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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써보겁니다 ~
K리그를 예전 부터 좋아해서..~
우리 수원하고 가장 라이벌이였던 안양 ~
2003년 가을.. 안양 LG 치타스의 홈경기를 찾을 때면 범계역에서 마을버스를 이용하기도 했지만
간혹 택시를 잡아타곤 했다. "아워네이션"이란 별명을 갖고 있던 경기장을 향하면서, 잠깐씩
택시기사와 대화를 나누면서 시간은 금세 흘러갔다. 축구보러 간다니까 "슈퍼파워 안양!"을 외치는
택시기사의 모습은 경기를 관람하기 전 새콤달콤한 애피타이저처럼 K리그에 대한 흥미를 돋구었다.
게다가 경기장엔 그 택시기사 만큼이나 우렁찬 목소리로 "슈퍼파워 안양!"을 외치는 여섯살짜리
꼬마가 있었다. 빨간 CYON 티셔츠를 입고 베스트 일레븐의 이름을 하나하나 연호하며, 열심히
소리쳐 응원하는 아이의 모습에선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선수교체가 될 때마다 이준영, 김치곤,
하고 먼저 알아보고 소리치는 모습은 정말이지 신기했다.
"예매는 동사무소에서!" 경기를 보다보면 어느새 전광판에 뜨는 한줄 자막. 서울에 살면서 수도권팀을
비롯해서 대전 및 광주 정도는 곧잘 경기장을 찾았지만 저렇게 동사무소에서 티켓을 예매하라는
광고문구가 뜨는 팀은 안양 뿐었다. 동사무소... 너무도 친근하고 정겨운 단어였다.
그만큼 축구가 안양시민들의 피부에 녹아있고 숨결로 전해지는 느낌.
아니나 다를까. 경기 후에 아워네이션을 나서면서 버스정류장을 찾고 있는데 길을 지나가던 한 여고생이
핸드폰으로 스코어를 묻고 있었다. "광주랑 했잖아. 이겼어? 몇대 몇인데?" 달콤한 디저트. 안양팬은
아니지만 리그팬으로서 가슴뿌듯한 장면을 가슴에 안고, 나는 버스 대신 택시를 잡아타고 범계역으로 돌아갔다.
"축구 보고 가시나 보죠?", "예" 내가 대답하자마자 택시기사가 얼른 물어왔다. "몇대 몇이에요?"
대단한 관심들. 여기가 안양이구나 싶어졌다. 축구도시 안양.
이후로도 계속, 안양은 축구도시의 면모를 톡톡히 보여줬다. 마을버스를 타면 좌석마다 경기일정이
붙어있고, 경기가 끝나면 방송으로 경기결과를 말해주고... 범계역쪽 롯데리아던가, 거기서는 역시
새빨간 CYON 티셔츠를 입은 가정주부가 똑같은 유니폼을 입은 아이들을 데리고 햄버거와 콜라를 쟁반에 담아
들고 가고있었다. 가족적인 분위기에 내심 부러웠다. 이곳에선 K리그가 생활이란, 그런 느낌이 좋았었다.
하지만 그때 그땅에서 느낀 축구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LG는 안양시민들 몰래 연고이전을 단행했고, 야반도주가
사전에 들통나자 홈페이지에 안양시민들을 우롱하는 안내문을 내걸고는 기어이 연고이전을 감행했다.
물론 자신들에겐 연고이전의 명문이 없는 만큼 거짓 명분이라도 내세워야 했다. 그들은 말했다.
척박한 안양에선 시민들의 관심도 흥행도 심지어 안양시의 지원조차 기대할 수 없었다고. 그들은 그렇게
축구도시 안양의 아름다운 풍경에 자신들이 만들어낸 왜곡 된 허상을 시꺼멓게 덧칠하고 퇴장했다.
그리고 축구도시 안양이 가꿔가던 아름다운 풍경들은 컴컴한 암전 속에 삼켜졌다.
주먹을 불끈하며 슈퍼파워 안양!"을 외치던 택시기사, 새빨간 CYON 로고가 박힌 안양 레플을 입고 고사리같은
두손을 주먹쥐고 베스트 일레븐을 하나하나 소리쳐주던 꼬맹이. "예매는 동사무소"에서라는 자막을 몇번이고
띄워내던 전광판. 마을버스 좌석에 붙어있는 경기일정표. 그리고 마을버스에서 흘러나오던 경기결과 방송.
범계역 근처 롯데리아에서 레플리카를 입고 돌아다니던 가정주부와 자녀들. 그리고 휴대폰으로 "광주랑 했잖아.
경기 이겼어? 몇대 몇인데?" 하고 묻던 교복입은 여학생.
하지만... 그런 추억보다 아까운 장면은 라디오 방송에다 어떤 수원팬이 "오늘은 저희 수원삼성블루윙즈가
안양 LG 치토스와 경기가 있는 날입니다." 라고 엽서를 보낸 것을 여자 MC가 그대로 "안양 LG 치토스"라고
읽어버린 사건. "지지대 더비" 라고 불렸던 수원 vs 안양의 격돌이 있는 날이면 축구게시판에서 수원팬과
안양팬이 서로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서로를 닭날개와 치토스에 비유하면서 아옹다옹 옥신각신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그래서 우리 리그팬들도 "그날"만 되면 이렇게 좋은 볼거리를 놓칠 수 없다면서 관람을 택했고,
그렇게 구름관중이 경기장을 메웠었다. 싸움구경 불구경은 놓칠 수 없는 이치랄까... 그렇게 양팀 더비는
리그팬들의 축제였다.
오색찬란했던 지지대 더비는 안양 LG의 연고이전으로 사라졌다. 어느날 갑자기, 팀의 주인이 둔갑해선 자칭
FC서울의 수호신이라는 단체가 "우리가 수원의 라이벌이다." 하고 목소리를 드높인들... 축제는 끝났다.
언론과 자칭 FC서울의 공작으로 억지춘향을 시켜줘도 억지더비는 이미 알콜이 증발했고, 리그팬들을
달큰하게 취하게 할 수도 없다. 그냥... 풍금이 있던 자리, 풍경이 있던 자리.
갑자기 사라진 홀로그램처럼 스쳐가는 장면들에 뒤돌아본다. 그 많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1만 2천명이 넘던, 아워네이션을 봉숭아처럼 빨갛게 물들이던... 축구도시 안양에 물결쳤던, 봄날 아지랭이 같던
풍경들이 그렇게 흔들린다.
그 아름답던 꽃밭에 불을 지르고 화전민처럼 떠나갔던 그들. 꽃밭에다 연탄재를 으깨어 밟고는
"안양은 황무지였다." 라고 거짓말로 자신들의 연고이전을 정당화한들... 연탄재 속에서도 잡초는 생겨난다.
K3리그에 뛰어들어 작은 떡잎을 띄우고는 아주 작은 희망을 부둥켜 안고 있는 안양이 K리그로 돌아오는 날이면
그 아름다웠던 풍겨들이 되살아날까.
2005.5.18. 자칭 서울이 광주상무에게 5-3으로 처참하게 깨지던 날. 상암 근처의 전철역에서 어떤 여고생은 핸드폰으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박주영이 해트트릭 했어? 잘됐다." 어디랑 했는지도 스코어가 몇인지도 묻디 아니했다.
어쩐지 오버랩되며 비교되던 장면. "광주랑 했잖아. 이겼어? 몇대 몇인데?" 그렇게 설레이던 목소리...
그렇게 홀로그램처럼 사라진 풍경들.
토탈사커 by 조나단
제가 쓴글이 아니라 위에 나와있다시피 조나단 님께서 쓰신 글인것같네요.
좋아보여서 퍼왔습니다.
특별한 거는 없이 단지 글 내용이 좋고 향수에 빠져서 퍼왔습니다. !
ps.오랜만에 왔더니 아는 분이 아무도 없네요.. ~
직접 친해지실 타팀 팬들 없으신가요~?
첫댓글 우와......동사무소에서 티켓을 예매하다니;;;;ㅎㄷㄷ
ㄴ 기업구단이면서도 많이 시민들에게 다가가려했었지요 ~
라디오 치토스 사건 말씀하시니.
2003년 5월이었던가요. 장소는 수원 빅버드.
수원월드컵경기장 버스정류소부터 N석 입구까지 수백수천개의 치토스 과자봉다리(그랑블루들이 모아온)들이 바닥에 일렬로 붙어 있던게 문뜩 떠오릅니다 :)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이런 비슷한 문구와 함께요 ㅎㅎㅎ
ㄴ 하핫 그거 기억 납니다 !
그거 어떻게 모았을까.. 생각했었지요 ~
아 기억나네 .. 동사무소 ..저는 안양7동에서 살아서 안양7동 동사무소에서 항상 샀었는데 ... 글고 그때 초딩때라 학교에서도 2000원에 팔고 그랫었는데 . 항상 경기장에 갔었는데 ..음 제 작은 상자에는 아직도 티켓들이 수북수북 있다는..
휴 ~ 안양 .. 최용수에 미쳐살았었는데 .. 피식 .. 여튼 감회가 도네요 .. 좋은글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