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난담] 한여름밤의 남자
결론부터 말하면 한꺼번에 60명 가까이 남자 구경을 했다.
구경을 했다고 말하는 것은 서로가 말을 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한여름밤의 콘서트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음악회나 뮤지컬 별로 안 좋아하지만
가끔은 땡길 때가 있다.
어젯밤이 그랬는데 잘 아는 후배가 티켓이 있다고 하면서
함께 갈거냐고.
평소에 내가 마실 다니던 예술의 전당이란다.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본 기억보다 내 집 마당처럼 걍 공짜 마실을 다녔다. ㅋ
좌우간.
첨엔 별 기대없이 그저 친한 후배와 함께 시간을 갖는 의미로 여겼는데,
남성들의 목소리가 합창으로 역동적으로 울려퍼지니 시원하다.
(선곡에 어여쁜 전략도 보인다 ^---^)
이름을 모르는 각종 타악기들이 등장하여
자리 배치도 다양하게 하고 다양한 소리를 낸다.
죽 늘어선 남성솔로들의 합창 구성이 시각적으로도 아름답다.
그래서 몇명인가 세어봤다.
여성도 소프라노못지 않게 알토가 매우 아름답게 울려퍼지듯,
남성들의 합창이 매우 아름답다는 걸 새삼 확인하니
갑자기 인물들도 잘나보인다.
수사복과 연미복, 다같은 옷을 입고 도열해서는
음악회 막바지엔 가사도 매우 재미있는 여자만세가 나온다.
여자 없이 무슨 재미로 사느냐.
여자가 최고다.
여자 만세라는 내용이다.
한 남성솔로가 여자 만세! 하여서
객석에 있던 나도 '만세' 했다. ㅋㅋ
또 민요 두마당이 편곡되어 펼쳐지는데,
그 유명한 아리랑과 뱃노래다.
하마터면 아리랑 오빠 홧팅 할 뻔 했다.
아리랑과 뱃노래는 각각 합창단 석에서 솔로가 나와
합창단과 주거니 받거니 식으로 노래를 했다.
듣는 음악회가 보는 음악회로 기획하는 추세다.
지휘자는 날씨도 무더운데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하다면서
들어갔다 나왔다 시간 낭비하지 않고
(따로 앵콜에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고)
준비한 곡은 다 하고 들어가겠다 하여,
관객들에게 웃음과 함께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그래, 날씨도 무더워 움직이기도 싫은데,
그 얼굴이 그 얼굴이고 밖에서 티셔츠 바람으로 보면 뭐 그리 대단할손가마는
지금은 그들이 청량제요, 아름답기까지 하지 않은가.
한여름밤의 남자들은 참말 시원했다.
잠시라도 시름을 덜고 쾌적한 순간을 선사받은 후배에게
고맙다고 치사하며 야식은 내가 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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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난담] 한여름밤의 남자
최장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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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0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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