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태백산의 정기를 받으러 가는 날! 태백산은 언제나 모란장만큼이나
사람 구경을 많이 하게되는 곳이라는 말에 올라가면서 꽤나 힘들겠구나 싶었습니다.
눈도 많이 내려 길도 좁아졌을텐데...
이에 우리는 산행경로를 반대편에서 오르기로 했지요.
결과적으로 제대로 된 선택이었습니다. 한가하게 우리끼리만 올라갈 수 있었으니까요.
석탄박물관을 들머리로 삼아 한가하게 올라갔답니다.
입장료가 있다는 사실은 산에 갈 때마다 꺼림직한 일이지만요.
눈은 많이 내린 것 같은데 햇빛이 강해서인지 눈꽃은 보지 못하고 나무 위에
쌓였던 눈이 떨어지며 흩날리는 구경을 하면서 올라갔습니다.
등판은 벌써 땀으로 흥건하게 젖어오네요. 추울줄 알고 잔뜩 끼어입고 왔더니만....
어쩔수 없이 옷을 하나 돌씩 벗기 시작했습니다.
봄산행도 아닌데 이렇게 땀이 많이 날줄이야...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시 중에 이런 싯구가 나온답니다.
먼데 여인의 옷벗는 소리~♪김광균 <설야> 옷 벗는 소리(?)는 못 들었지만
수많은 여인들의 옷 벗는 모습은 정말 많이 구경했네요. ㅎㅎ
오늘도 후미대장님과 후미에서 선선히 눈구경하며 올라갔어요.
아름드리 나무를 발로 차서 쌓였던 눈 떨어뜨리는 장난도 칠수 있네요.
그런데 웬일입니까? 절반도 못 온것 같은데 점심을 먹는답니다.
39명이 점심 먹을 수있는 날찍한 장소를 발견하고서 바로 식사대형으로
해쳐모였던 겁니다. 1000살 쯤 되는 멋드러진 주목아래 하얀 눈밭에 앉아
가끔씩 흩날리는 눈가루 맞으며 맛난 점심을 먹었답니다.
인터넷으로 구입한 비닐 천막을 처음으로 사용해 봤습니다. 칼바람이 불었더라면
더욱 진가를 발휘했겠지만 오늘은 4개 중 하나만 펴서 효과를 시험해 봤답니다.
효과는 만점이라고 하네요. 비가 오거나 칼바람이 불 때면 필수가 될 것 같네요.
오르막길이 다 끝나기 전에 점심을 먹어서 배낭이 가벼워졌습니다.
강원도 지방에 폭설이 내렸다길래 걱정했지만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햇볕 덕분에
편안한 산행이 되고 있습니다.
눈길을 걷는 것이 흙길을 걷는 것보다 힘들지만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눈산행을
즐기는 듯 합니다. 한줄로 된 길이었지만 그렇게 힘들지않은 능선이었지요.
동서남북 사방을 둘러보아도 산, 산, 산입니다.
마치 바다의 한 가운데에 온 듯한 느낌입니다.
앞쪽에서 단체사진 찍을거니까 빨리 오랍니다. 여태까지 명산(名山)에서 봐왔던
주목은 다 잊혀질만큼 최고의 주목을 만났습니다. 마치 용 한 마리가 꿈틀대며
하늘로 올라가는 듯한 형상이었지요.
파란 하늘, 초록 이파리, 하얀 눈 - 이렇게 세 가지 색깔이 만들어낸 작품이었지요.
단체사진을 찍던 곳에서 태백산 정상을 바라보니 개미보다 더 작은 사람들이
무더기로 보입니다. 정상 인증샷이나 제대로 찍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금세 도착한 태백산 정상, 바람 구경은 못하나 했더니 전부 꼭대기에 집합해
있었네요. 열어젖힌 옷깃 사이로 싸늘한 바람이 파고 듭니다.
빨리 인증샷 찍고 가야하는데 한자로 된 커다란 태백산(太 白山) 표시석에는
벌통을 향해 달려드는 벌떼들같이 엄청난 인원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정말 6.25때 난리는 난리도 아닐 정도였어요.
용케도 태백산 세 글자를 온전하게 배경삼아 찍으신 분들 존경스럽습니다. ㅎㅎ
최고봉인 장군봉까지 지나 하산을 합니다.
산행 중반부터 시작된 주목의 퍼레이드는 쭉~ 이어졌습니다. 그뿐입니까?
모두들 속으로만 고대하던 눈썰매 탈 수 있는 딱 좋은 눈길이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장비(?)를 챙기지 못했네요. 그래도 산신령님이 보우하사 자기들은
많이 탔다면서 엉덩이에 딱 맞는 비닐을 선물로 주는게 아닙니까?
겨울바다님과 저 싹수는 번갈아가며 소치 동계올림픽에 버금가는 엉덩이 예술을
하면서 내려왔답니다.
내려오는 도중에 매송 고문님이 다리에 쥐가 난 어떤 분을 도와주느라 시간이
좀 지체됐네요. 지름길로 내려가 겨우 우리 일행을 만났습니다.
눈썰매를 또 탈 수 있을까하고 비닐썰매를 들고 다니다가 송공산님 아내분께
바통을 넘겼습니다. 오우~ 그런데 한실력 하시더라구요. 쭉쭉 잘 내려갔답니다.
우리 팀이 거의 다 내려올 무렵...
아까 쥐났던 분이 불렀던 119구조대 차량이 올라갑니다.
분당 산사랑과 함께 꼬박 24번을 다녔지만 119 도움없이 안전산행을 했답니다.
모두 시산제 때 회원들의 정성을 담아 산신령님께 제를 올렸기 때문이 아닐까요?
(다음 달은 청계산 시산제입니다. 회원 여러분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날머리인 유일사 매표소에 도착하니 아우성님과 산토끼님은 왕고드름을
하나씩 들고 계셨습니다. 어디서 구하셨을까요?
집에 가져갈 수는 없지만 탐나더라구요.
회원님들은 아이젠을 벗으며 “휴우~ 살것같다!”라면서 한마디씩 하십니다.
모두 고생 많으셨어요. 이제 도루묵 찌개 먹으러 가지요!!!
작년 대덕산 야생화 산행때 왔던 태백역 근처 식당으로 가서 냠냠!!
솔매 회장님의 인상적인 건배제의 멘트 기억하시죠?
<술잔은 비우고 마음은 채우고 분당산사랑 전통은 세우고> 모두 크게 따라했답니다.
돌아오는 차 안,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큰 웃음을 선사하네요.
진짜 사나이라는 프로그램인데 <헨리>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등장해서 버스 안을
웃음바다로 만들었습니다.
가수 케이윌을 보고서 10대 소녀처럼 두손 모으며 해맑게 웃는 카라 총무님,
왜 해병대는 방송 안하는건지 궁금해하시는 진짜진짜 싸나이 소방차님,
오늘이 마지막회라며 <왕가네 식구들> 몇 시 몇 분에 꼭 좀 틀어달라는 쁘니님,
야관문주를 마지막 한방울까지 탈탈 털어 주시는 현주님,
산행의 시작부터 끝까지 카메라 셔터를 누르시는 작가님,,,,
돌아오는 버스안의 풍경은 대략 이랬습니다.
3시간 30분만에 분당에 도착할 수 있게 버스를 운전해주신 이정섭 기사님!
늘 고맙습니다. ~~
첫댓글 태백산에 다시온것 같네요 늘정갈하게
산행기 올려주시는 싹수님은 산사랑의
큰 보배입니다 한분도 낙오없이 안전산행에
감사드립니다 3월 시산제 잘준비해서
여러회원님을 모시겠습니다
태백산에서 봤던 풍경들 눈에 선합니다.
저는 왜 점심 먹었던 곳이 기억날까요?ㅎㅎ정말 좋았습니다.
태백산을 편하게 올라본것도 처음인것 같습니다. 당골에서 출발하여 아주 수월하게? 등산하고 산행기행문을 아주 자세하게 서술하셨네요. 다시한번 태백산을 종주하는 느낌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단결.
글 쓰면서 기억을 더듬어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ㅎㅎ 잊지못할 또하나의 추억이었습니다!!!
태백산은 갈때마다 다른 느낌!
이번의 문수봉이 또 그러네요. 거기서 본 함백산이~~
강원도 산들의 파노라마~~~행복한 산행이었습니다.
눈이 팍 트이는 그 순간!!!
수많은 주목들의 모습과 파란 하늘.... 참 좋았습니다.
눈산행의 대미를 태백산에서 잘 마무리했습니다~
10년전 정체가 아주 심했던 눈산행이 기억납니다~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도 사람 많다는 소리에 지레 겁먹을뻔 했지만 한적한 산행이 되었네요. 역코스로 올라간게 주효햇던 것 같습니다.
싹수님의 산행기로 태백산을 머리속에 그려봅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어째 뜸하시네요? 시산제때는 뵐 수 있겠죠?
다올님! 고맙습니다. 시산제 산행 때 뵙겠습니다. ^_^
먼데 여인의 옷벗는 소리 궁금해
김광균의 설야까지 검색하게 만드는 싹수님 산행기
수고하셨습니다
저는 가까운데서 옷 벗는 모습만 봤답니다.
ㅎㅎ
산행기쓰고 사진찍고
버스에서의 인원점검은
산악회에서
제일 중요한 일입니다.
수고하셨어요^^
멋진 산행 계획해주셔서 감사할 뿐입니다!!
싹수님 멋진 사진.멋진글 항상 감사합니다
뭘 별말씀을 ... 튼튼한 다리로 재무장하셔서 함께 산행해요!!
언제 읽어도 맛깔나고 현장감 생생한 싹수님의 후기 ..전 이제야 뵜네요~
저도 10여년전 쯤 태백산에서 일출 본 기억이 있는데~새삼 기억을 되살리게 하는 글이었슴다~
태백산... 정말 일출 볼만하겠더라구요. 사방이 뻥뻥 ~ 뚫려있으니...
멋진 나무도 많고 참 멋진 곳이었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