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짐작은 했지만,생각보다 더 심각한 위기상황에 연일 술자리다. 사업접고 내려온 후배, 주식으로 잠못자는 친구, 빌린돈에 펀드땜에 죽고싶다는 옛부하직원 등등. 없는 돈에 카드까지 그으면서, 연일, 위로, 상담해주느라고 마셔댄다. 이 위기를 좀 지나면 나아질거라고..이럴때 일수록 정신차리라하고,건강챙기라하며,.. 얘기도 들어주고, 같이 마셔주는 것만으로도 맘이 좀 풀리는지, 좀 밝게 집으로들 돌아가고,.. 누가 썰물이 되면 물속에서 어떻게 놀았는지를 안다더만, 여태껏 태연한척하더만..벌거벗고 논듯, 사실, 이번 위기상황은 어찌 될지 아직 나도 앞이 안보인다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어제도 넋나간 후배랑 마시다, 죽으란 법이 없으니,"화이팅" 외치며 택시를 탔다. 그런데, 가는도중에 "동표" 골뱅이 간판이...아저씨 .저 여기서 좀...내려서 바로 입장. 한접시에 맥주 두병. 그런데, 골뱅이는 옛맛같은데, 그때 무교동에서 먹든 국물에 담은게 아니고, 파쓸이에 접시에 무쳐온다. 사장이 오길래, 무교동 전통 골뱅이 요리법을 일러주고...먹다 남은건 포장해서 또 택시를...근데 지갑을 보니 달랑 이천원뿐.잔돈도 이백원. 예전같음 딱 맞는데, 이달부터 요금이 2천6백원이다. 기사 아저씨께 "저 2,200원 뿐이니 아파트까지 올라가지말고 대충 큰길에 좀 세워주세요" ..... 진짜로 대로에 내려주고 가버린다. 야속한 사람~비도 오는데... 터벅터벅 비닐 봉다리들고 걸어올라가면서 옛생각을 해본다. 무교동에서 골뱅이 먹던 첫직장 신입사원시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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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는 이차오일쇼크후에라도, 경기가 좋아서 그룹사에 입사하여 연수받으며, 다행이 바라던 무역상사에 발령을 받았다. 상대에 계열별로 입학해 하 재미없는 곳이라 과를 무역학과(지금은 국제경제학이란 거창한 이름) 로 가서 늘 문리대나, 음대 ,미대에 과목신청해 놀았다. 거긴 여학생도 있고,아니 많으니..ㅎㅎ 점수도 잘준다.전공은 시들시들(C,D)인데, 음악감상, 미술의 이해, 한국 문학 등은 A 학점이다.
외국나가기 힘든 시절. 발령인사하고, 책상에 앉으니 상용여권이 놓여있다. 그리고, 예쁜 여사원이 짝지로 보조를 한다. 신입사원 환영회라고 부서에서 요정엘 델고간다. 이런 곳도 다녀야하고, 배포도 커야한다나? 첨 가보는 데다,배우보다 더 예쁜 미인이 한복입고..정신이 아찔했다. 먹고 마시고 노는거까지 한자리에서 , 그러니 1차,2차를 같은장소에서 하니 시간도 아끼고,몸에도 좋은듯..나중에 중요외국바이어 델고 가끔 가봤지만, 외국인은 예쁜 한복에,가야금소리에 탄성을 지르고 , 일이 잘풀리는것도같았다. 노래부를때 아버지뻘의 나비넥타이 메시고 오시는 삼인조 밴드는 늘 부담스러워 두손으로 공신히 절하며 팁을 드려야했다.
그 당시 입사동기들과 자주 어울리며 간곳이 회사옆 무교동 골뱅이골목이었다. 열몇명이 가면 맥주 서너박스는 마신듯, 매콤한 고추가루,파쓸이로, 양념한 그 국물에 번데기나, 명태,오징어포도 추가하고, 라면사리도 넣어먹고. 하여간 질리지도 않앗고...입사동기들이라고 말놓잖다, 짧은 군대? 를 마친 내가 젤 어린데, 나보다 6살 많은 동기도 있었는데, 차마 그럴수가 없으니 흉내만 내기도.. 그 친구들은 홀로 서울에 있는 날 많이 챙겨주었다. 데이트에 끼워주기도 하고 집에 초대도 해주고..각각 부서가 다르지만, 서로 돕기도 하고,
무역상사란 다양한 상품과, 나라를 게래하는 재미난곳이다. 취업인기도 최고였고,수출의 역군으로 나라에 이바지한다는 보람도 있고, 상사맨 필독서인 "불모지대"의 이끼다다시처럼 큰 꿈도 꾸기좋고, 그 분은 실존인물로 박통 일본육사동기로 서울지하철 입찰해낸 큰 장사도 하고, 포철공장건립에 많은 도움도 준 분이고, 정치적 막후 협상가,밀사이기도 했다. 옆부서인 수산부에는 만날 생선이며, 고동, 조개같은 샘플이 오고, 동향인 그 부장은 나보고 맛보고, 품평을 바라신다, 미각에 뛰어나다고 자기부서로 꼬득이는걸, 좀 무서워보이는 수산업자들 상대할 자신이 없어 고사하기도하고, 동기 한명은 만날 여성 속옷을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고, 또 한명은 희안한 고무골무(피임용)가 책상, 휴지통을 굴러다니니, 청소아줌마가 천하에 바람둥이라고 오해도 했다나? 세계각국의 고무 사이즈나 취향이 엄청 다르다는 걸 알고, 신기하기도...러시아 수출용이 젤 크더라. 야광고무는 참 신기했다.
첨 본 나이키 신발은 예술품같이 예뻤다, 주문가는 13불인데, 태그에는 130불정도가 붙어있고, 자기공장도 없는 마케팅의 귀재들이었다. 그땐 별 알려지지도 못한 브랜드인데,세월이 지나니 스포츠계의 최강자로...
그리고, 특산부의 과장한테는 이디오피아에 정글복을 팔아먹었다는 자랑을 수없이 들어야했고, 사막에서 벌어진 내전에... 정글복은 타켓이였을거다. 스위스은행에 입금시키면 계약이 성사되는... 그런 부패고위층땜에 결국 그나라는 이름이 사라진걸거다. 그 밑의 착한 입사동기는 늘 수심에 차서 술을 마시곤했다. 푸념처럼 내뱉는 말. " 오늘은 수류탄 몇 컨테이너에, 폭탄까지 .. 내가 보낸 그걸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을지.." 결국 그 친구는 회시를 관두고, 유학을 가더라. 국세청 세무조사가 나와서 책상 서랍을 다 뒤져 박스에 담아 갈때. 그 친구 서랍을 박스에 넣다가 나온 수류탄에 질겁을 해 나가기도...희안한 거래도... , 예전에 예비군용인 카빈총알을 몽땅 팔아먹기도.남미에 게릴라 들이 총이 카빈뿐이라서, 그 총알을 구하는데 우리밖에 없으니, 엄청 비싼 가격으로..바지선에 실어 그위를 천막으로 덮고, 모래를 쌓아 공해상으로 가면 인수해간다. 선주에게 운임 3배로 준다해도 거절 당했는데, 한번 해본 선장은 요정으로 초대해서, 담에도 꼭 자기배로 실어가라고도..ㅎㅎ
최연소 과장보직에,홍콩지사에 발령나기도 했는데...멋진 공장을 할게 있어서, 잠시 금융기관으로 옮겨 간게...상사맨으론 끝이였다. 그 후에도, 원하는 해외지사에 보내주겠다고 복귀하라던걸, 차마,체면이 안서서..가질못했다. 그때 체면 차린걸, 무척 오랫동안 후회하였다. 인생은 가끔 체면을 죽일때도 있어야한다는걸 이제야 안다.
오늘은 집에서 좀쉬며, 어제 남은 골뱅이나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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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자유인 원문보기 글쓴이: iflag
첫댓글 댓글 쓰시다 지워지신분 , 어느분인지 미안합니다. 음악이 안들려 계속 수정에..안나와요.
그 때만 해도 아무나 무역하던 시절이 아니었었지요. 재미난 시절 말씀 잘 보았습니다. 골뱅이 속에 과거 현재를 다 넣으시네요^^*
음...저 시집갈 나이엔 자유인같은 분이 일등 신랑감이었죠..외제 시계에 향수에 밍크 목덜이가 예단에 들어오는 날 ... 딸 시집 잘 보낸 친구엄마 기세등등 하여 내사위 ~내사위`~는 비행기를 밥먹듯이 타 !! 하면서 딸을 많이 칼켜 최고사위 보았다 울엄마 가슴아프게하드만...
ㅎㅎ 마담 뚜 명단에 올라간적도...근데, 대학 일학년때부터 동기인 집사람때문에 선도 한번 못봤지요.일로 나가면 긴장되서 물건 사올 정신이 없지요.
자유인님 전원작가방에 아예 석좌로 좌장을 하시지요..
자꾸 그리 놀리시면 글 못올리지요~
작가방에 자유인님의 방 만들 준비는 항상 되어있습니다. ^^*
삭제된 댓글 입니다.
곁에서 술도 좀 배우시지 않고요.
글 잘쓰시는분들하고 그림 잘 그리시는분하고 젤 부러운데요,골벵이 요리법도 한번 올려 주시믄 좋을것 같은데요.이런거 좋아 하거든요.
골뱅이 요리법 함 올릴게요. 근데, 동표가 아니면 수입산이라 맛이 안나와요. 글은 별루고요,저도 그림그릴때가 젤 행복합디다. 새로 붓을 잡아본다는게 그게 그리 안되네요. 미술샘이 홍대보내준다고 미술하라고, 꼬시더만... 언젠가 해볼겁니다.
그림은 지금 시작하셔도 빠르십니다. 죽기 전에 붓 놓은 사람과, 죽을 때까지 붓 잡은 사람은 다르리라 봅니다.
제 댓글이 날아갔군요. ㅋㅋ 글 잘 보았습니다.
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