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산속 절묘한 암봉, 금전산 그리고 순천만

<A name="[문서의 처음]"></A> 육산(肉山)속의 절묘한 岩봉, 절경의 금전山 (金錢산)                -전남 순천시 낙안면 금전山, 순천만을 다녀와서- 며칠 전부터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다. 서울엔  한파주의보가 내려졌고 강원 산간지방에는 첫눈이 내렸다는데 길을 가다보면 뜨끈한 군고구마, 호빵, 만두, 붕어빵, 어묵 등 겨울철 군것질거리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이 지난지도 한 주가 지났으니 옛날에는 “한로상강(寒露霜降) 에 겉보리 간다.”고 하는데 늦어도 상강 이전에는 보리파종을 끝낸다는 말이다. 북태평양으로 떠났던 연어도 이맘때쯤 돌아온다. 단풍이 둥둥 떠다니는 냇물을 거슬러 힘차게 올라오는 연어의 놀라운 귀소본능을 보라, 베링해협까지 갔다가 태어난 곳으로 어김없이 찾아오지 않는가! 10월이 좋은 건 언뜻 끝인 듯 하 지만 완전히 끝이 아닌 까닭으로 한 해 동안 걸어온 나의 길과 그 길속에 놓고 온 마음을 아직은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을은 왠지 쓸쓸 맞고 서글퍼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계절이다. 수확을 마친 산과 텅 빈 들녘은 황량함이 깃들어있어 마치 일생을 바쳐 이룬 모든 것을 자식들에게 나눠주고 홀연히 떠나는 부모마음 같아서 가을은 처연하고 죄송스럽다. “내 사랑 하리 10월의 강물을  /  석양이 짙어가는 푸른 모래톱  지난날 가졌던 슬픈 여정들을  /  아득한 기대를  이제는 홀로 남아 따뜻이 기다리리,    (황동규의“10월”중에서) 세상일이 자기 맘대로 안 된다고 짜증내거나 낙담하지 말자. 열심히 살다보면 오늘 같은 날도 있다는 사실을 광주역광장의 금광산행버스가 큰 사고를 치고 말았다. 꾸역꾸역 밀려드는 회원들로 좌석은 만원이아니라 보조의자를 준비하기에 바빴는데, 서방방면에서 탈 회원들의 수가 만만치 않을 텐데 그걸 걱정할 여유가 없었다. “기존회원들은 신입회원들에게 자리를 양보합시다.” 자발적인 자리양보를 했지만 참여회원이 육십하고도 원, 투, 쓰리, - - 포, 그만, 그만! 산행버스기사님 말대로 20년 산행버스운전 경력 중 최대인원의 승차였다고 말한다. “회장님, 기네스북에 진기록 신청할까요?” “뭘, 자주 있는 일인데 그만 두게나!” 오늘은 전남 순천시 낙안면에 있는 금전山과 순천만 보성벌교갯벌(順天灣寶城筏橋)을 탐방하기로 한 날이다. 높이 668m의 금전산은, 호남정맥 남쪽에서 특히 우뚝한 山峰인 조계산에서 뻗어 나온 한 지맥이 남쪽으로 흘러내리며 고동산을 거쳐 일으킨 바위산으로 옛 이름은 “쇠산”이었으나 100여 년 전에 금전山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漢字 뜻을 그대로 풀이하면 “金으로 된 돈 山” 이지만 실제는 佛家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부처의 뛰어난 제자들인 오백비구(오백나한) 중 금전비구에서 山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요 며칠사이 기온이 뚝 떨어지고 드디어 겨울이 낙엽사이로 얼굴을 살짝 내밀고 인사를 하는가 싶더니 오늘은 예년기온을 회복하고 따듯하고 해맑은 날이 되었다. 요즘 단풍이 절정이라는데 오대산과 덕유산산행을 놓쳐버려 그 찬란한 단풍구경 한 번 제대로 보지 못하고 이 가을을 보내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어제는 아내와 백수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는데 FM 라디오방송에서 가수 이용이 노래한 “잊혀 진 계절”이 흘러나왔다.   아니, 벌써 10월의 마지막이라니!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어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 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잊을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이 노래는 1982년 이용 1집 (잊혀 진 계절)에 실린 노래로 당시 그 해 각종 가요 차트 1위를 기록했으며, MBC 10대 가수 가요제, KBS 가요대상에서 가수상을 수상하며 인기를 얻었던 노래다. 그러고 보면 10월도 이틀밖에 남지를 않았다. 이 노래는 10월의 마지막 날에 흔히 애창되고 있는데, 조 영남, 나 훈아, 화요비, 서 영은, 동방신기(영웅재중)등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광주역에서 한번, 서방에서 한번, 즐거운 소동을 일으킨 산행버스는 “슬로우 모션”으로 화순 너릿재 터널을 지났고 주암 호반도로를 달려 서재필박사기념관이 있는 휴게소에서 잠시 몸을 풀었다, 지난여름에 내린 폭우는 싫었지만 풍족한 강수량으로 호수는 배부른 자세로 거드름을 피우고 수면에서는 아침의 공기差로 생기는 하얀 물안개가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었다. 마치 일본 유노하나의 지옥온천에서 솟아나는 유황온천 연기처럼 보였다. 어머니의 품속처럼 포근한 山河가 아름다웠다고 여성회원들은 연방 탄성을 울리고 있다. 낙안면 동내里 불재에서 출발 -590峰 -금전山 -의상대 -금강庵 -낙안온천장으로 내려오기로 한 산행코스가 상송里오공재에서 회원들이 하차하는 시행착오를 일으켰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이해하려고 했으나 483峰에서 땀도 나지 않았는데 하산한다는 것은 말이 아니었다. 잠시 회원들이 우왕좌왕하는데 산행이사님이 재빨리 입장정리를 했다. 산행코스를 483峰 -469峰 -금전山정상 -의상대 -금강암 -극락門 -형제바위 -낙안온천주차장으로 수정을 했다. 문제는 낙안읍성에서 전국음식축제가 어제 개막되었다는데 산행하기 어려운 20여명의 여성회원들을 위한 서비스차원으로 읍성행사장을 가는 과정에서 착오가 생긴 것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쌀쌀했던 날씨가 확 풀려 산행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시작부터 肉山이가지는 포근한 감촉이 등산화를 통해 전해지고 있었고 참나무낙엽이 넓은 잎으로 산행 길을 카펫처럼 깔아놓고 있다. 상(賞)받는 연예인이나 걷는 황금카펫 길을 나도 오늘 걷고 있는데 밟히는 낙엽 부서지는 소리가 환호하는 관중들의 박수소리만 같았다. 40여명의 회원들이 일렬로 서서 천천히 트레킹 하는 것같이 걷는 산행도 처음이었다. 회원 모두들 기분이 최고로 업(up) 되었고 만족해했다. 우리는 나이가 있기 때문에 이런 느린 속도의 산행이 필요한데 버스에서 하차만하면 죽을 둥, 살 등 내달리는 욕심, 그것은 분명 무모한 노욕(老慾)이다. 모두들 정상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남녀회원 네 명이 불재로 하산하겠다고 지나갔다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法을 따르라”라는 속담이 있다. 금전산은 낙안읍성 뒤에 낙안의 큰 바위 얼굴로 우뚝 서있는 山인데 정상부의 서쪽 면이 모두 바위로 뒤덮여있어 특히 석양 무렵이면 붉디붉은 광채로 뭇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모은다고 했다. 하산 길은 오늘산행의 최고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암峰코스가 시작되었다. 육산속의 절묘한 암峰, 절경 금전山의 두 얼굴을 만날 볼 수가 있었다. 마치 황금카펫 길을 걸어온 오늘의 스타가 마지막 피날레를 하는 것처럼 섬세하고 웅장한 자연의 환대를 즐길 수 있었다. 이 첨탑처럼 솟은 암峰 사이를 비집고 한 줄기 등산로가 나 있었으니, 원효대, 의상대, 형제바위, 개 바위 등 기암들이 도열해 있는 길이었다. 금전산세(山勢)에 대해서도 풍수가들의 흥미로운 지형풀이가 전해지고 있었는데. 山의 북쪽에는 옥녀봉, 동쪽 줄기에는 오봉산과 제석山, 서쪽에는 백아山이 있는데 이것은 전체적으로 볼 때 옥녀산발형(玉女散髮型)으로, 즉 옥녀가 장군에게 투구와 떡을 드릴 준비로 화장을 하기위해 거울 앞에 앉아 머리를 풀어헤친 형상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정상에서 남서쪽 상송里로 내리뻗은 금강庵 길을 내려오는 것이었다. 개 바위, 참선 대, 두꺼비바위 의상대, 입석 대, 원효 대, 바위굴하며, 높이가 10m쯤 되는 우뚝한 암峰, 그 암峰 위는 평평하여 땀을 식히기에 안성맞춤이었고 멀리 낙안 벌의 넓은 풍광이 펼쳐졌는데 바로 형제바위라고 한다. 원래는 두 개의 峰이 서 있었으나 아래쪽 아우바위가 허물어져 버리고 현재는 형 바위만 남게 되었다 한다. 금강庵 신자들이 종종 오르내리기 때문에 길은 뚜렷하고 넓었다. 바로 아래로 직사각형의 성곽이보이고 초가지붕과 사립문, 정겨운 돌담과 고샅(골목) 등 옛 마을의 정취를 그대로 맛볼 수 있는 순수민속마을인 낙안읍성이보였다. 낙안읍성은, 인위적으로 꾸민 마을이 아니고 원래 있던 집에서 주민들의 일상생활이 이루어지는 실제마을이라는 점에서 여느 민속마을과는 다르며 平地에 성을 쌓은 읍성이었다.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城은 평지에 있는 읍성(邑城)과 산비탈에 있는 산성(山城) 으로 구분되는데 평야에 쌓은 읍성은 지방행정관서가 있는 고을에 축성되었기 때문에 성 안에 민가와 관아가 공존하고 있어  평상시에는 행정중심지로, 전시에는 방어기능을 갖춘 성곽으로 이용되었다한다. 고려 말에 처음 등장하여 조선 초기에 널리 퍼진 읍성은 (신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전국에 179개였다고 하는데 이러한 읍성은 수백 년을 거치면서 대부분은 제 모습을 찾기 어렵게 되었는데 충남 서산의 해미읍성, 전북 고창의 모양읍성과 함께 낙안읍성이 비교적 원형보존이 잘 된 채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온천주차장에 도착하니 읍성구경을 다녀온 회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산행버스는 순천만습지로 출발했다. 습지주차장에는 많은 관광버스와 승용차가 빼곡히 주차해 있었고 사람들의 수가 새보다 더 많은 것 같았다. 순천만보성벌교갯벌 (順天灣寶城筏橋)은, 흑두루미 등 철새도래지인 전남 순천만의 갯벌과 수자원 보고인 보성군 벌교읍의 갯벌로, 2006년 1월 우리나라에서는 4번째로 국제습지조약(람사조약, 람사협약)에 습지보호구역 으로 등록된 곳이다. 전남 순천시 별량면, 해룡면과 도사洞 일대의 순천만갯벌(면적:28㎢)과 보성군 벌교읍 해안가의 갯벌(면적:7.5㎢)을 가리킨다. 이들 갯벌지역은 갈대숲과 칠면草, 어류 등 種다양성(多樣性)이 풍부하다. 순천만갯벌은 특히 철새 가운데서도 희귀조류인 멸종위기種 흑두루미의 국내 최대 월동지이며, 벌교갯벌은 고막과 짱둥어 등 다양한 수산자원의 보고이다. 이에 따라 보전할 필요성이 크다고 인정되어 2004년 1월 습지보전法에 따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 고시되었으며, 2006년 1월 국내에서는 4번째, 세계에서 1,594번째로 국제습지조약(람사조약, 람사협약) 에 따른 습지보호구역으로 등록되었다. 연안습지(갯벌)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람사조약에 등록되었다. 순천만습지는 여러 번 다녀간 곳이다. 순천만자연생태관과 순천만천문대가 있고 특산물판매장이 신설되어 있었다. 갈대열차, 생태체험선이 운행되고 있었으며 갈대숲탐방로는 구경인파로 7080 추억의 광주 충장로 길처럼 붐비고 밀렸다. 아직은 가창오리 때가 오지 않아서 새들의 비상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갈대밭의 갈대꽃이 앙골라토끼털처럼 앙증맞게 피어있었다. 저어새, 물떼새, 갈매기 등 조류는 갯벌 위를 낮게 날아다니며 먹이를 찾고 있었고,  짱뚱어, 농게 등 갯벌생물들은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염생식물인 칠면草, 나문재가 붉은빛갈로 우리를 맞아주었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계유일의 온전한 연안습지 순천만에서 갈 길을 잃고 시간을 잊고 사색하는 철학자가 되어보았다. “용산전망대를 가보지 않는 사람은 순천만을 말하지 말라”는 푯말이 있었다. 다대 포구에서 갈대숲탐방로를 지나 “명상의 길”을 따라 용산전망대로 올라갔다, 순천만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었고 특히 S자형 水路는 사진작가들의 발길을 끌어 모우기에 충분했었다. 완만한 조류에 의해 퇴적물이 쌓여 형성 된 여러 개의 원형습지는 태국여행 때 본 넓은 잎을 가진 水草를 연상시켜주었다. 잿빛갯벌과 푸른 습지, 붉은 함초군락, S자형 水路, 원근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바닷물 빛, 습지안쪽 논에서는 콤바인으로 벼 수확이 한창인데 黑米를 심어 “2013년 순천정원박람회” 라고 쓴 광고용 바탕 벼가 누렇게 익어있었다. 하루해가 너무 짧은데 내려갈 때는 “다리 아픈 길”로 내려갔다.                             (2010년 10월 28일)                                       다음 불 로그:- kims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