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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숨은벽, 이곳을 넘다. 60미터의 빨래판바위는 윗부분만 보이네.
숨은벽 대슬랩(빨래판바위)
대슬랩 윗부분 숨은벽대슬랩 081025
효자비에서 오르기 시작하여 백운대/원효봉 갈림길에서 백운대쪽으로, 밤골계곡/백운대 갈림길에서 백운대쪽으로, 숨은벽 오른쪽의 밤골계곡으로 오르다가 숨은벽 대슬랩 앞으로 올라갔다. 숨은벽계곡이라는데 위치표지판에는 항상 밤골이라고 쓰여 있다.
일행 중에 단풍을 보려고 하는 분이 있어서 계곡으로 올랐다는데 가끔 괜찮은 단풍이 있기는 하지만 단풍구경할 만큼은 못되었다. 어쨌든 단풍을 배경으로 모델이 되어 보기도 했다. 대슬랩 시작지점으로 올라서면서 “우리가 일등인가 보다. 지킴이도 안계시네.”하는데 바위 위에 지킴이 서 계시고 한 팀이 올라갔다고 한다. 우리가 오를 준비를 하는데 비가 한 두 방울 떨어지는 것 같다. 한 팀이 또 도착하고, 숨은벽 대슬랩(빨래판바위)을 오르기 시작했다. 선등은 물론 스파이더맨이다. 현우님이 시작지점에서 오를 준비를 도와주시면서, 촛불님이 두 번째로 오르고, 아리수님도 내려진 밧줄을 티블럭과 카라비너로 특수안전벨트(?)에 연결함으로서 보험에 들어서 초보도 스파이더맨이 오르는 모습대로 오르고, 나도 하네스에 티블럭과 카라비너로 밧줄을 연결하여 보험에 가입하고, 스파이더맨 흉내를 내며 올라갔다. 그래서 한 피취를 마치고 중간에서 확보줄을 걸어놓고 차레를 기다리는데 마지막으로 능숙한 스파이더맨 현우님. 뒤돌아보니 관객이 너무 많다. 빨래판 위쪽도 근사하고 사방 경치도 매우 좋고 가슴이 시원하다. 인수릿지 쪽을 보니 암벽이 장엄하기만하다. 언젠가 선수들이 끼워주시면 저기도...
대슬랩(빨래판바위) 중간 ; 가운데 서있는 이가 글쓴이
빨래판바위는 계곡에서 보면 경사도가 60도를 넘는 것 같은데 밧줄이 “너 미끌어지면 내가 정지시켜줄께”하는 말(?)만 믿고 오르는데 바위자체의 난이도는 전에 갔던 원효릿지-서북밴드코스보다 더 어려운 것은 없고 잡고 오르는 시작지점만 조금 미끄러울 뿐 바위도 발이 잘 붙었다. 다만 숨은벽 대슬랩 양쪽이 깍아지른 듯 높은 절벽인 것이 작은 실수에도 큰일 날 수도 있기 때문에 장비를 착용하여야 통과시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조심하고 무리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 가볼만한 코스이지만, 장비가 없고 산만하면 막상 가자고 권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함께할 수있었던 것이 고맙다. 빨래판바위 다음의 고래등바위도 같은 방법으로 올랐다. 두 번째니까 좀 더 익숙한 것 같다. 두 바위사이에도 작은 바위들이 많은데 역시 내려다보면 아찔하지만 기본적인 손기술만 알면되고 - 어찌보면 체계화해서 손기술이지 인간이 본래 가지고 있는 능력일 것이다 - 앞뒤에서 하라는 대로 어렵지 않게 통과했다.
고래등바위에서 오기 시작한 비가 제법 내려서 방풍자켓이나 바지에 물방울들이 보석처럼 수없이 맺혀있고, 헬멧에서는 낙숫물이 뚝뚝 떨어진다. 옷에 맺힌 물방울들이 보석이면 고아원 짓고, 양노원도 지을 수 있을텐데. ... 빠른 걸음으로 이동하여 호랑이굴아래에서 특별한 자세로 점심을 먹었다. 바위천정을 타고 빗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하고. 옆에 앉은 부부팀이 반찬을 주시고, 우리팀도 반찬을 많이 들 가지고 오셨다. 선등하신 분이 밥을 남기면 안된다고 하셔서 나는 떡먹기를 중단했다. 간장속의 고추가 풍기는 맛이 그만이다. 밥을 많이 먹고, 감자전, 시레기무침, 고기를 한 번씩은 맛보아야 하고, 아리수님이 깍어 오신 단감이 아주 맛좋았다. 산에서 너무 많이 먹었다.
날씨 때문에 그대로 하산하였는데 내려오는 중에도 단풍 배경 사진 몇 장, 시원한 바람이 싱그러웠다. 효자비에 도착하니 3시 40분.
인간세상의 복을 받는 일로는 남을 먹이는 것이 으뜸이라고 한단다. 복받을 일을 하기에 복을 받게 하려고 압력에 순응한 것은 좋은데 밥을 너무 많이 먹어서 무거운 배를 안고 내려왔고 다 내려와서도, 집에 가서도 무얼 먹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역시 지나침은 부족한 것보다 못하다. 다음에는 압력을 이겨내고 많이 먹지 말아야겠다.
앞뒤에서 수고하시고 또 팀이 아무 탈 없이 등반을 마치었으니 고맙다고 해야겠건만 먹을 생각이 전혀 없으니 그냥 헤어졌는데 무엇인가 빠진 것 같다. 오늘은 해지는 시각이 5시 44분이다. 야탑역에서 지상으로 나오니 완전히 깜깜하다.
11월 1일은 해지는 시각이 5시 34분이다. 그러니까 5시까지는 안전지점까지 하산하여야 할 것 같다. 11월 8일은 5시 27분, 11월 15일은 5시 21분, 22일은 5시 17분, 29일은 5시 14분에 해가 진다.//
가운데가 숨은벽. 그 날 하산하고 올려다 보니 이렇게 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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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대단합니다,,,나는 꿈도 꿀 일이 아니니 편안하게 감상합니다^^^
그냥 초보입니다.
클립헹거!!! 어제 저녁 다시 보았던 그 영화를...
숨은벽 능선은 언제나 아름답죠. 특히 대슬랩 부분은 항상 올라보고 싶은 충동을 받지요. 머지 않아 락클라임 전문인으로 성숙하겠으니 앞으로 지도를 기대해봐도 되겠네요.
웬걸요. 그냥 초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