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볼일이 있어서 외무성에 다녀온 적이 있었습니다.
여러분들도 다 아시겠지만 태국 정부기관에 한번 가면 기다리고, 대기하는 시간이 많이 지체가 되지요.
기다리기 지루한 시간을 이것저것 기웃거리며, 뭔가 읽을 거리라도 없을까 하는데 한국과 관련한 소책자가 눈에 보이더군요
이름하여 '한국에서 싸바이하게 지내기 -유싸바이싸바이 나이 까올리' 였습니다.
앞,뒷면이 이렇게 생겼지요. 그런데 뒷면 아랫부분에 왜 6.25 때 사진을 넣었을까요?
남북간의 전쟁으로 우리가 어려웠울때 도와 주었다는 것을 아직도 생색내고 싶어서 였을까요?
어쨌거나 처음에는 한류 열풍을 등에 업은 한국관광공사의 관광안내 책자라고 생각을 했습니다만
머릿말을 보니 재한 태국대사관에서 발행된 가이드 북 이었습니다.
한국에 한국남편과 살며 영주를 목적으로 거주하거나, 직업적인 목적으로 단기간 거주하고 있는 태국사람의 수가 나날히 증가하고 있으나 피치못할 각자의 사정과 사연으로 대사관이나 한국 국가기관을 찾을때 언어적인 문제와 법률에 대한 이해와 지식의 차이로 인하여 많은 문제와 시간낭비가 있으니 제반사항을 미리 잘 숙지하라는 의미에서 발행을 했다고 합니다.
태국 대사의 이름이 티라꾼 니욤 이군요
대충 목차를 보니 '여권 만들기', '비자 연장', '교통사고가 났을때', '은행이용',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의 국적' 등 알아두면 좋을 만한 내용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주한 태국 정부기관 연락처, 태국인을 도와 줄 수있는 사회단체 및 기구 연락처 등도 뒷쪽 부분에 별도로 첨부 하였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했거나 하는 태국 사람들이 유창한 말로 저에게 말을 거는 것을 참으로 싫어합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저는 한국에서 몇년씩 힘들게 일하며, 경우에 따라 무시와 멸시를 참으면서 살다온 태국 사람들이 겁이 납니다.
떳떳한 그들의 태국사회에서 나약하기만한 외국인인 제가 해꼬지나 당하지 않을까 싶어서 입니다.
한번은 지방으로 놀러 간적이 있었는데 생전 처음보는 사람이 골목길을 지나가는 저를 보고는 "아저씨!, 아저씨!" 하고 부르는 겁니다. 짐짓 못들은척 하였지요. 바로 이어서 "아저씨!, 한국사람 이잖아요. 한국사람 안 이러잖아요?" 하며 재차 부르는 겁니다.
주변사람들이 다 저를 쳐다보았지요. 그들에게 모르는 외국말이 들렸고, 그곳에 외국인은 저 밖에 없었으니까요.
용기를 내어 인사를 하고, 그가 건네준 술 한잔 받고 잠시 이야기를 하고 헤어졌습니다. 주변의 태국 사람들에게 자신이 한국의 어느 동네에서 무슨일을 하였고, 돈을 얼마를 벌었고, 한국어에 어느정도 능통한지를 자랑하기에 바빠보였습니다.
유창하면서도 서툴게만 느껴지는 그의 한국어에 예의 없는 말이 툭~ 툭~ 하고 묻어 나올때는 열이 뻗치기도 하였지만, 그가 한국어를 배울 수 있었던 곳에서는 아마도 그정도 언어가 업무중에 일상적인 언어로 쓰였을것 같습니다.
주한 태국대사관에서 만든 가이드 북 에서도 제가 가지고 있던 느낌이 묻어나더군요. 왠지 "아저씨!, 아저씨!" 하고 부르는 듯한 . . . 그리고, 느껴지는 당황스럼움 . . .
제가 이상한 건가요?, 태국 대사가 재한 태국인들이 전철이나 잘 타고 다니라고 가이드 북을 만들었을까요?
가이드 북에서 몇가지 내용을 둘러 보겠습니다.
22번의 내용입니다. "폭행을 당했을때는 어떻게 해야하나요?"
대사관의 답입니다. 증거가 있어야 하기때문에 병원에서 진료과 진단서를 받고, 가해자의 특징과 신원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경찰에 신고를 하라고 합니다. 직접 신고를 할 수 없는 상태에 있을때는 외국인 도움 센터등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21번은 "경찰에 검거 되거나 수배가 되었을때 ~"
경찰을 통해서 대사관과 연락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합니다. 아주 절절하게 부탁을 하네요. 제발 연락좀 하라구요
14번 입니다. "한국 남편과 이혼을 한 사람이 한국에 더 머무를 수 있나요?"
한국인 남편과 결혼을 하여 법이 정한 일정 기간동안 한국에서 거주를 한 사람은 F-2 비자에서 영주비자인 F-5 비자를 받게 된다고 합니다. 영주비자를 받고나면 이혼후에도 한국에서 살수 있지만 F-2 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이혼소송(법적절차) 이 끝날때 까지만 F-2 비자를 연장 할수 있다네요
15번 입니다. "한국 남편에게서 신체상에 폭력을 당했을때"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이나 시설을 먼저 찾고, 112나 기타 상담소, 외국인 여성센터 등에 도움을 청합니다. 그리고, 신고를 하기위해서는 진단서나 진료기록, 상처나 구타흔적 사진, 폭행이 이루어진 장소의 사진, 구타시의 육성녹음, 증인 등이 필요합니다.
16번은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한국 남편의 폭력에 집을 뛰쳐나온 경우의 비자연장 관계"
집(신고된 거주지)을 뛰쳐 나오고나면 한국인 남편은 외국인 배우자의 가출 신고를 하게 됩니다. 신고한 후에도 집에 돌아가지 않으면 비자 기간이 다 되었을 때에서야 불법거주자가 되며, 한국인 남편은 신원보증을 취소하게 될겁니다. 라고 하네요
대사관에서는 이 이상의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는 없는 것인지 궁금하네요. 다소 감정적인지는 몰라도 묻는 말이 "하도 맞아서 도망 나왔어요~ ㅋ ㅋ" 하니까 "그럼 불법 체류자야~ ㅋ ㅋ" 라고 하는 대답이 대사관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인지 정말 의심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23번과 24번의 문항은 태국인이 한국내에서 마사지나 타투(문신)업을 하는 것에 대한 질문입니다.
23번 입니다. "한국 남편과 결혼을 하였는데 마사지 업을 할 수 있나요?"
아무리 한국 남편이 있다고 하더라도, 마사지 처럼 외국인이 할 수 없는 직종이 있습니다.
24번 입니다. "한국에서 타투 기술자로 일을 하는것이 적법한가요?"
한국에서의 문신 시술은 의료행위로 분류되어 있어서 관련허가가 필요합니다. 라고 답을 하네요
의심스러워서 인터넷에 검색했더니 문신이 유사 의료행위여서 미용원 등에서 행해지는 눈썹문신도 다 불법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눈썹문신을 하고 싶으면 가까운 의사를 찾아가 상의하여야 한다는 것이지요.
여기까지 해서 대충 이슈가 되고, 알만한 내용만 훑어 보는 것으로 이번 이야기를 마칠까 합니다.
다른 회원님들의 글에서도 보지만, 한국과 태국은 정말 많이 다른것 같습니다.
어느때는 답답해서 울화통이 터지지요. 소리 지르고, 욕을 해대고 쥐어박는 시늉도 하고 . . . .
그것도 태국 땅에서 말입니다.
그러는 동안 한국에서는 태국 배우자가 남편한테 맞는 일이 일어나고, 한국에서 일하는 태국인들에게 폭언과 폭행이 일어나고, 대사관에 진정 들어가고, 대사관도 머리 아프고 하니까 이런 가이드 북이 나오지 않았는가 싶습니다.
폭행 당했으면 사회단체에 도움 요청하고, 증거자료 준비해서 112 에 신고해라 라구요.
제가 너무 과하게 생각을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솔직히 창피합니다.
주한 태국 대사에게 창피하고, 외무성 전체 직원들에게 창피하고, 길거리에서 "아저씨!, 아저씨!" 하고 만나게될 모든 태국 사람들에게 창피합니다.
말을 하다보니 많이 우울하네요.
오늘 유인촌씨가 "경복궁 담이 낮아서 민비 시해 사건이 일어났다" 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아~ 오늘 하누만이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생각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정말 우울해집니다.
다음에 다른 이야기로 뵙겠습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았습니다
예 안녕하시지요?
감사합니다, 무슨 말씀을 드려야 진정이 되겠는지요?
저도 우울해지네요,,,,,,,,,,,,,,,,
예 결국 우리는 우리가 만드는 울타리 안에만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태국에서 말이지요 . . . .
감사히 잘보았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좋은글 잘봤습니다~
예 다음에 다른 글로 뵙겠습니다.
에쿠쿠...
저런 내용의 홍보책자가
외무성에서 제작되어 배포가 되고 있다니...
착찹하네요...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별에별 자료가 다 있군요
현실이지요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