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1일. 와촌면 대동리 천성암 해돋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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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경산문협 회원 여러분!
붉은 원숭이의 해가 밝았습니다. 저는 오를 새벽, 경산이 자랑하는 해돋이 명소인 팔공산 천성암에서 해맞이를 하였습니다. 구름을 헤집고 이글거리는 태양을 바라보며 나와 이웃, 회원여러분의 안녕과 우리문협의 발전을 빌었습니다.
경산문협은1979년에 창립하여 36살의 장년에 접어들었습니다. 긴 시간을 거치면서 훌륭한 업적을 많이 일구어내었습니다. 그것은 드높은 애향심으로 문화 창달에 이바지한 선배 문인, 모든 회원이 화합된 힘으로 쌓아올린 열정의 산물입니다.
우리 문협은 고장의 지킴이,·몸은 비록 경산을 떠났지만, 고향을 잊지 않는 출향인사,·생활의 터전을 잡아 제2의 고향으로 정착한 문인들이 두루 참여하고 있습니다. 해서, 지역을 매개로 한 단체이니만큼 동질성이 강합니다. 선배를 존경하고 후배를 존중하며, 선배의 경륜과 젊은 회원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융합하여 경산문학의 발전에 노력하겠습니다.
자본주의가 인간과 세계를 지배하는 세상입니다. 오늘날, 문학은 이전투구하는 현실에서 벗어나 고상한 청정지역을 만들어야합니다. 잃어버린 인간성을 회복하고, 상처 입은 영혼을 치유하는 것이 문학의 존립 이유이자 가치입니다. 경산문학은 지역의 문학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경산의 공간·경산의 사람·경산의 이야기를 많이 써 주십시오.
역대 회장님들의 닦아놓은 기반 위에 안정적으로 가속의 페달을 밟겠습니다. 희망찬 새해는 회원 여러분의 건승과 가정에 평강이 넘치시길 소망합니다.
丙申 元旦 경산문협 지부장 박기옥 올림
해돋이의 명소, 천성암 너럭바위 박기옥
여명의 하늘에는 별들이 영롱하다. 새해 첫날의 해를 영접하고자 집을 나섰다. 많은 사람은 해돋이 명소를 찾아 동해로 내닫지만, 나는 어머니의 숨결과 유년의 추억이 서려 있는 천성암을 즐겨 오른다. 달빛 마중을 받으며 시나브로 걷노라면 아늑한 암자가 정겹게 맞아준다.
팔공산 갓바위에서 발원한 산맥이 동으로 힘차게 뻗어내려 정기를 부려놓은 자리, 그곳에 터 잡은 천성암은 경산 고을이 자랑하는 해돋이의 명소이다. 와촌면 대동리에 있는 암자는 대구에서 한 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다. 천성암은 의상대사가 화랑 시절, 원효대사와 더불어 불법을 강론한 곳이다.암자들은 대체로 골짜기에 깊숙이 들었지만, 천성암은 동東을 향해 활짝 열려있다. 고개를 들면 신라의 옛 도읍지가 눈이 잡힐 듯 아슴푸레 다가온다. 곧장 내달으면 동해의 토끼 꼬리에 닿으리라.법당 앞에는 백여 명이 기도 할 수 있는 너럭바위가 위용을 자랑하고, 암자를 감싸 안은 대숲은 칼바람에 서걱댄다.
천성암의 자랑은 우뚝 선 너럭바위다. 그 위에 올라 가부좌를 틀어본다. 바위는 샘이 깊은 물처럼 여름에는 서늘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끝 간 데 없이 내린 바위 뿌리가 시원한 수맥을 자아올렸을 모양이다. 너럭바위는 찌는 듯한 삼복의 더위를 식혀주고, 복잡한 머리까지 맑게 하니 신선대가 바로 여기가 아니던가. 천성암의 사계는 환상적인 풍광을 연출한다. 봄·여름이면 암자를 오르는 산 능선은 온통 칡으로 덮고 있다. 배고팠던 어린 시절, 달짝지근한 칡뿌리는 허기진 배를 채웠고, 넝쿨은 소의 훌륭한 양식이었다. 가을이면 향긋한 송이 향은 코끝을 간지라고, 단풍은 암자를 불태운다.산허리를 감고 돌면 기기암·묘봉암·중암암을 잇는 등산로는 한적해서 좋다. 낙엽 수북한 흙길은 등산객의 지친 발목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단풍으로 붉게 물든 벽계수는 도란도란 정겹다. 눈을 덮은 능선은 동해의 산호를 통째로 옮겨 놓은 듯 눈꽃이 눈부시다.
떠오르는 해를 맞고자 너럭바위에 오른다. 교실만 한 두 개의 바위에는 발 디딜 틈이 없다. 살을 에는 추위를 아랑곳하지 아니한 채, 뭇 시선은 동녘 하늘에 못 박았다. 야트막한 산봉우리들이 구름바다를 헤집고 외로운 섬처럼 점점이 떠오르고, 북에서 남으로 길게 뻗은 능선에 띠구름은 서서히 주황으로 물이 든다. 말간 해가 구름을 헤집고 모습을 드러낼 때, 무리는 무언가를 읊조린다. 나도 어느새 두 손을 모은다. 종교를 갖고 있지만, 이렇게 절실하게 다가간 적이 얼마나 있었던가. 즐겁고 편할 때는 내 탓인 양, 거드름을 피우다가 어렵고 힘이 들면 신에게 매달리는 형국이다. 이 순간만큼 중생의 영성은 더없이 맑으리라. 찬란한 빛이 부챗살처럼 온 누리에 퍼질 즈음, 국태민안國泰民安의 염원을 담은 주지 스님의 선창에 따라 우렁찬 만세 삼창이 고요한 산사를 뒤흔든다.
천성암은 아들을 바라는 기도처로 유명하다. 너럭바위에 올라 치성을 드리고, 의상대사가 심은 천도복숭아를 먹으면 아들을 본다고 했다. 어머니도 예외는 아니었다. 위로는 줄줄이 딸만 생산하여 시부모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아내기 힘들었다. 당신은 서러움을 억누르며 기도에 들어갔다. 매월 음력 보름이면 정갈한 몸으로 땅거미 짙게 깔린 으스스한 길을 올랐다. 지게꾼이 겨우 다니는 길이기에 돌부리·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진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간간이 들려오는 늑대와 여우의 울음소리에 모골이 송연하였단다. 아들을 얻고자 경건하게 치렀던 흡월정吸月精을 끝낼 때면 콩죽 같은 땀이 온몸을 흥건히 적셨다고 했다. 어떠한 종교적 의식보다 치열했으리라.
나를 잉태하신 어머니는 천도복숭아를 따 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을 것이다. 차마 복숭아에 손을 대지 못한 것은 다른 임산부를 위한 배려임이 틀림없다. 당신의 모습이 안쓰러워 요사채에 거주하는 보살님이 남몰래 따 주더란다. 천도복숭아의 효험인지, 아니면 간절한 기도가 부처님께 닿았는지 핏빛 산고를 겪고 소원을 이루었다. 지금은 아들딸을 구별 않는 세상이 되었지만, 각처에서 찾아오는 임부姙婦의 발길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영험을 자랑하는 천도복숭아는 척박한 바위틈에서 외롭게 버티고 있다. 특유의 복숭아 맛은 간데없고 떫은 모과 맛을 내고 있으니 불가사의한 일이다. 비록 나무의 외양은 앙상하게 사위어도 기상만은 꼿꼿하다. 숱한 세월의 풍상에도 생명 줄을 놓지 않는 것은 중생의 소원을 끝까지 살피라는 부처님의 소명을 충실히 받들고자 함일 터다.
정월 초하루면 전국의 해맞이 명소는 북새통을 이룬다. 목적지에 다다르기 전, 해가 중천에 떠올라 달리는 차에서 해맞이한 적도 있었다. 서기 2000년, 새 천 년을 맞아 해맞이 열기는 전국을 달구었다. 너 나 없이 석굴암으로, 동해의 호미골로 내 달았다. 남에게 뒤질세라 깨금발에 학의 목이 되어 동녘을 향하지 않았던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태양이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건만, 어리석은 군상群像은 하릴없이 분주하다. 해돋이 장소가 어디면 어쩌랴! 마음 중심이 중요한 것을.
천성암의 해돋이는 천혜의 명소이다. 암자는 모든 해돋이 손님에게 떡국을 보시한다. 따끈한 국물은 얼어붙은 육신을 녹여주고, "온 누리에 가득한 부처님의 자비를 알아 가자."라는 주지의 법문은 메마른 속뜰을 데워준다. 두둥실 떠오른 태양은 하산하는 중생의 머리 위에 골고루 뿌려대고 있었다.
첫댓글 존경하옵는 박기옥 회장님!
새해 인사에
경산의 공간, 경산의 사람, 경산 이야기를 많이 써 달라는 말씀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박기옥 회장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경산문협의 아름다운 행보를 위해 수고 많이 해 주세요^ ^
박회장님, 팔공산 천성암 정기를 받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해의 꿈들을 모두 이루시기 바랍니다.
천선암 천도 복숭아 효험을 받아 태어나신 우리 박회장님 올 한해 멋진 경산 문협이 될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너무 멋진 글 감사합니다
회장님의 신년 인사 말씀 !
천성암 해돋이에 밝은 태양을 받아
경산 문협이 더욱 알찬 발전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