않을뿐 그의 눈은 서럽게 울고있었다. 한번도 울어본적이 없어서일까. 가슴 가득 슬픔을 담아
놓았음에도 그 감정을 밖으로 끌어내질 않았다. 차라리 아프다며, 괜찮을리 없다며 소리라도
쳤다면 이렇게 안쓰럽지는 않았을텐데.. 앞에 있는 녀석은 그저 웃었다.
웃음으로써 모든 고통을 잊어버리려는듯 더 밝게 미소짓기만 했다.
그런 모습이 더 안타까워..
어째서 니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거야..
화가나면 화가난다. 아프면 아프다. 슬프면 슬프다.
이제는 니 친구로써 다 받아줄수 있는데..
"리나님.. 잠깐 저랑 같이 가실래요?"
"제로스, 어딜 가려구요?"
"가보시면 알아요."
제로스의 손이 리나의 손을 꼭 붙잡았다. 그리고선 그렇게 발걸음을 옮겨 문을 나섰다.
그들의 뒷모습을 지켜본 후 가우리가 제르가디스에게 걱정스러운 어투로 물었다.
"이렇게 보내줘도 되는거야? ,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잖아."
"믿어, 그녀석은 돌아와..."
제르가디스가 차가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맘 놓아도 되는 것임에도, 더이상 걱정할것이 없음에도
모든게 원래대로 제자리를 찾아가게 될텐데 그의 마음에는 왠지 모를
씁쓸함이자리잡아 그의 머리속을 혼란 시켰다.
"보내주기 힘들었을텐데.."
"나도 말로만 그렇게 성인군자인척 했지, 나라면
보내지 못했을지도 몰라.. "
"언제 우리가 이렇게 그녀석한테 동화된거지?. 쳇."
제르가디스가 머쓱한듯 뒷머리를 긁적댔다. 그런 그의 행동에 가우리도
피식 허탈하게 웃으며 제르가디스의 어깨를 탁 쳤다.
"그거야 뻔하지, 리나를 사랑하니까..
우리모두 같은 마음이니까..."
가우리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오래전부터 서로 알고있었다. 그녀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음에도 누구하나 먼저 서로에게 상처주는 행동은 하지 않고 있었다.
사랑만큼 우정 또한 소중하니까.. 그리고 그녀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니까.
"어디가는 거에요?"
"잠깐 눈감아봐요,"
"....."
"이제 눈 떠도 되요,"
"우와~"
지긋이 감고 있던 눈을 뜬 그녀의 앞에는 하늘빛만큼 푸른 바다가 펼쳐져있었다.
일렁이는 파도와 물결 위로 리나의 머리색을 닮은 붉은 태양이 이글거리며 타오르고
있었고 황금색 반짝이는 모래와 흰 바다거품이 서로 밀고 당기기를 하고 있었다.
막혀있던 가슴이 탁 트이는 듯한 풍경이었다.
"바다 오고 싶단 생각 했었는데..
고마워요, 제로스"
리나가 그의 목에 폴짝 매달려 거짓없는 순수한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었다.
그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그녀의 미소에 그역시 따스히 미소지으며 바라보았다.
당신의 이미소를 보고 싶었어요..
이건 나만을 위한 웃음이니까..
잊지못할 좋은 선물이 될것 같아요..
"나 들어가서 놀고 싶은데, 괜찮아요?"
제로스가 미소로 대답을 대신하기도 전에 그녀는 신발을 벗어던지고서는 사파이어빛의
푸른 바닷물 속에 발을 내딛었다. 발을 가득 스치고 지나가는 시원한 물의 감촉에 리나는
저절로 미소를 지었고 그런 그녀를 보는 제로스도 흐뭇하기만 했다.
그녀의 뒤로 끝이 보이지 않을 듯한 수평선이 보였다. 가도가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길고 긴 수평선을 바라보며 그의 마음은 한숨으로 가득찼다.
저 바닷물에 내마음을 던져놓으면 푸른물결이
당신을 향한 내마음을 깨끗하게 씻어 줄까요?
이제... 저 수평선의 끝에 도달할때까지 조금씩 조금씩
리나님을 잊을꺼에요.
아마 당신이 시간이란 이름에 의해 다시 땅으로 돌아가고
또다시 어디선가 다른 누군가로 몇십번씩 다시 태어난 후에는
잊었다고 말할수 있을까요?
누군가를 사랑하는 게 이렇게 아프고 고통스러운것인지 경험해보기전에는
알지못했다. 또 누군가를 잊는 것도 사랑했던 만큼의 고통을 다시 겪게 된다는
것도 지금에서야 이렇게 하나하나 상처받으며, 부딪혀보며 알게되었다.
"제로스~, 이리와요,
혼자놀면 재미없단 말이에요."
"에?"
리나가 그의 손을 잡아끌었다. 갑작스런 그녀의 행동에 제로스도 머뭇거렸지만
이내 두손 가득 깨끗한 바닷물을 한가득 담아 리나에게 뿌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등뒤로는 타오르는 붉은 태양이 그렇게 서서히 지고 있었고 하늘도 붉게 물들였다.
"벌써 이렇게 어둡네요.."
어느새 주위는 새까만 어둠으로 가득 뒤덮여버렸다. 하지만 새까만 하늘 속에서도
작지만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과 은은한 빛을 발하는 달이 그들의 머리위로 촘촘히
아름답게 수놓아져있었다. 그리고 앞에는 '타닥타닥' 피워놓은 모닥불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가는줄도 모르고 바다에서 논 덕분에 온몸은 바닷물을 가득 뒤집어쓴채로
밤을 맞아 찾아온 추위에 조금씩 떨고 있었다.
"자~리나님 추운거 싫어하시잖아요"
불을 피워놓기는 했지만 아직 온기가 훈훈하게 전해지지 않은터라 오들오들 떨고 있는 리나가
안쓰러워 그는 미리 벗어놓은 망토로 그녀를 감싸주었다. 망토의 온기가 몸가득 스며드는 듯했고
리나는 추워보이는 제로스가 걱정이 되었다.
"제로스는 안추워요?"
"전 원래 몸이 찬걸요."
나에게 사람의 온기따윈 없어요.
난 마족이니까.
"치..그래도 이리와요"
두 입술을 뾰루퉁하게 내밀며 그녀는 제로스에게 가까이 다가와 그와
망토를 같이 둘렀다. 그리고 리나는 살짝 미소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둘이 있는게 더 좋아요."
피식.
자신이 건 최면때문에 그녀가 그렇게 말하는 것인데도 자꾸만 치밀어오르는
감정때문에 자기자신이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자신이 만들어버린 그녀와 똑같은 인형에도 이렇게 벅차오르는 기분이라니..
바보같이..
"리나님.. 제가 얘기 하나 해드릴까요?"
"무슨얘긴데요?"
제로스는 입꼬리를 살짝 올려 웃어보이다가 닫혀있던 입술을 떼었다.
그리고는 차가운 한숨을 한번 내뱉고는 얘기를 시작했다.
"옛날부터 마족이 사랑을 하면 원치 않아도 그 사람을 불행의 길로 인도하는 악마가
되고 만다는 전설이 있어요.. 운명이라고 해야하나... 그 전설에 관한 얘기에요.."
"얘기해줘요.."
제가 감히 어머니의 사랑을 입에 담으려 합니다.
이해해 주실꺼죠?
잠시 눈을 지긋이 감으며 제로스는 그렇게 다시 말을 이어갔다.
제라스 메탈리움.. 다 아시다시피 마족이였다. 어느것 하나 부족한 것이 없음에도 늘
그녀의 생활은 지루하고 따분했었다.
"쳇.. 심심해."
"아! 그래 , 왜 진작 이생각을 못했지?"
한순간의 호기심으로 첫발을 내딘 인간세상이 그 불행의 시작이였다.
냉철하고 사리분별이 뚜렷한 그녀도 처음보는 세상의 풍경이 하나하나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어이!, 아가씨.."
"여기 처음왔나 본데, 우리가 좋은데 알고있는데, 같이 갈래?"
왠지 모르게 불량스러워 보이는 두 남자가 제라스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손에 가득 힘을 주어 그손을 떼내어 버리려고 애썼지만 잘 되질 않았다.
제라스는 한숨을 쉬며 매섭게 그들을 노려보았다.
"이손 놓지 그래?"
"싫은걸 어쩌나."
쳇, 여기까지 와서 힘을 써야하나.
그녀가 손 가득 힘을 모으는 찰나에 '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불한당들의 몸이
한쪽 구석으로 처박혔다. 놀란 두눈을 크게 뜨며 그 주먹의 주인을 쳐다보자 은회색 머리의
한 남자가 생긋 웃어보였다.
"괜찮아?"
"에?..네.."
그것이 그녀와 그의 첫만남이었다. 왠지 모를 이상한 감정에 휩싸여 가슴이 들떴고 그런 그녀의
마음도 모른채 그는 간단하게도 그녀의 어깨를 툭 쳤다.
"자자, 너같이 예쁜애들은 조심해야 한다고, 그럼 난 이만간다~
앞으론 주위좀 살피고 다녀라."
또다시 그렇게 씨익 웃으며 그는 그녀에게서 등을 돌려 반대쪽으로
걸어갔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쳐다보고 있자니 왠지 이대로 보내면 다시는
못만날 것만 같은 생각이 그녀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가지말아요..
가지마요..
"저기요!"
용기를 내 무작정 불러보자 그가 돌아보았다.
잠시동안 그가 멈춰있는 틈을 타 제라스는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뛰어본적이
거의 없는 그녀, 거기다 하늘하늘거리는 옷을 입고는 도저히 속력을 낼수가 없었다.
결국 휘청 하고 스텝이 꼬여 바로 바닥으로 직행.............................
하는 듯했으나 허리에 감겨오는 팔 덕분에 쓰러지지 않았다.
"보기보다 덜렁이네.."
놓치고 싶지 않던 그였다.
그의 품안에 갇혀 잇는 지금 시간이 멈추어 버려도 좋을것만 같았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이렇게 가슴이 벅차오르는 듯한 이상한 기분은 말이다.
"고마워요.."
"고맙기는.. 근데 왜불렀어.?"
"저기.. 이름이 뭐에요?"
"나?.. 세리오스.. 넌?"
"제라스..."
세리오스..
그의 이름이었다. 불르고 또 불러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그의 이름..
"세리오스!!!"
멀리 저쪽에서 누군가가 그의 이름을 부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세리오스가
고개를 돌렸고 그녀를 쳐다보며 난처한듯 미간을 찌푸렸다.
"가봐야 되는거 아니에요?"
"아...응.."
하지만 가지 않고 있었다.
머뭇머뭇 ,, 자신을 구해줄때와는 다르게 두볼 가득
홍조를 띠며 시간을 지체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부여잡고는 수줍게 말했다.
"저기.. 내일도 여기서 12시에 만날수 있을까?"
"네?"
"부탁이야.. 내일 나와줄래?"
제라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저녁 다시 돌아온 그녀는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고 자꾸만
맴도는 그의 모습에 떨리는 자신을 주체할수가 없었다.
자꾸만 그의 이름을 대뇌이게 되고 눈을 감아도 선명하게 세리오스의 모습이 떠올랐다.
"제라스~~"
그다음날 그녀는 그와 약속했던 분수대 앞으로 나갔다.
어제처럼 멋진 모습으로 환하게 미소지으며 그는 제라스를 반겨주었고
제라스의 얼굴에도 그동안 지어지지 않았던 미소가 번졌다.
그는 자신을 아껴주었다.
항상 위해주었고 무뚝뚝한듯 하지만 그의 말투와 행동에서는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담겨있었다.
그렇게 세리오스는 제라스에게 많은 추억을 선물해주었다.
그날도 그녀가 그렇게 그와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자신의 거처에서는..
"가브!."
붉은 빛을 가득 띠며 가브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미간 가득 인상을 찌푸리며 그는 제라스에게 말했다.
"더이상은 안되.."
"무슨소리하는거야, 가브,"
"인간과의 사랑놀음에 더이상 빠져서는 안된다고."
"......"
진지한 억양이 잔뜩 묻어나오는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더이상은 안된다고,, 세리오스와의 사랑을 그만두라고..
그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넌 모르겠지만, 피브리죠가 니 뒷조사를 하고있어."
"뭐?"
"약점이 될만할 일을 하지 말란말이야.
그녀석은 너도 알다시피 너의 아킬레스 건이야,
더이상은 안되,, 그만둬 ,제라스.. 이건 충고다."
"어째서..가브 날 도와주는거지?"
"넌.. 아니다..,"
제라스 넌..
예전의 내모습과 닮았으니까..
"가브..미안 "
가브의 충고도 무시한 채 제라스는 그와 만나던 그장소로 오늘도 역시나 향했다.
이젠 습관처럼 익숙해져 버린 그의 모습과 향기에 그녀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이 마지막이야..
마지막..
"제라스, 어디 아파?"
"아니에요. 가요~"
그녀는 생긋 웃으며 세리오스와 팔짱을 꼈다.
그런 그녀를 이상한 듯 쳐다보던 그도 이내 미소지으며
어둑어둑 해지는 저녁까지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이제 가봐야지.. 평소보다 늦었어."
그가 말했다.
제라스가 늘 지켰던 것이 있었다.
무슨일이 있어도 하루를 넘기지 않았던것..
12시 전에는 무조건 수왕궁으로 돌아왔었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역시 12시가 막 지난 후인지라 그녀에게
이제 가라고 말하고 있었다.
"오늘은 안갈래요.."
"어?"
"가지 않을래요..
세리오스,, 나 안아주세요.."
제라스가 그의 품에 살며시 기대며 말했다.
잊지 않고 싶었다. 다시는 만나지 못하더라도 혼자있더라도
더 생생하게 기억할수 있도록 항상 자신을 생각해주었던 그에게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었다.
"나 때문에 그러는 거라면 괜찮아.
이렇게 무리하지 않아도 되..
오늘은 평소보다 더 많이 웃어줬잖아.
난 그걸로 괜찮아.."
그는 제라스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안고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손길 하나하나 따스한 그의 마음이 느껴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제 이걸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마지막....
"나 괜찮아요.. 세리오스라면...
사랑하니까.."
♡
♥
♡
♥
.
.
.
제라스는 몸을 돌려 새근새근 어린아이처럼 잠들어있는 세리오스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이게 내가 사랑하는 남자의 얼굴이구나.. 그의 얼굴에 손을 살포시 얹어본다.
이렇게나 사랑하는데 떠나야만 한다는 현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아직 더 표현하지 못한 슬픔을 가슴속에 묻어둔채 그의 곁에서 그녀는 잠이 들었다.
"제라스"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있다가 떠난 다는 것이 그만 그의 곁에서 잠들어버린것이다.
눈을 뜨자 침대 밑에서 눈을 말똥말똥 뜨고 그녀를 바라보는
세리오스를 닮은듯한 귀여운 어린 아이가 보였다. 이제 정말로 돌아가야지...
그렇게 그녀가 돌아가려는데 그 어린아이가 무작정 손을 잡고서 제라스를 이끌었다.
그리고 도착한 그곳..
잔잔한 풍경속에 그림처럼 지어져있는 한 교회..
"여긴 왜?"
"들어가보면 아실꺼에요.."
빙긋 웃으며 어린아이는 제라스의 등을 떠밀었다.
난생처음 들어와보는 교회 안..
그리고 앞에 보이는 한 사람..
잊지못할 내 사랑,,
"세리오스.."
그가 다가왔다.
그리고는 그녀의 손을 살며시 들었다.
그녀의 네번째 손가락에 끼어져 반짝이는 반지..
"세리오스.."
"나 부족하지만 받아줄래?
앞으로 잘할께.. 믿어줘.."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한방울 한방울 그동안 흘려보내지 못했던 모든 울분을 내뱉듯
자꾸만 눈물이 흘렀다. 그런 그녀의 눈물을 손으로 닦아주며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위로 살포시 포개졌다.
'짝짝짝짝'
박수소리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귀여운 목소리..
"이걸로 형이랑 누나의 결혼식이 끝이났습니다."
"키엘"
"형아, 축하해"
아까 그 어린아이였다.
세리오스가 팔을 벌리자 그아이가 그의 품으로 달려와 폭삭 안겼다.
그리고는 제라스를 쳐다보더니 그녀에게 가겠다며 팔을 벌려 매달렸다.
그런 키엘을 행복한 웃음으로 쳐다보며 그녀는 키엘을 감싸안았다.
"이제 우리 가족이지?"
키엘이 말했다.
세상의 행복을 다 가진듯한 느낌이었다. 이렇게 기쁠수가 있다니..
하지만 행복도 잠시.. 뒤쪽에서 느껴져오는 한기에 제라스의 얼굴이 굳어져왔다.
내 예감이 맞다면..
이건..
"딩동댕~. 나야. 제라스."
"피브리죠!"
"인간과 결혼한다면 마족을 버리겠단 건데..
나로써는 그걸 못봐주겠는걸
원인이 되는것만 없애버리고 난 갈께
그것도 눈앞에서 "
차가운 그만의 냉기어린 미소를 보이며
피브리죠 그의 손에는 구슬 두개가 떠있었다.
"안되! 피브리죠!
가만두지 않아!"
'쨍그랑'
'쨍그랑'
'털썩.'
키엘의 눈이 서서히 감기고 있었다. 그리고 세리오스..
제라스는 세리오스를 쳐다보았다. 고통스럽게 죽어가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으려는 그의 모습에 제라스는 시야가 흐려졌다.
그의 얼굴위로 그녀의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미안해요..
나때문에.. 말하려고 했는데..
난 마족이란걸.. 말하려고 했었는데..
말해버리면 멀어져버릴것만 같았어요..내욕심때문에
이렇게 만들어버려서 미안해요....."
쉴새없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런 그녀의 눈물을 힘겹게 팔을 올려 닦아주며 그는 미소지었다.
"오래전부터 알고있었어..
제라스는 심장이 뛰지 않았잖아..
마족인걸 알면서도 사랑한건 나야..
그러니까 나때문에 마음아파하지 않아도 되.. 하윽..
알았지?........"
흐려져가는 의식을 마지막 힘으로 간신히 붙잡으며 힘겹게 그가
말했다. 모든걸 알면서도 사랑해주었다.
말하지 못한것을 용서해 주었다.
자신때문에 이렇게 죽어가는데도 미소짓기만 했다.
고통스럽게 떠나는 마지막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그의 마음이었다.
"내가 어떻게든 해볼께요..
더이상 말하지 말아요,,"
"난 이제 틀렸어...
제라스.. 잠깐만 가까이 와봐.."
마지막이 될듯한 그의 말에 가까이 얼굴을 가져갔다.
그리고 입술에 느껴지는 잠깐의 따스함..
"사랑해.. 제라스.."
그게 그녀가 사랑했던 그의 마지막 인사이며 모습이였다.
신부라면 행복했어야하는데..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어야 하는데.
겨우 평생을 약속한 그날. 그렇게 사랑했던 사람을 잃었다.
당신을 불행하게 해서 미안해요.
사랑해서 미안해요
"그렇게 나의 어머닌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보내셨어요. 서로 행복하자는 작은 소망이었는데
마족이란 이유로 , 결국 치유하지 못할 큰 상처를 가지게 되셨지요.."
그게 사랑이란것을 경험한 우리 마족의 모습이에요.."
그가 긴 얘기를 끝내고 응시한 리나의 얼굴은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제로스는 그런 그녀의 반응에 당황한듯 미간을 찌푸리며 흰 손가락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울지마세요..
웃는 모습만 보여주셔야죠,,"
보내드릴수가 없게되잖아요.
자꾸만 옆에 두고 싶어지잖아요..
그러니 웃어주세요..
나같은 건 당신의 곁에 있을수도 없게 환하게..
아주 밝게 그렇게 웃어주세요..
그의 말에 지어지지 않는 억지 웃음을 지어보지만 이내 또 참지못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무엇이 그녀를 이토록 슬프게 한걸까..그는 이제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예감했다.
이제 그녀를 보내주어야한다..
원래의 그자리로...
자신이 없이도 행복할수 있는 그녀의 자리로..
"리나님..한번만 제얼굴 봐주실래요?"
"...."
"당신의 얼굴을 기억하고 싶었어요.
내가 사랑했던.. 아니 앞으로도 사랑할..
사랑하지만 잊을겁니다. 당신이 행복하도록, 나때문에 더이상 불행해지지
않도록 이제 리나님이 행복하게 웃으실때마다 전 당신에 대한 기억을 하나씩
지울거에요.. 그러니 이제 웃는 모습만 보여주셔야되요. 아셨죠?"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는 그녀..고개를 떨군채 말이 없었다.
아쉬움이 남았다. 머리속으로는 보내야한다며 수도없이 외치지만 막상
마음으로는 그녀를 보낼수가 없었다.
"한번만 안아봐도 되요?"
그가 리나를 살며시 품에 안았다.제로스의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는 아직도 물기가 어려있는 그녀의 눈에 살짝 짧은 입맞춤을 했다.
이것이 이별을 고하는 마지막 그의 인사였다.
"사랑해요.리나님.."
그런데 아까 당신에게 한말 다 거짓말이에요..
잊지 못할꺼에요..
내사랑은 계속 이어질테니까..
행복하세요
그가 석장을 크게 휘둘렀다.
그의 깊은 두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리나!"
돌아왔다.
원래의 그자리로.예전 그대로 ..
"웃을수가 없잖아...
날 잊으라며 웃을수 있을리가 없잖아.."
-소유욕 <7> -
-by lemonade-
"리나!"
"리나언니!"
아멜리아가 달려와 리나의 품으로 안겼고
그녀는 아멜리아를 내려다보며 머리를 따뜻하게 쓰다듬어주었다.
"언니, 돌아온거죠?
그런거죠?"
아멜리아의 맑은 두눈 가득 투명한 눈물이 가득 고였다.
자신도 모르는 다른 사람이 되었던건 고작 이틀뿐이였는데
모두가 느낀 시간은 한두달처럼 길었었다. 그만큼 소중했으리라..
그들에게 리나가.. 또 서로가 서로에게..
그리고 제로스에게 그녀도..
"언니, 왜울어요.."
제로스를 생각하는 사이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나와버렸나보다.
홍조된 두뺨을 타고 흐르던 차가운 눈물이 아멜리아의 옷에 닿?스며들어버렸다.
자신을 마지막으로 보내던 그 모습이 자꾸만 눈에 어려 가슴이 아파왔다.
그동안 어떤일이 일어났었는지는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지만.
분명한건 이곳으로 보내지기 전 이별을 고하는 제로스의 얼굴이
많이 슬퍼보였단 것이다.
"자자, 리나.. 피곤할테니까 어서 들어가 자."
갑작스런 리나의 눈물에 놀란건 아멜리아 뿐만이 아니였다.
지켜보던 가우리와 제르가디스도 의외의 행동에 당황했다.
가우리에게 떠밀려 방으로 들어온 후에도 리나는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잠을 청하려 두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슬픈 영상..
'행복하세요..'
그의 모습이였다.
마족의 눈물.. 분명 흔하지 않은 모습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깊게 기억되지는 않을텐데.. 제로스의 모습은
자꾸 눈앞에 아른거렸다. 입은 웃고 있지만 두눈 가득 드리워진
슬픔과 그리움에 의해 흘러내리는 투명한 물방울들..
울지마..제로스
울지마....
+
"수왕님..."
"돌아가거라."
"네?"
단호하기만한 그녀의 대답이었다.
작은 위로라도 받으면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돌아왔지만
그녀는 차갑고 냉정하기만 했다.
"위로해주실줄 알았습니다.
제가 지금 어떤지 수왕님은 잘 아시지 않습니까.."
제로스가 고개를 떨구었다.
그녀라고 해서 이렇게 냉정하게 진심으로 그를 대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저런 모습의 제로스라면 전처럼 돌아갈수도 없다는걸
그 어떤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있기에..
"나에게 약속하지 않았느냐.
그아이와 함께 돌아오겠다고..
어째서 이렇게 너혼자 돌아온것이냐,"
그녀의 목소리가 잔뜩 굳어졌다.
이렇게 해야 제로스가 맘을 다시 잡고 돌아갈것 같았다.
"제 곁에 없는것이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였습니다.
제곁에선 행복할수 없는 사람입니다."
"바보같은 녀석!"
무책임하게만 들려오는 제로스의 목소리였다.
믿었는데.. 제로스만은 자신이 못다한 사랑을 이뤄주리라
굳게 믿고 있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상처받은 모습으로 돌아온
제로스에게 화가 나기 시작했다.
이런게 니가 나에게 약속한 모습이더냐..
어찌 이리도 나약해져 돌아온것이야..
"수왕님이 저를 탓하셔도 할말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고개를 들지 못했다.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그녀를 마주본다면
그녀 앞에서 참아왔던 모든 눈물을 흘릴것만 같았다.
비록 이렇게 돌아왔지만..
그런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누구보다 자신을 믿고,,
아껴주고,,
이뤄지지 못할 사랑이라도
응원해주며 힘이 되어주었기에..
죄송합니다.수왕님..
당신을 어머니라 부르며 다시 뵙고 싶었는데..
일방적인 사랑만으론 행복해질수 없단 걸 알기에
이렇게 혼자 돌아왔습니다.
"잊을 자신이나 있는것이냐."
제로스의 축 처진 어깨위로 짙은 한숨이 쌓였다.
그런 그의 모습이 자꾸만 예전의 자신의 모습과 겹쳐졌다.
그의 죽음앞에서 하루하루 지나갈수록 나약해져가고
생기를 잃어갔던 자신처럼 말이다.
"......"
"잊을 자신도 없으면서 어딜 돌아와!
돌아가거라, 니 옆에서 행복할수 없다는 건
너 자신에 대한 구차한 변명일 뿐이다."
그녀가 큰 소리로 꾸짖었다.
이제 자신의 앞에 있는 이 아이에게도..
늘 자신의 곁에서 힘이 되주던 작은 녀석에게도
진정한 웃음을 찾게 해주고 싶었다.
늘 그의 포커페이스 속에 감추고 있던 감정들이 안타까웠다.
그렇기에 이렇게 보내는 것이다.
꼭 행복해지거라..
다시 돌아오는 날엔 서로 웃으면서 보자꾸나..
"수왕님.."
대답대신 미소로 그녀는 제로스를 마주했다.
그는 살짝 한쪽 무릎을 꿇고는 제라스의 손등에 살며시 입맞췄다.
어리석었습니다.
바보같이 ..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그땐 정말로 그분과 함께..
+ + +
"울지마....제로스.."
자꾸만 그의 모습이 짙은 어둠속으로 사라지려 하고 있었다.
까만 어둠은 조금씩 그의 모습을 삼켜버리고
손을 뻗어 그를 잡으려 애써보지만 그저 슬프게 미소지을뿐
그녀의 손을 잡지 않는다.
"가지마,제로스!!"
"전 아무데도 가지 않아요.."
바이올렛 향..
그였다.
그의 목소리.. 나른한 제로스의 목소리에 그의 품에서 리나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 그녀의 붉은 머리칼속에 땀방울들과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한줄기 눈물이 그꿈이 얼마나 지독했는가를 나타내주고 있었다.
"흠흠,, 기분이 묘한데요.."
"제로스!!!"
큰 고함소리와 함께 밀쳐낸 제로스의 몸이 침대밑으로 굴러떨어졌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미간을 찌푸리며 리나를 올려다보는 제로스..
"아야,, 전 잘못 없다구요.
리나님이 제이름 부르면서 먼저 안기셨잖아요."
제로스의 억울하다는 말에 리나의 얼굴이 금세 달아올랐다.
아무리 꿈속에서라지만 제로스의 이름을 부르다니..
"내가 언제!!! 그나저나 이 밤중에 어디 숙녀의 방에
함부로 들어오는 거야! 예의도 없냐?!"
"전 그냥 리나님 얼굴만 보고 조용히 가려고 했다구요,
갑자기 리나님이 '가지마,제로스'라고 그러셔서
안간거에요."
"하지도 않은 말 지어내지마! 너때문에 잠다깼잖아.
얼른 가!"
제로스가 리나의 말에 입을 삐죽거렸다.
두 볼 가득 바람을 채워넣고는 투덜투덜 거리는 제로스.
"정말 가요?"
"가!"
"치.. 정말루요?"
제로스가 정말로 뒤돌아 발걸음을 옮기려하자
다급하게 리나가 소리쳤다.
"제로스!,나 잠들때까지만 지키고 있다가 가.
너같은 녀석이 또 있을지 모르잖아.."
리나의 대답에 제로스의 얼굴이 미소가 번졌다.
설마 이 오밤중에 방에 쳐들어오는 녀석이 또 있으랴..
그것도 딴사람도 아닌 리나의 방에..
"잘지켜. 나 잔다."
리나가 평소에는 다 걷어차던 이불을 잔뜩 목까지
끌어당기고선 눈을 감았다.
감은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있는데..
그런 그녀를 지켜보며 그는 괜히 웃음지었다.
"리나님, 주무세요?"
"Zzz..."
시간이 흐르고 , 방안에는 리나의 숨소리만이 들려왔다.
늘 하던 습관이 어디가랴..
어느새 다 걷어차버린 이불들, 제로스는 행여나 감기 걸릴까 이불을
끌어당겨 목까지 덮어주고는 자신도 침대에 팔을 살짝 걸치고선 눈을 지긋이 감았다.
돌아왔어요..
나 리나님의 곁으로 다시 왔어요.
이제 아무데도 가지 않아요..
당신의 곁에서밖에 난 살수 없으니까..
-소유욕 <8> -
-by lemonade-
온화한 아침햇살이 리나의 머리맡에도 따스한 빛을 비추었다.
잠들어 있던 그녀의 귀에 새들의 아름다운 지저귐이 들려왔고
조금 열려져 있던 창문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잔잔히 머리칼을 간지럽혔다.
"아음~ , , 잘잤다...에?"
두손을 쭉 펴 기지개를 켜고 늘 그랬던 것처럼
슬리퍼를 신기 위해 몸을 돌리자 리나의 시야에 드리워진 제로스..
침대에 어깨를 살며시 기댄채 새근새근 아기처럼 잠들어있었다.
분명 어제밤 자신이 잠들면 가라고 말한 기억이 나는데 이렇게
여기서 같이 잠들어 있다니..
이상한 녀석..
가라고 했더니 같이 잠들어 버려?
살며시 그녀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 나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자신이 덮고 자던 이불을 들어 제로스에게 살며시 덮어주었다.
비록 추위 따윈 느낄 수 없는 마족이라 할지라도 그냥 이렇게 해주고 싶었다.
다른 이유 없이 그저 그녀의 순수한 마음이었다.
치... 제로스 녀석 자세히 보니
꽤 잘생겼네..
일어나려던 것을 잠시 뒤로한채 그렇게 침대에 엎드려 제로스의
얼굴을 빤히 지켜보았다.
새어 들어오는 햇빛과 함께 부드럽게 윤기가 맴도는 머리칼..
굳게 다문 조그만 입술도 마족이라 하기엔 매치가 안되는것 같았다.
정말 너 마족 맞는거야?..
이렇게 순진한 얼굴로 잠들어 있는데
마족이라 하기엔 넌 ..
하긴 피브리죠도 그랬으니까...
그런데 내심 니가 마족인게 섭섭하다.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꽤 좋은녀석이 되었을텐데..
'톡 , 톡 '
왠지 모를 호기심에 검지손가락으로 잠들어 있는 제로스의 볼을 쿡쿡 눌러보았다.
자신과 다른 점이라곤 찾아볼수 없는 말랑말랑한 촉감.
이내 쓰다듬어본 그의 머리칼도 역시 눈에 보이는 것처럼 부드러웠다.
오히려 자신이 더 기분이 좋아지나고 해야할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웃음이 지어졌다.
"기분 좋아요,,리나님..."
"아아악!! 갑자기 말하면 어떻해!!"
조용한 분위기에 난데없이 나긋하게 들려온 제로스의 목소리에
리나는 깜짝 놀라 소리지르고 말았다.
그런 그녀를 올려다보며 보기좋게 눈꼬리를 휘어 미소 짓던 제로스는
이내 말을 이어갔다.
"에,,, 기분좋은데 더 해주세요.."
"뭘 더해줘!!"
"피... 그냥 계속 잠든척 할껄,,괜히 말했나 보네요..
아! 그럼 다시 잠들면 해주실꺼에요?"
말이 끝나자 마자 두눈을 감은채 다시 머리를 침대에 기댄채
잠든 척 하는 제로스..
마치 어리광을 피우는 듯한 그의 행동에 그녀 역시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오른손을 들어 그대로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는가 싶더니.
'쿵'
"아야! 때리시는게 어딨습니까."
"이상한 소리말고 우리.."
"모닝키스라도.."
역시나 어찌 이를 그냥 넘어가랴..
제로스의 목에 억세게 감겨오는 리나의 팔에 숨이 막혀왔다.
켁켁 거릴 정도로 힘이 가해왔다.
이내 제로스는 참지 못하고 두 손바닥을 맞대었다.
"항복.. 항복이요 , 리나님.."
제로스의 항복 소리와 함께 그녀가 그를 감고 있던 팔을 풀었다.
그리고 그는 고통스러웠는지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런 제로스의 어깨를 툭 치며 그녀가 말을 이었다.
"자~ 그럼 우리 밥 먹으러 가자 ♥"
역시 그녀의 관심사는 밥인가..
제로스가 온화하게 미소지으며 생각했다.
당신을 만나서 다행이라고..
이렇게 작은 일에도 진심으로 웃을수 있어서
그리고 행복이란 말의 의미를 조금씩 깨닫게 해줘서..
"뭐해? 얼른 가자., 제로스."
부추기는 리나의 목소리에 그는 두 손을 내저었다.
"아니요.. 제가 가면 좋아하시지 않을 것 같은데요."
웃음 뒤로 가려진 씁쓸한 그의 마음이 느껴졌는지
그녀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어디서든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
그런 그에게 자신이나마 기쁘게 맞아주고 싶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하지 말고
얼른 밥먹으러 가자~, 이러고 있는 사이에
가우리가 내밥 다먹으면 책임질꺼야?"
늘 그랬던 것처럼 편안하게 그를 대했다.
혹시라도 자신이 느끼는 이런 동정심을 그가 알아버린다면
비참해 할테니까.. 이렇게 해서 조금씩 제로스의 비어있는
황량한 마음의 땅을 따뜻한 온기로 채워주고 싶었다.
"에? 리나님을 어떻게 제가 책임집니까.
밥값으로도 돈이 엄청 깨질텐데요.."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해맑게 웃었다.
제로스.. 니가 웃는게 난 왜 마음이 편한걸까?..
그냥 이건 동정심이겠지?.
니 눈물이 맘에 자꾸 걸려서
그냥 널 웃게 해주고 싶은거겠지?
이 답을 넌 알까?..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동정하고 있다는 거 아주 잘 알게되거든요.
사람의 신체중에서 눈이 마음을 제일 잘 따른데요.
그래서 거짓말을 하지 못하죠..
절 불쌍하다 생각하지 마세요.
그런 동정심마저 난 그리우니까..
리나님이 날 봐주고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비참하게도 난 행복하니까..
쉬울 리는 없다.
하지만 때론 다른 무엇보다 간단한 것일지도 모른다.
마음이 이끄는 길을 따라가면 되니까..
그에게로 가는 길을 따라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면 되니까..
당신이 날 어떻게 바라본다 해도
그래도 난..리나님을 ..
사랑해요..
-소유욕 <9> -
-by lemonade-
"제로스."
"어째서 리나랑 같이 나오는거야?"
모두 놀란 표정이었다.
다시는 못볼것만 같았는데 이렇게 다시 돌아와 얼굴을 마주하다니..
좋다고도 , , 나쁘다고도 할수 없는 어중간한 기분이었다.
그런 그들은 바라보는 제로스의 바이올렛 투명한 두눈이 흔들렸다.
이럴줄 알고 있었는데..
나같은 건 어디서든 환영받지 못하는
그런 존재란건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데
익숙해질만도 한 시간이었는데..
왜 또 새삼 이렇게 마음이 아픈거죠..
"이야, 역시 전 돌아가겠습니다."
"제로스!."
그녀가 그의 팔목을 잡았다.
제로스가 그녀의 눈을 쳐다보았다.
역시..
또
저를 동정하시는겁니까..
"가서 식사하세요.
전 갑자기 수왕님이 시키신 일이 생각나서.."
그렇게 그들의 앞에서 그는 모습을 감추었다.
남겨진 그들의 마음도 편치만은 않았다.
요즘 들어 그동안 모르고 있던 그의 모습을 알게되는 터라
그리 빨리 익숙해질수 많은 없었다.
사랑을 하는 마족이라..
그것도 진심으로..
모두 그럴수도 있겠지 라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지만
역시나 그동안 머리속에 깊이 새겨진 편견때문이었을까..
마음은 그리 쉽게 받아들여 적응하질 못했다.
그래서 새삼 또 이렇게 낯설게 반응하고 만다.
"상처받았겠지.."
"하지만 도무지 적응이 되질 않아..
목적에 필요한 행동 이외에는 다른 어떤것도 허용하지 않는
마족인데.. 믿으려 해도 잘 안되.."
갑자기 무거워진 분위기에 모두가 어색해졌다.
사랑하는것 뿐인데 ..
사랑하기에 같이 함께하고 싶은 것 뿐인데 뭐가 이렇게도
복잡한지.. 머리가 아파왔다.
"자~ 밥먹자, 배고프다.."
리나가 먼저 말을 꺼냈다.
이런 어색한 분위기는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그녀는 밝게
웃으며 먼저 수저를 들어 먹기 시작했다.
그런 리나를 따라 모두 늘 그랬듯 소란스런 아침식사를 시작했다.
마음에 걸려..
자꾸 제로스 니녀석이 ..
역시 생각이 나는건 어쩔수가 없었다.
가늘게 흔들리던 그의 눈동자..
웃게 해주고 싶었는데..
상처주고 말았어..
+
"강해지려고 했는데..
잘 안되네요 ,수왕님.."
또다시 팬던트를 열어 밝게 웃는 그녀의 사진을 보며 위안을 삼는다.
다시 굳게 마음먹고 돌아왔지만 어찌 자신의 생각대로만 이뤄지겠는가..
제로스는 그녀가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언덕위에 큰 나무그늘 밑에
힘없이 주저 앉아 그저 멍하니 있었다.
"리나님을 사랑하고 부터 전 당신을
원망하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로오나님.."
한숨으로 가득 찬 목소리로 그가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푸른 하늘을 올려다 보며 태양을 쳐다보지만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한채 다시 고개를 떨구었다.
"제겐 그분을 닮은 태양을 바라보는 것조차
허락해주시지 않는건가요.."
시원한 바람이 그의 머리칼을 스치고 지나갔다.
어째서 신과 마족 ..그리고 인간으로 나누어져 있는거죠.
그냥 모두 하나라면 참 편했을텐데..
더이상의 싸움도 없고 저역시
다른분들처럼 리나님과 함께할수 있었을텐데..
"차라리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건가봐요.."
그의 마음은 또 슬픈 눈물로 젖어갔다.
땅위의 많은 사람들은 오늘도 늘 그랬듯 서로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어째서 그런 자연스러운 것 하나도 이렇게 어려운지..
역시 사랑해선 안되는
마족이기 때문인가요..
운명따윈 믿지 않는데..
그런 운명따윈 거부하는데.
역시 이런게 정해져있는 내 운명인건가요..
"나에게도 미래는 있을까요?
아마 새까맣겠죠..내 미래는.."
"등신신관 제로스,,
미래는 니가 만들어가는 거야.."
"리나님..."
어느새 자신의 옆으로 그녀가 와있었다.
푸른 잔디위에 누워 두손을 머리에 기댄 채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어떻게 알고 오신거죠.."
"뭐 , 여자의 직감이랄까?
그것보다 자!"
그녀의 손에 들려진 것은 작은 케잌이었다.
"왠 케잌입니까.."
그의 물음에 그녀의 얼굴이 분홍빛으로 변했다.
"음 , ,뭐 ,, 너먹으라고 가져온건 아니고
그냥 남아서 그런거야!, , "
"에..그런가요? 근데 별로 배가 안고픈걸요.."
그의 말에 누워있던 그녀는 벌떡 일어서더니 상기된 얼굴로
그의 손에 들려져 있던 케잌을 뺏어들었다.
그리고는 틱틱 거리며 자신이 한입 먹었다.
"사람 성의도 생각 안하고, 모양 부서질까봐 얼마나
조심조심 가져왔는데, , 아멜리아랑 가우리가 먹을라고 하는걸
너 케잌은 잘먹는것 같아서 ,겨우 뺏어왔는데 ,, 쳇,,"
리나가 궁시렁 거렸다.
아무리 작은 소리였다지만 바로 옆인데
어찌 들리지 않으랴..
절 위해서 일부러 그러신거에요?..
어째서요.....
"먹을래요.."
"쳇, 안먹는다며!"
"리나님이 먹여주세요.."
제로스가 입을 벌리고는 리나에게 말했다.
그런 제로스가 밉지는 않았는지 리나는 툴툴 대면서도
케잌을 조금 잘라 그의 입에 넣어주었다.
"내가 배불러서 그러는거야..알아?
너 좋아서 이러는거 아니야.."
그는 마냥 행복했다.
단 둘뿐인 지금..
제로스는 리나를 살며시 품에 안았다.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그녀 역시 밀어내지 않았다.
조금은 익숙해진것일까..
그는 그녀를 품에 안고 리나의 귓가에 살며시 속삭였다.
"어째서 당신이란 사람은 내가 미워할수도..
포기할수도 없게 만드는 건가요.."
"제로스..."
리나가 그의 어깨를 밀어내려 하자 제로스는 오히려
그녀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
"잠깐만 이러고 있게 해줘요.."
"......."
"나... 리나님도 알다시피 당신을 갖기 위해서 못된짓도 했었습니다..
바보같이 당신의 껍데기라도 가지고 싶었어요.
그러면 안된다는것도 잘 알면서도 포기하지 못했어요..
나같은건 사랑이란 감정 안된다고 ..
당신을 사랑할 자격조차 없다는거 알지만 리나님 없인
난 아무것도 아닌걸요.. 당신없인 난 아무것도 되지 않는걸요.."
"제로스,,그만,,나 머리아파,,"
자존심이란거 버려도 좋아요,
동정심이라도 좋으니 나 봐줄래요?
그가 리나의 어깨를 살며시 부여잡았다.
자연스레 마주친 두 눈 ,, 일렁이는 보랏빛 흔들림 속에서
그가 진심을 전해오고 있었다.
거짓없이 순수한 그의 눈동자..
"대답해 주실래요? 이런 나라도...."
"당신을 사랑해도 되나요?"
소 유 욕 - 10 -
-by lemonade-
"대답해주세요.."
어째서 나인거야..
나같은거 사랑해봤자 행복해질리가 없잖아..
제로스...
"미안.."
그녀의 말에 그가 고개를 떨군 채 미동을 하지 않았다.
땅에 힘겹게 기댄 손이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안타까울 만큼 안쓰러워진 그의 어깨를 감싸안아주고 싶지만.
그건 그에게 더욱 상처가 될뿐이다.
"미안해.. 나 사랑받기엔 많이 부족한가봐..
그러니까 나말고 더 좋은사람 찾아..
넌 좋은사람이니까 그럴수 있을꺼야.."
미안...
니 마음 받아주지 못해서 미안..
그러니까 나보란듯 좋은사람 찾아..
"있을리가 없잖습니까.."
"....."
"리나님이 아닌 다른사람을 사랑할수가 없잖습니까..
아무리 해도 내마음은 변하지 않는데..
늘 한사람만을 그리워하고 , 원하고 ,
사랑하는데....."
제로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수 없는거 알면서도 왜 이렇게 가슴한구석이 따갑게
쓰려오는지..
"제로스.."
"날 사랑해달라고 말하는게 아니에요..
그냥 옆에만 있게 해줘요..
나 그거면 충분하니까..
그러니까 나 밀어내지 말아줘요.."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테니까..
바라볼수만 있게 해줘요..
당신의 웃는모습보며 나도 웃음지을수 있게
가까이에서 지켜보는것만이라도 나 ....안되겠어요?
그를 아프게 하고 있다.
웃게 해주고 싶었는데 도리어 나때문에
이런모습을 하고 있어..
"왜 나때문에 아파해.."
"울지마세요..
이런것보다 당신의 눈물이 나에겐 더 아프니까..
그러니까 웃어주셔야죠.."
그가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제로스의 하얀 장갑사이로 소리없이 스며들어 버리는 리나의 눈물들..
"이렇게 스며드는 눈물처럼 어느샌가
리나님도 내 마음속에 들어와버렸어요..
한번에 다 들어왔다면 미리 알고 밀어내버렸을텐데..
조금씩 ,,조금씩 내안으로 스며들어서 나중에 보니
내마음의 주인은 난데.. 그런데 내가 아닌 당신이 되어버렸어요.."
생각나버렸다.
그의 영롱한 보랏빛 두 눈을 보니 깊은 슬픔속에 잠겨있던
예전의 그가..다시 떠올랐다.
보내줬었지..
울고있었잖아..입은 웃고있었지만
눈은 그 배로 슬퍼했잖아...
나 너에게 두번이나 상처준거야?..
아파하는 그를 생각하는 순간 자신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한번도 아닌 두번이나 ..
그녀는 두팔을 벌려 그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나 왜이러지..
이런 너를 그냥 두고 갈수가 없어..
이상하게도 발이 떨어지질 않아..
모르겠어 ,,,
내마음을 나도 잘 모르겠어...
그를 품에 안고서 그녀는 알수없는 표정을 지었다.
동정인지 사랑인지 구별되지 않는 이상한 감정이지만
단하나 알수있는건 그를 이렇게 혼자 남겨둘수 없다는 것,,
그것 하나뿐이였다.
머리속으론 널 보내야한다고,,
밀어내야 한다고 수없이 외치는데...
따라주지 않아...
내마음이... 머리를 따르질 않아..
"노력한다고 하면..
나 .....받아줄래?"
이렇게 해서 니마음이 채워질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말은..
나 당신의 곁에 있어도 되는건가요?..
그런거에요?
"리나님...."
그가 고개를 들었다.
예상치 못했던 그녀의 대답에 놀란 두눈을 한채 리나의 붉은 눈을
쳐다보았다. 크게 동요하는 그의 눈빛을 보며 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올린채 미소지었다.
"니가 행복해질수 있게
내가 옆에 있어줄께..
우리 같이 행복해지자.."
알려줘..
더이상 방황하지 않게..
나 더이상 너에게 상처주지 않게..
알수없는 내마음속의 끝을 제로스 니가 알려줘..
"고마워요...리나님.."
그리고
사랑해요..
소 유 욕 - 11 -
-by lemonade-
어쩌지 .. 제로스..
난 누가 행복하면 속이 뒤집어져서 말이야 ..
'핏‘
입꼬리를 살짝 올려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짓고있었다.
따스함이란 찾아볼수 없는 .. 냉기가 잔뜩 드리워진 두 눈 ..
잔혹할만큼 차가운 어린아이..
어린아이라 하기엔 너무나 잔인하게 커버린 외로운 소년..
“어쩌지 제라스 .. 난 이번에도 가만히 못있겠는걸..”
“아무리 둘이 좋다고 해도 옆에사람 생각좀 해주지 그러냐?”
아침부터 시작된 둘의 낯간지러운 행동에 참다못한 제르가디스는 미간을 찌푸리며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짚었다. 리나의 웃는 모습을 보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 저렇게
속뒤집어지는 행동을 보자니 익숙하지가 않은 것이 탈이었다.
“보기 싫으면 나가라구 ~제르..”
이제는 아예 나가달란다..
그때 제로스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미안한 듯 리나에게 말했다.
“리나님.. 잠시 수왕님께좀 다녀올께요..”
“호출이야?,, 치이.. 눈치없는 할망구.”
두볼이 잔뜩 부풀어진 리나를 귀여운 듯이 바라보던 제로스는 리나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그리고는 눈을 마주치며 살짝 웃어주었다.
“금방 다녀올께요..~”
이말이 잠시나마 행복했던 시간의 마지막임을 그들을 몰랐었다.
행복이란 땅위에 잔뜩 드리워진 불행이란 검은 먹구름을 보지 못한채 ..
“이제 시작해볼까?”
“제라스~오랜만이야~”
다시는 듣고 싶지 않았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를 들으면 자꾸만 그때 기억이 떠올라 괜시리 눈물이 나는데..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게 되다니 .. 제라스는 기분이 좋지 않은 듯 얼굴이 굳어벼렸다.
“그렇게 노골적으로 싫은표정은 사양하고싶은데?”
“피브리조. 다신 볼일 없었을텐데 뭐하러 온거야,”
“니 신관이 요즘 사랑에 빠졌다지?
그것도 인간여자랑.. 인간이 매력이 있나? 어떻게 마족을 둘씩이나 꼬실까?“
냉소를 흘리며 제라스를 쳐다보는 피브리죠, 그런 그를 마주하는 제라스는 그때 기억이
떠올르는 것 같아 머리가 아파왔다. 그리고 그가 어떻게 제로스의 일을 알고 있는건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제로스는 건들지마. 그런 고통은 나하나로도 충분해!”
울부짖음에 가까운 외침이었다.
이미 지나버린 과거에 대한 가슴을 찢어내는 듯한 고통..
"그때 일이 충격이 컸나? 지금까지도 그러는걸 보면.
다 널 위한 거였다고, 제라스 ..“
“웃기는 소리 하지마. 어서 안꺼져?”
“이쁜 얼굴에서 어찌 그리 험악한 말을 할까? ”
제라스가 들고 있던 유리잔을 피브리조를 향해 내던져버렸다,
치를 떠는 듯한 악몽같았다. 있는 욕을 한껏 퍼부어주고 싶었다.
“아마 좋은 구경거리가 될 거야 제라스..
오래간만에 나도 한번 즐거워 보자고~“
그렇게 수왕궁을 나온 피브리죠는 뭔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도대체 무슨일을 꾸미는 걸까..
제로스는 안되..
내아들을 안되!...
나같은 고통을 줄순 없어 . ..
이것을 알리 없는 제로스.. 수왕궁으로 들어가려는 찰나에 피브리죠를 만나게 되었다.
제라스의 일을 알기에 그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제로스는 반갑지 않은 듯한
얼굴로 피브리조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여긴 어쩐 일이시죠.”
“오늘은 제라스가 아니라 너에게 볼일이 있어서 말이야.”
예상치 못한 대답에 피브리조를 쳐다보는 순간 제로스는 그렇게 정신을 잃었다.
미처 방어할 틈도 없이 피브리조는 정신을 잃고 쓰러진 그를 작은 팬던트로 비추었다.
팬던트는 작은 광채를 내며 제로스를 흡수해갔다.
난 인간이 싫어..
내가 먼저였는데..
그자식보다 내가 먼저 널 알았고
그녀석이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늘니옆에 있던건 나였잖아..
왜 한번 돌아봐주지않았어 ..
그녀석을 택하기 전에 늘 뒤에 서있던 나 한번만 봐주지 그랬니..
그녀석에게 늘 보이는 웃음을 나에게도 한번쯤은 보여주지 그랬니..
그랬으면 나 후회할짓 안했을텐데..
너 평생을 울게할짓 안했을텐데..
도무지 나를 멈출수가 없다..
사랑해서 미안해.. 제라스 ..
“인간은 안된다는걸 너도 알아야되. 제로스..
안에서 잘 지켜보라고.."
소 유 욕 - 12 -
-by lemonade-
“리나님.. 저왔어요~”
“제로스!!”
못본지 얼마나 되었다고 저리도 반가울까..
리나의 볼을 꼬집으며 제로스가 매력적인 두눈을 살짝 휘며 웃었다.
그렇게 감격적인 상봉을 마치고 제로스가 잠시 제르가디스의 어깨를 살짝 쳤다.
제르가디스가 살짝 쳐다보자 그는 한쪽 눈을 찡긋 거리며 잠깐 나오라는 표시를 했다.
“무슨 일이야? 따로 불러내고..”
“아직도 유효하죠?”
“뭐?”
“리나님 좋아하는거요..”
난데없는 제로스의 말에 이상한 듯 제르가디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맘에 들지 않는 듯한 얼굴로 제르가디스가 낮은 저음으로 제로스에게 말했다.
“무슨말이야.”
“이제 재미가 없어져서요. 패스하려구요”
“뭐?”
“마족이 진심으로 좋아할 리가 있나요..
그냥 임무도 없고 해서 잠시 논 것 뿐인데 생각보다 리나님이
저를 너무 좋아하시네요? 전 재미다 봤으니 제르가디스님께 전달해드릴께요“
“이런 개자식!!”
제르가디스가 황당한 제로스의 말에 부들부들 떨고 있던 주먹을 날려버리고 말았다.
고통을 모르는 제로스기에 맞아도 아무런 미동이 없고 그저 비웃는 듯이
오른쪽 입꼬리를 살짝 올려 제르가디스를 올려다볼 뿐이었다.
“하찮은 마족한테 사랑을 빼앗긴 기분이 어떠신가요? 기분 더럽죠?”
“그래도 이자식이!”
“한심한 제르가디스님..”
자꾸만 속을 뒤집어 놓는 제로스 녀석덕에 제르가디스가 검을 뽑아들었다.
검의 반짝거림에 뒤로 비추어진 한 사람을 보지 못한채..
"이러지마세요. 제르가디스님. 제가 뭐 잘못했나요.“
“?”
갑자기 한 껀불쌍한 표정을 짓는 제로스였다.
바뀐 제로스의 태도에 영문도 모른채 당황한 제르가디스의 검이 누군가의
힘에 의해 나동그라졌다.
“제르.!”
“리나!”
화가 난 듯 인상을 잔뜩 구긴채 제르가디스를 노려보는 리나가 서있었다.
태도를 보니 제르가디스를 오해하는 듯 했다. 오해할만도 했다. 나동그라진채
엎어져있는 제로스와 검을 뽑아들고 위협적으로 노려보고 있던 자신..
자신이 가해자로 몰아지기 아주 적당한 상황에 제르가디스는 포기한채 한숨을 쉬었다.
“제로스. 이리와..”
아무말없이 제로스의 손목을 잡아끌고 나가는 리나..
그뒷모습을 제르가디스는 말없이 쓰린가슴으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힐끔’ 뒤돌아보며 제르가디스를 보며 제로스는 비웃어댔다.
‘ 넌 나에게 안되..’
라고 말하듯이.. 그는 제르가디스를 뒤로하고 걸어가고 있었다.
보란 듯 리나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너 갑자기 왜이러는거야..
그렇게 리나를 아끼던 녀석이 왜 이렇게 변한거지?
아니면 원래부터 이런녀석이었냐?
제로스!. 너 이따위 녀석밖에 아니었던거야?.
난 도무지 모르겠다. 도저히 널 이해할 수가 없어..
“제로스. 괜찮아? 제르가디스가 왜때린건데~”
“리나님.. 저할말있어요..”
캐묻는 리나의 어깨를 두손으로 꽉 부여잡고 제로스가 바이올렛빛 두눈을
마주치고는 낮은 조소를 흘리며 말을 건넸다.
왠지 모를 이상한 기분에 리나의 미간이 의도없이 무참히 구겨졌고 그런 리나를
보며 만족한 듯 한쪽 입꼬리를 한껏 올려 웃는 제로스..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고 쉽게 변하는지
잘 보라고 제로스..
팬던트를 열자 투명한 막안에 갇힌 또하나의 제로스가 보인다.
안간힘을 써보아도 깨지지 않는 작은 벽안에 갇혀 이상황을 답답한 듯
바라볼 수밖에 없는 팬던트 속의 제로스..
“우리 장난 그만해요.”
‘그건 내가 아니에요!!!’
“응?.. 장난이라니..”
“우리 서로 어차피 장난이였잖아요. 이런 재미없는 연인 놀이 따위 그만하자구요.”
“.....”
영문도 모른채 제로스가 하는 말을 다 들어버린 리나는 도무지 알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의 말에 가슴이 쓰려왔다.
사랑한다고 했던 그가.. 진심으로 사랑으로 자신에게 부딪쳐온 그가 지금 장난이었다고
그리고 그 장난놀이는 그만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였다.
“못알아들으셨어요? 다시한번 말해드릴까요? 뭐 백번이고
리나님이 알아들을때까지 말씀해 드릴수도 있구요.
이제 헤어져요 마족이 인간놀음이라니 이런 짓을 하는 내가 너무 한심하고
유치해보여서 이제 그만 둬야겠어요. “
‘아니야!!! 듣지마세요! 리나님. 저건 제가아니에요.
믿지말아요!! 내 목소리를 들어줘요.!!‘
그러나 들리지 않는 그의 음성은 팬던트속의 벽을 뚫지 못하고 그 안에서
맴돌아 제로스의 귓가로 다시 들어올뿐이었다.
“.... 진심이야?”
물기가 고인 듯한 목소리였다.
그녀가 울고 있다.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입술을 깨물고 버티고 있지만
큰눈가득 뿌연 안개가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개를 비가 되어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물론 진심이죠. ”
‘아니야!! 리나님! 날 봐줘요. 내목소리를 들어줘요.
나 제로스의 마음을 들어줘요.!‘
“이거 하나만 물어볼게. 나한테 사랑한다고 했던 말.. 다 거짓이였니?”
"마족은 한심하게 사랑 따위는 하지않죠. “
‘한번도 거짓인적 없어요. 사랑해요 라는 네자로 표현하기엔 당신을 향한
내사랑이 너무 크고 깊어서 차마 그 마음 다 담지 못했어요.
이제 끝이겠지만 사랑해요... 앞으로도 사랑할꺼에요..
안녕이겠죠..‘
“마족의 시간때우기에 내가 한심하게 놀아나준거군.
그래.! 그만하자. 처음부터 나도 진심따윈 없었으니까..
잘가라 제로스. 다신 내 눈앞에 띠지마! 니 얼굴 보는 것 자체가
역겹고 소름돋아!“
보고있지? 제로스..
이게 인간의 모습이야..
불쌍한 제로스, 어쩌자고 인간에게 정을 줘서..
“이럴줄 알았냐?”
갑자기 목으로 느껴지는 차가운 냉기.
내려다 보니 검의 날이 목을 향해 겨누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검의 주인은 ..
“리나!”
‘리나님..’
“넌 누구야..!”
소 유 욕 - 13~14[完] -
-by lemonade-
억울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제로스의 어깨를 손가락을 ‘쿡’ 눌러대며 리나가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는 피식 하고 웃으며 제로스에게 말했다.
“니가 제로스가 아닌 이유를 대볼까?”
“...”
“첫째, 제로스는 너처럼 내허락없이 안거나 하지 않아
둘째, 웃을때 그렇게 비웃는 듯이 한쪽 입꼬리를 올려서 웃지도 않고
셋째, 전부터 제로스는 마족이란 이유로 사랑하지 못한다는 그말 제일 싫어했어.
그런데 넌 뭐지? 아무렇지도 않게 안고, 웃고, 그리고 그가 가장싫어하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고 있어.“
“아니에요. 리나님이 저를 잘 모르셔서 그래요.”
“그래. 내가 제로스를 잘 모를수도 있어. 하지만 넌 아냐!.
마음이 없잖아.. 내가 무슨짓을 해도 날 믿어주고 따라와주고 사랑해줄
제로스의 마음이 너에겐 없어!.
‘리나님... 나 왠지 가슴 한쪽이 따뜻해져와요..
나 그거면 되요..‘
“어째서 .. 제로스를 사랑하는거야?
인간이?.. 진심으로 마족을 좋아하는거야?“
도무지 알수가 없다.
인간은 쉽게 변하는 동물일뿐인데..
어째서 이렇게 강인한 믿음이란게 이들사이엔 있는걸까 ..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엔 아직 빠를지 몰라..
하지만 말야.. 분명한건 난 제로스가 좋아..
난 인간이고 제로스는 마족이지만 그런게 무슨상관이야.
내가 제로스를 믿으니까....“
첫댓글 드디어 다 올렸습니다!! <-어지간히 할일없던 녀석...;;
린제상 수고했..[<-니 대사가 아니잖아?!] 또 잘보고 갑니다/ㅁ/
린제상 수고했어![<-] 한편씩 보기 귀찮았는데 잘됐군요;;<-야!
하하하하하 =ㅁ= 좋습니다!!=ㅁ=;;<- 어이
제리만세 /ㅅ/ 잘보고가요~
언저l또 올려주셨군요,^ㅡ^// 감사해요.
잘 봤습니다. 피브리조가 왠지 불쌍하게 느껴지는군요.
잘쓰신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