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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여행길에 빼놓을 수 없는 맛깔스런 음식. 이 명가의 별미를 두루 즐길 수 있도록 전남도가 62곳을 엄선,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남도 음식 명가·별미집’이라는 포켓 사이즈 책자로 발간했다. 이 책은 여행사 관광안내소 등지에 비치하기 위한 것. 때문에 여행자들이 구해 보기는 어렵다. 책에 소개된 남도 맛집에 관한 정보를 지도와 함께 소개한다.》
음식하면 전라도, 거기서도 ‘남도’라 칭하는 전남지역은 바다와 산을 두루 접한 지형적 특성으로 먹을거리가 풍부해 예로부터 음식문화가 발달한 곳이다.
전남도는 남도 음식에 대한 여행자의 관심이 높아지자 2001년 남도의 맛집 31곳을 선정, ‘남도음식명가·별미집’으로 소개했다. 그리고 이번에 이 중 2곳을 취소하고 33곳을 새로 선정, 총 62곳의 명가와 별미집을 발표했다.
선정된 식당은 각계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가 전남의 각 시군이 추천한 식당 가운데 1차 서류심사에 합격한 식당을 대상으로 현장심사를 거쳐 최종 결정한 곳. 전남도는 앞으로 여행자들이 쉽게 찾아 갈 수 있도록 식당 바깥에 상징물 등을 설치하고 별도의 홈페이지도 운영해 상세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선정된 62곳을 살펴보자. 34년 전 ‘갈낙탕’을 개발해 지금도 그 식당에서 음식을 내는 낙지 명가 독천식당(전남 영암군) 여주인 서망월씨의 말대로 낙지 하면 역시 무안 개펄의 세발낙지가 으뜸. 무안에서는 기절낙지를 비롯해 짚불구이(돼지고기), 명산장어구이 등 무안 5미(味) 가운데 세 개가 선정됐다. 기절낙지란 산 낙지를 대소쿠리에 비벼 육질을 부드럽게 한 다음 초장에 찍어 먹는 것으로 무안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별미 중의 별미.
목포에서는 낙지를 이용해 만드는 거의 모든 요리를 내는 낙지명가 호산회관, 꽃게의 모든 것을 맛볼 수 있는 식당 장터, 흑산홍어요리 전문식당인 금메달이 별미 맛집의 대표선수로 선정됐다.
21개시군 가운데 맛집이 가장 많이 선정된 곳은 강진군. 한정식의 고장이라는 소문답게 6곳의 별미가 한정식이다. 그 중에는 네덜란드인 하멜 일행이 7년간 살았다고 해서 ‘하멜마을’로 불리는 병영면의 ‘설성식당’도 있다. 4인분 한상에 2만원을 받는 이곳은 당일 만든 반찬만 내는 깔끔한 곳으로 할머니가 연탄불에 구워내는 돼지불고기가 일미.
바닷장어로 유명한 고흥에서는 참장어 샤브샤브와 붕장어구이 식당, 대나무 유명한 담양에서는 죽순삼합(우렁 오이 죽순회) 한정식, 대나무 죽계탕과 대통 삼계탕, 담양식 떡갈비, 칠산 앞바다에서 조기 울음 들렸다던 조기의 고장 영광에서는 자린고비탕, 고추장굴비가 들어 있는 굴비정식이 대표 별미로 꼽혔다.
곰탕 역사가 40년이나 되는 나주에서는 나주곰탕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식당 세 곳이 모두 선정됐고 한우로 유명한 함평에서는 육회비빔밥, 불고기로 이름난 광양에서는 광양불고기 원조식당(한국식당)이 맛집에 들어갔다.
영산강 하구언 공사로 마을 앞 개펄은 사라졌어도 그 개펄 음식의 명성만은 아직도 시들지 않은 영암. 거기서는 옛 개펄마을 독천의 갈낙탕 탄생지 독천식당, 힘이 좋아 ‘개펄의 왕자’로 불리는 짱뚱어탕을 끓여내는 중원회관이 선정됐다. 갈낙탕은 낙지연포탕과 갈비탕을 합친 것으로 독천회관이 있는 독천에 가면 도로 양편으로 낙지식당 30여곳이 밀집돼 있다.
이밖에 눈에 띄는 특별한 음식으로는 지리산 아래 구례의 대통밥, 장흥 키조개등심구이, 목포의 삼합, 보성의 전어식당, 곡성의 ‘닭잡아 먹는 참게탕’, 여수의 굴구이가 있다.
*다리품 팔아도 아깝지 않은 ‘남도 맛’ | ||||
남도음식은 혀끝에 착착 감긴다. 빼어난 풍광과 훈훈한 인심의 남도 문화가 승화된 것이 바로 남도의 음식이다. 그래서 다리품을 팔아도 아깝지 않다.‘맛있는’ 일탈을 꿈꾼다면 남도로 가라. ‘남도 푸디스트’ 유명의(46) 동신대 교수는 “남도 음식은 요리 전문가의 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내 가족을 위해 만든다는 게 소문이 나면서 자연스럽게 상업화한 것이라 고유의 맛이 지켜진다.”고 평했다. 그와 함께 남도의 인심과 풍광이 빚어낸 맛의 문화를 만끽하자.
■ 니가 남도맛을 알아?
●두번 놀라는 남도 한정식
유 교수와 처음 찾은 곳은 나주시 남내동의 한정식집 사랑채(333-0116). 남도 음식 입문 필수 코스라는 조언에 따라 밀양 박씨 7대 종손가 ‘박경중 가옥’(전남도 지방문화재 153호)의 사랑채인 한정식집으로 향했다. 앉자마자 고풍스러운 가옥에 어울리는 30여가지의 음식이 한상 가득했다. 이 집의 비법인 한방 양념과 파인애플로 단맛을 낸 돼지숯불구이가 주메뉴. 조기구이와 된장찌개, 갓김치, 굴전, 콩잎, 청매실장아찌,3년 묵은 김치 등 매콤새콤한 음식들이 입맛을 사로잡았다. 맛도 맛이지만 6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또 한번 놀랐다. 디저트는 눈요기. 개인 전통가옥으로는 남도지방에서 제일 규모가 큰 박경중가옥을 둘러보는 것. 건축학도의 필수 탐방 코스다.
남도음식 명가로 선정된 완도군 군내리 대도한정식(553-5029)과 대한민국의 3대 한정식이라는 평가를 받는 강진군 남성리의 해태식당(434-2486)도 추천 명소. 대도한정식은 전복·성게·멍게·자리돔·키조개 등의 젓갈류를 포함해 40∼50가지의 해산물 한정식(4인 10만원)이 나온다. 해태식당은 계절에 따라 음식(2만원)이 달라지는데 겨울에는 시원한 매생이국을 맛볼 수 있다.
●겨울에 좋은 보양식
30여곳의 낙지집 가운데 원조격인 제일식당(472-3729)을 찾았다.“남자들의 스태미나와 여자들의 피부미용에 그만이랑께….”라며 너스레를 떠는 유갑현 사장의 입담만큼이나 낙지구이와 전골이 상위에 푸짐하게 올랐다. 기름을 제거한 갈비와 낙지를 함께 넣은 갈낙탕(1인분 1만 2000원)과 낙지구이(10마리에 4만원)가 주메뉴. 세발낙지에 10여가지 양념으로 군 낙지구이를 초장에 찍은 뒤 한입에 베어물자 낙지 특유의 담백함이 입속을 휘감았다.30여년의 전통을 지닌 인근의 독천식당(472-4222)도 낙지연포탕과 갈낙탕에 반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집이다.
대나무로 유명한 담양의 대표적인 먹을거리인 대나무 요리는 깔끔한 보양식. 담양군 월산면 용흥리 한상근 대나무통밥집(382-1999)에서만 맛볼 수 있는 죽계탕(3만 5000원)과 대통밥(8000원)은 최고의 보양식. 주인 한상근씨가 운영하는 3만여평의 대밭에서 기른 토종닭과 댓조각을 함께 삶았다. 물대신 대나무 수액을 이용한 것도 이 집의 특징. 구례군 화엄사 입구에 있는 지리산 대통밥(783-0997)도 유명하다.
이밖에 화순군 동면 천덕리 달맞이 흑두부(372-8465)에는 건강에 좋다는 검은콩을 재래식 두부제조법으로 만든 흑두부(4000원)와 보쌈(1만 5000원)이 기다린다. 화순군 화순읍 삼천리 약산 흑염소가든(373-9292)은 남자의 양기를 보충해 주고 여자의 허약함을 채워주는 흑염소 전골(2만원)과 샤부샤부(1만 3000원)를 먹을 수 있다.
●남도 인심이 또다른 별미
남도 지역의 별미도 다양하다. 갖가지 음식에는 수십년간 가풍으로 전해오는 특유의 제조 노하우가 숨어있기 때문이라는 게 유교수의 설명이다.
나주시 금남동 남평식당(334-4682)은 40여년동안 오로지 곰탕만을 만들어 왔다.‘나주를 방문해 곰탕을 먹지 못했다면 나주의 반쪽만 본 것’이라는 말처럼 구수한 국물이 찬 바람에 굳어진 몸을 사르르 녹였다.
해물탕으론 대한민국 최고라고 자부하는 해남군 해남읍 평동리 용궁해물탕(536-2860)도 꼭 들러봐야 할 곳. 수십년간 시장에서 해산물을 판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해물탕(5∼6인용 5만원)은 매콤한 국물이 살살 녹아내린다. 청정바다인 해남앞바다에서 갓 잡은 해산물 30여가지와 최고급 양념이 자랑.
목포시 용당1동 금메달(272-2697)은 스무가지 맛을 숨기고 있는 흑산홍어요리의 본가.20년째 목포를 대표하는 집으로 홍어삼합(13만원)과 홍어회(12만원)가 주메뉴다. 흑산 홍어를 구할 수 없을 때는 문을 닫는 만큼 전화예약을 해야 헛걸음하지 않는다.
■ 맛집주변 가볼만한곳
음식을 먹은 뒤 소화를 시킬 겸 돌아볼 곳도 풍부하다.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음식점 주변의 포구나 공원을 거닐거나 박물관을 돌아봐도 남도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다.
나주에서는 박경중 가옥과 동신대 카메라 박물관이 숨은 명소다. 박경중 가옥은 19세기말 우리 민가의 형태가 가장 잘 보존되고 있는 전통가옥. 가옥의 규모는 7칸반으로 개인가옥으로는 남도지방에서 제일 크고, 남도 초가삼간도 잘 보존돼 있다. 현재 밀양박씨 청재공파 8대손인 박경준 전 나주시 문화원장이 거주하면서 관리하고 있다.
동신대학 내에 있는 ‘카메라 박물관’(330-8542)은 사진작가와 카메라수집가인 고 이경모 선생이 자신의 수집품을 기증하면서 만들어진 국내 최대의 카메라 테마박물관이다. 초기 카메라부터 특수카메라까지 1500여점이 전시돼 있다.
담양에서는 2500여점의 세계 각국의 죽물공예품이 전시된 한국대나무박물관(381-4111)과 대나무 숲을 둘러보면 된다.
강진군 마량면 마량리의 작은 포구도 겨울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바다를 끼고 내려가는 길은 승용차로 드라이브를 하기에 좋다. 포구의 위판장에서 펼쳐지는 경매 현장도 아이들에게는 산 교육이 된다.
가족단위의 숙박은 대규모 온천탕을 갖춘 영암의 월출산온천관광호텔(473-6311)이나 화순의 화순금호리조텔(370-5000) 등이 좋으며, 온천단지 인근에도 숙박시설은 많다.
자세한 문의는 전남도청 관광진흥과(607-3333), 관광정보센터(607-4458), 관광협회(222-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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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닿는곳 마다 ‘맛의 성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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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여행은 생각만해도 즐거워진다. 빼놓을 수 없는 이유, 남도 음식이다. 산과 들, 바다와 강이 어우러지는 풍부한 먹을거리에 남도 특유의 맛이 더해져 어디를 가도 만족스럽다. 이 가을, 허리띠를 늦춰 매고 남도여행을 떠나보자.
(1)목포=신안 등 인근 갯벌에서 잡아올리는 세발낙지가 유명하다. 산낙지회를 즐겨도 좋고, 맑은 국으로 매콤하게 끓여내는 낙지연포탕도 별미다. 홍어도 빼놓을 수 없는 목포의 맛. 홍어회·홍탁은 입안에 한 점 집어넣으면 콧속이 얼큰해지는, 남도 잔칫상의 필수품이다.
(2)신안=홍어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흑산도 홍어가 난다. 임자면 전장포는 새우젓이 유명한데, 혀끝에 감도는 담백함이 뛰어나 옛날부터 궁중에 진상할 정도. 4~6월, 9~11월의 새우잡이 철이 되면 수백척의 어선이 몰려든다.
(3)무안=볼거리보다 먹을거리가 많은 고장. 산낙지를 민물로 수차례 씻어 낙지를 잠시 기절시킨 뒤 먹는 기절낙지와 볏집에 익히는 돼지짚불구이가 대표적인 별미다. 여기에 양파 한우고기, 명산 장어구이, 도리포 숭어회 등을 덧붙여 ‘무안 5미(味)’라 부른다.
(4)함평=육회비빔밥을 맛봐야 한다. 지금도 큰 우시장이 서는 함평읍내에 식당이 여럿 있는데, 암소만 사용해 입에서 살살 녹는다. 한우생고기와 육회도 신선하다.
(5)영광=영광 하면 굴비, 굴비 하면 영광이다. 영광읍 법성포구 주변에 굴비전문 식당이 몰려 있다. 원래 영광굴비는 이른 봄부터 6개월을 말렸지만 요즘에는 보통 조기를 잡아 냉동시킨 뒤 1주일가량만 말린다.
(6)장성=메기 요리가 대표적이다. 그 중 자연산 메기에 20여가지의 양념을 넣어 찌는 메기찜이 특히 맛있다.
(7)담양=국내 최대의 죽물산지로 별미는 죽순회다. 죽순찜, 죽순나물, 죽순된장국 등 다양한 죽순 요리가 개발됐으며 대나무통밥, 대잎술 등도 있다. 갈빗대에서 발라낸 갈빗살을 토닥토닥 칼로 저며 은근한 숯불에 구워내는 떡갈비도 향토음식.
(8)곡성=섬진강 유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은어회와 구이가 명물이다. 섬진강의 압록 부근에서는 참게가 많이 잡히는데 9월부터 서리가 내릴 때까지가 제철이다.
(9)구례=구례의 음식은 단연 산채요리다. 지리산 자락에는 ‘아흔아홉가지 나물 노래를 알면 3년 가뭄도 넘길 수 있다’는 속담도 있다. 20여가지의 산나물을 정갈하게 내놓는 산채전문 음식점은 화엄사쪽에 즐비하다.
(10)광양=한국의 대표음식인 불고기가 광양의 전통음식이다. 백운산에서 자생하는 참나무숯을 이용한 숯불구이, 가을에 최고의 맛을 내는 전어회, 재첩국도 유명하다.
(11)순천=첫 손에 꼽는 향토음식은 추어탕. 미꾸라지가 살이 찌고 기름기가 오르는 늦여름과 가을이 제철. 짱뚱어탕과 벌교의 고막꼬치도 알려져 있다.
(12)여수=돌산갓김치의 여수는 노래미매운탕의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6·7월에 특히 맛이 좋은 바다장어구이와 서대회도 입맛을 자극한다. 수산물로 상차림을 하는 한정식도 독특하다.
(13)고흥=붕장어로 요리하는 구이와 회가 별미. 지역 특산품인 유자로 만든 다식·카스테라·강정 등도 독특하다.
(14)보성=국내 최대 차(茶) 생산지. 녹차를 활용한 먹을거리가 많다. 녹차를 먹여 기른 ‘녹돈’은 육질과 맛이 뛰어나고 녹차 냉면·수제비·과자 등도 색다르다. 전어회도 이름나 있다.
(15)장흥=장흥의 최고 별미는 바지락회. 안양면 수문포해수욕장 일대에서 먹을 수 있다. 깐 바지락에 파·마늘·양파·참기름·고추장 등 갖은 양념과 식초를 버무려 먹는다. 살짝 구워 먹는 키조개도 유명하다. 상발리 남포마을에는 석화구이집이 몰려 있다.
(16)강진=강진강이 빠져나가는 구강포의 목리는 유명한 장어의 산지. 이 일대에 민물장어구이가 발달했다. 참나무 숯불에 직접 구워내는 구이가 독특하다.
(17)영암=전라도 한우와 갯벌의 낙지가 어울리는 갈낙탕이 최고의 별미다. 월출산에서 흘러내리는 물로 양식하는 민물장어구이와 짱뚱어탕도 유명하다.
(18)해남=표고산적과 자외젓이 유명하다. 참게도 많이 알려져 있다. ‘강진군수가 대합자랑을 하면 해남군수는 참게자랑을 한다’는 옛말이 있을 정도.
(19)완도=청정해역에서 기르는 전복을 재료로 한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완도 동쪽에 있는 약산면 조약도는 흑염소가 유명하다. 약초(삼지구엽초)를 먹고 자라 다른 지방의 것보다 훨씬 더 비싸게 팔린다.
(20)진도=간재미회와 구기자식혜가 대표 음식. 간재미는 가오리를 뜻하며 사시사철 맛볼 수 있지만 살이 통통하게 오르는 겨울철이 제맛이다. 지역 전통주인 홍주를 곁들이면 더욱 좋다.
(21)나주=나주에서 배만큼 유명한 것이 곰탕이다. 옛날 나주읍 장터에서 팔던 곰국에서 비롯된 나주곰탕은 양념장을 쓰지 않아 국물이 맑고 담백하다.
(22)화순=강이 많고 물이 맑아 미꾸라지가 많이 잡힌다. 미꾸라지와 야채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미꾸라지 숙회, 우거지와 함께 끓인 추어탕이 유명하다. 물천어조림도 향토 음식. |
*가을을 불러놓고 전어를 익히니… | |
가을 남도는 어디를 가나 성찬(盛餐)이다. 저녁 노을 지는 남도 삼백리, 사람 사는 동네 어디를 가도 넉넉한 상차림이 기다린다. 그곳에 가면 막 건져낸 싱싱한 생선과 기름이 좔좔 흐르는 햅쌀밥 앞에서 군침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사람 사는 마을에는 어디에나 자격증 하나 없지만 경지에 오른 ‘요리의 달인’들이 즐비하다. 이름 없는 산자락이나 한적한 포구마다 간판도 제대로 없는 ‘음식의 명가’들이 숨어 있다.
전주 비빔밥, 선운사 풍천장어, 남원 추어탕, 나주 곰탕, 흑산도 홍어, 해남 한정식, 목포 세발낙지 등. 고을마다 넘쳐나는 먹을거리의 이름 자체가 이미 ‘톱 브랜드’다. 이 때문에 남도에 가면서 맛기행을 빼놓았다면 반쪽짜리 여행길일 수밖에 없다. 산과 바다, 들판에서 나는 싱싱한 음식재료와 무뚝뚝하지만 속정 깊어보이는 할매의 손맛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남도음식을 만나러 떠나봤다. 이 가을, 어디론가 떠나기로 맘먹었다면 기왕지사 풍경에 취하고 맛에 반하는 남도 맛기행을 권한다.
#전어(錢魚)
‘전어 한마리가 햅쌀밥 열그릇 죽인다’는 말이 있다. 집 나간 며느리가 전어 굽는 냄새 때문에 돌아온다는 전어는 가을 생선의 대명사. 서해에서 남해까지 전어가 잡히는 곳마다 앞다퉈 전어축제를 여는 걸 보면 그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여름 내내 플랑크톤과 유기물을 섭취한 뒤 찬바람이 불면 월동을 위해 남쪽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가을철에 그 맛과 영양이 최고조에 오른다.
비늘을 벗겨낸 뒤 뼈째로 도톰하게 회를 썰어 양념된장과 마늘을 곁들여 상추쌈을 싸서 먹기도 하고, 숯불이나 연탄불에 왕소금을 뿌려 구워먹는 맛 또한 일품이다. 한방에서는 전어가 소변 기능을 돕고 위를 보하며 장을 깨끗하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전남 광양의 포구에 간다면 꼭 한번 먹어볼 일이다.
#장어(長魚)
숙주에 고사리를 넣은 장어국을 먹고 나면 다른 것은 맹물에 조약돌 삶은 국맛이 난다 했다. 선운사 풍천장어는 이미 그 이름 자체가 명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바닷물과 민물을 오가는 풍천장어는 비타민 A와 E가 많아 보양식으로 이름이 높다. 자연산 장어는 구경하기 힘든 요즘이지만 이곳 가두리 갯벌에서 생산되는 반자연산 장어는 육질이 매우 쫄깃쫄깃하고 담백하여 인기가 높다. 특히 고창 선운사의 또 다른 특산물인 복분자술과 곁들이면 더욱 좋다. 이글거리는 숯불에 구워먹는 장어구이의 맛은 먹어보지 않은 이들은 그 심오한 맛을 설명할 수 없다. 소금구이보다 양념구이가 인기가 높고, 어린이들도 즐겨먹는 보양식이다. 그러나 고소한 뼈튀김이나 장어를 고아 만든 국물을 먹지 않는다면 풍천장어를 찾은 의미가 없다.
#추어(鰍魚)
‘고기 어(魚)’에 ‘가을 추(秋)’를 합쳐 추어(鰍魚)라 했다. 벼가 무르익는 가을논이나 도랑에서 잡히던 미꾸라지는 특유의 끈적한 점액질이 강장효과가 뛰어나다 하여 가을 보양식의 대표격으로 인정받고 있다. 미꾸라지를 통째로 넣고 끓이면 추탕, 으깨어 끓이면 추어탕이라 부른다.
추어탕의 대명사가 된 남원추어탕은 남도 특유의 풍부한 재료와 양념이 어우러진 걸쭉한 맛이 일품이다. 보통 미꾸라지보다 약간 작은 추어탕용 미꾸라지를 써서 된장으로 맛을 내고 푹 삶아 으깬 뒤 들깨 토란대 시래기 무 고구마순 등 온갖 재료를 넣고 끓여낸다. 여기에 맵기로 유명한 청양고추와 산초가루를 넣어 먹는 맛이 기막히다. 특히 가을에는 김장김치와 시래기 된장무침 등과 함께 먹는다.
#짱뚱어
눈은 올챙이처럼 튀어나오고 한겨울엔 개구리처럼 겨울잠을 자는 희한한 물기고인 짱뚱어는 ‘갯벌의 재간둥이’로 불린다. 물속을 헤엄친다기보다는 뛰어다닌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자웅동체의 까탈스런 어종. 강진에서 주로 맛볼 수 있는 짱뚱어 요리는 탕, 전골, 구이 등으로 먹을 수 있고 비린내가 없어 맛이 담백하며 영양가도 만점이다. 콩나물과 마른나물, 즉 고사리 고구마순 토란대 머윗대, 무 양파 호박 감자 바지락 미더덕 등에 짱뚱어를 통째로 넣어서 끓여낸 전골이 특히 인기다.
짱뚱어는 갯벌이 살아 있는 곳에서만 잡히는 바다의 산삼으로 양식이 불가능하다. 이때문에 아무리 과식해도 배탈이 나지 않는 보양식으로 강진에 가서 짱뚱어를 먹지 않으면 안가니만 못하다고 했다.
#홍어(洪魚)
묵은 김치에 삶은 돼지, 삭힌 홍어를 얹으면 그 유명한 삼합이다. 여기에 막걸리 한 사발이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칠레산 홍어가 판치는 요즘이지만 홍어 중의 으뜸은 흑산도 홍어다. 옛날 섬에서 나온 해산물을 육지로 운반할 때 먼 뱃길에 해산물이 상하기 일쑤였으나, 홍어만은 탈없이 먹을 수 있던 데서 삭힌 홍어가 유래했다. 화끈하게 쏘는 향과 맛이 일품이다. 요즘은 20여 일간 얼음에 묻어 숙성시킨 뒤 토막내 항아리나 냉장실에 보관해서 판매한다. 풋고추와 무, 돌미나리를 썰어넣고 끓이는 홍어탕 역시 삼합이나 삭힌 홍어회 못지않은 별미다. |
*남도의 월별 먹을거리
1월 ■추위 탓에 채소가 귀하다. 당근, 우엉, 연근 정도가 제철 채소다. 해산물로는 굴, 패주, 가자미, 대구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짭조름하게 조린 우엉과 연근 조림, 대구탕, 삼치구이 등이 식탁에 자주 오르는 때다.
2월 ■봄동, 참취, 고비 등이 나는 시기. 무치거나 볶아서 내오면 된다. 해산물로는 다시마, 파래, 홍합, 홍어 등이 제철이다. 다시마쌈, 파래무침, 홍합탕, 홍어찜 등이 대표 요리.
3월 ■봄나물이 한창이다. 쑥, 냉이, 달래 등을 무쳐 내오면 식탁에 봄 향기가 넘친다. 바지락, 대합, 꼬막도 한창 물이 오르는 시기. 끓이거나 무쳐 내오면 갯내음이 입안 가득하다.
4월 ■고사리, 더덕, 두릅, 죽순들이 줄줄이 시장에 나오는 시기. 고사리볶음, 더덕구이, 두릅초회로 요리해 먹으면 된다. 해산물로는 도미, 조기, 꽃게 등이 그물에 실하게 올라온다.
5월 ■상추, 고구마순, 도라지, 마늘이 채소가게 좌판에 가득하다. 마늘종새우볶음, 고구마순무침 등으로 입맛을 살린다. 오징어, 멸치, 넙치, 준치도 때를 만났다.
6월 ■풋고추, 호박, 오이, 완두콩이 풋풋하다. 풋고추잡채, 애호박전, 오이냉국 무얼해도 맛나다. 제철 해산물인 전복, 병어는 전복죽, 병어찜으로 즐겨 먹는다.
7월 ■가지, 열무, 감자, 느타리, 깻잎이 신선하다. 해산물로는 장어, 홍어, 농어에 살이 올랐다.
8월 ■지천에 상추, 시금치, 오이 등 신선한 채소가 가득하다. 별다른 양념 없이 장을 넣어 싸서 먹거나 장에 찍어 먹으면 된다. 노란 옥수수가 하나둘 선뵈는 시기. 문어와 해파리도 물 때다.
9월 ■버섯이 실하다. 표고버섯, 싸리버섯, 느타리버섯을 볶아먹고 끓여먹는다. 신선한 토란 넣고 끓여내는 토란탕도 인기. 해산물은 연어가 나오기 시작하는 때다.
10월 ■버섯이 여전히 한창이다. 햇무가 나오기 시작하는 때이기도 하다. 밥에 무생채를 슥슥 비비면 따로 반찬이 필요없다. 참치, 고등어, 꽁치, 갈치도 인기일 때다.
11월 ■배추와 늙은 호박이 나오면서 늦가을을 맞는다. 옥돔, 방어, 참돔, 성게도 한창이다.
12월 ■무, 배추로 만든 김장김치, 보쌈김치 등이 잃기 쉬운 입맛을 다잡아주는 시기. 해산물은 가자미, 정어리, 낙지, 주꾸미 등에 한창 물이 올랐다.
*섬진강 500리 가을 식도락 여행 | |||
이 강에서 인간은 덤으로 산다. 강은 산과 골을 휘돌며 고기를 키우고, 들판의 곡식을 살찌운다. 은어와 재첩, 참게가 강의 품 안에서 자라고, 구례와 하동의 너른 들판이 모두 이 강을 젖줄로 삼는다. 섬진강은 그래서 남도 생명의 근원이요, 어머니다. 남원에서 곡성, 구례, 하동, 광양에 이르는 섬진강 500리 길을 따라 가을 식도락 여행을 떠났다.
남원 추어탕
남원에서의 섬진강은 유년기다. 남원 시내를 관통하는 요천(蓼川)은 17번 국도를 따라 흐르다 곡성에 닿으면 섬진강에 합류한다. 그 요천의 물을 끌어다 만든 인공 정원인 광한루원 근처에 남원 추어탕집이 즐비하다. 남원의 추어탕은 두 말이 필요없을 만큼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전화번호 검색을 해보면 서울에서만 100여개 나온다. 과연 진짜 남원 추어탕집은 어딜까. 남원에서도 가장 유명한 추어탕집은 광한루원에서 곡성 쪽으로 200m쯤 가면 나오는 새집추어탕(063-625-2443)이다. 개업한 지 40년. 토종 자연산 미꾸라지만 고집하며 직접 담근 간장과 된장, 고추장으로 맛을 낸다.
전남 광양 불고기
전남 광양에 이르면 섬진강은 노년을 맞는다. 광양은 제철소가 있는 동광양 지역과 구시가지가 있는 광양읍 지역으로 나뉜다. 가장 널리 알려진 집은 광양읍 쪽의 대중식당(061-762-5609). 놋화로에 참숯을 담고 그 위에 석쇠를 걸고 고기를 굽는다. 고기는 한우 등심을 쓰는데, 칼로 힘줄을 일일이 발라낸 뒤 결과 반대로 썰어 칼 끝으로 자근자근 두드려 육질이 부드럽다. 맛은 양념이 고기를 앞서지 않는다. 3인분 이상만 주문 가능. 광양읍의 광양시청 제2청사 옆에 있다. 불고기 1인분 1만2000원, 누룽지 1000원. 광양 불고기는 대중식당 외에도 대한식당(763-0095), 백운가든(763-8806) 등도 이름이 났다. 광양은 요새 매실로도 유명해졌다. 광양시 다압면 일대가 온통 매실 밭이다. 농가마다 매화를 심었지만 홍쌍리씨가 운영하는 청매실농원(772-4066)이 가장 유명하다. 청매실농원은 취화선, 다모 등 각종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이 되면서 아예 관광지로 자리잡았다. 요즘은 구절초 꽃밭 7000평이 장관이다. 전북 진안에서 시작해 3개 도 212km를 달려온 섬진강은 이 곳 광양의 망덕포구에 이르러 소멸한다. 멀리 광양제철소가 바라다보이는 이곳에선 숨을 헐떡이며 힘겹게 흘러간다. 포구엔 ‘가을 전어’판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이달 말까지가 전어를 먹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일출횟집(061-772-0048)에 들어앉으면 저 멀리 강과 바다와 제철소가 한 눈에 보인다. 회와 무침, 구이 구별 없이 전어 kg당 2만5000원. |
*남도의 맛을 찾아서 | |
흔히 남도라고 부르는 전라남도에는 먹거리가 풍족하다. 하늘과 땅, 대륙과 해양의 힘이 끊임없이 만나는 남도에서 생산되는 각종 재료에는 후덕한 인심과 어머니의 손 맛까지 더해진다. 남도 음식들은 지역 마다 제 각각의 맛을 자랑한다. 낙지요리, 곰탕, 메기찜, 서대회 등 음식의 맛과 조리법 등에는 그 지역의 문화와 전통이 담겨 있다. 여행하기 좋은 계절에 넉넉함과 푸근한 손 맛을 볼 수 있는 남도로 음식여행을 떠나보자.
노르스름 익었을 때 먹으면 입안이 쫄깃
쫀득쫀득 씹히면서도 입 안에 감도는 부드러운 육질의 맛. 장흥 앞 바다에는 키조개가 많이 난다. 영양분이 풍부한 개펄에서 자란 이 곳의 키조개는 질길 듯 질기지 않으면서도 쫄깃한 것이 특징. 모래가 많은 해안에서 자란 키조개에 비해 살이 연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자랑이다. 한 점 먹어 보면 ‘키조개는 질기다’라는 인식이 뒤바뀐다. 키조개는 프라이팬에 은박지를 깔고 구워먹는 구이 요리가 주종이다. 동그스름한 모양의 살점은 키조개 요리의 핵심이라는 관자 부위. 불 위에 올려 놓고 잠깐 기다리면 금방 익는다. 다 익었다는 것은 노르스름하게 변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소금에 찍어 한 점 입에 넣어 보면 살이 부드럽고 연하다. 한 판 2만4,000원. 그렇다고 다 익지 않았을까 염려할 일도 없다. 신선한 키조개는 회로도 먹기 때문. 날로, 반만 익혀 회 먹는 기분으로 먹는 이들도 적지 않다. 살점이 얇고 길다란 부위는 ‘날갖이’로도 불리는 아가미살. 약간 질려 씹는 맛으로 먹으면 맛있다. 전복죽처럼 키조개를 잘게 썰어 죽으로 만든 키조개죽은 식사 메뉴나 노약자들의 건강식으로도 최고다. 손님이 보는 앞에서 바지락을 까서 알맹이로만 회를 무쳐주는 바지락회도 일품이다.
자연산 메기만 취급… 갱년기 여자에 좋아
섬진강 상류의 깨끗한 물에서는 메기가 많이 잡힌다. 여자들의 갱년기 식품으로 좋다는 메기는 신장과 간을 보하고 혈액순환도 도와줘 먹으며 피부가 좋아지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장성읍에서 맛있는 식당들이 모여 있다는 미락단지에 있는 초야식당에서는 자연산 메기 맛을 볼 수 있다. 이 집의 전매특허는 메기찜. 흔히 먹는 메기탕과 달리 메기찜은 메기 고유의 맛을 더 느낄 수 있다. 메기를 잘 손질해 천연양념을 넣고 30여분 약한 불에 졸이면 메기찜이 완성된다. 살점을 떼내 먹어 보면 처음에는 쫄깃한 듯 싶은데 금방 입안에서 녹아 버린다. 얼큰한 듯 담백한 양념도 맛을 더해준다. 양념에 무쳐진 깻잎과 미나리 버섯 고추 등은 공기밥에 비벼 먹기에는 그만이다. 천연양념은 여전히 젊고 고운 목소리를 간직하고 있는 안주인 이정례(58)씨가 손수 개발한 것. 고추장이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얼큰한 맛이 나는 것은 그만의 비법 때문이다. 민물에서 갓 잡아온 메기에 천연향이 들어가니 그는 “천렵맛이 난다”고 표현한다. 이 맛 때문에 이 집 메기찜은 남도음식축제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1인분 500g에 2만원. 보통 메기찜 1인분은 메기탕의 3배 정도 들어간다. 천연소스를 발라 구운 장어구이와 녹두빈대떡도 놓치지 않을 대표 먹거리다. 간혹 ‘오늘은 메기 요리가 안된다’는 얘기를 듣는데 주인이 자연산만 쓰기 때문에 없으면 내놓지 않아서다.
씹으면 고소하고 향긋한 수박냄새 나
▲ 은어-곡성-용궁산장 (061)362-8346 옛날 섬진강에서 잡힌 은어는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을 정도로 이름 높은 남도 메뉴다. 씹으면 고소하면서도 향긋한 수박 냄새가 난다는 것이 은어의 매력. 곡성의 용궁산장은 다양한 은어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석쇠에 잘 구은 은어를 왕소금에 찍어 먹는 은어 구이가 대표 메뉴. 한 접시에 6~7마리가 올라 온다. 2만원. 은어회는 초장이나 고추와 마늘, 기름장을 함께 섞어 놓은 된장에 찍어 먹는다. 한접시 1만5,000원. 은어 조림이나 은어튀김 등도 잘 나간다. 이 집의 또 다른 전문 메뉴는 참게탕. 집된장에 참게와 우거지, 들깻물 등을 넣고 끓여내는데 고소하면서도 시원하다. 들깨의 걸쭉한 맛도 우러난다. 국물 한 숟갈을 떠 먹어 보면 된장과 들깨 맛이 강하다. ‘참게 맛은 어디 있나’ 찾을 즈음 입안에 참게 향이 감돈다. 묘하게도 시간차를 두고 게 맛이 나는 셈. 국물 위에 舟賤?있는 미나리와 파 양파 팽이버섯 등도 맛을 더해준다. 간장에 조선고추 마늘 생강 등을 넣고 담근 참게장도 짭짜스름한 시골 장맛이 난다. 참게장 중 작은 것은 1년 내내 서비스로 손님 상에 반찬으로 오른다.
낙지와 갈비의 만남… 담백하고 시원해
▲ 낙지-영암-제일식당 (061)472-3729 옛날 바다였다가 영암호가 돼버린 지금 영암 앞 바다에서는 낙지가 많이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예부터 이어 내려온 맛깔스런 낙지 요리의 명맥은 여전하다. 낙지를 매운 양념에 무쳐 먹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듯 영암에서는 낙지 요리가 다양하다. 세발 낙지를 나무 젓가락에 휘감아 구워내는 낙지구이와 남도의 향이 살아 나는 갈낙탕은 이 곳의 대표 메뉴. 원래 젓가락이 아닌 볏짚에 낙지를 감아 구워낸 낙지구이는 이 곳 제사상에 오르던 메뉴. 양념을 발라 숯불이나 철판에 구워낸 낙지는 맛이 고소하다. 간장과 물엿, 고추장 등이 적절히 배합된 양념은 매콤달콤하면서도 짭짤하다. 마리당 작은 낙지는 3,000원, 굵은 낙지는 3,500원. 뚝배기 한 가운데 낙지 머리가 둥둥 떠 있는 모양의 갈낙탕도 빼놓을 수 없다. 갈낙탕이라면 갈비탕에 낙지를 넣은 것 같은 인상이 강한데 여기 갈낙탕은 낙지탕에 갈비를 넣은 것 같다. 기름을 떼내고 숙성시킨 소갈비를 끓이다가 마지막 순간에 낙지를 넣고 끓여낸 국물 맛은 담백하면서도 시원하다. 해장용으로도 그만이다. 1만2,000원.
가마솥에 20시간 푹 고은 맑은 국물
▲ 나주곰탕-나주-탯자리나주곰탕 (062)652-7788 나주에서는 곰탕이 하얀 빛깔을 띠지 않고 맑기만 하다. 이름하여 나주곰탕. 양지와 사태목심 사골 등 소의 여러 부위살에 배와 파 생강 마늘 양파 고추 등을 넣고 20시간여 푹 고아 낸 나주곰탕은 옛날부터 전해 내려온 서민음식. 뜨끈한 국물 한가운데 고기 살점을 몇점 얹어 먹는 국밥 형태로 옛날 풍부했던 나주의 물류와 인심이 배어있는 음식이다. 곰탕을 끓여내는 가마솥은 두개가 있는데 첫 번째 가마솥의 국물은 제법 뽀얗다. 그런데 두번째 끓이는 가마솥 국물은 말갛다. 소의 뼈와 고기 등 부위를 적절히 배합하고 적당히 우러나도록 끓이는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맑은 국물을 뽑아내는 비결. 수의사 출신인 탯자리나주곰탕의 주인 이함박씨는 “밤에는 불을 약하게, 새벽에는 강하게 하는 등 여간 정성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고 소개한다. 끓여낸 국물을 뚝배기에 담고 깨와 계란 지단, 파, 고춧가루 등을 뿌려 먹는데 밥알에도 육수 향이 배어 있는 듯 하다.
새콤달콤한 소스로 옷 입은 회무침
▲ 서대회-여수-해변의집 (061)651-9375 여수에 가면 서대회를 빼놓을 수 없다. 남해안에서 주로 잡히는 서대회요리는 여수의 명물. 제사상에는 꼭 올라가던 서대는 원래 매운탕이나 말린 후 쪄서 먹었는데 요즘은 회무침으로 많이 먹는다. 서대회 무침은 야채와 함께 나온다. 새콤달콤한 소스에 무쳐서 나오는데 야채의 숨이 살아 있는 것이 보기부터 색다르다. 이는 서대회를 소스에 먼저 무친 후 야채를 넣어 살짝 버무리는 것이 비결. 야채가 짓눌리지 않도록 손놀림이 빨라야만 된다. 그래서 무침인데도 야채가 푹 죽어 있는 것이 아니라 돔 형태로 서 있는 듯 하다. 야채를 씹어 봐도 사각사각하다. 횟감도 싱싱한 맛이 입안에 맴돈다. 소스를 식초를 베이스로 해 만들어 새콤한데 달콤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더해져 젊은 사람들도 좋아한다. 살점은 쫄깃하기 보다는 무른 편인데 조그만 것은 뼈째로 썰어서도 나온다. 공기밥을 시켜 밥에 싸 먹으면 훌륭한 쌈 메뉴가 된다. 연한 우거지 된장국도 같이 나온다. |
*5천원 짜리 백반에 반찬 17가지... 찌개까지 | ||||||||||||||||||||||||||||||||||||||||||||||||
남원-구례 도로가의 남원휴게소식당
라면 빼고 제일 싼 게 시래기 해장국인데 그걸 권하니 오히려 어색하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막상 아줌마가 가져다준 밥상을 보고는 놀란 입을 다물 수 없었습니다. 3000원짜리 백반 한 상에 반찬이 무려 8가지, 게다가 얼큰한 맛이 일품인 시래기 해장국까지 나오니 아침식사로 이런 진수성찬을 받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습니다.
3000원짜리 백반에 따라 나온 밥맛은 또 어떻습니까? 정말 맛있게 지은 밥은 밥 자체가 반찬이기도 합니다. 꾹꾹 눌러담지 않아 고슬고슬한 밥은 김에만 싸먹어도 너무 훌륭했습니다. 지방 인심이 모두 그렇지만 추가하는 공기밥은 대개 무료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운전하고 오면서 피곤했던 몸과 마음이 3000원짜리 백반 한 상에 모두 풀렸습니다. 계산하고 나오는 길에 동전이 잔뜩 쌓여 있었는데 식당 밖 커피 자판기에서 커피 뽑아 드시라고 놓아둔 동전이랍니다. 들어서면서부터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순간까지 감동의 연속이었습니다.
하동 악양면 면소재지 금정식당
길을 달려 지리산 고개 정령치를 넘어 구례 그리고 다시 매화축제가 한창인 하동을 지나 악양으로 향했습니다. 이곳은 대하드라마 <토지>의 촬영지인 최참판댁과 촬영장 세트가 지척에 있습니다. 경치와 마을 분위기가 너무 좋아 많은 분들이 노후를 보내고 싶어하는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곳곳에 매화꽃이 만발한 이곳의 면소재지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서울이라면 좀처럼 들어서고 싶지 않은 허름해 보이는 외관인 금정식당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좁은 부엌에 할머니 두 분이서 열심히 음식을 준비하고 계십니다.
다른 메뉴도 많이 있지만 점심으로는 역시 백반이 제일입니다. 마침 배달을 위해 도시락에 담은 반찬을 보고 혹시나 했던 마음에 역시나 하는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4000원에 이렇게 화려하고 맛깔스럽게 담은 도시락을 받을 수 있다니 이 근처 사시는 분들은 엄청난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겁니다.
12개의 반찬에 콩비지국까지 나왔습니다. 조기구이, 콩비지 그리고 제육볶음까지 한꺼번에 나오니 다른 곳에 가면 한 번에 하나씩밖에 먹을 수 없지만 이곳은 일석삼조로 즐길 수 있습니다. 게다가 한눈에 봐도 식당에서 직접 만든 듯한 도토리묵, 마늘무침 등을 비롯한 각종 나물과 김치들. 봄철의 깔깔한 입맛을 돋우기에 이보다 더 좋은 반찬들이 있을까요?
순천시 GK식당
순천이라는 지리적 특성이 있어서인지 조기구이, 꼬막, 젓갈, 굴무침, 게장까지 유난히 해산물 반찬이 많이 나왔습니다. 물론 이곳에서도 추가 공기밥은 공짜입니다.
근처 찜질방에서 자고 아침에 다시 들렀습니다. 어제 저녁과 똑같은 반찬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정말이지 괜한 기우였습니다. 몇 가지 기본 반찬을 빼고는 반찬이 싹 달라졌습니다.
조기구이가 전어와 갈치로 바뀌었고 아침메뉴라 김과 계란말이, 아삭아삭 오이무침 그리고 색깔은 희끄무레하지만 맛은 일품인 된장찌개까지 아침으로는 너무 화려해 약간은 부담스럽기까지 한 식사였습니다.
식당을 나서는 길에 식당이름의 'GK'의 뜻을 여쭤보니 '건강'의 약자랍니다. 정말이지 이곳에서 자주 먹으면 너무 건강해지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순천-화순간 도로가의 내고향 기사식당
마지막으로 소개할 식당은 순천에서 화순 넘어가는 길목에 있는 내고향 기사식당입니다. 이곳에서 말로만 듣던 이층으로 쌓은 백반을 만났습니다. 역시 메뉴는 백반이고 가격은 4000원입니다. 주문하고 5분도 안 되서 쟁반 하나가 밥상 위에 놓이는데 반찬 놓을 자리가 부족하여 2층으로 쌓았습니다.
순천의 GK식당 못지 않습니다. 된장을 풀어 시원하게 끓인 게된장국에, 알싸하게 입맛을 자극하는 청량고추 한 입 베어 물고 순례하듯 반찬 하나 하나씩 젓가락을 옮겨가며 먹으니 슬슬 살찔 걱정도 되기 시작하지만 이런 생각, 밥상 앞에 두고 예의가 아니겠지요?
이렇게 쭈욱 둘러보니 몇 가지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첫째, 어디건 너무 알려진 곳만 찾으려 하지 말고 우연히 들른 평범한 식당에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식사 한 끼가 가능하다.
둘째, 지방의 식당들은 적어도 가격이 비싸면 비싼 만큼 다른 게 있다.
셋째, 어디 가나 추가 공기밥은 공짜다.
넷째, 맛있다고 너무 많이 먹으면 저처럼 소화제를 사먹어야 하는 일도 생긴다.
꽃피는 봄날에 어디론가의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방송 출연으로 널리 알려진 곳보다는 길가에서 만나는 평범한 식당에서 최고의 밥상을 받아보십시오. 여행의 재미가 곱절로 늘어날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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