두번이 아니었던 샤이였지만 지금만큼은 계속 의심이 자라고 있었다.
"뭐가 어쩔 수 없단 거야! 너 미로우랑 한패지?"
"아니, 그런 질적으로 수준 낮은 녀석과 같이 취급하다니..."
크리스가 허탈하게 웃는 듯 하더니 그를 번쩍 들었다. 샤이는 놀라 그를 쳐다보았지만 크리스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했다.
크리스는 싱긋 웃으면서 그의 입을 틀어막았고, 그에 샤이는 라이트 에리어를 놓아버렸다.
그러자 라이트 에리어가 사라져 버렸다. 크리스는 키득키득 웃더니 창고를 빠져나왔다.
"넌 누구냐!"
"나? 댁들은 누군데 내 앞길을 막고 그래?"
"그 녀석은 내꺼란 말야!"
'누구 마음대로 내가 자기꺼란 거야?'
샤이는 입이 틀어막혀 있어서 그렇지, 입만 안 막았으면 크리스와 플래티어, 포에르를 보며 열심히 갈구어 줬을 것이다.
뭐 갈구었다해도 체구가 포에르만하니 둘한테, 아니 심하면 셋한테 밟혔을 지도 모르는 일.
"라이티아. 샤이를 부탁해."
샤이의 팔목에 있던 팔찌에서 갑자기 한 소녀가 나왔다. 소녀의 머릿카락은 달빛같이 푸른 빛이 어려 있었다.
그녀의 머릿카락은 짧은 편이었지만 굉장히 잘 어울렸다. 소녀의 인상은 굉장히 부드러운 편이었지만 표정은 굳어 있었다.
"알았습니다. 샤이님, 가시죠."
"어? 날 알아?"
샤이는 억지로 크리스의 손을 치우고는 소녀에게 말했다. 소녀는 그를 안으며 조용히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샤이를 안은 소녀는 조용히 눈을 감더니 그와 함께 사라졌다.
'엇? 그럼 크리스는 미로우와 한패가 아니었던가?'
"샤이님은... 기억하실지... '삶과 죽음의 경계'를..."
"...그걸... 네가 어떻게...?"
그는 놀라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만 지을 뿐, 아무말을 하지 않는다.
그가 '삶과 죽음의 경계'를 잊어 본 적이 없었다. '검의 배신'. 엄청나게 쓰라린 기억이기에 잊을 수 없었다.
"전 샤이님의 운명을 미처 다 자르지 못한, 샤이님이 절 구해주셨던 정령, 라이티아입니다.
비록 지금은 라이트 에리어로서 살고 있지만... 크리스님만은 절 복원시킬 수 있죠."
"크리스가?"
샤이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라이트 에리어는, 아니 라이티아는 다시 미소짓는다.
라이티아의 미소는 그 어느 빛보다도 밝았다. 달빛에, 햇빛에 발동하여 검신을 그렇게 빛을 냈던 것처럼,
암흑 속에서도 희망을 담으며 빛을 냈었던 것처럼, 그녀의 미소는 밝기만 했다.
"절 이렇게 만들어 주신 것도 크리스님이시니까요. 샤이님, 위험했습니다."
"그, 그래... 그런데... 지금은 나뿐만 아니라 에드링도 위험할 것..."
말해놓고 보니 그동안 에드링을 까맣게 잊었던 샤이였다. 그러자 라이티아는 여전히 웃었다.
"제가 말 안했군요. 샤인 솔드는 크리스님이 만드신 두번째 걸작임을. 제 분신이나 마찬가지니까 걱정마세요."
"그, 그런데... 왜 날 더 지키려고 드는 거지? 너에게 웃어줬을 것도, 지켜줄 때도 그건 '감정'이 있기에 가능한 게 아냐?"
샤이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젠 어려지다보니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드는 샤이였다.
물론 자신이 나설 필요도 없으니 잡념을 해도 된다는 일종의 시덥지도 않는 여유랄까?
"전... 웬지 샤이님의 이성을 지키고 싶은 생각이 강했었고... 그리고 전 지금의 샤이님이 좋아요."
웬 닭이 오한에 떨어하는 소리? 샤이는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라이티아는 피식 웃었다.
"괜한 이야기만 했네요. 도착했어요. 죄송해요. 전 지금으로선 크리스님의 명을 받아야 하기에..."
"무슨 뚱딴지같은..."
샤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사라져 버리는 그녀였다.
.
"별 더러운 놈들을 다 보네."
"크리스?"
맞다. 크리스. 난 알았어야 했다. 크리스가 정신적으로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것을.
크리스의 연구소라는 명분만 있는 동굴(?)에 난 완전 개 취급당하고 있었다.
내가 도망치면 안된다나 어쨌다나... 크리스가 여기선 대장인지, 어떤 이상한 녀석들이 날 묶어놓고 사라졌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개목걸이(?) 해놓고 사라진 거다. 젠장. 내가 무슨 개인줄 아나.
그냥 그러기만 안하면 말도 안해, 내 목에다가 줄까지 이어놓는 이런 괘씸한...
크리스가 좀 이상한 기질이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취향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좀 정신적인 결함이 있다고만 생각했었지, 실험을 하는 싸이코 과학자일줄은...
그리고 그 대상이 그 에이스 측근인 프레드와 동일하게 사.람.이라니. 이건 좀 아니랄 수 밖에.
어쨌든 이제서야 라이티아가 나보고 왜 미안하다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제길... 먼저 말해주지.
어쨌거나 내가 여기에 들어오고 나서 좀 시간이 흘러서 돌아왔고, 들어오자마자 그놈들을 씹었다.
나도 네 녀석이랑 그 놈들을 씹어야 했다. 내가 무슨 강아지인줄 아나... 내거 네거 하게...
그런데 이상하다. 왜 그 아저씬 나에게 '탐즈'를 먹인 거지? 겨우 몸을 줄여놓으려고?
미로우의 편이 확실한 것 같은데... 오히려 '퍼린'이 내게 고통스럽단 말야...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아, 탐즈에 대해 알아?"
크리스는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무슨 '개소리'하냐는 듯한 표정. 쳇. 날 개취급하는데 이정도도 안봐주나...
"'탐즈'? 아... 포에르 그 꼬맹이가 만든 거로군? 캬... 그 녀석 아이디어 끝내준다니까~ 마음에 들어!"
활짝 웃으면서 말하는 크리스. 솔직히 안 어울린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날 어떻게 하면 약오르게 할까 하는 것 같았다.
정말 여기에 오면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올 땐 그 미스테릭한 은발 소녀에게 이상한 소리를 듣지 않나...
에드링과 티어누나를 잃어버리고 졸지에 미아가 되질 않나... 그 괴물 토스트의 업그레이드 수프를 먹질 않나...
게다가 이젠 어떤 이상한 아저씨에게 당해서 '천인'에게만 통한다는 그 악독한 약을 먹지 않나!
도대체 내가 뭘 더 겪어야 할 지 모르겠다. 정말 내가 어쩌려고 이러는 지 알 수 없다.
지금 있어서 나에겐 이 한가지 생각밖에 없다. 이 이상한 곳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그런데 벗어난다한들 뭘 하지? 티어 누나가 없으면 돌아갈 일이 막혔는데... 게다가 포트리도 안된다.
황제 아저씨가 돌아가셨다고 했으면 환영받지 못할 곳에 가는 것이다. 에이스가 있는 이상.
게다가 에드링까지 죽었다고 소문이 떠돌았다면, 에드링도 물론 무사하지 못할 것이고 찾기도 힘들 것이다.
참내... 정말 아득한 앞일 생각하지 않을래도 않을 수가 없어!
그런데 이 녀석 왜 피실 피실 웃기만 하고 대답이 없는 거지?
"'탐즈'라는 독은... 야. 괜찮아. '탐즈'는 치명적인 독이 아니거든. 명색만 '독'이지 독 축에도 끼지 않아.
탐즈는 그 사람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오게 해서 그 사람의 모습을 변화시키는 거야.
아, 물론 '천인'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지. 다른 사람에겐 별로 효과가 없어. 그저 무색 무취 무미의 가루일 뿐이지.
참, 그리고 이 거 하나. 어떤 특정 '독'과 마주치면 그 독을 해독시키고 효과가 두배가 된다, 이거야."
"그 독이 '퍼린'이고?"
"잘 아네? 퍼린이야 말로 치명적인 독이지."
이미 들어봐서 아는 이야기다, 이 멍청한 녀석아. 그리고 그 당사자가 나란 말이다, 나!
그나저나 그것 참 이상한 놈들이네... 내가 '퍼린'에 중독되었단 걸 알면 그 효과를 돕는 약을 줘야 하는데...?
"그런데 그 녀석들 왜 그렇게 멍청한 짓을 한거지?"
"뭐, 퍼린에 중독되 있었냐?"
"그렇다면?"
"너한테 잘 된 일 아닌가?"
물론 잘됀일임은 나도 인정한다. 내가 왜 죽고 싶겠는가. 살고 싶다면 더 살고 싶지.
그렇지만 나라면 차라리 그대로 두거나 더 독한 독약을 퍼 먹였겠다. 왜 멍청한 짓을 하는 거냐고.
"뭐, 실험하다 보면 알겠지?"
대답은 안하고 나한테 이상한 눈길을 보내는 크리스... 이 녀석... 분명히 이상한 놈이다.
첫댓글 ㅋㅋ 크리스 누군가 했더니 샤이 하고 잠깐 동행한 친구(?)네... 음 과연 크리스는 좋은편일까??? 위에 내용 보면은 좋은 편인거 같은데....
^^;크리스...-_-; 확실한 건 적어도 미로우와는 한편이 아니란 사실이겠죠.^^;
예전에 샤이의 팔찌때문에 고생할 때 나타났다가 폴박사와 이상한 의문을 남기며 사라진 크리스가 나타났군요 에휴 저 오늘 시험 망했습니다-_- 근데 왜 열공 안 하고 여기 왔는지는... 묻지 마십쇼
유아틱다섯살님, 오늘도 좋은 코멘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시험 망했다고요? ...저는 열공안하고 여기 온다고 묻지는 않는데, 앞으로도 잘 할 거에요. 뭐 인생이 이거하나로 망치는 건 아니잖아요. 전 중3인데도 이런 소리한다고요...ㅠ_ㅠ 우엥... 저도 망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