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랑 시집』을 읽고
범우사에서 나온 『김영랑 시집』을 구입하였다. 요즘 1900년대의 시인들의 시집을 구입하여 읽고 있는데 이 책도 범우문고판으로 나온 시집이다. 사실 문고판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는데 문고판에도 그의 시는 있으니 읽는데 별 문제가 없다. 어떻게 생각하면 정가 4900원이니 가성비가 좋다고 생각한다.
김영랑의 본명은 윤식으로 1903년 전남 강진에서 태어나서 1950년 세상을 떠났다. 한국전행으로 서울에서 은신하다가 9월 27일 복부에 포탄 파편을 맞고 중상을 입고 28일 본가에서 치료를 했으니 28일 47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이태원 남산 기슭에 가매장했다가 1954년 11월 망우리에 이장을 하였다.
3.1운동 때 강진에서 의거하다가 일본경찰에 체포되어 6개월 옥고를 치르고 일본 아오야마학원 영문과에 입학하였다. 박용철, 정지용, 이하연 그리고 정인보 등과 <시문학>을 창간했가. 1935년에는 박용철의 후원으로 <영랑시집>을 간행하였다.
1930년대 『문예월간』, 『시원』 등 순수문학(詩)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김영랑 시 모음집이다. 이 시집에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등 70 여편이 수록되었다. 김영랑의 시는 한국의 전통적인 서정시의 맥을 이어 왔다.
김소월이 우리 민족의 가장 보편적이고 전통적인 정서로서의 한 그리움 등을, 여기에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님, 고향 등의 소재를 통해서 나타내고 있는 데 비하여 영랑은 그 같은 시어에서 좀 더 많이 벗어난 자기 나름의 소재 선택을 드러내고 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뼏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는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오월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
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진다
바람은 넘실 천(千)이랑 만(萬)이랑
이랑 이랑 햇빛이 갈라지고
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
꾀꼬리는 여태 혼자 날아볼 줄 모르나니
암컷이라 쫓길 뿐
수놈이라 쫓을 뿐
황금 빛난 길이 어지럴 뿐
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 있는
산봉우리야 오늘 밤 너 어디로 가버리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