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미국에서는 미국 집값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여러 경제학자들이 거품의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집을 사려는 사람들의 행렬이 끊이지를 않는다. 그동안 세계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를 이끌어 온 미국 부동산 시장의 앞으로의 방향이 어떻게 될지 알아보자.
< 상승의 물결 >
지난 몇년간 미국은 부동산 광풍이 휩쓸고 지나간 것 같다. 전국적으로 지난 5년간 주택가격은 전국적으로 평균 50%가 올랐고, 캘리포니아는 두배, 라스베가스가 있는 네바다와 하와이는 거의 80%나 급등했다. 지난 몇년간의 시간은 집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많은 부를 가져다 주면서, ‘집은 사두면 무조건 오른다’라는 부동산 불패 신화를 뇌리에 심어 주었다. 지금도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에서는 매물이 나오기가 무섭게 사라지고 있으며, 신규 분양 모델 하우스에는 계약 대기자 명단이 넘쳐나고 있다.
이러한 집값 상승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 집값 상승의 원인 >
1. 저금리.
뭐니 뭐니 해도 지난 몇년간의 집값 폭등의 가장 큰 원인은 저금리에 있다. 미국도 십수년 전까지는 모기지 금리가 10% 이상이었다. 그러던 것이 5%대까지 떨어지자 같은 이자로 더 많은 돈을 은행으로 부터 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예를 들면 10%의 이자로 30만불을 빌린다면 연간 3만불의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데, 이자율이 떨어져서 5%가 된다면 같은 3만불의 이자 부담으로 60만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월 2500불의 이자를 낼 능력이 있던 사람의 경우, 이자율이 떨어지면 대출을 더 일으켜서 집을 하나 더 사거나 보다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갈 수가 있게 된 것이다.
2. 홈 에규티의 활용
미국에서는 에큐티 (Equity)라는 말을 많이 쓴다. 우리말로는 순 자산액이라고 할수 있는데, 집값에서 대출금을 뺀 금액 즉, 자신의 몫을 말한다. 집값이 상승하게 되면 부채는 고정되는 반면 이 에큐티가 많아지게 된다. 집을 살때 대출 받은 모기지 론 (mortgage loan)과는 별도로 이 에큐티를 담보로 돈을 꿀 수가 있다. 통상 모기지 론은 1차 대출, 홈 에큐티 론을 2차 대출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이 빚에 대한 미국인의 태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빚을 지는 것을 싫어하거나 부끄럽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 반면, 미국 사람들은 빚에 대해 관대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대학교 등록금 뿐만 아니라 결혼 자금, 더나가 결혼후 전세 자금까지도 부모가 책임져야 하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자녀에 대한 지원은 고등학교까지로 그친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 학자금도 학생이 대출을 받아 공부를 하고, 사회를 나와도 빚으로 차를 사고, 집을 사고, 결혼을 한다. 가전 제품도 몇년치 할부로 사고는 한다. 그러다 보니 빚이 평생을 따라 다니게 된다. 졸업후 10년에 걸쳐 학자금 대출을 갚고, 집을 산후 30년에 걸쳐 빚을 갚아 나간다. 이러한 빚을 다 갚는 때가 은퇴 시기라 할수 있다.
한술 더 떠서 많이 쌓인 홈 에큐티를 활용하지 않는 사람을 투자에 뒤떨어지는 사람으로 보는 경향까지 있다. 이러다 보니 너도 나도 홈 에큐티를 활용하여 대출을 받아 다른 집을 사는 다운 페이먼트 (대출금을 제외한 선불금)로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 되면 부동산 가격이 올라서 홈 에큐티가 증가하게 되고, 이 홈 에큐티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다른 부동산을 사는 순환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지난 몇년간의 집값 상승의 이면에는 이러한 재융자(refinancing)가 있었다.
3. 정부의 세제 정책
지난 글에서도 자세히 설명했듯이 미국의 세제는 집을 가진 사람에게 상당히 우호적이다.
집 관련해서 생긴 대출 이자에 대해서는 소득세 신고시 공제를 해준다. 예로 어떤 무주택자가 차를 사기 위해 은행에서 2만 달러를 꾸었다 하면 그 대출 이자를 그대로 물어야 한다. 그러나 유주택자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 첫번째는 무주택자와 마찬가지로 은행에서 차를 산다고 2만 달러를 대출 받아 사는 방법이다. 두번째는 홈 에큐티를 담보로 은행에 열어 놓았던 대출 계좌 (line of credit)에서 2만 달러를 대출해서 사는 방법이다. 마치 우리나라의 마이너스 통장을 활용하는 것과 같다. 같은 대출이지만 뒤의 방법을 사용한다면 세제 혜택이 뒤따른다. 즉, 대출금 2만 달러에 대한 이자에 대해서는 소득세 신고시 공제를 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유주택자와 무주택자의 세제상 차별이 사람들로 하여금 집을 사게하는 동인을 제공해 준다.
4. 부동산 매매 관행
우리나라는 매도자가 매도 희망가를 내면 제일 먼저 오는 매수자가 그 집을 사는 방식이지만 미국은 이와 달리 일정 기간 동안 매수자로 부터 가격 제안을 받고 그중에서 제일 맘에 드는 사람과 협상을 하는 방식이다. 시장에 매물이 귀할때는 여러개의 오퍼가 들어오게 되며, 이로 인해 과당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내놓은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팔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제일 높은 가격을 써냈다고 그 집을 살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리하게 가격을 써냈다가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서 거래를 취소하게 되면, 시간 및 기회의 손실을 가져오기 때문에 그 오퍼의 현실성과 진실성을 같이 보게된다. 매수자가 그 집을 사기 위해 충분한 금액의 대출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확신시키기 위해서 다운 페이먼트를 많이 걸거나, 심지어 ‘자기에게 집을 팔아달라’는 읍소형 장문의 편지를 쓰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 거품의 우려 >
이러한 요소들을 살펴보면 그 동안 왜 미국 집값이 미친듯이 오를수 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주식 시장에서도 호재가 있다고 그 주식이 계속 오를수는 없듯이 미국 부동산 시장도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 2005년 4월중 실시된 USA 투데이의 조사에 의하면 50명의 일류 경제전문가중 4분의 3이 주택시장이 과열됐다고 진단했다 한다. 언제 어떤 규모로 식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달랐지만 과열됐다는데 대해서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5월 23일자 보도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집값이 전국 평균 50%이상 상승함과 동시에 주택 소유주들의 빚도 1999년 2660억 달러에서 2004년 7050억 달러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고 한다. 미국 부동산 시장의 상승이 빚의 증가에 기인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신규 주택 융자 가운데 60~70% 가량이 이자만 내거나 이자 보다도 적게 내는 미니멈 페이먼트, 또는 단기 변동 금리 방식의 모기지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몇 년안에 집을 팔 것을 고려한 주택 구입이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것을 알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앨런 그린스펀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 (FRB) 의장이 5월 20일에 있었던 뉴욕 경제 클럽 연설후 가진 질의 응답에서 “전국적으로 주택시장이 과열된것은 아니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주택 시장에 거품이 많이 끼어 있다.”라고 언급한 것이다. 그 동안 주택 시장에 거품이 없다는 견해를 밝혀 온 것에 비추어 보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부동산 상승 붐에 대한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주택 구입 능력 지수라는 것이 거품 유무의 척도로 많이 활용된다. 주택 구입 능력 지수는 집값의 20%를 다운 페이먼트한다고 가정할때 소득 대비 페이먼트 비율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이 지수로 보면 미국 부동산 시장은 아직 과열은 아니다. 지난 1/4분기 현재 미국인들의 중간 소득이 $56,323이기 때문에 $250,900 정도의 주택을 구입할 여력이 있다. 1/4분기 현재 미국 평균 집값이 $188,800 이므로 중간 소득자들이 미국 내에서 집을 사기에는 부담이 없다는 의미가 된다. 2005년 1사분기말 기준으로는 76.6%의 구입자들이 자신의 소득만으로 충분히 주택 구입을 할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범위를 한인들이 많이 사는 남가주, 특히 LA나 오렌지 카운티로 한정시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2005년 3월말 현재 캘리포니아주 중간 주택 가격은 미국 평균 가격의 2.5배나 되는 $495,400이다. 그러므로 20%를 다운 페이먼트한다고 가정할 경우 모기기 페이먼트를 내기 위해서는 적어도 $115,910 이상의 연소득을 올려야 한다. 이는 캘리포니아에서 상위 18%의 소득에 해당하기 때문에 다시말해 캘리포니아 주민의 18%만이 주택 구입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한편 LA 지역의 중간 주택 가격은 2005년 3월 현재 $466,250 이며, 오렌지 카운티의 경우는 $667,200 이다. 이에 따라 LA에서 자신의 소득으로 무리 없이 집을 살수 있는 사람은 17%에 불과하며, 오렌지 카운티의 경우 11%에 불과하다.
이 처럼 실제로 집을 살수 있는 사람이 줄어 들면서 거품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5년도 미국 부동산 시장의 성적표는 화려하다.
거래 가격 중간가는 역대 최고 기록을 계속 갱신하고 있으며, 신규 주택 판매량은 계속 늘어 나고 있다. 이자율이 더 이상 오르기 전에 내집을 마련하자는 실수요와 ‘사 두면 오른다’는 부동산 불패의 신념이 확산되면서 투기적 수요가 합류했기 때문이다.
< 아기곰이 보는 미국 부동산 시장의 향방 >
그러면 향후 시장은 어떤 방향으로 갈것인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거품론은 미국 전지역에 대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그 동안 가격이 급등한 캘리포니아만을 살펴보도록 하자.
캘리포니아 부동산 시장에 많은 거품이 끼어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캘리포니아 시장은 경착륙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두가지 요인이 있다.
첫번째는 지속적인 인구 유입이다. 미국 중부 지역의 인구는 계속 감소 추세에 있는데에 반해 연안 지역, 특히 캘리포니아는 인구가 늘어 나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신규 이민자도 있지만 일자리를 찾아 중부 지역에서 이주해 오는 수요도 만만치 않다.
두번째는 달러의 약세이다. 이는 아시아나 유럽 국가들로 부터의 자본 유입을 자극한다.
예를 들어 환율 1200원대였던 2년전에 미국에 집을 50만불에 산 사람 A와 비슷한 규모의집을 올해 60만불에 산 B라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누가 더 이익일까? 2년만에 20%의 수익이라면 이자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꽤 괜찮은 투자이다. 그러나 그 자금을 한국에서 가져왔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2년전의 6억원은 50만불이지만 환율이 1천원 정도인 지금은 60만불이나 되기 때문이다. 즉, 비록 집값이 20% 올랐다 하더라도 2년전에 6억원을 가져온 사람이나 지금 6억원을 가져온 사람이나 같은 집을 살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금융 비용을 감안하면 B가 오히려 더 나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할수 있다.
이 이야기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로 인한 달러 약세가 지속되는 한 외국으로 부터의 투자는 지속될 것이며 아시아계 자금이 선호하는 캘리포니아는 그 혜택을 계속 입을 것이다.
< 향후 전략 >
집을 사자니 겁이 나고, 사지 않자니 집 값은 저만치 달아나는 것이 현재의 미국 부동산 시장이다. 그러나 1가구 1주택자라면 집값의 등락에 일희일비 할 필요는 없다. 오른다고 내집만 오르는 것이 아니고 떨어진다고 내집만 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집값이 떨어질 경우 오히려 더 큰 집으로 옮길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 투자하는 것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투자의 정석이라 하겠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소득 대비 과도하게 오른 지역의 경우는 집의 가격대 별로 투자를 달리해야 한다. 즉, 향후 거품의 해소가 현실화되더라도 피해가 없거나 적게 될 가격대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미국도 한국과 같이 집이 너무 작으면 가치가 덜하다. 그렇다고 무턱 대고 비싼 집을 사는 것은 위험이 높다. 그러므로 중간가의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좋은 전략인데, 그 매직 넘버가 45만 달러이다. 45만 달러 정도의 집이 금융 조달 비용이 제일 효율적이기 때문에 수요가 많이 몰린다. 미국에서 20% 이상의 다운 페이먼트를 해야만 PMI라고 불리우는 보험료를 면제 받는다. 또한 모기지 대출에 있어서도 대출금 36만 달러 미만인 경우 컨포밍 론이라 해서 이율이 상대적으로 싸고, 그 이상은 점보 론이라고 해서 이자율이 보통 0.5% 이상 높다.
그러므로 본인 돈 9만 달러 (20%)와 36만 달러의 대출금 (80%)을 합하면 45만 달러가 되기 때문에 45만 달러라는 이론적 매직 넘버가 나오는 것이다. 이 금액대의 집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100만 달러 이상의 집의 경우는 지금은 수요가 많더라도 경기 침체나 금리의 급격한 인상등 외부 요인으로 인해 주택 시장의 거품이 제거될 때 가장 타격을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1가구 1주택인 경우 45만불 전후의 집을 사는 것에는 큰 위험 부담은 없다. 그러나 1가구 2주택의 투자용 주택이나 100만불 이상의 저택에 투자를 하는 것에는 신중을 기해야 할 시점이라 하겠다.
내년4월에 캘리포니아 부동산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랍니다. 작은 숫자의 매물 증가가 불러올 큰 반향을 보세요, 한 20년전에도 이랬지요. 미국도시의 흥망성쇠는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 하지요. 그걸 다 경험하면 미국이란 괴물을 좀 알게 될겁니다. 그러나 아무도 이해 못해요 이엄청난 무역,재정 적자를 가지고도 어떻게
그러나 이렇듯 눈에 보이는 불안한 요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버티는 힘은 다름아닌 외국 자본에 의해서입니다. 적게는 이민자들이 본국에서 가지고 들어 오는 돈부터 시작해서 크게는 보다 안전한 곳으로 자본을 이동시키려는 돈의 속성이죠. (중국이나 오일달러가 미국 국채를 매입하는 것이 이러한 이유입니다.)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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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하겠습니다 ^0^
좋은자료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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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이끌어 가고 있는지
Zapata님, 저도 미국에 살지만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낮은 저축율, 과소비 (한국보다는 덜하지만..) 이런 것들은 미국 경제의 암운입니다.
그러나 이렇듯 눈에 보이는 불안한 요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버티는 힘은 다름아닌 외국 자본에 의해서입니다. 적게는 이민자들이 본국에서 가지고 들어 오는 돈부터 시작해서 크게는 보다 안전한 곳으로 자본을 이동시키려는 돈의 속성이죠. (중국이나 오일달러가 미국 국채를 매입하는 것이 이러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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