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0.(토)
순천의 조계산의 늦가을 풍경을 구경하고 왔다.
새벽 3시 40분에 일어나 채비를 하고, 5시에 광역버스를 타고 6시 20분쯤 양재역에 도착했다.
희뿌연 안개와 미세먼지 속에 교통정보전광판에는 경부고속도로 수원까지의 구간이 벌써 정체라는 문자가 떴다.
조계산으로 가는 28인승 산악회 버스 2대가 도착했다. 체온 재고 QR코드 찍고, 지정된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버스는 예정대로 7시에 출발했다.
경부고속도로는 버스전용 차로 덕에 별문제가 없었으나, 여타 도로에서는 차량이 많아 예정 도착 시각보다 1시간이나 늦은 12시쯤 조계산 들머리인 선암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선암사 입구에 있는 아름다운 아치 돌다리 승선교를 감상하고 강선루를 지나 선암사 경내로 들어섰다. 이른 봄에 활짝 피어 선암사를 수놓았던 선암매(홍매화)는 잎을 다 떨어내고 내년 봄을 준비하는 듯 여백만 남겨놓고 있었다. 채움을 위한 비움을…….
경내를 천천히 둘러보고 조계산 정상인 장군봉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마애여래입상과 대각암을 지나 가파른 언덕길이 이어졌다. 날씨가 포근해서 땀을 많이 흘리는 산행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향로암터에서 잠시 쉬며 점심을 먹고, 오후 2시 조금 넘어 정상 장군봉(888m)에 도착했다.
몇 년 전에 왔을 때 있었던 작은 정상석 옆에 큰 정상석이 새로 세워져 있었다.
기념사진을 찍고 작은굴목재 쪽으로 하산을 시작하였다. 배바위를 지나 작은굴목재에 도착하여, 보리밥집으로 내려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보리밥집을 지나 송광굴목재(720m, 선암사와 송광사를 왕래하는 지름길)에 도착해서 잠시 쉬었다. 버스 도착이 늦어지는 바람에 주어진 산행 시간이 빠듯하여 천자암 구경은 생략하고 송광사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여기서부터 송광사로 이어지는 길은 경사가 급하고 돌이 많았다. 특히나 미끄럼의 정도가 가장 심한 참나무 낙엽들이 돌 위에 쌓여 있어서 조심해서 천천히 걸음을 옮겨야만 했다.
낙엽 밟는 소리를 들으며 걸음을 옮기다 보니 어느덧 송광사의 대나무숲이 나타났다.
송광사 옆을 흐르는 계곡물과 우화각, 육감정, 침계루의 풍경은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었다. 경내를 둘러보고 송광사 주차장에 5시에 도착하여 산행을 마쳤다.
간단하게 간식을 먹고 양치질을 한 후 버스에 올랐다. 예정대로 버스는 5시 40분에 출발하였다.
잠시 눈을 붙이다가 깨어 차창 밖을 보니 보름을 막 지난 둥근달이 휘영청 떠 있었다. 양재역까지 내내 둥근달을 바라보며 상념에 젖었다.
버스는 예상보다 빨리 양재역에 도착했고, 3100번 광역버스도 금방 연결되어 12시 직전에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산 고기만두를 안주로 해서 막걸리로 목을 축이며 오늘의 산행을 되짚어 봤다. 오늘 먹은 음식량이 적었기에 만두와 막걸리가 꿀맛이었다. 비움 뒤의 채움이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