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통(허리 통증)은 우리나라 인구의 80% 가량이 평생에 한번 이상 경험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허리가 아픈 것은 허리에 문제가 있기 때문으로만 생각한다. 요통의 모든 원인을 척추 이상에서 찾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허리가 아프다고 해서 모든 원인이 허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병원을 찾는 요통 환자 중에는 허리 이상이 아닌 내과나 외과,혹은 비뇨기과 질환이 원인인 경우도 의외로 많은 것이다.
특별한 척추질환이 없는 환자가 물리치료와 약물치료를 받았는데도 호전을 보이지 않는다면 내과나 외과 혹은 다른 질환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원인 질환에 대한 정확한 진단 없이 물리치료만 시행할 경우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즉 일단 허리 통증이 나타나면 정확한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장 질환 때문에 요통이 올 수도 있다〓내장 질환에 따른 요통은 순수한 허리 질환 때문에 생기는 요통과는 증상이 다르다. 척추 이상으로 생긴 요통은 대개 엉덩이나 다리까지 방사통을 수반하는 것이 보통이다. 다리가 저리거나 마비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허리 근육과 인대에 문제가 있을 때는 허리 전체가 뻐근하기도 하다. 하지만 옆구리 결림을 동반하는 요통이나 아랫배까지 통증이 미치는 요통이라면 일단 내과 질환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위가 아프면 요통도 도진다〓‘위가 아픈데, 웬 요통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위염 등 소화기 질환으로 오는 요통도 적지 않다. 만성 위염이나 위궤양 때문에 생기는 요통은 일반적으로 식후나 공복에 심하게 나타난다. 또 변비가 심할 때나 배변할 때 허리가 끊어질 듯한 통증이 찾아오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위궤양이나 위염 등을 치료하면 요통도 깨끗이 사라진다.
오른쪽 허리 부위가 아프면 간과 담낭, 췌장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췌장암과 같은 악성종양 때문에 요통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요통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점점 심해지는 게 특징이다.
◈월경전증후군 환자도 요통 자주 겪는다〓월경전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들 중 45% 정도는 요통을 호소한다.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보통 월경이 시작되기 며칠 전부터 허리가 뻐근해지기 시작해 하루 이틀 전에 심한 통증을 경험한다. 대부분의 경우 월경 시작 하루 이틀이 지나면 서서히 사라진다.
하지만 월경통이 전혀 없던 사람이 갑작스레 요통을 비롯한 월경통이 심해졌다면 자궁내막증이나 자궁근종을 의심해 봐야 한다. 자궁암도 요통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요통의 정도가 심하다면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기타 질환에 따른 요통〓요로 결석에 의한 요통도 전체 환자의 20%에서 나타날 만큼 흔하다. 통증과 혈뇨가 있는 게 특징이다. 옆구리와 하복부에도 통증이 나타난다.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구토와 식은 땀 같은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결석이 작을수록 통증은 더 심하다. 요로 결핵의 경우 10% 이상의 환자가 요통을 호소한다. 주로 혈액 덩어리나 죽어서 떨어져 나간 조직이 요관을 통과할 때 요통이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38도 이상의 고열이 나면서 통증이 허리 바로 위 국소 부위에 나타나는 데다 몸이 찌뿌듯하다면 신우신염에 의한 요통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통증은 그리 심하지 않다. 신우신염은 소변이 모이는 부위인 신우(腎盂)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하지만 열이 있으면서 허리 전체에 뻐근한 통증이 느껴진다면 독감이나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것일 수 있다.
윌스기념병원 박춘근 원장은 “요통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허리 통증이 2주 이상 계속되거나 반복되면 반드시 전문의의 진단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