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노동자 업무량 공공기관·병원보다 3~6배 많아"

[땡칠이]

"학교급식 노동자 업무량 공공기관·병원보다 3~6배 많아"공공운수노조 전회련본부 국회 토론회서 밝혀 … 인력확충·휴식시간 보장 요구

제정남  |  jjn@labortoday.co.kr

승인 2014.09.26  

정아무개씨는 인천의 한 학교 급식실에서 조리원으로 일하고 있다. 올해로 17년째다. 지난해 6월 정씨는 팔이 너무 아파 병원을 찾았다가 '어깨 충돌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무거운 걸 많이 드시나 봐요?"라고 물었다.

학교비정규직노조의 도움으로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정씨는 최근에도 일주일에 한 번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올해 6월에는 정씨와 같은 곳에서 일하는 배식원 노동자가 유사한 아픔을 호소했다.

또 다른 배식원은 최근 식판을 나르는 운반차 바퀴에 손가락이 끼여 뼈가 으스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학교는 두 배식원에게 "계약직은 산재 적용이 안 되고 다친 것은 당사자 책임이니 학교를 그만두라"고 지시했다. 배식원들은 시간제 계약직으로 하루 3시간만 일해 왔다.

공공운수노조 전회련학교비정규직본부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같은 당 환경노동위원회 우원식 의원이 공동 주최해 2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학교급식 노동자 근골격계 질환실태 및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이 같은 실태가 공개됐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김철홍 인천대 교수(산업공학과)는 "조리직종 노동자는 식자재 운반과 보관·조리준비·조리·식기세척의 전체 작업과정에서 과도한 힘의 사용과 반복동작·부적절한 작업자세 등 유해요인에 노출돼 있다"며 "교육청별로 차이가 있지만 급식노동자 1명이 평균 150명에서 160명의 급식을 담당해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 분석에 따르면 공공기관과 병원의 급식노동자 1명은 각각 28.8명과 52.3명의 급식을 담당한다. 학교 급식노동자들이 이들 병원노동자들과 비교해 3배에서 6배 가량 업무량이 많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대체인력 확보로 휴가·병가를 보장하고 휴식시간과 점심시간을 보장하는 등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며 "교육부와 교육청 차원에서 급식실 인력배치 상황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통해 학교급식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해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용화 평등사회학부모회 사무처장은 "입시와 경쟁, 차별과 배제가 만연한 학교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먹는 것만이라도 즐겁게 잘 먹이기 위해서는 학교 노동환경을 새롭게 바꿔야 한다"며 "정부는 노동력 보강과 환경개선을 비용으로만 계산하지 말고 전체 교육을 발전시키는 투자로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전회련본부는 이날 토론회 결과와 국회에서 확보한 국정감사 자료를 취합해 조만간 학교급식노동자 근무환경 실태에 대한 종합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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