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반토막… 12개월째 무역 적자
2월 수출은 5개월 연속 감소
지난달 반도체 수출이 반토막 나는 등 전체 수출이 5개월 연속 감소했다. 반면 에너지 수입은 지난해보다 20% 가까이 급증해 12개월째 무역적자를 냈다. 올해 1%대 저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전방위 수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마이너스 수출’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1년 전에 비해 7.5% 감소한 501억 달러(약 66조3825억 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5.8%) 이후 5개월째 감소세다. 수출이 5개월 연속 줄어든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8월 이후 처음이다.
반면 지난달 수입은 554억 달러(약 73조4000억 원)로 지난해보다 3.6% 늘었다. 원유·가스·석탄의 3대 에너지원 수입액(153억 달러)이 19.7% 증가한 영향이 컸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53억 달러(약 7조225억 원) 적자로 지난해 3월부터 12개월째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올 들어 두 달 동안에만 지난해 연간 무역적자의 약 38%가 쌓였다. 무역적자가 12개월 이상 이어진 것은 1995년 1월∼1997년 5월 연속 적자 이후 26년 만이다. 정부는 당분간 수출 감소가 이어지다 올 하반기(7∼12월)부터 반도체 시황이 살아나면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반도체 등 주력 15개중 8개 수출 감소… 에너지 수입 20% 늘며 무역수지 악화
12개월째 무역 적자
글로벌 경기둔화에 D램 값 하락
대중수출 9개월째 감소도 악재
무역적자, 올 두달새 작년의 38%
수출 감소를 이끈 건 주력 품목인 반도체였다. 2월 반도체 수출액은 59억6000만 달러로 1년 전에 비해 42.5%(44억 달러) 급감했다. 반도체 수출 감소는 지난해 8월(―7.8%) 이후 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8∼9월 한 자릿수였던 반도체 수출 감소 폭은 10월 ―17.4%, 11월 ―29.9%, 12월 ―29.1%, 올 1월 ―44.5%로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반도체 수출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것은 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기고 있어서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전자기기 수요가 줄어든 데다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서버 교체가 늦어진 것도 영향을 끼쳤다.
국내 주력 반도체 품목인 D램 고정가격은 지난해 1∼4월 평균 3.41달러에서 올 1∼2월 평균 1.81달러로 내려갔다. 낸드 고정가격도 지난해 1∼5월 평균 4.81달러에서 지난해 10월∼올해 2월 평균 4.14달러로 떨어졌다. 산업부는 “주요 반도체 제품 가격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주요 반도체 업체의 투자 감축과 중앙처리장치(CPU) 신규 서버 수요 등으로 하반기(7∼12월) 이후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포함 15대 주력 수출 품목 중 8개의 수출액이 일제히 감소했다. 컴퓨터(―66.4%)의 감소 폭이 가장 컸고 디스플레이(―40.9%), 바이오헬스(―32.1%), 석유화학(―18.3%) 수출도 크게 줄었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 수출은 9개월째 감소했다. 2월 대중(對中) 수출액은 98억81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24.2% 줄었다. 지난해 6월(―0.8%)부터 대중 수출 감소 폭이 확대되고 있는데, 지난해 11월(―25.5%) 이후에는 20% 넘는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 대중 무역수지는 5개월째 적자다. 수출 규모로 3위인 베트남 수출액도 지난달 40억6000만 달러로 22.5% 줄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올해 수출 목표로 내건 6850억 달러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6850억 달러는 지난해 말 정부가 내놓은 수출 전망치(―4.5%)보다 4.7%포인트나 높게 잡은 수치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범부처 수출상황점검회의를 매월 개최해 부처별 수출 실적, 이행 상황 등을 점검해 나갈 예정”이라며 “부처 간 협업을 강화하고 분야별로 수출 경쟁력 강화 대책을 추진해 올해 목표한 수출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