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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거탑] 05
S#1. 수술실
수술실 문 열리고... 노민국이 씻은 손을 올리고 들어온다.
준혁, 고개 돌리다 놀라는...
우용길 : (F) 노민국 교수와 해주길 바라네.
건하, 민승, 놀라서 쳐다보고...
노민국 : (인사하고) 잘 부탁드립니다.
준혁과 노민국,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힌다.
S#2. 참관실
참관실에서 수술실이 보이는 가운데...
장기 코디, 홍보실장 등 병원 관계자들이 앉아있다.
오남기가 들어오고, 주완이 맞이한다.
주완 : 어서 오세요.
오남기 : 늦었습니다. 아, 시작 전이네요. 아, 부원장님 아니십니까?
용길 : (악수하며) 아, 오랜만입니다.
주완 : 학회 차원에서 볼 때 중요한 수술이라 모셨습니다.
용길 : 잘 오셨습니다.
오남기 : 네...부랴부랴 달려왔는데, 늦지는 않았네요. (하다가) 아니, 저 친구는 노민국 교수 아닌가요?
주완 : 흠흠...
용길 : (둘을 살피면서) 모르셨습니까? 저는 이과장님하고 반갑게 인사하시길래 알고 계시는구나 했는데...
오남기 : (당황) 참, 이주완 교수님께서 수술을 못하시게 됐다는 얘긴 들었어요. 괜찮으십니까?
주완 : 네, 뭐...수술 할 정도는 아니지만...나아졌습니다.
오남기 : 노민국 교수가 대신 들어갈 거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용길 : 아아... 그러시군요.
주완 : (서둘러) 여기 앉으시죠. (자기 옆에 앉힌다)
앞 쪽에 유필상, 용길, 주완, 오남기 순으로 앉는다.
주완, 오남기와 뭔가 얘기를 하는데...
유필상 : (용길에게 살짝) 외과 학회장이지?
용길 : 음...
유필상 : 노민국은 저 두 사람의 작품이겠군.
끄덕이는 용길, 유필상과 불안한 표정으로 수술실을 내려다보면....
S#3. 수술실
준혁과 노민국, 수술 차림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노민국 : 오늘 수술은 어떻게 진행될 예정입니까?
준혁 :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오늘 수술은...
S#4. 강당 강의실
은은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카메라 맨 화면과 수술대를 잡은 화면이 대형 모니터에 나뉘어서 보이고 있다.
이어폰을 낀 홍상일, 의대생과 기자들을 상대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빔 프로젝트로 오늘 수술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보여진다. 인체 내부 모형이다.
홍상일 : 오늘 수술은 간과 췌장, 그리고 신장을 동시에 이식하는 것으로 국내에선 최초이고,
세계 외과학회에도 아직 보고된 바 없는 희귀한 수술입니다. 환자는 내원 당시 약물에 의한 급성 간염이
전격성 간부전을 일으켜 기면상태에 빠져 빌리루빈 수치가 15에서 25로 올라 이틀 전 미리 간을 제거한 상탭니다.
(인체 내부 모형에서 간이 사라지고) 수술은 맨 처음 췌장 이식을 시작으로 (췌장이 방광 위 쪽에 들어가고),
간을 이식해 넣고, (새로운 간이 인체 안으로 들어가고) 그 다음 신장을 이식하게 됩니다.
(왼쪽 신장 밑에 신장이 하나 더 달린다) 수술이 잘 된다면, 이 환자는 간 하나, 췌장 두 개, 신장 세 개를
몸에 지니고 건강하게 살아가게 될 겁니다.
S#5. 수술실
마취 상태의 여자 환자의 얼굴이 보이고
바이탈 모니터, 인공 호흡기등이 움직이고 있다.
수술실 내부 스케치 되는 가운데...
홍상일 : (E) 하지만 이 수술은 환자가 지난 이틀 동안 무세포 인공 간 보조장치(MARS)에 의지해 온 상태라
결과를 섣불리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또한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기 때문에
집도의 두 명의 완벽한 호흡이 요구된다고 하겠습니다.
노민국 : 수술은 어떻게 나누면 좋겠습니까?
준혁 : 췌장을 제가 하고, 간의 대정맥과 간문맥을 노교수님이 맡아주세요. 그리고 제가 간동맥과 담도를 문합하고,
끝으로 노교수님이 신장을 이식해주시면 될 거 같습니다.
동일, 벽에 붙어있는 수술 다이아그램의 각 파트에
장준혁, 노민국, 장준혁, 노민국 적어 넣는다.
노민국 : 네...잘 나누셨네요. 먼저 하시죠. (장갑 벗으며) 그런데 췌장 이식은 어떤 술식으로 하실 생각입니까?
준혁 : (환자 앞에 서며) 췌장 두부에
뮤시너스 시스트아데노마(점액성 낭성 선종 Mucinous cyst-adenoma)로 의심되는 낭종이 있었습니다.
노민국 : 췌장 머리를 잘라내고 이식을 해야겠군요. 방광에 덕트 투 무코자(Duct to mucosa)로 붙이시겠네요.
준혁 : 아뇨. 소장에 던킨 술식(Dunkin)으로 붙일 생각입니다.
노민국 : 제 생각엔 방광에 덕트 투 무코자로 연결하는 것이 수술 부위도 적고, 췌장액이 샐 염려가 적을 거 같은데요...
준혁 : 단순히 술식 만을 가지고 보면 그런 생각을 하실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 보단 집도의에게 가장 자신있는 술식으로 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노민국 : (잠시 생각하다) 이 수술이 장교수님 주도 하에 이뤄져야 한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만... 저도 참여한 이상
제 크레딧도 올라간다는 사실을 유념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 수술들이 가장 빠르고 안전한 술식으로 시술되길 바랍니다.
준혁 : (노려보는) ....
노민국 : (태연하게) 저는 임상에서 250명의 환자에게 덕트 투 무코자로 방광에 붙였지만,
리키지(leakage)된 경우는 0.7%에 불과했습니다.
준혁 : (냉정하게) 비록 저는 교수님보단 케이스 숫자는 적지만 121명의 환자에게 시행한 던킨 술식으로
소장에 췌장액이 샌 경우는 0.3%였습니다. 이래도 안 되겠습니까?
노민국, 노려보고 준혁, 지지 않고 노려보는데...
S#6. 강의실
홍상일 : (그림으로 그리면서...) 췌장을 그냥 이식할 수만 있으면 금상첨화겠지만... 악성 종양의 위험성 때문에
머리를 잘라내고 이식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여기서 쓸 수 있는 술식은 두 가지가 있는데...
덕트 투 무코자 술식은 췌관을 방광의 점막에 문합하는 것을 말하고,
던킨 술식은 췌장의 절단 부분을 소장에 이렇게 모심듯 심는 것을 말합니다.
기자 : 그럼 어떤 술식을 하는 게 좋을까요?
홍상일 : 이론적으로 볼 때 노민국 교수님이 주장하시는 덕트 투 무코자 술식이 문합부위가 작아서
췌장액이 샐 염려가 더 적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수술자의 숙련돕니다.
현재 어떤 술식을 할 것인가를 논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S#7. 수술실
노민국 : 순서를 바꿔서 하면 어떨까요?
준혁 : (기가 막히다) 노교수님의 명성은 익히 들어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수술을 책임지고 있는 입장에서
제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못한 분에게 함부로 메스를 넘겨드릴 순 없습니다.
노민국 : (열받고) 저를 수술실에 불렀을 때는 그런 부분들이 익스큐즈가 되는 거 아닌가요?
준혁 : 그렇긴 하지만... 제가 부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완 : (F) 장교수...
준혁, 참관실을 바라보면...
S#8. 참관실
주완, 인터폰으로 얘기하고 있다.
주완 : 노민국 교수님은 나를 대신해서 수술실에 들어오신 거야. 실력은 내가 보장하고 존스 홉킨스가 보장하니까
의심하지 마. 그럼, 실례잖아. 그리고 분명히 말해두는데...이 수술의 책임자는 어디까지나 나야.
INS) 수술실 준혁, 놀라서 바라보고...
주완 : 수술은 여기서 내가 통제하겠네.
오남기, 끄덕이고....
용길, 우용길, 놀래서 바라보고...
S#9. 몽타주
- 수술실. 준혁을 비롯해 건하와 민승까지 놀라는데...
- 회의실. 유정진을 비롯한 과장들이 모여서 보는데, 주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 너스 스테이션. 유미라, 주완 처 등도 모니터로 보고 듣고 있다.
주완 : (F) 장교수... 오늘 전같이 않게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는 거 같애. 그럴 필요없어.
장교수와 노민국 교수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수술이야. 수술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니까 부담 따윈 버리고...
S#10. 참관실
주완 : 내가 교통정리를 좀 할게. 수술 순서를 바꿔서 하는 걸로 하지.
내가 수술실에 있었더라도, 그렇게 하려고 했던 거니까.
용길, 유필상, 경악을 하는데...
S#11. 수술실
준혁, 충격을 받는다.
참관실에서 내려다 보는 주완의 모습이 보이고...
가만히 보던 준혁, 장갑을 벗으며 뒤로 물러나는...
노민국, 루뻬를 쓰고 자리로 들어간다.
동일, 눈치를 보다 다이아그램의 이름을 바꾸어 적는다.
주완 : (E) 장교수는 장기를 적출해 오느라 피곤할텐데 좀 쉬도록 하지.
S#12. 외과 너스스테이션
모니터에 수술장 모습이 보이고 있다.
주완 처, 유미라 등 간호사들과 보다가 신이 나서 벌떡 일어난다.
S#13. 외과 병실
윤진, 진주와 진주 모, 퇴원을 위해 짐싸는 걸 보고 있다.
주완 처, 들어온다.
주완 처 : 윤진아, 윤진아, 이리 와 봐...
윤진 : 왜요?
주완 처 : 글쎄....
윤진 : 뭔데 그래?
주완 처 : 지금.. 노민국 교수님이... 수술실에 있어.
윤진 : (심드렁) 어...
주완 처 : (잡아 끄는) 얼른 가서 보자...
윤진 : 싫어. 징그러.
주완 처 : 괜찮아... 너도 이런 걸 봐둬야 나중에 노교수랑 얘기 할게 있지?
윤진 : (짜증) 그런 거 안 봐도 할 얘기 많아요.
주완 처 : 니 입으로 얘기했어? 나중에 앞에서 말만 안했단 봐... (나간다)
윤진, 황당한 표정으로 엄마를 보다가 다시 진주를 보곤...
윤진 : (아쉬운) 벌써 이별이네....
진주 : 집에 가는 이별은 좋은 거래.
윤진, 진주 모가 진주를 쓰다듬는 것을 보는데....
S#14. 병원 일각
유필상, 급하게 걸어 나오며 전화하고 있다.
S#15. 민원장 진료실
민원장, 누워있는 환자의 발목을 잡고 돌리면서 전화 받는다.
민원장 : 아, 형님...무슨 일이십니까?
유필상 : (F) 우리가 이주완이를 너무 얕잡아 본 거 같애. 이주완이 계략에 완전히 말려든 거 같단 말야...
민원장 : (기겁하는) 네? (환자를 놓고) 잠시만요...
민원장, 나가고
S#16. 민원장실 + 병원 일각
민원장, 원장실로 들어오며...
민원장 : 어떻게 그럴 수가...노민국하고 붙이다니요?
유필상 : 내 말이 그 말이지...
민원장 : 그래도...우리 장교수 워낙에 솜씨가 좋으니까 잘하고 있겠죠?
유필상 : 지금 실력이 문제가 아니라... 이주완 과장이 교묘하게 상황을 컨트롤하고 있는 게 문제야.
현재 상황에선 나도 용길이도...어떻게 손을 써볼 도리가 없어...
민원장 : (겁나는) 그럼, 어떡하면 좋겠습니까? 형님, 방법 좀 생각해 보세요.
유필상 : 아... 난감하네. 여기서 준혁이가 실수라도 하는 날엔 완전 도루아미 타불인데...
민원장 : 그럼 안 되죠. 형님... 어떻게 방법이 없겠습니까?
유필상 : 지금 이 문제는 아무도 해결해 줄 수가 없어요.
민원장 : 네? 저, 정말 없습니까?
유필상 : 없지. 준혁이 스스로 해결하는 수밖엔!
민원장 : (불안한데) ....
S#17. 수술방 휴게실
준혁, 들어와 마스크와 모자를 신경질적으로 벗어서 팽개친다.
준혁, 감정을 삵이고 있는데 용길이 들어온다.
용길 : 괜찮아?
준혁 : (인사하고) 네...
용길 : 흥분하지마. 자네는 실력만 보여주면 돼. 잘 하잖아.
준혁 : 이렇게 나올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용길 : (피식) 산다는 것은 원래 놀라움의 연속이야. 어차피 부딪혀야 할 놈이었잖아.
동요하지 말고, 침착하게, 실수하지 말고. 알았지?
준혁 : 네...
용길 : (어깨를 두드려 주는) 좀 쉬면서 진정시키고 천천히 들어와.
준혁 : 다시 들어가 봐야겠습니다. 수술실에 있는 게 맘이 더 편합니다.
용길 : 후후... 그래, 그것도 좋겠군.
용길, 나가는 준혁을 바라보는데 왠지 불안하다.
S#18. 수술실
준혁, 들어오면 노민국, 수술을 하고 있다.
시계 보면, 10분이 넘어서고 있다.
준혁 : (건하 뒤에서) 의국장, 좀 나와 봐.
건하 : 네? (눈치채고) 아, 네.... (몸을 뒤로 빼면)
준혁 : (건하의 손을 이어받는) 제가 어시스트 해 드리겠습니다.
노민국, 고개 들면 다시 시선이 맞부딪히고...
노민국 : 아, 네... (수술에 열중하는)
준혁, 노민국을 보다가 수술 부위를 들여다 보는데...
노민국, 준혁, 수술에 몰입하고 있는데...
S#19. 오경환 연구실
오경환, 도영과 마주 앉아 차를 만들어 건네준다.
오경환 : 진주라고 했지?
도영 : 네...
오경환 : 안 됐어. 이렇게 악성인 경우는 처음 봐. 항암제에 반응을 안 하지?
도영 : ...
오경환 : 최교수가 맘을 많이 쓰고 있는데 유감스럽군... 퇴원시킬 건가?
도영 : 아닙니다. 지금 임상실험 중인 항암제가 있는데 비교적 잘 듣습니다.
성인용이긴 하지만 용량을 줄여서 투여해 볼 생각입니다.
오경환 : 음... 최교수... (바라보다) 명백하게 죽음의 징후를 보인 환자에게 과도한 시술을 하는 건
환자가 안락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어. 삶의 마지막을 보내기에 병원은
그리 적당한 장소가 아니지. 진주라는 꼬마에게는 진통제보다 아이스크림 하나가 더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도영 : 교수님 말씀의 뜻은 알지만...아이스크림을 건네 위로하기 보단 나을 수 있는 길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오경환 : 옳은 얘기야. 하지만 경계해야 할 게 있어. 의사는 환자의 몸을 질병과의 전쟁터로 사용한단 말이야.
그 싸움에서 패배하더라도 의사는 상처를 입지 않지. 하지만 그 전쟁터는 말할 수 없이 황폐해지는 거거든.
도영 : (가슴이 아프다) 그럴 생각은 아닌데...
오경환 : 아니어야지... 하는 생각을 먼저 할 수 있다는 것만도 의사로서 쉽지 않은 자세야... (지긋이 바라본다)
도영 : 아닙니다. 제가 아직 모자란 실력으로 오기를 부리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오경환 : 바르게만 부릴 수 있다면 오기도, 소신도 의사가 갖출 덕목이 될 수 있어. 무슨 뜻 인지 알겠나?
도영 : 노력해 보겠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교수님.
오경환, 미소 짓고 끄덕이고 가만히 찻잔을 들고 마신다.
S#20. 수술실
준혁, 노민국의 수술을 꼼꼼하게 지켜보고 있다.
노민국 : (수술을 마치고) 됐습니다.
준혁 : (시계를 보고 흠짓 놀라는) 빠르시네요.
시계가 26분을 가리키고 있다.
동일, 다이아그램 췌장이식(pancreas trans)에 완료 체크를 한다.
노민국 : 이번엔 제가 어시스트 하겠습니다. (간호사 루뻬를 벗겨주고)
준혁 : (놀라서 보고) ...
노민국 : 장교수님의 솜씨를 직접 볼 기회를 놓쳐서야 되겠습니까?
준혁 : (끄덕이고)
준혁과 노민국, 서로 자리를 이동한다.
준혁, 눈에 루뻬가 씌여진다.
수술 간호사, 간이 든 스테인레스 그릇을 가져온다.
준혁, 간을 들어 몸 속에 집어넣는데...
S#21. 강의실
컴퓨터 그래픽으로 간이 화면에 띄워져 있다.
홍상일 : 잘 아다시피... 간이식 과정은 대정맥, 간문맥, 간동맥, 담도 이렇게 네 부분을 문합하는 수술입니다.
여기서 장준혁 교수님은 대정맥과 간문맥을 맡았는데, 이 두 부분을 문합한 이후에 클램프를 풀어서
혈류를 재개할 겁니다. 그러면 간에 혈액이 다시 돌게 되면서 선홍색으로 바뀔 것입니다.
(고동색 간이 붉게 변하고) 그 다음 노민국 교수님이 간동맥과 담도를 문합하실 겁니다.
이 과정은 보통 3시간 이상 걸리는데, 두 분의 실력으로 보아 2시간 정도면 끝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여학생 : 다른 사람의 간을 받으면, 혈관 크기도 다를텐데 그 크기가 다른 혈관을 어떻게 서로 연결하는지 궁금합니다.
홍상일 : 음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만 소개하면... (화이트 보드에 두 개의 굵기가 다른 혈관을 그리며)
사람들의 혈관이 수도관처럼 규격화 돼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웃음) 하지만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에
이렇게 연결을 합니다. (그림을 그려가며) 큰 혈관은 똑바로 자르고, 작은 혈관은 가래떡 썰듯 사선으로 자릅니다.
이러면 똑바로 자른 원둘레와 사선으로 자른 타원의 원둘레가 비슷해집니다. 이렇게 둘레를 같게 만들어 놓고
문합을 하는 겁니다. (그림을 그리면 혈관 연결이 꺾어진 채 되어 있다)
학생과 기자들, 감탄하는데...
S#22. 수술실
준혁, 빠른 손놀림으로 열심히 혈관을 문합하고 있다.
노민국, 준혁의 솜씨를 보면서 끄덕이며 감탄하고 있다.
S#23. 참관실
모니터에 준혁의 빠른 손놀림이 보인다.
오남기 : 빠르긴 빠르네요. 허허...
용길 : 그래서 수술의 천재라고 하지 않습니까...
주완 : 흠흠... 수술에는 휴머니즘이 담겨야 해요. 그래야 인술이란 말을 들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단지 수술만 잘한다면 테크니션 소리 밖에 못 듣죠.
오남기 : 옳으신 말씀입니다.
용길 : (거북한 듯) 흠흠... 원론적인 말씀이시네요.
유필상, 보복할 기회를 노리듯 쳐다보고...
S#24. 수술실
준혁, 문합을 끝내고 고개를 든다.
준혁 : 혈류 재개 하겠습니다. (하고 클램프 두 개를 차례차례 풀어서 간호사에게 건넨다)
노민국, 스탭들 수술부위를 들여다 보며 석션을 하면....
석션 관을 핑크빛 피가 빠르게 지나가 썩션 병을 채운다.
S#25. 참관실
모니터의 검붉은 간이 선홍색으로 돌아온다.
용길 : 성공이네요.
주완 : 네, 잘 했네요.
용길 : 이대로 둘이 잘 해냈으면 좋겠습니다.
오남기 : 네... 윈윈해야죠.
유필상 : 역시... 장준혁, 이름 값을 하네요. (하곤 핸드폰 문자를 찍는다)
용길 : (보면) ...?
유필상 : 어... 보고할 데가 있어서.
S#26. 민원장실
민원장, 전화 중이다.
민원장 : 야, 너 지금 어디에 있어? 이 중요한 때에...
수정 : (F) 부원장님 사모님하고 전시회에 와 있어요. 나도 나름대로 작업 중이라구...
민원장 : 하여간 지금... (하는데 띵똥! 문자가 온 소리가 나고) 잠깐... (보면, 화색이 돌고) 야, 니 남편... 잘하고 있단다...
수정 : (F) 거 봐. 다 알아서 잘 한다니까.
민원장 : 아무튼... 너 또 친구들 만나 쏘다니지 말구 끝나는 대로 전화해.
S#27. 멀티플렉스
수정, 친구 두 명과 극장 안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수정 : 알았어요. 전화 잠깐 꺼 놓을 거야. 아... 알아요. 화이팅! (끊으면)
친구1 : 너 아직도 그러고 사니?
수정 : 니들은 그렇게 안 사니? 왜들 이래?
S#28. 수술실
다이아그램에 Reperfusion(혈류 재개)이 체크 되어 있다.
시계를 보면, 1시간이 넘어서고 있다.
준혁 : 어떤 술식으로 하실 겁니까? 제 생각엔 헤파티코제주노스토미(hepaticojejunostomy 간공장 문합술)을
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노민국 : 저는 덕트 투 덕트(Duct to duct 담도간 문합술)을 할 생각입니다.
준혁 : (참관실을 힐끗 보며) 헤파티코제주노스토미가 좋을 거 같은데..
노민국 : 왜 그러시죠? 이주완 교수님께서 잘 해 놓으셨을텐데...
준혁 : 일단 상황을 보고 결정하시죠.
노민국, 준혁과 자리를 바꾼다.
노민국, 루뻬를 쓰고 들여다 보는 놀라서 준혁을 보는데...
준혁, 끄덕인다.
S#29. 강의실
홍상일, 컴퓨터 그래픽으로 설명을 한다.
홍상일 : 지금 두 분이 다음 수술에서 담도 연결을 어떻게 할 것인지 협의를 하고 계십니다. 노민국 교수님이 하려는
덕트 투 덕트. 즉, 담도간 문합술은 말 그대로 담도와 담도를 다이렉트로 연결하는 술식으로 가장 일반적인
술식입니다. 그리고 장교수님이 제안한 헤파티코제주노스토미, 간공장 문합술은 수혜자 담도의 상태가
양호하지 않을 때 쓰는 방법으로 소장을 끌어다가 담도를 연결하는 방법입니다.
S#30. 회의실
박창식 : 장교수가 저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현재 수혜자의 담도 박리상태가 좋지 않다는 뜻 아닌가요?
유정진 : 네?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이주완 과장님이 박리를 하셨기 때문에... (의아한데).
하익현 : 혹시... 이과장님의 박리가 제대로 안 된 건 아닐까요?
교수들, 모두들 하익현에게 주목을 하는데...
S#31. 참관실
주완, 모멸감을 참고 있다.
오남기,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유필상 : (흥미로운) 만약 노교수가 술식을 바꾼다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주완 : (난처한) 흠흠...
오남기 : 준비 수술하실 때 몸이 안 좋으셔서 아무래도...
주완 : 아, 아닙니다. (자신없다) 제대로... 했습니다.
용길 : 이과장님도 대가 중 한 분이신데... 당연히 잘 하셨겠죠.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겁니다.
유필상 : (끄덕이며, 비꼰다) 휴머니즘이 있으신 분이니까...
용길 : (그러지 말라고 쳐다보면) ...
유필상, 장난스럽게 웃고는 수술실을 들여다 보는데...
S#32. 수술실
노민국, 수술부위를 들여다 보며 난처해 하고 있다.
준혁, 그런 노민국과 참관실의 주완을 번갈아 보고 있다.
건하, 수술 부위를 보고는 동일에게 가서 말한다.
건하 : 박리 상태가 엉망이야. 이과장님, 개망신 당하게 생겼다, 야.
동일 : (놀라고는... 노민국을 보는데) ....
노민국, 주완을 바라본다... 참관실에 주완이 보이고....
노민국, 이번에는 준혁을 바라보면...
준혁, 여유만만이다.
노민국 : 박리 상태가 나쁜 편이 아니네요.
준혁, 놀라고 옆에 민승도 놀란다.
S#33. 참관실
주완, 최대한 태연한 척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오남기, 주완의 무릎 위 손을 톡톡 두드려 준다.
용길, 묵묵히 수술실을 보고 있고, 유필상, 아깝다는 듯 한숨을 내쉰다.
S#34. 수술실
노민국 : 수혜자의 간을 이틀 전에 제거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정도면 매우 양호합니다.
덕트 투 덕트로 시술하는데 문제 없습니다.
준혁 : 아니...
노민국 : (준혁에게) 걱정 마세요. 잘 할 수 있습니다.
준혁 : ....
건하, 다시 와서 들여다 보고는 절래절래 고개를 흔든다.
S#35. 회의실
유정진 등 회의실 과장들, 감동으로 끄덕이고들 있고...
하익현, 옆에 앉은 박창식에게 슬쩍 고개를 밀며...
하익현 : (비꼬는) 이주완과장님 오늘 노교수 덕을 톡톡히 보시네요...
박창식 : (앞만 보며) 궁합이 잘 맞나보죠.
하익현 : (비웃는)
S#36. 수술실
노민국, 수술을 시작하고...
준혁, 노민국을 잠시 보다가 자신도 수술에 집중하는데...
S#37. 병원 일각
윤진, 휠체어에 탄 진주를 밀고 멈춰 돌아보면
저쪽에서 도영과 진주 모가 얘기하고 있다.
진주 : 나 엄마하고 기차 타고 바다 보러 갈 거다.
윤진 : 정말? 진주 좋겠다. 언니도 같이 갈까?
진주 : 안 돼. 엄마랑 단 둘이랑 가기로 약속했단 말이야.
윤진 : 그래?... 그럼 바닷가 가서 언니한테 전화해야 돼? 못가는 대신 파도치는 소리라도 듣고 싶어서 그래.
진주 : 알았어.
윤진 : (머리 쓰다듬어주며 도영쪽을 본다)
도영, 진주 모와 얘기 중이다.
그들 너머로 저만치 윤진과 진주 휠체어가 보인다.
진주 모 : 퇴원할래요.
도영 : 갑자기 왜 이런 결정을...혹시 치료비 때문에 그러시다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임상 치료중인 약제이기 때문에
별도의 비용이 필요없습니다. 저한테 맡겨 주시면...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진주 모 : (고개를 젓는) 말씀은 고맙지만...진주한테 이젠 맛있는 것도 해 먹이고 싶구...가보고 싶다는 곳 데려가
실컷 보여주고 싶어요.
도영 : 진주 어머니...그러면... 상태가 금방 심각해질 수 있어요.
진주 모 : 각오하고 있어요. 하지만 진주한테 남겨진 시간을 더 이상 병원에서 허비하고 싶지 않아요.
도영 : (간청하는) 진주 어머니...
진주 모 : (고개를 젓는) 선생님께서 하시려는 말씀 다 알아요. 뜻도 고맙습니다. 하지만...이젠...
도영 : 저한테 뭐라고 하셨어요? 절대 포기 하지 말아달라고 하셨잖아요? 근데 진주 어머니께서 먼저...
진주 모 : 그러게요. 엄마가 돼서 여기까지 밖에 버틸 힘이 없네요... 죄송합니다. 선생님...(미소짓는 눈이 그렁한)
도영 : (가만본다)
진주 모 : 여러 가지로 신경써주셨던 일 두고 두고 갚을게요. 안녕히 계세요. (희미하게 웃고, 돌아서는) ...
도영 : (안타깝게 보다) .... 저 진주 어머니...
진주 모 : (돌아보는) ....?
도영 : 진통제라도 좀 처방해 드리겠습니다.
진주 모 : ... 고맙습니다.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는데...
저만치 뒤에 윤진과 진주가 희미하게 보인다.
S#38. 수술실
노민국, 까다로운 시술인 듯 땀을 흘리고...
준혁, 눈짓으로 지시하면 간호사, 노민국의 땀을 닦아준다.
준혁, 시간을 보면 3시간 10분에 육박하고 있다.
S#39. 참관실
유필상, 하품하고, 용길, 태연하고...
오남기와 주완, 초조한데...
특히 주완, 바짝 긴장을 하고 있다.
오남기 : 시간이 너무 걸리네요. (조심스런) 무리였던 게 아닐까요?
주완 : (불쾌한) 아시잖습니까... 여기서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거...
오남기 : (불안한데) ...
S#40. 수술실
노민국 : (수술을 마치고) 휴... 끝냈습니다.
참관실에서 주완만이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는 게 보이고..
준혁 : (인정하듯 끄덕이며) 수고하셨습니다.
S#41. 참관실
주완, 혼자 일어서 있는 것을 깨닫고 앉으며...
주완 : (겸연쩍은) 참... 대단한 써전이네요. 노민국 교수...
오남기 : (어깨를 펴며) 네... 좋은 외과의죠. 제가 아는 한 최곱니다.
유필상, 용길, 다시금 주완들이 신경 쓰이는데...
S#42. 회의실
좋은 인상을 받은 과장들,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데...
S#43. 수술실
민승, 준혁 몰래 동일과 건하에게 놀랍다는 뜻으로 엄지 손가락을 세워 보인다.
건하, 동일 놀라고... 동일, 다이아그램에 또 다시 체크를 한다.
노민국 : 죄송합니다. 제가 좀 시간을 지체했네요.
준혁 : 아닙니다. 이젠 제가 신장만 달면 끝이네요.
준혁, 노민국과 교대를 하면, 간호사가 신장이 든 용기를 가져온다.
준혁 : 지금부터 마지막으로 신장을 왼쪽 장골 정맥과 동맥에 연결하고, 요도를 방광에 심겠습니다.
S#44. 참관실
주완 : 이젠 거의 끝났어요. 신장이야. 장교수 실력이면 30분도 안 걸릴테니까...
오남기 : 명인 대학 병원의 경사네요. 국내 최초로 간, 췌장, 신장의 동시이식 성공입니다.
용길 : 네... 아직 완전히 끝나진 않았지만... 정말 다행입니다. 아까 이과장님 쓰러지셨을 때 정말 하늘이 노랗더라구요.
노민국 교수가 없었으면 정말 큰 일 날 뻔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미리 짜놓은 것처럼 딱 맞게 등장할 수가 있습니까. 하하하...
주완 : (시침 뚝 떼고) 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천우신조였습니다.
용길 : 이제 우리 병원에서 노민국 교수를 모르는 사람은 하나도 없겠군요.
주완 : 흠흠... 그런가요? 근데 그게 중요한 문제인가요?
용길 : 그냥 그렇다는 얘기일 뿐입니다. 하하하...
유필상, 짜증이 나서 고개를 돌리곤 문자를 찍는다.
S#45. 민원장실
민원장, 막 나가려고 하는데 수정이 들어온다.
민원장 : (손목 잡고) 가자.
수정 : 어딜?
민원장 : 어디긴... 니 남편 병원이지.
수정 : (귀찮은) 간다고 수술을 더 잘하는 것도 아니잖아. 우리가 무슨 응원단이야?
민원장 : 응원이라도 해서 힘이 되면 해야지. 얼른 와 (끌고 나가고)
수정 : 에이... (짜증 나는데)
S#46. 수술실
시계가 3시간 31분을 가리키고 있다.
준혁 : (고개를 들고는) 끝냈습니다. 도플러 좀 가져와봐.
동일, 초음파 기계를 밀어다 놓는다.
준혁, 초음파 패드를 간의 여러 곳에 가져다 댄다.
기계에 초음파 화면이 떠오른다.
이곳저곳 들이대고 초음파 화면이 바뀌고...
준혁의 표정이 점차 심각해진다.
노민국, 초음파 화면을 들여다 보고 같이 심각해진다.
S#47. 참관실
주완, 자리에서 일어나 모니터를 보기 시작한다.
모니터에 초음파 화면이 나오고 있다.
용길 : 무슨 일입니까?
주완 : (자세히 보는) 혈류에 이상이 있는 거 같습니다.
오남기 : 저러다가... 자칫 간이 괴사할 수도 있겠는데요.
용길 : (놀라는) 에? 뭐라구요?
유필상 : (화들짝) 누, 누구 잘못입니까? 에? 누가 잘 못한 거죠?
유필상과 이주완, 시선이 마주치고...
S#48. 몽타주
- 강의실. 홍상일, 기자들, 학생들, 마음을 졸이면서 기다리고 있다.
- 회의실. 과장들 심각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 달리는 차. 민원장과 수정을 태운 차가 달리고 있다.
S#49. 너스 스테이션
유미라 : 장교수님, 실수가 아니어야 할텐데... (주변에서 동조) 그렇죠? 사모님?
주완 처 : (기도를 하듯 손을 꽉 쥐고 있다가) 에? 아... 당연하죠. 우리 노교수, 아니, 장교수가 잘 해야죠. 자알...
(목 탄다) 물 좀 없어요, 물? (누군가 갖다 주면 벌컥벌컥 마시는데)
S#50. 수술실
노민국, 컴퓨터 모니터에서 CT을 확인한다.
노민국 : 포탈 콜라테랄(Portal Collateral 문맥혈류의 우회)로 간문맥 혈류가 원활하지 않은 거 같은데요.
준혁 : (신경질적) 이 환자는 간경화 환자도 아니잖습니까.
노민국 : 일반적으로 간경화 환자에서 문맥혈류의 우회가 일어나긴 하지만...
여기 CT를 보면 포탈 콜라테랄이라는 걸 의심할만한 소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준혁 : (다가와 보고 놀라는) ....!
노민국 : 간문맥을 문합하기 전에 확인 안하셨나요?
준혁 : ....
노민국 : 코로너리 베인(Coronary vein 관상정맥)으로 우회되는 혈류를 막으려면 지금 당장 결찰을 해야 할 거 같습니다.
간단한 거니까 제가 하죠.
준혁 : ....
노민국, 다시 수술대에 서고...
준혁, 그런 그를 맥없이 바라보는데...
S#51. 참관실
주완 : (안타까운 척) 쯔쯧... 장교수가 놓쳤군요.
오남기, 끄덕이고...
용길, 유필상, 주완에게 고개를 홱 돌린다.
주완 : 흠흠... 저 환자의 경우, 간경화 환자가 아니라 간과했어요. (용길 쪽을 보면)
용길, 유필상, 똥씹은 표정이다...
S#52. 회의실
하익현 : 저건... 사실 실수라 보긴 힘들어요. 저런 특별한 상황들을 일일이 예상하고 들어갈 순 없잖아요.
유정진 : 그래도 자기가 담당한 부분에 대해서 최소한 CT는 꼼꼼하게 확인했어야 하지 않나요?
그랬다면 미연에 방지를 했을텐데...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장교수 정도되는 써전이라면 실수라 봐야 하죠.
박창식 : 하하... CT를 보고 다 알 수는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때론 증상을 발견한 다음에 거꾸로 CT에 이렇게 나왔구나 알기도 하잖아요.
지금은 실수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너무 늦지않게 찾아내서 조치를 취했단 사실이 중요한 거죠.
다른 과장들, 동조하듯 끄덕이자...
유정진, 하익현, 다소 민망한데...
S#53. 강의실
홍상일,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을 한다.
홍상일 : 여기서 문맥 혈류가 우회해서 간에 제대로 공급이 안 되기 때문에 괴사가 올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관상 정맥으로 우회하는 혈류를 묶어서 차단하면 문맥 혈류의 장애가 해결됩니다.
S#54. 수술실
노민국, 수술을 마치고 손을 놓는다.
노민국 : 됐습니다.
준혁 : (열패감으로 끄덕이고) ...
노민국 : 이제 수술이 끝났군요. (시계를 보면)
시계가 3시간 50분을 가르키고 있다.
노민국 : 췌장, 간, 신장 쪽에 넣어둔 배액관들을 다 확인했습니다. 이제 배를 닫아도 될 거 같습니다.
준혁, 끄덕이곤 배액관들을 살펴본다.
민승, 리드렉터를 풀기 시작한다.
배액관을 살펴보던, 준혁에게 의혹의 표정이 떠오르는데...
S#55. 참관실
주완, 오남기, 승리에 도취되어 일어나고...
용길, 유필상, 찝찝하게 일어난다.
주완 : 작은 실수가 있긴 했지만, 흠흠... 비교적 무난하게 수술을 잘 끝냈네요.
장교수가 원래 저런 실수를 하는 친구가 아닌데...
오남기 : 옥에도 다 티가 있는 거 아니겠습니다. 하하하...
아... 부원장님, 명인 대학 병원에서 국내 최초로 간, 췌장, 신장 동시 이식을 성공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용길 : 아, 네... 감사합니다. 훌륭한 두 의사가 있어서 가능했던 거 같습니다.
특히, 노민국 교수... 오교수님 제자시죠? 훌륭한 인재를 잘 키우셨네요.
오남기 : 하하... 제가 뭘요. 자기가 알아서 잘 큰 거죠. 하하하...
유필상 : (똥씹은 표정인데) ....
준혁 : (F) 아직 수술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모두들, 놀라서 수술실을 돌아보는데...
S#56. 수술실
준혁, 췌장 쪽에서 나온 배액관을 보고 있다.
준혁 : 췌장과 방광 쪽 배액관이 미세하게 탁합니다.
노민국 : (보며) 제가 볼 땐 정상인 거 같은데요?
건하, 민승도 다가와 본다.
준혁, 말하라는 듯 쳐다보면...
건하 : (미안한 듯) 핑크 빛인 게... 안 새는 거 같은데요.
민승 : (동조하고) ...
S#57. 참관실
주완, 모니터의 배액관을 보며 냉소를 짓는다.
주완 : 장교수가 왜 저러지? 빛깔이 이렇게 맑은데...
오남기 : 그러게 말입니다.
용길, 유필상, 도무지 어떤 상황인지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인데...
홍상일 : (E) 췌장액이 새게 되면, 육안으로 배액이 탁한 것이 관찰됩니다.
S#58. 강의실
홍상일 : (모니터를 보며) 하지만 이번 경우는.... (아닌 거 같다는) 하여간 췌장 문합 부위에서 췌장액이 샌다면...
S#59. 회의실
유정진을 비롯한 과장들이 보고 있는데...
홍상일 : (E) 혈관이 녹고, 내장이 녹아서 심하면 환자가 죽음에 이르기 때문에...
사실 이 문제는 신중하고 철저하게 점검을 해야 합니다.
S#60. 수술실
노민국 : (어이없다는 듯) 췌장 문합은 완벽했습니다.
준혁 : (못들은 척) 거즈에 피 좀 묻혀줘 봐.
건하 : 장교수님.... (슬쩍 다가와 귓속말로) 일단 봉합하고 상태를 좀 지켜보시는 게...
준혁 : 줘 봐...
건하 : (머뭇거리고) 교수님....
준혁 : (버럭) 줘 보라니까!
수술실 사람들, 모두 깜짝 놀라고!
S#61. 참관실
긴장감으로 상황을 보고 있는데....
주완 : (비웃음) 아, 장교수... 무슨 망신을 당하려고...
오남기 : (고개를 절래절래) ....
용길 : (한숨) ...
유필상 : (귀속말로) 안 새면 정말 끝장 아냐?
용길 : (끄덕이고) ...
주완, 느긋하게 지켜보려고 자리에 앉고 있다.
S#62. 강의실
홍상일 : 췌장액이 샌다면... 거즈에 묻은 피가 순식간에 사라질 겁니다.
학생, 기자들, 놀라는데...
홍상일 : 췌장액은 혈관이나 내장까지 녹일 정도로 강력해서 피 정도는 간단히 녹여서 사라지게 만듭니다.
학생, 기자들.... 수긍하는데...
S#63. 수술실
간호사, 거즈에 피를 묻혀 건하에게 넘긴다.
건하, 준혁에게 거즈를 건네면...
준혁, 피가 묻은 거즈를 놓고, 배액관에서 액체를 떨어뜨릴 준비를 한다.
노민국, 자신만만이고...
수술실 스탭들, 결과를 보려고 다가온다.
S#64. 몽타쥬
참관실 사람들, 목을 쫙 빼고 보고 있다.
회의실 교수들, 역시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너스 스테이션 유미라, 주완 처 등등 손에 땀을 쥐고 보고 있다.
강의실 홍상일, 학생들, 모니터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S#65. 수술실
준혁, 피 묻은 거즈 위에 배액을 떨어뜨리면...
거즈 위의 피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췌장액에 피가 녹은 것이다.
노민국, 깜짝 놀라고...
건하, 민승, 동일도 놀란다.
준혁, 시위하듯 고개를 들고 참관실을 보는데...
S#66. 몽타주
- 참관실. 약속이라도 한 듯 주완, 용길, 오남기, 유필상, 벌떡 일어난다.
- 회의실. 교수들, 역시 놀라고...
- 강의실. 홍상일, 학생들도 놀란다.
- 너스 스테이션. 유미라, 주완 처 등 놀란다.
S#67. 참관실
주완 : (탄식처럼) 새는군요...
오남기, 난감하고....
용길과 유필상, 기세가 등등해지는데....
S#68. 너스 스테이션
주완 처 : (허탈한) 어째 저럴 수도 있지? 표백제 쓴 거 아냐?
유미라 : (어이없는) 에?
주완 처 : (실망한) 그럼, 장교수가.... 이긴 거네?
유미라 : 이기다뇨?
주완 처 : 아, 아... 아니에요. (일어나는데 실망이다)
S#69. 수술실
준혁, 리드랙터로 환자 절개부위를 다시 연다.
준혁 : (다시 자신감으로) 제가 췌장-방광 문합부위를 뜯고,
거길 닫은 다음 소장에다 던킨 술식으로 췌장을 다시 연결하겠습니다.
노민국 : (열패감) 네... 부탁드립니다.
S#70. 참관실
유필상 : 대단하네요! 아, 역시... 장준혁 교수! 장준혁 교수야... 하하하...
(박수를 치며 주완을 향해) 차기 외과 과장으로서 손색이 없지 않습니까? 그쵸?
주완 : (어이없는, 참고) 판단이 좋았습니다. 환자를 살렸네요.
용길 : 이과장님... 제자 하나 정말 잘 키우셨네요.
유필상 : 하하하... 자기가 알아서 큰 건 아니구요?
오남기 : (모멸감을 느끼고) ...
용길 : 하여간... 오늘 수술은 장교수와 노민국 교수, 두 뛰어난 외과의 콤비네이션이 빚어낸 예술이라 할 수 있겠네요.
기자회견을 준비해야겠습니다. 하하하... (나가고)
S#71. 병원 회견장
단상에 용길이 서 있고,
그 옆에 수술복 차림의 준혁과 노민국이 플래시 세례를 받고 있다.
객석에는 주완을 비롯하여 건하, 민승, 동일, 유필상, 오남기 등이 서 있다.
용길 : 본원에서 국내 최초로 실시한 간, 췌장, 신장의 동시 이식은, 합병증으로 고생하는 기존의 장기 이식의
대상자 범위를 한층 더 넓혔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하겠습니다. 수술은 성공리에 잘 끝났고, 환자는 현재
회복실로 옮겨져 회복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수술을 집도하신 장준혁, 노민국 교수님입니다.
박수 소리가 터지는데...
민원장, 수정과 들어와 힘찬 박수를 치고... 유필상과 인사한다.
수정, 자기 왔다는 것을 확인시키려고 팔짝 팔짝 뛰면서 손을 흔들어 댄다.
주완, 오남기, 서로를 위로하면서 박수를 친다.
S#72. 너스 스테이션
휠체어를 탄 진주가 병실에서 나온다.
윤진, 간호사들, 진주와 진주 모를 배웅하고 있다.
이때, 주완처 스테이션 앞을 보지도 않고 지나친다.
윤진 : (E) 엄마... 진주 퇴원 해.
주완 처 : 어? (돌아보고) 어, 그러니? 그래... 잘 가라. (급하게 가려는데 )
윤진 : (짜증) 엄마!
주완 처 : 왜 자꾸 불러. 기자회견 보러 가야 되는데... (가버리고)
윤진 : (어이없다)
미라 : 진주야, 퇴원 기념으로 한 번 보여줘야지.
진주, 간단한 마술을 하나 보여주고...
모두들 박수쳐 준다.
진주모와 진주 인사하고 휠체어 밀며 복도를 걸어간다.
의사, 간호사들 스테이션 밖으로 나와 그 모습을 안쓰럽게 보고...
윤진, 미소 지으며 바라보는 눈에 눈물이 맺힌다...
S#73. 도영의 연구실
도영, 진주의 챠트와 검사지 들을 책상 위에 펼쳐 놨지만 멍하게 생각에 빠져있다.
은혜, 뒤에 뭔가를 감추고 들어와 도영의 곁에 와서 챠트 위에 카드와 종이로 만든장미꽃을 살짝 내려놓고
얼른 다른 쪽으로 간다.
도영, 뭐지...하는 시선으로 은혜 보고, 카드를 꺼내 펼쳐 보는데...
'선생님, 놀라셨죠? 진주예요. 저 잘 치료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나중에 머리도 기르고 키도 커져서 꼭 다시 올게요. 선생님, 사랑해요. 진주가...'
카드를 쥔 도영의 눈이 그렁해진다. 그러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 뛰어나간다.
은혜, 책상에 앉아 있다가 깜짝 놀라 일어나고...
S#74. 병원 로비
준혁, 노민국이 악수하며 헤어진다.
노민국 : 놀랬습니다. 훌륭한 실력을 갖고 계시네요.
준혁 : 노 교수님 역시 그랬습니다.
노민국 :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준혁 : 저 역시 마찬가집니다.
노민국 : 그럼...
노민국, 주완과 오남기가 기다리는 곳으로 걸어가고...
준혁, 돌아서면 민원장과 유필상이 기다리고 있다.
준혁, 다가가는데 맞은 편에서 정신없이 달려오는 도영.
준혁, 아는체 하려는데 외면하고 달려간다.
준혁, 왜 저러나 하고 바라보는데...
S#75. 병원 현관 앞
택시에 진주 타고 있고, 진주 모, 짐을 싣고 막 출발하려는데 도영, 달려온다.
진주 모 : 선생님...?
도영, 차에 앉아 있는 진주에게 가서 눈높이 맞춰 앉고 진주의 손을 잡는다.
진주 : 선생님 왜 오셨어요?
도영 : 진주...나중에 머리 길어지고 키도 커져서 왔을 때 너무 예뻐져서 못 알아볼까봐...한 번 더 보고 기억해두려구...
진주 : 아...(쑥쓰러운 듯 배시시 웃고)
도영 : 그리고 선생님은 진주 선물을 준비 못했어. 다음에 만날 때 꼭 준비해 둘게. 대신 이건 꼭 가지고 있어야 된다.
(손에 쪽지 쥐어준다) 진주...잘 가라...건강해져서 다시 보자?
진주 : 네.
도영, 진주 모와 인사하는데 진주 손에 도영이 쥐어진 쪽지.
진주, 물끄러미 본다.
쪽지에 적힌 도영의 집과 휴대폰, 연구실 전화번호.
진주 모, 차에 타고 떠나려는데 진주, 창 밖으로 고개 내민다.
진주 : 선생님, 전화 할게요 (쪽지 든 손 흔든다)
도영, 떠나는 차를 보는 눈이 그렁해지는.
이때, 준혁이 다가와 어깨에 손을 댄다.
도영, 얼른 눈물 감추고.
S#76. 병원 외부 벤치
도영과 나란히 앉은 준혁.
침울한 얼굴의 도영과 자신감에 들뜬 준혁, 대조적이다.
준혁 : 혹시 수술 참관실에서 보고 있지 않을까 했었는데 없더라.
도영 : 어...좀...바빠서...
준혁 : 좀 전에 보니까 그랬을 거 같네. 소아 간암환자였지?
도영 : 응.
준혁 : 포기 하는 거야?
도영 : (단호하게) 그런 거 아냐. 함부로 말하지 마.
준혁 : 알았다. 발끈하기는...근데 니 기분은 알겠는데...나 오늘 듀얼 이식 성공한 거 알고는 있어?
도영 : 들었어. 수고 많았다.
준혁 : 그게 다야? 야...섭섭한데...
도영 : 보진 못했지만 잘 했을 거라고 생각해.
준혁 : 이제 내 실력 인정해주는 거야?
도영 ; 인정 못한 다고 한 적 없어. 니가 항상 되묻고 있는 거지. 자신감 하난 누구 못지 않으면서
이럴 때 가끔 너 답지 않더라.
준혁 : (! 애써 태연한 표정으로) 참고할게.
도영 : (일어나) 난 그만 들어가 봐야겠다.
준혁 : (일어나) 시간 괜찮으면 한 잔 어때? 의국애들이 수술 성공한 기념으로 자리 만든다고 했는데...
도영 : 좋은 시간 보내. 난...(하는데)
준혁 : 3시간 마다 체크할 데이터가 있다?
도영 : (미소만)
준혁 : 바쁘신 의사선생님인 건 알지만... 다음엔 먼저 한 잔 하자는 말 좀 듣게 해주라.
도영 : 노력해 볼게. 먼저 들어간다. (가고)
준혁, 미소 짓다 도영의 뒷모습을 보면서 피식 웃어 보인다.
S#77. 와인바
준혁, 의국원들과 회식을 하고 있다.
희재 : 제가 장교수님한테 와인 한 병 선물해 드려도 되겠어요?
건하 : (박수를 유도) 와...좋죠, 좋죠. 뭐 그런 거 있잖아요. 포도 작황이 좋았던 천구백 몇 년 도에 만들어졌으나,
현재 세계에 불과 몇 백병 밖에 남지 않아서, 수집가들의 표적이 되고 있는, 최고급 빈티지 와인...
이왕 주실 거면 그런 걸로 하나 쏘시죠?
희재 : 어쩌죠? 수집가들 표적이 되는 게 무서워서 일부러 들여 놓지 않았는데? (웃고)
그냥, 장교수님이 드시고 싶은 걸로 직접 고르시는 게 어때요?
준혁 : (일어나며) 그게 좋겠네.
민승 : 교수님, 비~싼 걸루다 (뽑아오란 손 모양) (뒤에다 대고) 최소한 그랑 퀴리급으로요.
S#78. 와인 창고
준혁, 희재와 와인을 고르고 있다.
희재 : (뒤돌아 의국원들을 보며) 확실하게 실력으로 보여준 거야?
준혁 : 그런 셈이지. 역시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어. 도저히 담도끼리 연결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는데... 그걸 해내더라구.
희재 :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소문대로 실력잔가보네. 자기, 사람 인정 잘 안하잖아? 특히 자기 분야에선 더.
준혁 : 그래...근데, 노민국은 인정 할 수 밖에 없는 의사였어.
희재 : 자꾸 그러니까 두 실력자가 맞붙은 광경을 놓친 게 아쉬운데?
어쨌든 성공한 기념으로 (와인 하나 내밀며) 이거 어때?
준혁 : 알아서 줘. (병 잡는데)
희재 : (주지 않고) 이따 어떡할 거야? ...수술도 끝났구...
준혁 : 아버님 만나러 가야 돼.
희재 : (와인병 주며) 또 작전 회의? 피곤하지두 않어?
준혁 : 몰라. 지금은 하나도 안 피곤해.
희재 : (졌다하듯 고개를 절래) 잘났다 정말...
S#79. 한식당 룸
주완, 오남기와 노민국 등과 침울한 분위기에서 저녁 먹고 있다.
노민국 :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를 하는 바람에...
주완 : 괜찮아, 괜찮아. 사람은 누구나 실수하는 거고, 또 누가 했든 마무리 잘 됐으니까... 그걸로 충분해.
오남기 : 장군하고 멍군한 거야. 그 정도면 그쪽 사람들한테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어. 안 그렇습니까?
주완 : 물론이죠. 그리고 이게 무슨 대결도 아니고, 비슷한 실력자끼리 어려운 수술을 함께 해냈다는 게 중요한 거지.
오남기 : 그럼, 그럼...
노민국 : ... 장준혁 교수, 훌륭한 외과의임에 틀림없습니다.
오남기 : 그 친구는 휴머니즘이 없다니까...
주완 : 자, 자... 한 잔 마시고 일어납시다. 그리고 우리 근사한데 가서 마시죠.
오늘 내 대신 어려운 수술도 해줬는데, 그냥 넘어갈 수가 없죠. 하하하...
노민국 : 두 분이서 드시죠. 전... 좀 쉬겠습니다.
주완, 오남기, 노민국을 보는데...
S#80. 룸싸롱
유필상, 민원장, 준혁 등이 술에 취해 있다.
유필상 : (취해서 손목시계를 풀러주는) 야, 받어.
준혁 : (피곤하다) 저 됐습니다.
유필상 : 임마, 니가 이쁘고 기특해서 주는 거야. 너 임마, 이거 갖구 싶어서 눈독 들였잖아? 다 알아 내가...
준혁 : (유필상 손을 잡고) 정말 괜찮습니다.
유필상 : (정색하고) 야, 너 정말 그럴래? 자식이 진짜...
민원장 : (받으라고 눈치를 준다) 아, 시계 좋네...
준혁 : (받으며) 잘 쓰겠습니다.
유필상 : 하, 자식... 진작 그럴 것이지. (하며 준혁에게 헤드록을 한다) 야, 준혁아...
준혁 : (헤드록 당한 채) 네....
유필상 : 너 나랑 형 동생할래?
준혁 : (시계를 유필상 주머니에 넣으며) 아, 아닙니다. 제가 어떻게 감히...
민원장 : 아휴... 형님이랑 제가 형 동생인데, 제 사위랑 그러시면 족보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유필상 : (세게 조이며) 임마, 내가 너 맘에 들어서 그래. 맘에 들어서. 너 나랑 형 동생 할래? 안 할래? 형 해봐. 형...
준혁 : (고통스런) 필상이 형!
유필상 : (헤드록을 풀고 보는) ....
준혁 : (실수 했나 싶은) ....
유필상 : 장준혁!
준혁 : (놀라) 네....?
유필상 : 넌 ... 쎈 놈이야! (잔을 들더니) 자, 채워 봐.
민원장, 호탕하게 웃으면서 박수를 치는데...
준혁, 술 따르며 놀란 속을 달래듯 얕은 숨을 내쉰다...
S#81. 다른 룸싸롱
주완, 오남기가 술을 마시고 있는데, 유정진이 나타난다.
유정진 : 안녕하십니까?
주완 : 아, 어서 와요.
유정진 : (앉으며) 분위기가 왜 이렇습니까?
주완 : 분위기가 어때서요? 좋은데... (동의하듯 보면)
오남기 : 예, 그럼요.
유정진 : 오늘 좋았습니다. 대성공이에요. 교수 위원회분들이 노민국 교수님을 아주 좋게 보셨어요.
주완 : 정말이에요?
시선이 유정진에게 모아지고....
유정진 : 첨에는 장준혁만큼 하는 의사가 있겠어, 하는 눈치였는데... 나중에는 다들 노교수님 팬이 되드라 이 말입니다.
특히... 노민국 교수의 담도 문합을 아주 감동적이고도 인상 깊게 보셨어요.
오남기 : 아...그러셨구나.
유정진 : 근데 노민국 교수는 어디 갔나요?
주완 : 피곤해서 일찍 갔어요. 그래서?
유정진 : (주완 눈치보며) 아까... 담도를 간공장 문합술로 했으면, 혹시라도 이과장님이 전처리를 잘못하셨다고
혹여 오해라도 받을까봐...
주완 : 흠흠...
유정진 : 그냥 담도간 문합술을 하는 걸 보시고... 감동들을 하는 겁니다.
게다가 문합을 완벽하게 해내는 걸 보시고 또 한번 감동을...
주완 : 음... (끄덕이고)
유정진 : 과장님들은 아무래도... 남의 실수를 드러내려는 장준혁이 보다는
포용하고 커버해주는 노민국 교수한테 마음들이 가 계신 게 아닌가...
오남기 : 맞습니다. 맞아요. 조직을 함께 이끌어 가려면, 내부 고발이나 일삼는 그런 인물하고는 곤란하지요.
유정진 : 네...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더 하고 줄이겠습니다.
끝나고 기초학파 과장님들하고 회의실을 나오는데, 그분들이 뭐라고 하신 줄 아십니까?
모두들, 귀를 쫑긋 세우고 유정진을 주목하고 있다.
유정진 : 노민국 교수가 이주완 과장님 후임으로 왔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우리가 말도 꺼내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오남기 : 저, 정말입니까?
유정진 : 하... 그래서 내가 대성공이라고 하는 겁니다. 하하하...
주완 : 하하하... 그렇지. 음...
오남기 : 자자, 우리 정말 노는 것처럼 놀아보고, 마시는 것처럼 마셔 봅시다. 오늘은 제가 쏩니다.
(인터폰을 든다) 어... 여기 밴드하고... 아니, 여기 지금 먹던 거 다 치우고, 새로 깔아줘.
그리고 밴드 불러주고, 애들 좀 데려와. (끊고, 그윽 트림...) 아... 트림 나온다. 이제 소화가 되네요. 하하하...
주완 : (핸드폰 꺼내며) 우리 노민국 교수에게 전화를 좀 해줘야겠습니다. 마음이 많이 안 좋을텐데...
S#82. 외과 병동
병실 문 틈으로 주완 처, 밖을 보고 있다.
스테이션에서 노민국, 동일과 함께 있는 상황에서 전화를 받고 있다.
노민국 : (감정없는) 네, 네...다행이네요. 아... 기쁘죠. 네... 내일 뵙겠습니다. (끊으면)
동일 : 이쪽으로 오세요.
노민국, 동일을 따라가고...
그들이 지나가면, 병실 문이 스르르 열리면서 주완 처, 나타난다.
그 뒤에 짜증이 난 윤진, 뒤이어 나오고...
주완 처 : 노교수가 여긴 왜 왔을까?
윤진 : (짜증) 으유...화장실도 못 가게 해... (하고 화장실로 가고)
주완 처 : 야, 얼마나 참았다고 그래? 문병 온 줄 알고 깜짝 놀랐네.
S#83. 외과 회의실
동일, 문가에서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노민국, 수술 녹화 화면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노민국 : (돌아보고) 아, 내가 다 보면 얘기할게요. 일 봐요.
동일 : 네.. (인사하고 나가면)
노민국, 다시 심각한 표정으로 비디오 화면을 보는데...
S#84. 포장마차
아줌마, 간과 순대를 도마에 꺼내 놓는데...
건하 : (취한) 잠깐! 그거 헤파티코제주노스토미로 하실 건가요? 덕트 투 덕트로 하실 건가요?
아줌마 : (손 멈추고) 네?
민승 : 아이 형, 그렇게 말하면 못 알아들으시지. 이모님, 간공장 문합술로 하실 건간요? 담도간 문합술로 하실 건가요?
건하 : 흠... 담도 박리가 양호하지 못해서...
소장을 끌어다, 아니 순대를 끌어다 붙이는 간순대 문합술로 해야할 거 같습니다.
아줌마 : 통 뭔 소린지...뭘 어디다 갖다 붙여주구 그런 거 여긴 없어.
건하, 민승, 낄낄거리며 술 잔을 부딪힌다.
그때 준혁, 만취 상태에서 들어온다.
건하, 민승, 정신을 차리고 맞이한다.
건하 : 오셨습니까?
준혁 : (정신을 차리려고 하는) 어우... 죽겠다.
민승 : 그래도 기분 좋으시죠?
준혁 : 뭐, 그렇지. 수고들 했어. 따로 한 잔 하자고 부른 거야. 한 잔 하자
건배하고 소주 마시는 그들...
준혁 : (눈이 감기면서도) 나 니네들하고 끝까지 갈 거라는 거 알지?
건하민승 : 네, 그럼요.
준혁 : 오늘이 개막전이었다면, 내일부터는 본격적인 선거전이야. 무슨 말인지 알지?
나도 나지만... 니들이 서포트 잘해줘야 돼. 알지?
건하 : 그럼요. 장교수님이... (하다가) 어! 교수님...
건하, 뒤로 쓰러지는 준혁을 잡는다.
민승, 일어나 부축하고...
준혁, 완전히 골아 떨어져 있다.
S#85. 포장마차 밖
수정이 운전해 온 차에 건하와 민승, 준혁을 태운다.
건하 : 오늘 만땅으로 드셨어요.
민승 : 오늘 무슨 수술하신지 아시죠? 장교수님께서...
수정 : (하품하며) 뉴스에서 봤어요.
건하 : (보곤) 저희가 모시고 갈 걸 그랬나봐요...
수정 : (웃으며) 아, 아니예요. 고맙습니다. (차에 오르며) 담에 또 봬요.
건하, 민승 : 들어가십시오. (거의 90도로 인사한다)
수정의 차, 출발하고...
S#86. 달리는 차 안
수정, 운전하고 준혁, 뒷자리에 널부러져 있다가 몸을 일으킨다.
준혁 : (반수면 상태로) 어디 갈까?
수정 : 어딜 가긴... 집에 가야지.
준혁 : (좌석에 머리 박은 채) 집? 아... 재미없어. 그냥, 그냥... 니네 집으로 가. 오늘은... 너랑 같이 있고 싶다.
수정, 차를 세우고 돌아본다.
준혁, 좌석에 머리를 박은 채 잠들어 있다.
전조등을 켠 채 도로에 멈추어 서 있는 수정의 차에서...
S#87. 준혁의 방
준혁, 침대에서 세상 모르고 자고 있다.
수정, 화장대 의자에서 준혁을 바라보고 있는데 벨소리가 들린다.
수정, 준혁의 옷을 뒤져 핸드폰을 찾아 발신자를 보곤 밖으로 나간다.
S#88. 준혁의 거실
수정, 전화를 받으며 나온다.
수정 : 네... 오빠 아직 자고 있는데...
건하 : (F) 아 네... 방송출연 있으셔서 지금 깨워드려야 하거든요.
수정 : 아아... 네, 지금 제가 깨울 게요. 네에... (끊는)
수정,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핸드폰의 문자를 확인해 본다.
강희재라는 이름이 보이고, 보려는데..
문이 열리고, 게슴츠레한 준혁이 나온다.
수정, 화들짝 놀라는...
준혁 : 전화 온 거 같던데...
수정 : 어.. (전화 내밀며) 의국장인데... 방송출연 있어?..
준혁 : 어... (핸드폰 받고 주방으로 들어가며) 나 어제 어떻게 들어왔어?
수정 : (뒷모습 보면서) 잘 들어왔어...
수정,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데...
S#89. 해장국집 (아침)
등산복 차림의 유필상과 운동복차림의 용길, 해장국을 먹고 있다.
유필상, 게걸스럽게 먹고 있다.
용길 : 그렇게 마실 체력이 있어?
유필상 : 야, 내가 산에 왜 다니냐? 다 술 마실려고 다니는 거야.
용길 : 근데 아침부터 왜?
유필상 : 오늘 교수 선출 위원회가 구성될 거 아냐. 빨리 빨리 손을 써야지.
용길 : (기막힌) 하여간... 넌 어떻게 된 게 부원장인 나보다 병원 일을 속속들이 다 알고 있냐?
유필상 : 너 이 유필상을 물로 보냐? 이러니까 내가 너 원장도 만들어준다는 거 아냐. 자식... 야, 선출 위원회 열릴 때부터
장준혁이를 유리하게 끌고 가려면, 여섯 명 선출위원 중에 우리 편이 네 명은 되야잖아.
용길 : (웃으며) 왜 여섯명 다 하지?
유필상 : 하.. 자식... 이주완 과장은 자기 후임을 뽑는 일이니까 당연히 선출 위원이고, 유정진 과장은 이과장 심복이니까
선출 위원이 될 거 아냐. 너는 부원장이니까 당연히 되고... 나머지 세 자리가 남는데...
그걸 니가 아도치란 말이야. 그럼, 선거 일정, 자격 심사, 이런 거 니가 떡 주무르듯 주무를 수 있잖아.
용길 : (기막히다) 니가 친구인 게 천만다행이다.
유필상, 씨익 웃으며 국물을 후루룩 마시는데...
S#90. 병원 앞
주완, 유정진과 출근하고 있다.
주완 : 선출 위원회에... 오경환 교수님을... 끌어들일 수는 없을까?
유정진 : 생각도 마십시오. 투표할 때나 나오실까... 아시잖아요.
아마 그 시간 연구실에서 현미경 들여다 보시고 계실 겁니다.
주완 : 하긴...그럼.. 어쩐다... 우리쪽 사람이 최소한 1명은 더 돼야 3대 3... 휘둘리지 않고 좋은데...
유정진 : 음... 정형외과 박창식 과장님 어떠십니까?
부원장하구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아서... 우리에게 힘을 실어주실 것도 같습니다.
주완 : 아... 박창식 과장... 좋아요. 일단은 노교수 얘기는 하지 말고...
유정진 : 알겠습니다. (하다가) 아, 출근하십니까?
인사를 받는 용길, 출근길이다...
주완, 인사를 교환하고.... 병원 안으로 함께 들어가는데...
S#91. 스튜디오
주부 대상 아침 토크쇼 프로 녹화 중이다.
남녀 진행자와 개그맨 패널... 그리고 준혁이 앉아있는 구조...
준혁, 토크 쇼 남녀 진행자와 웃으면서 대화 중이다.
S#92. 몽타주
- 준혁의 집. 수정, 무표정하게 준혁을 티브이로 보고 있다.
- 민원장 원장실. 민원장, 흡족하게 티브이를 보고 있다.
- 외과 병실. 주완 처, 신경질적으로 티브이를 꺼버린다. 병실 환자들, 뭐라 그러고...
주완 처, 다시 켜고... 슬그머니 나가 버리고...
S#93. 스튜디오
진행자 남 : 이런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장준혁 교수님은 바느질 솜씨와 칼 솜씨가 타의추종을 불허하신다면서요?
준혁 : 하하하...
진행자 여 : 남들이 들으면 남자 전업주부이신 줄 오해하겠어요. 그래서 저희가 준비한 게 있는데요...ㅇㅇ씨?
패널 : 그렇습니다. 맘 같아선 (검객처럼) 전광석화 같은 칼 솜씨를 보고 싶지만...
아침 시간에 식사 하시는 분들도 있으니까...교수님의 바느질 솜씨를 보는 걸로 해서 제가 특별히 준비 했습니다.
짜잔!! (케잌상자 올려놓는다)(슬픈 연기) 제가 너무 아끼는 거거든요. 꿰매 주실거죠 교수님?
준혁 : 글쎄요...그 안에 든 게 뭔지 알아야 답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진행 여 : 저희도 궁금해요.
패널 : 이게 뭐냐면... (하고 상자를 열면)
껍질이 찢어진 바나나가 나온다.
진행자 남녀, 패널, 웃고...
준혁, 황당해 하다가 분위기상 웃음을 터트리고...
주부 방청객, 웃음보를 터트리고...
준혁 : 이거 잘 될 지 모르겠네요. 하하...
준혁, 바나나를 수술도구로 꿰매기 시작하는데...
S#94. 몽타주
- 티브이 화면에 준혁이 바나나를 꿰매는 모습이 나온다.
- 당직실. 건하, 민승 등이 신나서 보고 있다.
- 너스 스테이션. 유미라와 염동일 등이 감탄하며 보고 있다.
주완, 지나다가 뭔가 보고는 인상을 찌푸린다. 유미라 등, 슬슬 자리를 뜨고...
S#95. 스튜디오
준혁, 바나나를 일정 간격으로 기막히게 꿰매 놓는다.
진행자와 패널들 서로 건네 보면 신기해 한다.
진행자 여 : 저 어디 가서 바느질 한다는 말 다신 못하겠는데요?
패널 : 기계로 꿰맨 거 아닙니까? 교수님 손에 뭐 숨기고 계신 거죠?
진행자, 준혁의 손을 덥석 잡아 이리저리 보면 준혁, 쑥스러워하고...
S#96. 병원 로비
로비의 대형 티브이에 준혁이 나오고 있다.
사람들, 티브이를 보고 있는데...
낡은 가방을 든 출근 길의 오경환, 무표정으로 잠깐 보다가 가버린다.
티브이 화면에 준혁, 웃고 있는 얼굴에서...
S#97. 병원 일각
용길, 하익현과 걸어오고 있다.
용길 : 회의에는 몇 명이나 오나?
하익현 : 임상은 다 올 거고, 기초 쪽에서도 오경환 교수 빼고 다 올 겁니다.
용길 : 하여간... 그 양반... 너무 무관심해...
하익현 : 우리한테는 좋죠. 나와 봤자. 피곤하기만 하고...
용길 : 우리 쪽에서 선거위원 4명 확보하는데 이상 없겠지?
하익현 : 어차피 기초 학파에서는 아무도 선거위원이 나오지 않을 거 아닙니까.
용길 : (웃으며) 뭐 일종의 불문율이지. 남의 학파 일에 이러쿵저러쿵 간섭하지 않는다는...
S#98. 회의실 근처
주완, 유정진 등과 걸어오고...
반대쪽에서 용길과 하익현 등이 걸어오고 있다.
회의실 앞에서 만나는 그들... 외교적 미소를 교환한다.
용길,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S#99. 회의실
문이 열리며 빛이 들어온다.
회의실 말석에 누군가 앉아있다.
인기척을 느끼고 의자를 돌려앉으면.... 오경환이다!
용길, 놀래서 우뚝 서고... 들어오는 사람, 차례차례 놀란다.
주완과 유정진, 기뻐하는데...
오경환, 싸늘하게 정면을 응시하는데...
S#100. 회의실
용길, 상석에 앉아있고, 좌우로 하익현과 주완이 앉아있고, ....
주완 옆에 유정진이 앉아있다.
용길 : 그럼, 지금부터 이주완 과장님 후임을 뽑기 위한 외과 과장 선출 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겠습니다.
6인의 선출 위원 중 부원장인 저와 이과장님은 교칙에 의해 포함이 되고, 나머지 4인은 자천타천으로 지원해 주시면
투표로 정하겠습니다. 추천하실 분 있으십니까?
주완 : 흠... 지난번 방사선과 과장 선출 때에도 위원으로 수고 해주셨던 유정진 과장님을 추천합니다.
유정진 :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아.. 참... 또 막중한 임무를 저한테 주시네요. 네....
용길 : (예상한 바라는 표정) ... 다음으로...
하익현 : (손을 들고) 제가 하겠습니다. 뭐, 제가 나이도 어리고 그러니까 다른 분들을 대신해서 총대를 메야죠. 하하하...
주완, 유정진,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유정진 : 그리고 정형외과 박창식 과장님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박창식 : 흠흠...
용길, 하익현, 의외라는 듯 보고...
주완, 만족스런 듯 끄덕이고...
유정진 : 박창식 과장님은 이번 과장 선출을 공명정대하게 처리하는데 큰 힘이 되시리라 생각됩니다.
박창식 : (허락의 의미로 끄덕이고) ...
용길 : 네, 훌륭하신 분들이 많이 나서 주시는군요. 다음은...
오경환 : (E) 나도 합시다!
모두들, 고개를 돌리면
말석에 앉아있던 오경환이 손을 들고 있다.
용길, 하익현, 깜짝 놀라고...
주완과 유정진, 순간 놀라나 이내 감동으로 변하는데....
S#101. 회의실
화이트 보드에 투표 결과가 나와 있다.
오경환 8표, 유정진 3표, 하익현 5표, 박창식 4표, 송계현 2표, 오윤성 2표 등등..
주완, 유정진 행복한 표정을 감추고 있고,
용길과 하익현은 불행한 표정을 감추고 있다.
용길 : (감정을 숨기고) 이렇게 해서 선출 위원회는 오경환 석좌교수님, 유정진 흉부외과 과장님, 하익현 산부인과 과장님,
박창식 정형외과 과장님, 그리고 저와 이주완 일반외과 과장님... 이렇게 총 6명입니다.
그럼, 이제 위원장을 뽑을 차례입니다.
유정진 : (확인하듯) 규칙을 보니... 진료 부원장님은 위원장직을 맡으실 수 없으시네요.
용길 : (못 마땅하지만) 그렇습니다... 추천들 해주시죠.
주완 : 제가 추천을 하겠습니다. 여기서 가장 연장자이시고, 또한 표도 가장 많이 얻으신
오경환 석좌교수님이 적임자란 생각이 듭니다.
오경환 : ...
용길 : 흠흠... 오경환 교수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힘드실 거 같으면...
오경환 : (자르고) 하겠습니다.
오경환, 자리에서 일어나서 상석으로 오면,
용길, 자리를 비켜주고 오경환이 앉아있던 말석에 가서 앉는다.
오경환 : (둘러보고는) 음... 이번 차기 일반 외과 과장 선출 선거가 공명정대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선거관리 위원장으로서 엄정하게 감독, 관리하겠습니다!
모두들, 박수 치기 시작한다.
주완, 맘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용길, 떨떠름한데...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