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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월동 구묘역에서...
며칠에 걸쳐 광주에 머물면서 취재를 하던 중, 망월동에 들러 구묘역에 오르던 우리 일행은 그만 입을 벌리고 말았다. 왜냐하면, 구묘역의 민주열사 묘비들에 붉은 띠가 둘려 있었기 때문이다. 붉은 띠에 쓰인 글귀는 바로 “이명박 퇴진”이었다. 산 자와 죽은 자의 생각은 같을지도 모른다. 필자가 생각해도 이즈음의 역주행을 보고 있자면 그런 심정일 것 같다. 그러나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누군가, 이 수많은 묘비에 붉은 띠를 두른 사람에게 철학적 성찰을 기대하거나 혹시라도 그를 비판할 마음은 없다. 그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은 왠지 개운치 않다. 그들은 살아생전에도 정말, 정말 많이 머리에 띠를 둘렀을 이들이다. 맞아 죽고, 분신해 죽고, 최루탄에 죽고, 온갖 고초 끝에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 몸을 바친 그들에게 우리의 못남과 부족함을 전가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심정일 것 같다. 불특정다수에 대한 캠페인이라면 그 실효성이 의문스럽고, 묘역을 찾을만한 이들에 대한 투쟁에의 독려라면 무언가 협소해 보이는 이런 풍경을 보면서, 또 어떤 이는 차가운 땅에 묻힌 우리 시대 슬픈 영혼들의 편안함을 걱정할지도 모른다. “나는 이 병든 역사를 위해 갑니다.”라고 쓰인 비문이 생각난다. 류동운 열사의 마지막 일기가 비문이 되고 말았다. 아들의 주검이 돌아온 아침, “에미 가슴도 이 나라 정의도 무너졌다.”고 비문에 쓴 어머니도, “행여 올까 하는 기다림 속에서 너는 오지 않고, 이제는 내가 너를 찾을 때가 되었구나.”라고 쓴 어머니도, “망자는 산 자의 기억 속에 또한 엄마의 가슴속에 그리움으로 다시 살아남으리라.”라고 쓴 어머니도 모질고 한 많은 세월을 그리움 속에 살았으리라! 누구인들 이 역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현실은 산 자의 몫이고 책임이다.
(cL) 논가외딴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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