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호주 국립대학'(ANU) 발행 온라인 저널 '뉴 만달라'(New Mandala) 2013-11-5 (번역) 크메르의 세계
[컬럼] 태국 여당의 사면법 추진은 '레드셔츠' 운동의 종말이 될 것인가?
The end of the Red-Shirts?

기고 : Thorn Pitidol
태국은 지난주 내내 거대한 정치적 수렁에 빠져 있었다.
필자는 10월31일(목) 동료들과 나눈 토론을 기억하고 있다. 그것은 사면법안(Amnesty Bill)의 "수정본"이 국회에서 심의되던 초기였다. 토론을 나눈 일행 대부분은 대학에서 사회과학을 강의하는 강사들이었다. 우리들 중 대부분은 집권 '프어타이 당'(Pheu Thai Party) 국회의원들이 과연 이 법안을 통과시키려 할지에 관해 여전히 확신을 갖지 못한 상태였다. 이 법안이 직면하게 될 거대한 반대가 엿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여당 의원들이 법안을 계류 중인 상태로 놔둘 수 있는 가능성을 여전히 갖고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프어타이 당' 의원들이 단 하룻밤 사이에 이 법안을 통과시켜 상원으로 넘긴 것을 보고 대단히 놀랐다. 이러한 급격한 상황 변화는 태국 정치를 예의주시하던 업저버들에게 여러 의문점을 던지며 혼란에 빠뜨렸다.
탁신 친나왓(Thaksin Shinawatra) 전 총리와 집권 '프어타이 당' 사람들이 그토록 위험한 임무에 착수하도록 압박한 동인은 무엇인가? 그들이 이러한 과정을 밟아 어떤 여파를 얻게 될 것인가? 이번 일로 인해 태국 사회에 장차 무슨 일이 발생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찾기란 아직 너무 이른 것 같다. 현재의 태국은 먼지 구름 속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현 상황에 관한 필자의 느낌은 지난 2006년 1월경에 느꼈던 느낌으로 거의 되돌아간 것 같다.
당시는 '2006년 9월 19일의 군사 쿠테타'가 발발하기 이전으로서, 친나왓 가문이 '친 코퍼레이션'(Shin Corp.) 주식을 싱가포르 국영투자회사인 '테마섹 홀딩스'(Temasek Holdings)에 처분해 논란이 있던 시기이다. 탁신은 당시 총리였고, 손티 림텅꾼(Sondhi Limthongkul)이 전개하던 탁신 정권에 대한 반대 운동이 동력을 얻고 있던 때였다. 탁신 일가의 대규모 거래는 [손티 림텅꾼과 짬렁 시므앙 등이 이끌던] '옐로셔츠'(PAD: 국민 민주주의 연대) 운동에 활동무대를 제공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당시의 대부분 사람들은 그 사건이 이후 여러 해 동안 등장하게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현재 진행 중인 사면법안 통과를 위한 노력과 그 의미는 아직 완전하게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현재의 사태에 관해 한가지 결정적인 여파에 관해 의견을 피력해보고자 한다. 필자는 그것이 향후 중요한 의미를 지닐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의 사면법안 추진으로 인해 발생할 가장 중요한 결과는 그 동안 집권 '프어타이 당' 내에서 민주화 성향의 '레드셔츠'(UDD: 반독재 국가민주 연합전선) 운동 내 지식인 세력을 소외시키게 될 것이란 점이다.
워라쩻 파키랏(Worachet Pakeerat) 교수가 이끄는 [<왕실모독 처벌법> 개정운동 진보 법학자 모임인] '니띠랏'(Nitirat) 단체는 수정된 사면법안이 법률에 위배될 수 있는 성격을 지녔다는 점을 재빨리 지적했다. [저명 역사학자로서 왕실모독 혐의로 고발당한 전력도 가진 '탐마삿 대학'(Thammasat University)의] 솜삭 찌얌티라사꾼(Somsak Jeamteerasakul) 교수는 '프어타이 당'의 움직임에 역겨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탁신의 아들인 빤텅태 친나왓(Panthongtae Shinawatra)이 사장으로 있는 '보이스 TV'(Voice TV) 소속 유명 진행자들조차 사면법 반대 의사를 공공연히 표명했다. 또한 동급의 유명 인사들 중 일부는 현재 발생 중인 사면법 반대 움직임이 이 법안을 마치 부정부패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인 것처럼 단순화시켜 왜곡한다면서 불만을 표시하긴 했지만, 그들 중 어느 누구도 현재의 최종적인 수정을 거친 사면법안을 옹호하려 하진 않고 있다.
이러한 부류의 사람들이 여당인 '프어타이 당' 지지를 철회하는 것의 여파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왜냐하면 ['레드셔츠' 운동 세력 중에서] 이들 지식인의 수는 여타 대중적 지지 기반에 비춰봤을 때 소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필자는 비록 이러한 지식인들의 수는 적을지라도, '레드셔츠' 운동이 자신들의 이념적 적법성을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들이 과거에 보여준 공헌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민주주의 원칙과 법규에 관한 본질적인 가치들을 제기해주는 역할을 담당해주었다. 만일 그들이 공감과 이해를 해주지 않았더라면, '레드셔츠' 운동은 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지금과 같은 신뢰성을 확보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제 '프어타이 당'이 사면법 수정안을 통과시키려 하면서, '프어타이 당'과 '레드셔츠' 운동 내 지식인 세력의 동맹관계는 영구적인 손상을 입게 되었다. 더욱이 지난 며칠 동안 '레드셔츠' 운동 및 그 동조자들 사이에서 분열의 조짐이 만연하고 있다. 아마도 그러한 현상은 더욱 깊어만 갈 것이다.
필자가 보기엔, 여권 연대의 붕괴가 전반적으로 보여주는 바는 '레드셔츠' 운동이 의미있는 정치세력으로서 종말을 고하게 됨을 의미한다. 여기에 대해 향후 집권 '프어타이 당'에 어떤 지지와 어떤 적법성 주장이 남겨질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해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태국의 현 상황은 극도로 예측 불가한 것이다. 상원 의회가 사면법안을 승인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 법안을 뇌사상태로 만들어 되돌려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헌법재판소'(Constitutional Court)도 중요한 발언권을 행사할 여지를 갖고 있다.
탁신과 '프어타이 당'은 사면법 통과 노력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의회해산(=새로운 총선)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런가 하면 군부는 침묵을 유지하고 있지만, 탁신을 반대하는 세력들 중 일부는 군부에 초청장을 보내두고 있다.
태국이 안정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다는 징후들이 나타나자마자, 갑작스레 다시금 과거 수년 동안의 혼란 속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은 단순한 낙담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더욱 크게 낙담시키는 일은, 태국 내 이념적 친-민주의 목소리들이 외관상 자신들의 목소리를 타인들에게 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탁신에 반대하여 광범위한 투쟁을 펼치고 있는 그들의 라이벌 목소리들에 비해 더욱 더 소외돼야만 한다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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