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동성(山童省) 제남 지방 마을장터에 큰 소란이 일어났다. 오늘 열린 시장은 5일에 한 번씩 열리는 것으로 주변 마을 사람들도 사고팔 것을 모아 나오기에 문전성시를 이르는 날이었다. 많은 사람들 중에 조금한 소요가 일어나는 다 반사였으나, 장검을 손에 들고 싸우는 것은 반년에 한번 보기 힘든 일인 것이다.
"정파 나부랭이 치고는 실력이 있구나!"
사자의 갈기 같이 머리를 휘날리는 사내가 검을 쳐내고는 소리쳤다. 어찌나 목소리가 큰지 시장 끝에 있는 사람에게까지 들릴 것 같았다. 상대편 사내는 한번 웃어 버리고는 검을 흔들기 시작하자 주위에 꽃이 날아다는 것 같은 신기한 광경을 연출했다. 이들 두 사람으로부터 15장까지 사람들에 없었는데, 그 이유는 칼을 뽑아 들자 아우성치며 재빨리 도망친 덕분 이었다. 허나 불구경 다음으로 재미있는 싸움구경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 덕에 원형 인벽(人壁)이 만들어졌다.
"매화(梅花)다!"
"역시, 화산검(華山劍) 우중충(禑中忠)이다!"
콧수염을 기르고 파란 옷을 입은 사내, 우중충의 검이 느린 듯 빠른 듯 상대편에게 향했다. 웃차! 소리치며 사자 갈기를 휘날리며 가볍게 휘두른 검은 우중충의 검을 막아냈다. 그러자 사람들의 눈을 현혹하던 매화도 사라졌다. 아연실색(啞然失色)한 사람들 중 하나가 막 소리쳤다.
"역시 마중도(魔重刀) 광군이다!"
사람들 중 누군가 갈기 머리의 사내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붉은 옷만큼이나, 붉은 혈도로 우중충의 검을 밀쳐내고 붉은 잔상을 남기는 빠른 검으로 파란 두건을 배어갔다. 필시 파란 두건 안에는 검은 머리가 들어있을 터였다. 우중충이 몸을 가볍게 틀어 피하는 동시에 허리를 베려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때 이들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 다급히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도둑이야! 저기, 저 소매치기 잡아라!"
힘없는 늙은이 외침은 곧 사람들의 환호 속에 묻혀 버렸다. 8장여의 거리를 두고 도망친 아이가 갑자기 멈춰서며 뒤돌았다. 오른손에는 가죽 주머니가 들려있었는데 본인의 것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정성스레 묶어 놓은 끈을 뜯어 놓을 리 없었다. 소년은 영악한 표정으로 주머니를 한번 위로 던졌다 잡더니 노인을 향해 집어 던졌다.
"이봐요. 이곳은 저 같은 소도둑이 많으니 조심해야 하오!"
십여살 정도 나이를 먹은 아이가 예순의 나이의 늙은이를 '이봐요'라 했으나 누구하나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아니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붉은 혈도가 두건 머리의 목을 내리쳤나 하면 벌써 파란 옷을 휘날리며 붉은 옷의 심장을 뚫어가고 있는 상황에 다른 것이 눈과 귀에 들어오겠는가?
"충고의 대가를 조금 받아가니 너무 섭섭하게 생각지 마시오!"
아이는 주머니 열어 내용물을 확인하고 있는 사이에 이렇게 소리치고는 골목길로 달려들었다. 이곳은 5일장이 슬 수 있을 정도로 발달한 곳이기에 골목길이 복잡한 미로와도 같았다. 주머니를 확인한 늙은이는 피해가 얼마 안 됨을 확인하고는 쓴 웃음 짖고서 도둑을 잡기를 포기하였다. 어쩌면 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생의 구경을 소도둑 때문에 노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닷 푼 십리라, 오늘은 운이 좋군."
손 안의 짤랑 거리는 동전을 샘하고 소매 속으로 감췄다. 아직 장이 끝나기도 멀었지만, 지금 번 것으로 만족하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사실은 조금 더 시간을 끌면 제수 없게 만충당(萬衷黨)놈들하고 만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십일 전에도 늦게까지 있다가 걸려 신나게 맞고 돈까지 빼앗겼기 때문이었다.
"이번엔 양저우초판이라도 먹을 수 있겠는 걸"
아이의 얼굴에는 벌써 흐뭇한 미소가 얼굴 한가득 차올랐다. 작은 두발에 힘을 실어 뛰기 시작했다. 20리 떨어진 마을까지 부지런히 뛰고 걸어야 해가 떨어지기 전에 도착할 것이다. 막 마을을 벗어나는데, 곡괭이를 벽에 세워 놓고 옷을 털고 있던 농부가 소리쳤다.
"애야, 요즘 인근에 사람을 잡아먹는 호랑이가 나오니 조심하거라!"
"그 이야기는 십오일 전에 들어서 알고 있다고요"
귀찮다는 듯이 대답하고는 오른 손을 머리위로 두 번 흔들어 보였다. 길 위를 한참 뛰다가 숨이 턱까지 차올라서야 서서히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걸음도 상당히 빠른 편이었다.
한 자루의 검이 있다네!
검은 사람을 죽였다네!
한 자루의 검이 있다네!
검은 사람을 살렸다네!
누가 옳은 것이냐고 묻거든
알 수 없다, 말하겠네.
내 손에 쥐어진 벗이여.
그대는 알 수 있겠지.
큰 소리로 시를 노래하니 그 소리가 멀리 떨어져 있는 산까지 들릴 것 같았다.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다음 부분을 노래하며 걷다가 오늘 있던 무림인들의 싸움을 떠올렸다.
"내게 그 만한 힘이 있다면 돈을 빼앗기지 않을 텐데"
노래를 부르며 생겼던 호기로움도 만충당을 떠올리자 독 깨진 물 마냥 사라졌다. 하지만 집에서 자신을 기다릴 동생을 생각하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오늘 아침, 욕한 것도 양저우초판 앞에서는 봄날에 눈 녹듯 사라지겠지"
오늘 아침 어딜 가냐며 따라오는 동생에게. '계집애가 어디까지 따라 오려는 것이야. 맞아봐야 집에 들어가겠냐!'하며 따귀를 때렸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계속 자신을 따라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조그만 볼이 빨갛게 붙고 두 눈에 구술만한 눈물을 흘리며 '오빠! 바보'하며 서럽게 울면서 집으로 향하는 뒷모습은 대못과도 같이 가슴 깊이 남아 내내 신경 쓰이고 있었다. 아이의 발걸음 절로 빨라지기 시작했다.
"시 속에 담겨진 의미는 알지도 못하지만, 재미있는 아이로군"
"무슨 말씀이십니까?"
산 위에서 아이의 모습을 내려 보고 있던 흰 장포의 사나이가 말하자. 같은 차람의 사내가 뒤에서 다가와 물었지만 대답은 없었다. 둘은 말없이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으음, 여기가 어디지?"
아이는 잃었던 정신이 들자 몸이 나른한 것이, 힘이 하나도 없는 것을 기이하게 여겼다. 눈을 떠 주위를 둘러보려 했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에 감고 있거나, 뭔가 씌었다고 생각하자 곧 마음이 편해 졌다. 허나 이것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몸을 움직여 눈 주위를 만져 보고는 생각을 고쳤다. 그리고 뺨을 스치고 지나가는 서늘한 바람에 이곳이 막혀 있는 곳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야?"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기억의 마지막을 떠 올려보아도 집으로 뛰어가고 있었을 뿐이었다. 관군에 잡혀 옥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떠 올렸으나, 전에 들어가 보았던 옥과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그리고 숲속 길에서 사람을 만나던 기억조차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조금한 사실 하나 알 수 없었다. 단지 이곳에서는 정적과 칠흑 같은 어둠이 자신과 함께 하고 있을 뿐이라 것이다.
"큭!"
갑자기 숨이 막혀 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서서히 자신을 덮쳐 오고 있었다. 눈이 보이지 않자, 다른 감각이 점점 선명해 지기 시작했다. 촉각, 청각, 생각. 자신의 심장 뛰는 소리가 몸 전체에 울리는 것 같았다. 자신은 겁쟁이가 아니라 몇 번을 다짐하여도 두근거리는 가슴을 멈출 생각이 없는 듯 했다.
'요즘 호랑이가 아이들을 물어간다지?'
두 눈을 꼭 감았다. 생각하고 싶지 않던 말이 떠 오른 것이었다. 객잔에 술 마시던 나무꾼의 이야기였다. 뒷산에 큰 호랑이가 있는데 그 놈이 어찌나 영민하던지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덧을 피해 유유히 사냥꾼을 들을 죽였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냥 흘러들었는데 지금에서야 떠오르다니. 생각하지말자! 생각하지말자!'
인간의 머리는 참으로 오묘한 것이라. 뭔가를 생각하지 않으려 하면 더욱 머릿속에서 또렷해진다. 두 눈을 감고 있는 아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곧 이곳이 빛도 들어오지 않는 깊은 호랑이굴이며 자신을 한 낮의 저녁꺼리로 물어죽일 것이라는 것을 단숨에 생각해 냈다.
‘호랑이의 커다란 눈을 보기만 하여도 죽는다고 하던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 눈을 감고 있으나 뜨고 있으나 매 한 가지였다. 질실할 것 같은 공포심에도 서서히 몸에 감각이 돌아오자 손을 움직여 보았다. 언제 어디서 호랑이의 자취가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움직이고 있는 손을 올가미처럼 감싸고 있었으나 자신 주위에 대한 호기심, 알고 싶어 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휴, 아무것도 없다’
자신 주위로 손을 뻗을 수 있는 곳에서 아무것도 느낄 수 없자. 약간의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죽어있는 것이 아니라면 현재 자신을 죽일 것을 없고 조금이라도 더 살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다시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끝을 알 수 없는 절벽에 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자 바닥이라고 생각했던 곳이 아무것도 없는 허허로운 절벽의 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악’
비명을 질렀으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목과 귀중 어디가 잘 못 됐는지 판단할 수 없었으나 본능은 서서히 어딘가로 향하게 만들고 있었다. 손으로 가고자 하는 곳을 살폈고 다리를 조금씩 움직여 그곳으로 향했다. 허공을 더듬던 손에 한 가지 감촉이 느껴졌다.
‘벽! 다행이야, 절벽이 아니야’
울퉁불퉁한 벽면이 등을 통해 더 없이 아늑하게 느껴졌다. 잠시 여유를 맛 본 아이는 좌우로 손을 저어 보았으나,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순간 망설였으나. 곧 왼쪽을 향해 서서히 움직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등에 맞다 있는 벽면과는 다른 벽면을 찾았다. 양쪽 어깨와 뒤쪽에 느껴지는 벽면은 사방에서 느껴지던 공포심을 사분에 일로 감소시키고 있었다.
‘천천히 다시 생각해 보자’
마음에 안정을 되찾자. 무언가를 생각할 여유가 생겼고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난 황하 강 하류 안흠현에 살고 있는 은사 문강(鈫江)이다. 하지만 시장 사람들은 사강(邪蜣)이라 부르고 있지. 가족은 일남삼녀였지만 몇 일전 두 명의 동생들은 안휘성 근방에 있는 무슨 홍등가의 사람들이 데려갔다. 입이 줄었다고 좋아했는데, 내가 이 꼴이 될 줄이야’
혹시 자신도 동생들처럼 팔려왔나, 하고 생각했으나.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몸이 빼빼 말라 날쌔기는 하나 자기 머리만한 호박도 들지 못해 쩔쩔매서 힘쓰는 일에는 써 먹을 때도 없고, 얼굴은 지저분한 때 국물이 흐르고 여기저기서 얻어맞아. 한쪽 눈은 밤탱이요, 푸줏간 송가의 솥뚜껑 같은 주먹에 맞은 코는 약간 삐뚤 한 얼굴이니. 돈 많은 나리나 돼지 같은 여자도 싫어 할 만하게 생겼지 않은가?
‘쳇, 개방귀 같은 생각이나 늘어놓다니. 내가 이러한 게 하루 이틀도 아닌데.'
이런저런 생각이 하나둘 떠오르자, 어쩔 때는 웃고, 어쩔 때는 슬퍼하며, 어쩔 때는 화를 내고하며, 온몸을 감싸고 있던 공포심을 벗어 버렸다. 허나 여전히 목소리는 나오지 않아. 웃어도 생각으로 웃고 슬퍼도 생각으로 울 수 있을 뿐이었다. 한 동안 생각에 빠져 있다가 숨 소리가 들려오자 생각을 멈추고 앞을 보려하자, 하얀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는 듯 했다.
“귀... 귀, 귀신!...”
목소리가 흘러 나왔으나 스스로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단지 건너편에 보이 듯 한 하얀 무언가에 온 신경을 쓰고 있을 뿐이었다. 구구구 구궁-! 커다란 소리가 귀를 때렸다. 바위가 바위에 부딪치며 갈리는 소리. 아무런 소리도 없던 이곳에 자신이 아닌 다른 무언가에 의해 만들어진 소리였다.
“호, 벌써 정신을 차린 아해가 있구나!”
“신경 써서 구한 녀석들이라더니, 좋군, 좋아”
자기와 같은 사람의 소리가 들리면 기쁠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이들의 목소리를 듣자 소름부터 돋아 오르는 것이었다. 한명의 여자도 남자도 아닌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고 또 한명은 저승에서부터 나온 저승사자의 목소리와 같이 굵고 쉰 목소리였다.
‘신경 써서 구한 것은 뭐고, 좋다는 것은 뭐지?’
귀에다 대고 이야기 하는 것 같다가도 멀리서 들려오는 것 같아서. 더욱 을씨년스럽게 들렸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곳에서 이들의 목소리만 들려오자. 귀신들이 자신을 내려 보며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만약 죽일 거라면 내가 정신을 잃고 있었을 때나 죽일 것이지. 이 개 잡종 같은 귀신들은 내가 이렇게 무서워하는 것을 즐거워하며, 손발을 잘라 내게 보여주고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 요리하며, 내가 죽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내려 보며 즐길 것 같구나’
하지만 문강의 이런 생각과는 달리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단지 아까와 같은 커다란 소리가 울리다가 고요한 정적이 다시 찾아 왔을 뿐이었다. 꼬르륵- 이런 상황임에도 배속의 거지들은 정직하게 먹을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만약 이곳이 자신이 살고 있던 마을이라면, 이런 소리가 들리기 전에 벌써 한바탕 시끄럽게 도둑질을 벌리고서 하나 남은 아귀(餓鬼)같은 동생 년과 충고의 대가로 얻어 온 음식들을 먹고 있을 터였다.
‘빌어먹을 이곳의 귀신들은 살찐 것이 먹을 것이 많다는 것도 모르나’
아까의 목소리로 이곳을 귀신 소굴이라 단정 지어버린 문강이기에 비로소 이러한 생각을 할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주린 배의 소리가 그 어떠한 것보다도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으음-”
혼자 있었을 것이라고 안심했을 때 기척이 들려오자 반가움 보다는 자신을 해치려는 뭔가가 아닐까하는 걱정이 더 컸다. 하나의 소리가 들려오고 다시 하나의 소리가 들려오며 그 소리가 십 수개로 늘어나는 것은 순간이었다. 이 와중에 ‘드르릉’하는 돌이 부딪치는 소리가 다시 한 번 들렸는데 전에 비하면 굉장히 작아. 주위 있게 듣지 않았다면 여기저기 들려오는 숨소리에 가려졌을 정도였다.
‘빛이다’
한 줄기 빛이 위쪽으로부터 비춰지고 있었다. 손가락 하나만 하던 것이 주먹 굵기로 변하자 주위를 환희 비취기 시작했다. 어두울 때는 몰랐으나, 자욱한 먼지들이 빛 사이로 날아다니고 사방에 부서지는 빛들에 눈을 가린 사람들이 보였다. 모두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뿐이었다.
“여기는 어디?”
누군가 정신 차리고 일어서며 말했다. 그리고는 빛에 익숙해 졌는지 얼굴로부터 손을 치웠다. 다시 몇몇이 일어났고 몇몇은 아직 누워있었다.
“여봐라, 거기 누구 없느냐!?”
소리치는 목소리에 힘이 넘쳤고 말투에는 거만함이 묻어나 있었다. 고개를 돌려 그 아이를 보자 허리에 손을 얹고 허리를 편 모습에서 당당함을 느낄 수 있었는데, 옷 또한 화려하여 그 아이가 어떤 생활을 하던 아이인지 알 수 있었다. 허나 이 아이의 말에 답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그러자 다시 크게 외쳤다.
“여봐라, 거기 누구 없느냐!? 본 공자는 하북성(河北省) 강씨 집안의 2째 아들 강서성이다! 너희들이 본 공자를 이리 대접한다면 좋게 끝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문강은 하북성 강씨라는 말에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북성의 강씨는 무관으로 이름이 높고 세력 또한 대단해 하북성에서 강씨의 위세는 황제에 버금가는 자들로 평소 고개를 들어 쳐다 볼 수도 없는 신분이었다. 이 아이는 몇 번이나 소리를 지르다가 제 풀에 지쳤는지 한 쪽에 자리 잡고 앉았다. 몇몇 아이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향하고 있었으나, 그 아이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소리 지르던 아이가 조용히 있자, 고요한 정적이 흐르기 시작했다.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 이렇게 많이 있었으나, 누구하나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신기할 정도로 갑작스레 시작된 정적에 모두 질린 것인지 기묘한 정적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구구구궁-! 예의 그 소리가 다시 한 번 들려오자 아이 하나가 들어갈 수 있을 구멍이 생겨났다. 그 구멍사이로 검은 복면을 한 사람이 보이자, 강서성이라는 아이가 잽싸게 그에게 다가갔다. 정확하게는 그 구멍으로 다가가며 말하였다.
“본 공자는 하북성 강씨 집안의 2째 아들 강서성이다! 네놈들이 어떤 착각을 하여 본 공자를 이곳에 가둔 것 같기에 하는 말인데, 본 공자를 어서 이 지저분한 곳에서 꺼내주고 용서를 구한다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잠시간의 침묵. 문강은 이 아이의 모습에서 당당함만은 본받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쯤 퍽! 어이쿠, 하는 소리와 함께 강서성이 바닥을 구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얼굴을 부여잡고 비명소리를 지르고 있는 아이의 손가락 사이로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순간, 흠칫 놀라며 살아졌던 공포심이 다시금 나타나기 시작했다. 허나 그것도 잠시 흑의인이 귀찮다는 듯이 던진 하얀 것이 바닥에 떨어지자 몸은 재빠르게 움직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어떠한 공포심도 이겨내게 만드는 것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만두, 그것도 고기만두야!!”
한입 입에 물고서 감탄하여 소리를 질렀다. 입에 있는 것들이 튀어 나가기는 했으나 신경 쓰지는 않았다. 문강에게는 지금 입 안에서 느껴지는 행복감이 현재 생각해 낼 수 있는 모든 것이기 때문이었다. 문강의 행동에 몇몇 아이들이 만두가 떨어진 곳으로 다가와 하나씩 주어갔는데, 대부분 차림세가 남루한 아이들이 뿐이었고 조금이라도 화려한 옷을 입고 있는 아이들은 이런 아이들의 행동을 더럽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너희들은 안 먹을 거야?”
문강이 한 말은 딱히 누구를 보며 한 말은 아니었다. 허나 그 대상인 아이들은 이런 사강을 완전히 무시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어찌 저런 저급한 음식을 먹는 것일 하는 생각이 가득할 것이다. 상당히 커다란 만두는 사람 수 만큼 있었는데 이들의 태도에 3분에 1이 바닥에 남아 있었다. 사강은 입에 하나 양손에 두 개씩 들고 원래 자기가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이 자식아!! 넌 본 공자가 이곳을 벗어나는 즉시 죽은 목숨인 줄 알아라!! 본 공자의 아버님이 이런 곳을 그냥 나둘 것 같으냐!! 모두, 모두 죽음을 면치 못 할 것이야!!”
벽을 향해 큰 소리를 질러대던 강서성은 또 아무런 대꾸가 없자. 자리에 주저앉았다. 큰 기쁨에 젖어 만두를 먹고 있던, 문강의 눈에 강서성의 얼굴이 보였다. 코와 입가가 피투성이가 된 모습으로 화를 내고 있었는데, 날 음식을 먹다가 피가 묻은 미친개 같이 사나워 보였다. 이후 아무런 변화 없이 저녁을 맞이하였다. 저녁이라 생각한 이유는 방 안을 환희 비추던 빛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다시 이곳에 빛이 들어 날이 밝자 하나둘씩 일어났다. 서로를 경계하고 있었으나, 한 아이가 용기 내어 옆에 있는 아이와 말하자, 곧 다른 아이들도 끼리끼리 이야기하며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는 공포심을 떨쳐버리려 하였다. 우선 자신들의 이름, 그리고 며칠 전에 일어났던 재미있었던 이야기들 하지만 이때부터 아이들은 두 부류로 나누어 졌다. 고급스런 옷을 입은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 문강은 그렇지 못한 아이들에 속하였다.
"형님, 이것 드시죠!"
"그럭저럭, 먹을 만하군"
처음부터 뛰어난 결속력을 자랑한 아이들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문강으로서는 가장 꺼려지는 상대로 만충당 패거리였다. 뭐 가장 어린 녀석들이지만 그래도 마을에서는 피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리고 형님으로 떠받들어진 녀석은 만충당 패거리에게 당했을 때 함께 있던 녀석이었는데, 아직 자신을 몰라보는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했다.
구구구구궁-! 예의 그 커다란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이번에는 조그마한 구멍만이 아니라, 어른 한명이 드나 들 수 있을 정도였다. 뚜벅뚜벅 걸어 들어온 사람은 어제의 그 사람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인지 알 수 없었는데, 그도 같은 흑의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 일어났나?”
쉬어 갈라진 목소리가 흑의 복면인에게서부터 흘러 나왔다. 돌이 갈리는 소리가 들렸을 때부터 아이들은 모두 조용히 그 곳을 보고 있었기에 중얼거리듯 말하였으나, 듣지 못 한 아이는 없었다.
“아직, 저 아이가 일어나지 않았어요!”
한 아이가 구석에 누어있는 아이를 가리키며 조심스레 말했는데, 어제 누어있는 아이가 한차래 맞은 것을 본 후라 그런 것이었다. 약자의 비굴함, 문강 역시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처세술이었다. 흑의인은 아이의 손이 가리키는 곳을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리고는 툭툭 걷어차고는 멈춰 섰다.
“아니, 어떤 자식이 본 공자의 잠을 방해하는 것이냐?”
방금 일어나서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거만한 말투는 여전했다. 강서성은 고개를 돌려 복면인을 한번 슥 보고는 피식 웃어 버렸다. 그리고는 한쪽 팔로 베개를 만들어 다시 옆으로 눕고는 거만하게 말하였다.
“검댕아, 이제야 본 공자가 어떤 사람인 줄 알았느냐?! 허나 이젠 틀렸다. 네 놈이 아무리 용서를 빈다하여도, 오늘 죽음을 면치 못 할 것이다. 본 공자는 한 숨 더 자고 일어나서 나가겠다. 방해하지 말고 물러서라”
사강은 복면인이 웃고 있다고 생각했다. 강서성의 말에 어깨가 살짝 들렸던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복면인의 행동에 놀람을 금치 못했다. 발을 살짝 강서성의 겨드랑이 밑으로 넣는가 싶더니, 위로 살짝 차올리자 강서성은 완전히 일어난 모습이 되어 버렸다. 짜자자자작-!! 하는 소리와 함께 뒤돌아 복면인을 바라보게 된 강서성의 고개는 좌우로 계속 흔들렸다. 피와 함께 하얀 이빨이 사방에 흩어졌다. 이 모습에 보고 있던 아이들의 얼굴도 소리가 계속 이어짐에 따라 점점 핏기가 가시기 시작했다.
“너희들은 구리문 2푼에 이곳에 팔려왔다.”
쉬어 갈라진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들려왔다. 처음에 기분 나쁘다고 생각되던 목소리가 한 없이 무섭게 들리기 시작했고, 말에 담긴 뜻을 알아들은 아이들은 자신들의 어떠한 처지에 놓여 있는지 조금 알게 되었다.
“그럴 리 없소. 우리 가문은 그 정도로 돈이 없지는 않소!! 구리문 2푼이라고 절대 믿을 수 없소!! 내, 내가 아버지를 대면해 보리라!”
고급스런 옷을 입고 있던 아이들 중에서 누군가 일어서서 외쳤으나, 돌아온 것은 복면인의 비웃음뿐이었다. 문강은 쓸쓸히 웃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가치가 구리문 2푼이라니, 별 쓸모없는 동생 년들도 은 2냥씩은 받았다. 그런데 날 구리문 2푼에 팔았다고, 후후훗’
문강은 이 뜻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별 이름 없는 마을에서 아이들을 사 갈 때, 가격이 그 아이들의 가치를 대변해 주고 있는 것이다. 구리문 2푼이 의미하는 것, 자신들의 목숨은 이제 길거리에 팔려 다니는 개, 고양이와 같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자신들이 죽어도 누구하나 신경 쓰지 않을 정도의 쓰레기, 자신의 앞날이 대충 보이는 것 같았다.
‘좋게 생각하자, 이제 굶어 죽는 없겠지’
툭, 품속 있던 종이 뭉텅이를 바닥에 던진 복면인은 문 밖으로 사라졌다. 문이 서서히 다치는 사이로 아이들의 수만큼의 만두가 던져졌다. 그리고 문이 완전히 닫히기 전에 복면인의 말이 들려왔다.
“거기에 시가 적혀있다. 저녁까지 외우도록 해라. 결과에 따라선...”
문이 완전히 다치자 복면인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문강을 비롯해 몇몇 아이들이 재빨리 몸을 날려 제목의 만두를 집어갔다. 비단 옷을 입고 있던 아이들은 만두 보다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종이를 집어 들었다. 또 다시 여러 개의 만두가 남았다. 문강은 남아있는 만두와 종이를 집어 들고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 만두 하나를 입에 물고 종이를 내려 보는 사강의 얼굴은 심각하게 변했다.
“망할, 글을 배운 적이 있어야, 시를 보던 말 던 하지, 아는 글자도 몇 개 있기는 하네!”
매우 쉬운 글자 몇 개를 빼고는 진정 알아 볼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사강은 시를 보는 것을 포기하고는 품 안에 있는 만두만 신경 쓸 뿐이었다. 만두를 하나를 먹고 나자 주위를 둘러볼 정신이 생겼다. 각자 손에 들린 종이만은 내려 보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는데, 그 중 고급스런 옷을 입은 아이들은 시를 한번보고 고개를 들어 입을 움직여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건 강서성이란 아이도 마찬가지였다.
"저 치도 이제야 자신의 처지를 이해한 모양이로군!"
만충당의 한명이 말했다. 그 아이들은 시를 읽지 않고 있었다. 아니 그들도 자신과 같이 읽지 못하는 부류인 것이다. 몸으로 겨우 하루하루 해결하는 자신들로서는 글은 다른 세상의 이야기인 것이다. 하지만 강서성의 피투성이의 얼굴을 보자 복면인의 손속이 생각나, 감히 포기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허나 그렇다 하더라도 모르는 글자가 읽어질리 만무하지 않은가, 시간이 흐름에 따란 점차 초조해저만 갔다. 이윽고 돌이 갈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복면인이 걸어 들어왔다. 이번에는 혼자 들어오지는 않았다.
“시간은 충분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명씩 나와 말해봐라”
비단 옷을 입은 아이가 앞으로 나와 뭐라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는데, 복면인은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왼쪽으로 가서 서 있으라 했다. 또 비단 옷을 입은 아이가 앞으로 나와 중얼거리고 복면인은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왼쪽으로 가라하였다. 이후 아홉 명의 아이가 앞으로 나섰을 뿐 다른 아이들은 앞으로 나서지 못하였다.
“너희들 중 시간이 부족해 못 외운 아이가 있느냐?”
복면인의 말에 흠칫 놀란 아이들이 주위를 둘러보다가 하나같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복면인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몰라 두려움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너희들은 문 밖에 있는 자를 따라가고 나머지는 날 따라오너라!”
문 밖으로 나온 아이들은 앞에 있는 자를 부지런히 따라가기 시작했다. 도착한 곳에는 큰 대청이 지어져 있었는데, 자신들과 같은 경로로 모여든 아이들 같았다. 문강 역시 이 중에 섞여 있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한 100명쯤의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 자신이 살고 있던 동내에서는 아이들 5명이 모여도 굉장히 시끄러웠는데, 이곳은 조용한 침묵뿐이었다.
“이제부터 한 달간 너희들은 이곳에서 생활하게 될 것이다”
그리 큰 목소리는 아니었으나, 맨 뒤쪽에 있는 문강에게까지 똑똑히 들려왔다. 근엄하게 말하는 자는, 자신들을 안내해온 복면인 중 한명이었다. 십여 명의 복면인들이 밖으로 빠져나가고, 방금 말했던 복면인이 남이 어떤 책을 아무렇게나 던지기 시작했는데, 절묘하게도 한 사람 앞에 하나씩 던져졌을 뿐이었다.
“앞에 놓여 있는 것은 천자문이다. 말 그대로 천 가지의 글자가 담겨 있는 책인 것이다. 오늘부터 한 달간 너희들을 가르친다. 짧다면 짧고 긴다면 긴 시간이다. 한 달 후 성과에 따라 너희들의 처우가 결정된다.”
복면인의 마지막 말이 ‘죽기 살기로 해라’하는 협박 보다 무섭게 들린 것은 과연 자신뿐일까 하고 문강은 생각했다. 주위를 살짝 둘러보았다. 한 달 동안 생활활 곳, 자신이 살던 집 보다 깨끗하고 좋은 곳이었다.
‘대체 어떤 곳이기에, 무슨 일을 하기에 글자를 가리켜 주단 말인가. 단순한 노예는 아니라는 말인가? 후훗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 시키는 일만하면 오래 살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SF 소설을 쓰고 싶었는데 이렇게 무협소설을 쓰게 되었습니다.
본래 내용은 굉장히 짧은 소설입니다.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에서 시작된 소설입니다.
아 노력해서 책을 내고 싶은 욕심이 많이 있습니다.
그럼 백수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끝까지 연재를 하겠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재미있게 봐주세요.
첫댓글자료실에 있는 아크v님의 오프용 글틀을 사용해 주신다면 더 열심히 읽을께요..... 건필하시구요.... 왠지 모르게 분위기가 묵향처럼 갈것 같은 이유는 뭘까요? ㅡㅡ;; 혹시 아이들을 암살단으로 키우려는? (쿨럭...) 장난입니다. 건필하시구요... 안녕히... *^^*;;
첫댓글 자료실에 있는 아크v님의 오프용 글틀을 사용해 주신다면 더 열심히 읽을께요..... 건필하시구요.... 왠지 모르게 분위기가 묵향처럼 갈것 같은 이유는 뭘까요? ㅡㅡ;; 혹시 아이들을 암살단으로 키우려는? (쿨럭...) 장난입니다. 건필하시구요... 안녕히... *^^*;;
왠지 무협은 상당히 오랜만이군요. 에, 평소 무협은 잘 보지 않는 이유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기대할게요, 건필하세요.;-)a
와, 정통 무협이라니,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