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아닷컴에 보니 이런 기사가 보인다.
가소로운 제목이다. <기사 전문 보기>
주역은 내가 고등학교 때 이미 <위편삼절(韋編三絶) ; 책끊이 끊어져 세 번 다시 엮었다. 그만큼 많이 읽었다는 뜻>한 책이다.
대산 김석진 옹이 가르치는 주역이란, 그 방대하고 심오한 원리보다는 64괘를 각 10익이 어떻게 해설하느냐 하는 그 지엽말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면서 실제로 쓸 때에도 겨우 대나무 가지나 동전을 던져 점괘를 뽑는다. 여기서 미신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원래 공자는 상황을 보고 주역의 괘를 스스로 잡을 줄 알았다. 공자 이전의 사람들은 거북이등껍질이나 말, 소 등의 넙적다리뼈를 구워 그 갈라진 걸 보고 괘를 잡았다. 그런 다음 그 괘상이 말하는 경고를 귀담아 들었다.
그러나 후대 사람들은 괘상 잡는 법을 잃어버려 전수되지 않았고, 대산 선생도 꼭 산대를 뽑아 불특정 괘와 효를 잡고 해석을 하는 식으로 배운 것이다. 나도 괘 잡는 법을 몽골에서 그 흔적을 발견해 추적할 수 있었고, 중국 고대사에 편편으로 나와 있는 걸 모아 겨우 알아냈다.
기사 중 마음에 안드는 부분을 체크해본다.
- 제주에 숱하게 강의를 다닐 때도 태풍 때문에 비행기 결항이 있을 때마다 신기하게도 내가 예약한 비행기만큼은 결항한 적이 한 번도 없어서 결강도 없었지요. 다 주역을 가르치라는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 되면 주역은 학문이 아니라 종교 혹은 신앙이 되고 만다.
- 혼돈 속에 대변혁이 용틀임하는 시대이지요. 하루로 치면 오전에서 오후로 넘어가는, 양(陽)의 시간에서 음(陰)의 시간으로 넘어가는 중입니다. 역학(易學)에서는 이를 선천시대에서 후천시대로 넘어간다고 하며 후천개벽이라고 합니다.
주역에는 본디 이런 가르침이 없다. 마치 마하력을 놓고 우주 종말 맞이한다고 호들갑떠는 것과 같다. 아무런 의미가 없다.
- ‘고기가 수컷이냐, 암컷이냐’ 물어요. 대통령이 여자(음)냐 남자(양)냐를 물은 거지요(웃음).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상 모든 것은 음양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산에 사는 짐승은 양, 물에 사는 짐승은 음이라고 본다.’ 물고기는 음이라고 할 수 있지요.
짐승을 양, 물고기를 음이라고 구분하는 건 억지스럽다. 거짓말이다. 음양을 그런 식으로 나누니 비과학이 되는 것이다. 과학적 음양이란 그런 게 아니라 음전자-양전자처럼 마주치면 에너지가 발산되거나 동시 소멸되는 과학적 실체여야 한다. 자웅동체이던 생명체가 암과 수로 나뉜 것은 음양으로 인정된다. 그러나 하늘은 양이고 땅은 음, 높은 것은 양 낮은 것은 음, 이런 식의 단순한 구분은 말이 안된다.
- “2015년 을미(乙未)년은 땅이 아래에 있고 물이 위에 있는 택지취(澤地萃)괘로 풀이됩니다. ‘취’는 모인다, 쌓인다는 뜻입니다. 헌데 물이 위에 있으면 쏟아져 물난리가 날 수 있고 전염병도 생길 수 있습니다. 다행히 사람들이 힘을 모아 극복하는 비(比)괘운으로 이어져 힘을 모아 극복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억지로 갖다붙이는 헛소리다. 을미라는 간지를 음양오행설로 풀이한 것이다. 말이 안된다. 무슨 물난리가 났는가.
공자는 그 해의 간지를 보고 점괘를 뽑은 적이 없다. 어리석은 자들이 괘상을 보지 못하니까 장님 문고리 잡듯 엉뚱한 괘를 뽑는 것이다.
- (메르스 사태 때) 갑사가 옛날에 역질이 퍼지면 제사를 지내던 곳이었는데 모두 축문을 쓰고 정신을 모아 극복을 기원하면서 즐겁게 행사를 마쳤습니다.”
의사들이 메르스를 물리친 게 아니라 주역 배운 이들이 제사해서 없어졌다고 주장한다. 말같지 않은 주장이다. 가뭄에 기우제 지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 2016년 병신(丙申)년은 화천대유(火天大有)괘로 모든 것을 크게 갖는다는 괘입니다. 경제도 발전하고 외교도 성장하고 결실이 있는 해입니다. 대통령도 변하려고 노력할 겁니다. 하지만 염소가 뿔로 울타리를 들이받다가 걸린다고 되어 있어 나라가 좌충우돌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는 정치인들로 시끄러울 겁니다.… 박근혜 정부 임기 5년 중 전반부인 2년 반은 어렵고 장애가 많지만 후로 갈수록 차차 나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역시 병신년을 음양오행으로 푼 것이다. 명제가 틀렸으니 맞을 리가 없다.
이상이다.
주역은 이미 무용지물로 검증된 책이다. 주역은 조선시대에 일점도 나라에 기여한 바가 없다. 일제 때 독립운동에 기여한 바도 없다. 유신시대, 군부시대에 민주화에 도움된 적도 없다.
무릇 학문이란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유용해야 한다.
주역은 가치가 있는 책이다. 다만 사용법을 몰라 엉뚱한 술서, 미신서로 오용될 뿐이다.
가장 바른 주역은 바이오코드 2급에 명확히 밝혀져 있다. 주역이란 그저 바이오코드가 겉으로 드러난 현상일 뿐이다. 3000년 전의 미신을 오늘의 과학이라도 되는 양 여기는 일이 없어야 한다.
주역의 괘 풀이인 10익은 매우 훌륭한 철학으로 가득 차 있다. 마음을 겸허하게 다스리는 책으로 쓸 때 그 효용가치가 빛난다. 주역은 절대로 점서가 아니다.
* 추가(2024.3.14)
불교에서도 8정도, 4성제로 반야를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무도 그 반야를 모른다. 마치 주역점이나 치면서 진실을 모르는 것과 같다.
지금은 과학기술시대다. 과학이 반야이고, 첨단기술이 지혜다. 산업혁명, 컴퓨터 혁명, 4차산업, 모두 인간의 지혜가 일으키는 반야이다. 하지만 승려가 발명한 적은 한 가지도 없다. 주역 도사가 발명한 것 역시 한 가지도 없다.
현대는 주역의 산가지로 계산하지 않는다. 불교의 염불이나 독경으로 계산하지도 않는다. GPU라는 AI 프로그램으로 인간보다 수백 만 배, 수억 배 빠르게 계산하여 답을 알아낸다. 지금은 GPU가 공자보다 낫고, 승려보다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