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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산에서 바라본 주흘산, 그 뒤 왼쪽은 신선봉
孱顔倚天末 험준한 산은 하늘 끝에 닿았고
絶壁入雲中 절벽은 구름 위에 솟았네 그려
潤物雖無跡 만물을 적셔준 자취는 없지만
興雲自有功 절로 구름 일으킨 공은 있고말고
ⓒ 한국고전번역원 | 정선용 (역) | 2000
―― 사가정 서거정(四佳亭 徐居正, 1420~1488), 「문경현(聞慶縣) 팔영(八詠)」 중의 ‘주
흘의 영사(主屹靈祠)’
▶ 산행일시 : 2020년 5월 2일(토), 흐림, 구름 많고 더운 날
▶ 산행인원 : 14명(하늘비, 악수, 대간거사, 일보, 소백, 챔프, 향월초, 산정무한, 수담, 사계,
신가이버, 제리, 오모, 메아리)
▶ 산행시간 : 8시간 30분
▶ 산행거리 : 도상 16.8km
▶ 교 통 편 : 두메 님 25인승 버스
▶ 구간별 시간
06 : 28 - 동서울터미널 출발
07 : 45 - 중부내륙고속도로 충주휴게소
08 : 30 - 문경시 마성면 외어리 늘목3교 부근, 산행시작
09 : 20 - 466.6m봉
09 : 30 - 바이크 로드
10 : 23 - 867.0m봉
10 : 48 - 단산(檀山, 959.4m)
11 : 25 - ╋자 갈림길 안부
11 : 50 ~ 12 : 15 - 배넘이산(배너미산, 배나무산, 810.6m), 점심
12 : 50 - 데크전망대
13 : 14 - 부운령(富雲嶺), 임도
14 : 20 - 688.0m봉
14 : 40 - 725.2m봉, ┫자 갈림길, 왼쪽은 호계지 4.6km, 직진은 오정산 0.5km
15 : 04 - 오정산(烏井山, △810.5m)
15 : 45 - 665.2m봉
16 : 45 - 골짜기, 임도
17 : 00 - 문경시 마성면 오천리 저부실, 산행종료
17 : 22 ~ 19 : 25 - 문경, 온천욕, 저녁
20 : 06 - 중부내륙고속도로 충주휴게소
21 : 58 - 동서울 강변역, 해산
1-1. 산행지도(단산, 배넘이산,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1/25,000)
1-2. 산행지도(오정산,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1/25,000)
2. 산행 고도표
▶ 단산(檀山, 959.4m)
문경(聞慶)은 ‘기쁜 소식(慶)을 가장 먼저 듣는(聞) 고장’이라는 데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옛날 영남사람들이 한양으로 과거시험을 보러갈 때 주로 문경새재를 이용했는데 새재
가 지름길이기도 했지만, 죽령(竹嶺)은 자칫 대(竹)를 밟아 미끄러질까 봐 피했고, 추풍령
(秋風嶺)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질까 봐 피했다고 한다. 물론 과거급제의 기쁜 소식을 새재 넘
어 문경에서 가장 먼저 들었다고 한다.
안동에 이어 고성에 큰 산불이 났다는 소식이 단산 들머리를 향하는 차안 분위기를 착 가라
앉게 한다. 수십만 명이나 풀렸다는 산불감시원들이 한층 예민해졌으리라 생각하니 멀쩡한
산을 가는데도 내심 찜찜하다. 문경새재IC를 빠져나와서 문경 C.C. 쪽으로 가다 외어리 외어
교를 지나 마을이 외진 늘목3교 부근에서 멈춘다. 단산 남서릉을 오르기 위해서다.
여기 오는 도중 충주휴게소 지나고 나서 차안에서 산행준비는 다 마쳤다. 일반등로는 없다.
계분 냄새 맡으며 개울가 밭두렁을 지나 덤불숲 헤치고 생사면을 오른다. 한 피치 애써 올라
묵은 임도를 지나는가 했더니 폐축사로 이어지고 곧바로 폐축사 뒤쪽 가파른 오르막의 잡목
숲을 뚫는다. 그 흔하던 수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안면 블로킹하고 사이드스텝과 위빙, 덕킹
모션을 구사하며 나아간다.
가파른 오르막은 발아래 잡석이 와글거려 헛발질이 잦다. 그런 사면을 쓸다시피 열심히 누벼
엷은 능선 마루금을 잡아도 인적은 보이지 않는다. 미로 찾기 30분 남짓 지나자 가파름이 약
간 수그러들고 누군가의 부추김 없이 매우 드문 한마음으로 때 이른 휴식한다. 어느덧 냉탁
주의 계절이 돌아왔다. 얼음 씹히는 냉탁주 입산주로 짜르르하게 목 추긴다.
다시 인적 없는 잡목 숲을 20분 정도 헤쳐 올라 비지땀 훔치고 지도 들여다보니 466.6m봉이
다. 왼쪽의 도드라진 능선 따라 문경 C.C. 쪽에서 오는 인적이 반갑다. 잡목의 시달림에서 벗
어나자 비로소 주변의 경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각시붓꽃(Iris rossii Baker)이 여러 발걸음
을 붙든다. 각시붓꽃은 일본말로는 에히메아야메(エヒメアヤメ, 愛媛菖蒲)라고 한다.
나라는 달라도 사람들의 보는 눈과 느끼는 감정은 비슷하여 각시붓꽃 또한 그렇구나 생각했
다. 즉, 작고 귀여운 꽃을 예쁜 아내 혹은 새색시라고 보아 ‘각시’라는 말을 붙였고 일본도 ‘에
히메(愛媛, 사랑스런 여인)’라 했다고 여겼다. 차라리 이윤옥의 『창씨 개명된 우리 풀꽃』
을 보지 않았으면 좋을 뻔했다. 씁쓸하지만 각시붓꽃도 에히메아야메(エヒメアヤメ, 愛媛菖
蒲)에서 따왔을 혐의가 짙다. 그 책의 일부 내용을 인용한다.
“풀꽃 이름에 한글 ‘각시’가 처음으로 쓰인 문헌은 『조선식물향명집』이다. 이 책에는 각시
고사리(히메와라비), 각시원추리(히메칸소), 각시기린초(히메기린소), 각시해바라기(히메
히마와리) 등 4종의 풀꽃 이름이 나오는데 모두 ‘히메’를 ‘각시’로 옮겼다. (……) 1937년 ‘각
시’가 붙은 4종이 소개된 이래 2015년 4월 현재 산림청의 국가생물종자지식정보시스템을
보면 ‘각시’가 붙은 풀꽃 이름이 꾸준히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는 각시비름, 각시갈
퀴나물, 각시둥글레, (……) 각시붓꽃, (……)이 등록되어 있다.”
466.6m봉을 약간 내려 10분 정도 가서 잘 닦은 임도와 만난다. 곳곳에 교통표지가 있어 임
도가 S자로 구불댄다든지 직하한다는지 그 상태를 일일이 알려주기에 이 임도의 용도가 궁
금했는데 ‘바이크 로드’라는 표지판을 본다. 산악자전거의 길이다. 바이크 로드는 아마 단산
너머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서 올 것이다.
3. 각시붓꽃(Iris rossii Baker)
4. 단산 오르면서 바라본 오정산
5. 단산 가는 길, 대간거사 총대장님
6. 제비꽃
7. 제비꽃
8. 제비꽃
9. 단산 가는 길 막바지, 저 꼭대기가 단산 정상이다.
10. 단산 정상에서
11. 산북면 석봉리
바이크 로드는 능선 마루금과 함께 가다 능선이 가팔라지자 왼쪽 산허리를 돌아간다. 우리는
직등한다. 울퉁불퉁한 돌길의 연속이다. 미세먼지 연무인지 천지가 온통 뿌예 사방 둘러 아
무 볼 것이 없으니 막 간다. 안부에서는 바이크 로드와 만난다. 이번에는 바이크 로드가 능선
과 이웃하며 간다. 바이크 로드 따라간다. 신작로를 무료히 가다 비탈진 길섶에 핀 제비꽃을
들여다보며 파적한다.
나 말고 이처럼 보아줄 이가 또 있을까?
나카츠카 나오조(中塚直三, 1887~1946)처럼 망설이다 그냥 간다.
꺾어도 후회되고
꺾지 않아도 후회되는
제비꽃
(摘むもをしつまぬもをしき菫かな)
그래도 867.0m봉은 직등한다. 풀숲 길이다. 867.0m봉 정상도 아무 조망 없다. 길게 내렸다
가 파릇파릇 풀잎 돋는 바이크 로드 따라 오르면 단산 정상이다. 널찍한 데크전망대를 만들
어 놓았지만 만천만지한 연무로 조망은 무망이다. 이곳만은 땡볕이 가득해도 고지라서 그리
따가운지 모르겠다. 둘러앉아 먹고 마시며 오래 휴식한다.
▶ 배넘이산(배너미산, 배나무산, 810.6m)
단산에서 배넘이산까지 이정표에 1.9km이다. 등로를 잘 다듬었다. 가파르고 바윗길인 데는
데크계단으로 덮었다. 데크계단을 설치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대역사였다. 데크계단으로
거의 안부까지 내린다. 산벚꽃과 진달래, 조팝나무는 끝물이다. 철쭉꽃이 한창이다. 우중충
한 날이 그나마 철쭉꽃으로 환하다. 온 몸으로 핀 철쭉꽃을 감상하느라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안부는 야트막하고 ╋자 갈림길이 나 있다. 일행 일부는 사면 풀숲을 누비느라 더디고 그 틈
에 나는 부지런히 걸음한다. 배넘이산 정상. 키 큰 나무들이 빙 둘러 사방을 가렸다. 그늘 진
평평한 풀밭 골라 점심자리 편다. 라면의 계절이 끝났다. 다만 수담 님만은 아직 미련이 남아
끓였는데 처리하는 고통분담을 강요하기에 이르렀다.
배넘이산은 연음을 그대로 적어 ‘배너미산’이라 하기도 한다. 『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큰
홍수가 났을 때 배가 이 산을 넘어와 너덜지대에 머물렀다고 한다. 한편, 한자로는 선암산(禪
岩山, 仙岩山)이라고도 하며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는 배나무산이라고 한다. 『한국지명
총람』에 의하면 오정산의 다른 이름이 선암산(禪巖山)이라고 한다는데 나로서는 요령부득
이다.
혹시 뱀산이 아니었을까? 구불대는 산줄기가 긴 뱀을 닮았다. 뱀을 지방방언으로는 ‘배암’이
라고 한다. 그래서 배암산이라면 배를 ‘선(船)’으로 암은 ‘암(岩)’으로 하여 ‘선암산(船岩
山)’이 아닐까? 느닷없는 禪岩山이나 仙岩山보다 낫지 않는가?
12. 오른쪽이 배넘이산
13. 산벚꽃(Prunus sargentii Rehder)
14. 철쭉(Rhododendron schlippenbachii Maxim.)
15. 철쭉(Rhododendron schlippenbachii Maxim.)
16. 철쭉(Rhododendron schlippenbachii Maxim.)
17. 큰구슬붕이(Gentiana zollingeri Faw.)
18. 오정산
19. 단곡, 멀리 희미한 산은 백화산
20. 멀리 가운데가 오정산
▶ 오정산(烏井山, △810.5m)
배넘이산에서 오정산까지는 도상 5.7km에 달하는 장릉이다. 배넘이산 정상에서 남쪽으로
직각방향 꺾어 한 피치 내렸다가 데크계단으로 암봉 올라 소나무 숲 사이로 아득한 오정산
한 번 바라보고 나서 수림에 잠수한다. 암릉이 나온다. 여기도 데크계단으로 덮어버렸다. 오
정산이 또는 배넘이산이 우리가 몰랐던 이토록 길을 다듬을만한 명산이었던가? 걸음걸음 고
개를 갸웃한다.
절벽 위에는 데크전망대를 만들었다. 정면에는 오정산과 그에 이르는 장릉, 깊은 협곡인 단
곡, 그 오른쪽 단산이 가경이다. 눈이 시원하다. 그 여운이 망막에 오래 남는다. 철쭉 꽃 드리
운 암릉 데크계단을 내린다. 암릉이 끝나면 평탄한 오솔길이다. 미음완보(微吟緩步). 나직이
노래 부르며 천천히 걸어야 마땅한 길이다. 대간거사 총대장님의 목청 한껏 높인 ‘사의 찬
미’가 아니라.
부운령(富雲嶺). 임도가 지나는 안부다. 부운령은 6.25때 전투가 치열하였다.
“1950년 7월 27일 06:00 국군 제1사단은 제11연대를 우일선, 제12연대를 좌일선으로 하
여 영강 동측방대에서 문경 탈환을 목적으로 공격하여 제11연대는 부운령을 거쳐 11:00에
외어리에 이르고, 제12연대는 오정산을 거쳐 오천리에 이르렀으나, 이때부터 북한군의 집중
포화를 받게 되어 각 연대의 진출이 막히고 말았다.”
그래서일까. 오래된 교통호를 자주 지난다. 부운령에서 오정산 가는 길은 비교적 완만하다.
봉봉을 오르고 내리지만 그 굴곡이 심하지 않다. 오후 들어 바람은 자고 기온은 오르고 한여
름 비지땀을 쏟는다. 오르막에서는 줄줄 흘러내리는 땀이 눈이 호수인양 모여들어 눈 못 뜨
고 비틀거리는 발걸음이다. 정신이 혼미하다. 688.0m봉에서 휴식할 때 벗은 모자를 무의식
중 배낭에 넣어두고도 한 피치 올랐다가 머리가 허전하기에 모자를 잃은 줄로 알고 찾으러
뒤돌아갔으니.
아무래도 내쳐 오정산을 오르기는 벅차다. 오정산 전위봉인 725.2m봉에서 휴식하여 가쁜 숨
을 가다듬는다. 오정산 오르는 길. 바윗길이다. 걸음마다 계단마다 경점이다. 그 절정은 오정
산 정상이다. 내 감히 이곳이야말로 ‘문경 제일의 경점’이라고 장담한다. 비록 연무로 뿌연
날이지만 가경의 흔적까지 지울 수는 없다.
천주봉, 공덕산, 운달산, 성주봉, 주흘산, 마패봉, 신선봉, 조령산, 백화산, 봉명산, 시루봉,
뇌정산, 둔덕산, 어룡산, 조봉, 갈미봉, 옥녀봉, 성산 ……. 눈이 시리도록 보고 또 본다. 조그
만 정상 표지석 앞 삼각점은 많이 닳았다. 점촌 22, 1980 복구.
『한국지명유래집』 ‘경상편’에 의하면, 『한국지명총람』에 오정산의 다른 이름은 선암산
(禪巖山)이라고 한다. “그래서 ‘오정’ 지명은 조선 전기 선암산에 있었던 오정사(烏井寺)라
는 사찰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증동국여지승람』(문경)에 ‘오정사는 선암산에
있다.’라는 관련 기록이 확인되고, 『해동지도』에도 오정사가 표시되어 있다. 『1872년 지
방지도』에는 문경 읍치 아래쪽에 선암봉대(禪巖烽臺)가 자리 잡은 산기슭에 오정사가 확인
된다.”
오정사는 명찰이었던가 보다. 사가정 서거정(四佳亭 徐居正, 1420~1488)은 「문경현 팔영
(八詠)」이라는 시에 그 하나로 ‘오정의 종루(烏井鐘樓)’를 들었다.
旅窓愁不寐 객창에서 시름겨워 잠 못 이룰 제
孤枕月低佪 외로운 베개 맡에 달빛만 비추는데
何處寒山寺 어느 곳이 그 한산사란 말인가
疎鐘半夜來 종소리가 한밤중에 들려오는구나
한산사는 중국 소주에 있는 절인데 당(唐) 나라 때 문인(文人) 장계(張繼, ? ~ 779?)의
「풍교야박(楓橋夜泊)」이라는 시에서 나오고부터 유명해진 절이다.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
에도 수록된 한시라고 한다. 한산사에 가면 절 벽면에 이 시를 여러 필치로 써서 전시해 놓았
다. 「풍교야박(楓橋夜泊)」의 전문이다.
月落烏啼霜滿天 달 지고 까마귀 울고 서리는 하늘 가득한데
江楓漁火對愁眠 강가 단풍나무, 고깃배 등불 마주하고 시름에 졸고 있네
姑蘇城外寒山寺 멀리 고소성 밖의 한산사에서
夜半鐘聲到客船 한밤중 종소리가 나그네 배에 들려오는구나
21. 아침에 지나온 단산 남서릉
22. 단산
23. 제비꽃
24. 각시붓꽃(Iris rossii Baker)
25. 각시붓꽃(Iris rossii Baker)
26. 줄딸기(Rubus oldhamii Miq.)
27. 조팝나무(Spiraea prunifolia f. simpliciflora Nakai)
28. 왼쪽 멀리는 주흘산, 그 앞은 봉명산
29. 오정산에서 바라본 단산(왼쪽)과 배넘이산(오른쪽)
30. 멀리 왼쪽은 뇌정산, 맨 오른쪽은 백화산
서거정의 후인인 점필재 김종직(佔畢齋 金宗直, 1431~1492)은 서거정의「문경현 팔영(八
詠)」을 보고 읊은 「문경의 팔영에 대하여 차운하다(聞慶八詠次韻)」에서 ‘오정의 서리 내
린 밤의 종소리(烏井霜鐘)’로 다음과 같이 읊었다. 점필재도 오정사에 들렀음에 분명하다.
寶刹蓮花漏 보찰에는 물시계 연화루가 때를 알리어
晨昏往復回 아침저녁이 가고 다시 돌아오네
鯨音自條理 종소리는 절로 조리가 있어서
雲外逐風來 구름 밖에 바람을 좇아오는구나
이 경치 이대로 두고 가기 아쉽지만 하산이다. 당초 계획에는 오정산 남릉을 타고 내리다
644.2m봉을 넘고 서진하여 진남교반 쪽으로 내리려고 했는데 수정한다. 이 코스는 전에 갔
었고, 그래서 644.2m봉 직전에 곧장 지부실 계곡으로 가는 임도의 유혹을 도저히 이겨낼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그럴 바에는 오정산 서릉 665.2m봉을 넘어가자는 것이다.
인적 드문 우리의 길이다.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된다. 한 차례 길게 쏟아져 내린 다
음 소나무 숲길 야금야금 올라 665.2m봉을 넘고 험로가 시작된다. 암릉과 맞닥뜨린다. 이리
저리 뜯어보아도 직등하기는 어렵다. 왼쪽 비탈진 잡목 숲을 뚫는다. 암릉이 길기도 하다. 한
참을 잡목과 씨름하며 생사면을 트래버스 한다.
가까스로 주릉에 들었지만 이번에는 왼쪽 사면이 워낙 가파르고 절벽이 자주 출몰한다. 방
금 전에 오정산을 내릴 때 메아리 대장님이 앞장서서 길을 뚫다가 그만 넘어져 얼굴 오른쪽
뺨을 크게 다쳤기에 우리의 발걸음이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지도에 눈을 박으며 자세히 읽어
등고선 느슨한 데를 찾는다. 발로 더듬으며 내린다.
옛날 광산(정산광업소) 터를 지나고 잡석과 함께 미끄러져 내려 지부실 가는 골짜기 임도다.
임도 따라 산모퉁이 돌고 지부실 마을 쓰레기 처리장의 너른 공터에 다다라 두메 님 버스 부
른다. 이 산골에 빨간 표지기 단 산불감시원 차량이 산불 조심하시라고 확성기 틀고 지나간
다. 만약 삼불감시원이 우리를 검문한다면 무어라고 할까 답변을 준비해 두었다. 오정산을
임도 따라 트래킹하다 오는 중이라고.
(부기)
가까운 문경으로 갔다. 문경온천에 들러 온천욕 하고 소백 님 추천으로 저녁은 이곳 명물인
약돌 삼겹살과 올갱이국을 먹자고 했다. 문경온천 입장이 당연하지만 까다롭다. 마스크 쓰
고, 박스에 들어가서 15초간 전신 소독하고, 체온 잰다. 우리는 땀에 전 얼굴이라 마스크를
쓰지 않고 갔다가 거부당하여 버스로 돌아와서 마스크를 꺼내어 쓰고 통과했다.
약돌 삼겹살이 대체 어떻다는 것인가? 우리가 문경에 셀 수 없을 정도로 여러 차례 들러 그
때마다 약돌 삼겹살을 먹었지만 달군 조약돌에 삼겹살을 구운 거라는 데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수담 님의 말씀, 약돌을 갈아 먹여 키운 돼지의 삼겹살이라고 한다. 어느 해 문경 배
꽃과 장흥 마늘 사건 이후로 수담 님의 얘기에 별로 비중을 두지 않았던 터라 이번에도 우스
개로 여겼다. 수담 님이 정색하며 우긴다. 3대가 어울려 영업한다는 음식점 여사장님에게 물
었다. 수담 님 말이 맞았다.
31. 멀리 가운데는 둔덕산, 오른쪽은 장성봉(?)
32. 어룡산과 조봉(오른쪽)
33. 오정산 정상에서
34. 오정산
35. 뇌정산
36. 멀리 오른쪽은 둔덕산
37. 오정산 남동릉 621m봉
38. 멀리 왼쪽은 둔덕산
39. 멀리 오른쪽은 뇌정산
첫댓글 때이른 더위에 녹아났네요. 저녁 먹을때 환타를 3병이나~~ 여름날 일이 걱정이유.
환타 많이 드시면 이에 좋지 않다고 하던데, 걱정입니다.ㅋㅋㅋ
감사합니다^^..많이도 연구하셨습네요...더위가 너무 빨리 찾아와 걱정입니다...더위에 고생많으셨구, 저는 많이 좋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