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부산 영광도서 독후감 공모전 장려상 수상작
원칙·정의·양심이 살아 있는 세상을 꿈꾸며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손웅정 지음. 수오서재)’를 읽고-
남녀노소 빈부귀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대다수 사람은 무엇이든 빠르고 급하게 목적을 이루려고 노력한다. 공부도 빨리 하고 싶어 하고 취업도 빨리 하고 싶어 한다. 성공이든 출세든 최대한 빨리 달성해서 행복하고 편안한 삶을 누리려고 한다. ‘빨리빨리 문화’는 모든 대한민국 사람의 유전인자 내지는 생활양식이 돼 버린 실정이다.
그래서 빠른 발전이나 성공을 위해 갖가지 부정이나 편법을 동원하거나 이런저런 꼼수를 부리기도 한다. 심지어 목적 달성을 위해서 만인이 지탄하는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그릇된 풍조가 만연해 있다. 무슨 수단이나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일단 성공하거나 출세하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는 세상이 돼 버렸다고나 할까? 이런 세상에서 원칙이나 정의나 양심을 내세우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나이 이순을 갓 넘긴 나도 지금껏 이런 세태에 뒤쳐질까 싶어서 늘 안달복달하며 살아왔다. 어떻게 하면 남보다 더 잘 살까, 어떻게 하면 남보다 더 빨리 성공할까 노심초사하며 살았지만 괄목할만한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그저 4인 가족의 평범한 가장이자 지극히 보통의 갑남을녀로 살고 있다. 능력과 지혜가 부족한 나에게 있어서 성공의 잣대인 재력이나 권력, 명예를 얻는 것은 하늘의 무지개를 잡으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나는 거짓이나 꼼수를 부릴 위인도 되지 못하지만 설혹 그런 거짓이나 꼼수를 부려가며 성공했다손 치더라도 늘 불안이나 초조에 사로잡혀 살 것이 뻔하다. 그래서 성공해서 그런 불안과 초조에 휩싸여 살기보다는 조금 미흡하더라도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오히려 마음이 편할 것 같기에 세상에 잔꾀 부리지 않고 묵묵히 내가 맡은 일에 충실하며 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지금도 변함없이 그런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데 얼마 전에 내 마음을 강력히 사로잡는 책을 한 권 접하고는 더욱 성실하고 정직한 자세로 기본에 충실하자는 마음가짐을 지니게 됐다. 대한민국 축구 선수로 명성을 떨치는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이 쓴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라는 책이다.
두루 알다시피 지은이 손웅정은 대한민국의 전 축구선수 출신이면서 지금은 축구 지도자이다. 부상으로 축구 선수를 은퇴한 뒤에 생계를 위해 일용직, 막노동 일을 찾아 하면서도 축구만 생각한 지은이는 자신의 부끄러운 실력을 되새김질하며 ‘기본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축구 선수에게 가장 중요하고도 필요한 것은 기본기와 인성이라고 생각하며, 꾸준하고 끈질기게 노력하고, 감사와 존중의 마음을 지니며, 겸손하고 성실한 태도를 갖출 것을 강조해 왔다.
그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해서 두 아들의 축구를 직접 지도했고, 유·소년 축구 교육 센터 ‘손축구아카데미’를 설립했다. 배우는 사람보다 가르치는 사람에 대한 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지금도 독서와 운동, 훈련 프로그램 개발에 힘쓰며, 축구선수 아들을 보살피는 일에 더욱 정진하고 있다.
지은이는 책에서 축구선수로서의 삶과 아버지로서의 삶, 지도자로서의 삶을 잘 드러내고 있다. 늘 지은이는 ‘겸손하라. 네게 주어진 모든 것들은 다 너의 것이 아니다’, ‘감사하라. 세상은 감사하는 자의 것이다’, ‘삶을 멀리 봐라.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는 것이 좋다’는 철학을 강조한다.
손흥민 축구 선수의 아버지이자 축구 지도자로서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는 손웅정 감독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삶의 본질이나 기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축구 선수로 뛰던 자신의 경험을 되돌아보며 자신처럼 하면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자식인 손흥민 선수를 직접 교육했고, 늘 기본기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웠다.
축구에서 기교나 실력을 가르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선수로, 바른 품성 갖춘 사람으로 길러야 한다고 믿었다. 손웅정의 교육 방향이나 삶의 방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며 열띤 호응을 불렀다.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 최초로 자신 삶의 이력이나 평소 품은 삶의 가치관을 담담히 풀어놓았다.
어린 시절 가난도 막을 수 없던 축구에 대한 의지, 축구를 잘하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를 담금질한 시간들, 프로선수 시절과 은퇴 후 녹록하지 않던 시절 이야기, 아들에게 축구를 가르치며 연구하고 개발한 훈련법들, 손흥민 선수와 함께 독일과 영국에서 생활하며 쌓아온 생각들을 펼쳐 놓았는데 진솔한 삶의 이야기에 저절로 감동이 일어난다.
평생을 살아오며 책에게 받은 은혜가 굉장히 컸다는 손웅정 감독은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고 실토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보면 지은이의 축구나 교육, 혹은 삶의 철학을 엿보게 돼 삶의 처세술 내지는 미래로 나아가는 이정표로 삼을 수 있다.
세상이 온갖 꼼수나 비리로 얼룩진 것 같아도 이처럼 사회 곳곳에서 기본에 충실하며 원칙과 정의와 양심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이 아직은 많아 보인다. 그래서 세상은 바른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원래 세상은 좋은 소식은 잘 드러나지 않고 나쁜 소식은 과장해서 드러나니 세상이 온통 흉흉한 것처럼 보일 뿐이다.
중국의 사상가 노자는 도덕경을 통해 ‘천망회회 소이부실(天網恢恢 疎而不失)’이라고 설파했다. ‘하늘의 그물은 굉장히 넓어 엉성한 것 같지만 선한 자에게 선을 주고 악한 자에게 벌을 내리는 일은 조금도 빠뜨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늘엔 인간 세상사를 걸러주는 망이 있고, 그물코가 넓고 커 성긴 것 같지만 놓치는 법이 없어 악행은 반드시 언젠가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의미다.
요즘 뉴스를 보면 우리나라는 위로는 위정자로부터 아래로는 일반 국민에 이르기까지 온갖 부정부패가 극심해 보인다. 위선과 범법이 활개를 치고 죄 지은 사람이 되레 큰소리치는 희한한 사회로 변질돼 있다. 모든 사람이 기득권이나 이기심을 내세우고 선공후사의 공동체 의식은 사라지는 판국이다.
‘상탁하부정(上濁下不淨)’이란 말처럼 윗물이 흐리니 아랫물이 맑을 수가 없다. 지도층이나 고위층에게서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란 말은 이미 실종돼 버린 느낌이다. 그러니 일반 국민들도 법규 준수를 우습게 알고 양심을 저버리는 행위를 다반사로 한다.
우리나라가 후손대대로 올곧게 유지되고 오래도록 평화와 번영을 누리려면 원칙, 정의, 양심이란 기본적인 가치관을 제대로 갖추고 살아야 한다. 아무리 급해도 바늘 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수는 없다. 기본적인 윤리 규범을 무시하고 성공이나 출세를 위해서 속도나 효율만 중시하다가는 언젠가는 결국 탈이 나고 마는 게 세상사 이치다.
모든 세상 일은 기본이 중요하다. 기본을 소홀히하고 과정을 무시하며 성과 위주로 얼럴뚱땅 일을 처리하다가는 사상누각이 돼 허물어진다. 기본을 등한시하는 빨리빨리 문화 때문에 우리나라는 교통사고나 안전사고 등 여러 재해나 사건사고가 빈발해서 국가 경쟁력마처 추락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모든 사람이 조금 늦더라도 기본에 충실한 삶을 살아야 한다. 원칙이나 정의나 양심을 팽개치고 결과만을 우선시하다가는 날개 없이 추락하게 될 것이다.
대통령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정신무장을 제대로 해서 원칙과 정의와 양심의 물결이 사회에 도도히 흐르도록 해서 대한민국이 지구촌 선도국가로 영원히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규정을 지키고 양심대로 살면서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한국을 부러워하는 유토피아로 만드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의무요 사명이지 않을까 싶다. <가천초교 30회 졸업 박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