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게 웃는 그 여자 참 아름다워서
눈을 뗄 수 없는 감정을 느꼈죠.
그 여자 짓는 미소가 내 하루를 바꾸고
그 여자 짓는 눈물이 내 일년을 바꾸고
그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는데
난 그들 사이에 들어 갈 수가 없네요
서로 떨어지면 살 수 없는 두 사람
알면서도 자꾸 어긋나려는 두 사람
그 남자는 참 행복하겠어요
차라리 내가 모질어서
그들을 죽도록 저주하면 좋겠어요
그들 사이에 어떻게든 끼겠어요
그 남자가 못난 사람이었다면
이젠 떨어지지 말아요 두 사람
언제나 붙어서 행복해요 두 사람
그 남자 그 여자 사이에 내가 부탁 해요…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려고 몇 번이나 손을 가져간 보미,
음악이 나오는 3분 45초 동안 흐른 눈물이 앞을 가려서, 이젠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는다
그녀는 겨우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후, 한참을 멍하니 방 한쪽 모서리만 응시한다.
준희가 그녀에게 쓴 편지…
완벽하게 슬프고, 가슴 쓰라린 호소력으로 자신의 곡을 부르면서….. 얼마나 울었을까…..
자신의 감정을 입 밖으로 그대로 끌어 올리는 감성적인 그가, 울면서 녹음했을 장면이
눈앞에 그려지자, 보미는 눈물을 쓱쓱 닦으며 고독한 표정을 짓고 있는 준희의 사진에 꿀밤을 먹인다.
“……이젠 정말…박준희….완벽한….가수야……”
“아, 아저씨~ 보미 언니한테 안 가요?? 보미 언니한테 구구단 배워야 된다고요~!!!”
“꼬마야, 너 이런 책도 읽어?
지연은 자기 아빠 츄리닝 바지가 짧아서 7부 바지처럼 입고 거실 바닥에서 자신의 책을 읽고 있는
진규를 보며 입술을 삐죽인다.
“나 꼬마 아니고. 강.지.연”
“아, 그래. 지연아. 구구단은 몇 단까지 배웠는데?”
“어제 언니가 2단하고 3단 가르쳐 줬어요”
“다 기억 나?”
지연이 구구단을 막힘 없이 3단까지 외우자, 진규는 그녀의 머리를 토닥여주며 옆에 있는
스케치 북과 크레용을 집어 들고 구구단을 9단까지 빠르고 깨끗하게 써 내려간다.
마음을 좀 가라 앉힌 후, 다시 플레이 버튼을 누른 보미는 진규가 쥐어 준 손수건을
주머니에서 꺼내어 만지막거린다. 곧, 거친 소리를 내며 씨디가 3번 트랙으로 넘어 가고,
귀여운 꼬마의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재빈아……??”
고모의 손을 잡고 잠이 드는 재빈이
꿈나라에서 무엇을 볼까
고민이 가득해요
새들이 노래하고 시냇물 장단치고
재빈이랑 아빠는 춤을 추죠
아침에 눈을 뜨면…..
…….
이 뒤는 몰라요. 한번도….들어 본 적이 없어요.
근데요 내일은 아침에 눈을 뜨면..
고모가 돌아 왔으면…..좋겠어요…..
재빈의 멘트가 끝나고, 그녀가 항상 재빈이에게 불러 주던 자장가 음이 흘러 나온다.
그리고 들리는 쥬니의 노랫소리…
또 다시 쏟아져 나오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보미는 웃고 있다.
재빈의 귀여운 노랫소리에, 쥬니의 천재적인 편곡과 작곡 솜씨에,
그녀는…… 울면서도 웃고 만다.
-시장-
“여긴 왠 일이냐”
바구니를 챙기며 집으로 돌아 갈 준비를 하던 노인이 자신의 옆에 다가와 도시락 통을 건네는
보미를 흘끔 쳐다본다. 보미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그저 도시락 통을 흔들며 노인의 팔을
잡아 당기며 앉는다.
“우리 저녁 먹어요, 할머니”
“……집에서 먹으면 될 걸, 왜 싸가지고 나와”
“외식이죠~외식. 오늘은 밥 대게 잘 됬어요~ 그쵸?”
보미가 도시락 통을 열고, 아직도 따끈한 밥과 온갖 반찬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노인은 도시락 통을 보며 보미가 쥐어주는 수저를 잡아 밥을 한 숟가락 입안에 가져 간다.
“그래, 그래서 오늘은 노래만 듣다가 밥만 하고 나왔나?”
“헤헤, 네. 밥 잘 됬죠?”
“……눈은 그렇게 부어서….쯔쯔. 얼른 먹어, 팍팍”
“넵!!!”
보미가 또 다른 도시락 통을 열어, 숟가락으로 밥을 툭- 뜬 후, 입 안 가득히 밥을 넣고
오물오물 쫀득거리는 밥알을 씹어서 꿀꺽 삼킨다.
“밥 다 먹고 술이나 한잔 하자”
“엇! 할머니 술 드세요??”
“왜. 늙은이는 술 맛도 모를까 봐??”
보미가 씩 웃으며 숟가락에 밥과 반찬을 올리고 또 다시 입안 한 가득 오물오물 먹는다.
“천천히 먹어! 안 뺏어 먹는다!”
“아~빨리 술 마시고 싶어서 그래요 헤헤”
“이게 다 뭐예요, 아저씨?”
“작전. 내가 오늘 너 구구단 다 알려 줬으니깐 너도 나 이거 도와줘”
다 먹고 남은 라면을 멍멍이에게 주고 방으로 들어온 지연은, 무언가를 열심히 쓰고 있는
진규 옆으로 바짝 다가가 앉는다.
첫댓글 재미있게 읽어답니다...이런 그 씨디를 듣고 웃고 울고 하네요.....지연이가 보미한데 가자고 하는구요....구구단를 배원야한다고....보미는 오래만에 도시락을 가지고 할머니한데 가는군요....그시간에 진규는 지연이한데 부탁을 하네요....무엇이라고써는지.....다음편도기대...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다는..ㅋㅋ 재밌게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