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코언 형제의 데뷔작 <블러드 심플>(1984)이 35년 만에 국내에서 정식으로 개봉한다. 형 조엘 코언과 동생 에단 코언이 함께 만든 <블러드 심플>은 미국 독립영화를 이끌어갈 새 기수의 등장을 알린 영화이자 거장으로 성장하는 두 형제 감독의 탄생을 알린 작품이다. 영화는 애비(프랜시스 맥도먼드), 줄리안(댄 헤다야), 레이(존 게츠)의 삼각관계에 사립탐정 로렌(에밋 월시)을 주요 변수로 등장시킨다. 술집을 운영하는 남편 줄리안에게서 도망치고 싶은 애비는 줄리안의 술집에서 일하는 레이와 불륜을 저지른다. 사립탐정 로렌을 통해 애비의 외도를 알게 된 줄리안은 살인을 청부하는데, 로렌은 돈만 챙기고 사람은 살려둘 요량으로 사건을 조작한다. 이때부터 일은 걷잡을 수 없이 꼬인다. 잘못된 추측과 오해, 거짓말과 무지가 이들의 관계를 파탄낸다.
35년 전 영화인 만큼 배우들의 초창기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도 크다. <파고>(1996)와 <쓰리 빌보드>(2017)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두번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프랜시스 맥도먼드의 데뷔작이 바로 <블러드 심플>이다. <블러드 심플> 이후 조엘 코언과 결혼한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아리조나 유괴사건>(1987),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2001), <헤일, 시저!>(2016) 등 코언 형제 영화에 단골로 출연한다. 간결하고 힘 있는 하드보일드 범죄영화 <블러드 심플>은 제1회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글 이주현 2019-10-16
제작 노트
<분노의 저격자>에서 코엔형제가 차용한 건 제임스 M 케인의 소설<우편배달부는 벨을 두번 울린다>. 초반부의 설정은 로만 폴란스키의 74년 영화 <차이나타운>을 떠올리게 하지만 따지고 보면 치정사건에 탐정이 얽혀들어가는 얘기구조는 고금의 필름 누아르 영화에서 익히 나왔던 소재.
다만 코엔형제는 급박한 리듬으로 전개되게 마련인 이 장르에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와 같은 유럽모더니즘 영화감독이 추구했던 " 죽은 시간"(극적으로 유용하지 못한 시간을 그대로 화면에 살려내는 것)개념을 신중하게 도입한다. 한껏 분위기를 잡으며 뭔가를 살피는 듯한 카메라 움직임이나 긴 화면호흡으로 리듬을 늘이는 것이다. 대중탐정 소설의 통속적인 주제와 필름누아르의 시각 스타일과 유럽영화의 어법이 기묘하게 결합된 영화이다.
출처: 씨내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