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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데코레이터 이명박: 청계천 복원은 일렀고 도심 개발은 틀렸다 김진애 도시건축가, 서울포럼 대표 청계천 복원은 찬성, 시행 방식은 반대 대세가 정해졌을 때 또한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을 때 특정 사업을 반대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게다가 ‘반대해도 별 소용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반대할 때처럼 맥 빠지는 일이 없다. 2003년 7월 1일 착공 예정된 청계천 복원 사업이 그러하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2005년 10월 완공되고 나면 서울의 자산이 되고 시민이 사랑해주어야 할 사업을 비판하기란 난망하고 또 민망한 일이다. 청계천 관련 개발 비리 사건이 터져서 아무리 실망스럽고 우려스러워도 말이다. 그러나 앞으로 유사한 상황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서, 서울뿐 아니라 모든 도시들의 시장이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도시 마인드를 갖게 하기 위해서, 또한 여론을 리드하는 언론의 자세를 다잡기 위해서도 청계천 사업의 전후 정황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나는 ‘청계천 복원’ 자체를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2002년 이명박 시장 후보의 ‘청계천 복원 공약’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정치공학적인 공약이라고 폄하했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도시에 대한 비전 제시란 선거에 임하는 후보라면 꼭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과연 이 사업이 되겠나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못할 이유가 없다. ‘청계천 복원’은 ‘복개도로라는 공공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업이므로 오히려 단순한 일이다. 민간의 땅을 사야할 필요도 없고 지난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야 하는 도시계획 사업도 아니다. 예컨대, 이명박 시장이 벌린 또 다른 거대 사업인 ‘뉴타운’의 경우에는 20여 개 지구 지정을 했지만 추진이 영 부진하지 않은가. 청계천 개발처럼 공공 도로상에서 일어나는 사업은 ‘땅 소유권’ 문제가 걸리지 않기 때문에 민원을 잠재우고 여론만 등에 업으면 오히려 어렵지 않은 일이다(그리고 보니 청계천뿐 아니라 시청 앞 잔디광장, 숭례문 광장, 버스전용 중앙도로, 뚝섬 숲 등 이명박 시정부가 자랑하는 사업들이 모두 공공 공간 위에서 일어났다). 청계천 복원 자체에 반대할 시민이 과연 누가 있을까? 다만, 제대로 해야 하고 신중해야 할 뿐이다. 청계천 사업은 그 자체 이상으로 주변 도심 지역에 대한 영향력이 엄청난 사업이기 때문이다. 착공 당시 청계천 사업에 대한 신중 반대 논리는 여섯 가지였다. 1. 사대문 안 도심 계획을 제대로 세우라. 2. 주변 상권과 도심산업 지원책을 만들라. 3. 공사 중, 공사 후 교통 계획을 제대로 세우고 하라. 4. 출토될 문화재를 제대로 복원하라. 5. 눈으로 보는 복원이 아니라 진짜 생태환경 복원을 하라. 6. 멀리 보고 천천히 하라. ‘불도저’에 깔려버린 여섯 가지 신중론 이 모든 논리는 ‘불도저 추진’ 앞에서 어느 하나 소용없었다. 역순으로 하나하나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뜻은 좋지만, 계획 세우는 데 몇 년 걸리더라도 길게 보고 하라”는 전문가들, 하다 못해 서울시가 초청한 해외 전문가들의 조언조차 묻혀버렸다. 선진 도시의 경우에 이 정도 사업이면 계획에만 몇 년 걸린다. 이명박 시장이 영감을 받았다는 보스턴의 ‘빅 딕 프로젝트(도심을 에워싼 고가도로를 허물어 지하화 하고 지상을 공원으로 조성)’는 계획에 10년, 공사에 10년이 걸렸다. 우리 사례에서도 제주시의 산지천 복원은 불과 700여 미터 남짓한 복원이었는데, 계획과 여론 수렴에 4년이 걸리고 공사에 2년이 걸렸다. 5.2킬로미터 청계천의 계획 1년, 공사 2년의 초고속 개발이 과연 자랑할 거리이기만 할까. “자연생태 복원은 불가능하다. 청계천은 워낙 건천(乾川)이었다. 그러니까 한강 물을 끌어 쓰고 지하철에서 나오는 지하수를 쓴다”는 것이 서울시의 주장이었다. 그런데 워낙 건천이라면 왜 물길을 복원해야만 할까. 북악, 인왕산 등 청계천 상류부터 제대로 생태 복원을 할 것을 환경전문가들이 권유했고 인공적인 물길 조성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서울 한가운데 어항과 같은 인공 물길을 만들어 하루에 12만 톤을 흘려보낸다. 광교 동아일보사 앞에 만든 인공 폭포에서 쏟아지는 물은 인공의 냄새가 물씬 나는 대표작이다. ‘문화유산 보전과 복원을 잘 하겠다’는 구두 약속을 어쩔 수 없이 믿었지만, 공사 중 문화유산이 대거 발굴되는 기쁨도 잠깐이었을 뿐, 청계천시민위원회의 ‘문화유산 제대로 발굴, 보전, 복원’ 요구와 ‘공사 신속 추진’을 주장하는 서울시와의 갈등이 생겼고, 시장과 추진본부장에 대한 문화재 훼손에 대한 고발과 일부 구간에 대한 공사 잠정 중단이 일어나기도 했다. 결국 광통교, 오간수문, 호안 석축, 수표교는 제대로 복원이 안 되었고 남아있던 호안 석축이 훼손되었다는 문제도 넘어가버렸고, 시민위원회에서 우려했던 대로 청계천의 문화유산 모습보다는 이국적인 모습으로 설계되고 시행되었다. 심각한 교통 문제에 대해서 서울시는 ‘오히려 교통을 불편하게 하는 게 좋다’는 논리로 맞선 셈이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 속에서 교통 불편 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은가 하는 분위기가 있었을 정도다. 14개 차선이 4개로 줄어드는 것을 감수했으니 놀랍다고 해야 할까. 당시에는 사대문 안을 일방체계로 바꾸겠다는 의욕이 가득했던 시절이었다(이 계획은 버스체계 개편과 시청 앞의 보행광장화 이후 슬그머니 사라졌다). 결국 양쪽에 2개 차선을 남기고 일부 조업주차를 허용했지만, 공사 후에도 청계천 상인들은 교통 문제에 시달릴 것이다. 10만 주변 상인들만큼 고생한 사람들이 있을까? 땅주인들은 그나마 땅값 오르거나 향후의 개발 이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90% 이상이 임대인 이 지역에서 상인들은 권리금 하락과 수입 격감으로 허덕였고 많은 사람들이 떠났고 하물며 자살 사건도 있었다. 서울시는 문정동에 물류유통지구를 조성해준다는 약속을 제시했고, 노점상들에게는 동대문운동장에 임시로 명물시장을 만들어 주었으나, 청계천 사업이 끝난 후 다시 기존 상권이 살아날 것인가는 의문이다. 청계천 1-2가 근처의 이미 재개발된 업무 지역 근처와 상대적으로 고급 상권인 동대문 패션 시장은 새로운 붐을 기대하고 있으나, 청계천 3-4-5-6-7가의 산업과 청계천 복원은 물과 기름의 관계처럼 그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핵심 문제는 역시 도심의 초고층 고밀 재개발 문제다. 청계천 복원이 자칫 초고층, 고밀, 주상복합 재개발의 신호탄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는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 서울시는 2004년에 대폭 규제완화를 했다. 2000년 세웠던 도심부관리기본계획의 최대 높이 90m, 기본 용적률 600%(조건부 최대 800%) 원칙을 최대 높이 110m, 기본 용적률 800%(조건부 1,000%)로 변경을 한 것이다. 2004년 5월경에 반대가 강하자 도시계획위원회는 결정을 유보했다가 몇 달 뒤에 슬그머니 통과를 시켜버렸다. 전형적인 위원회 운영 악용 방식이다. 그것도 아파트를 짓는 주상복합 비율이 높을수록 높이와 용적률 완화를 더 해주도록 했다. 분양용 주상복합을 지을 수 있다는 기대에 힘입어 현재 약 8만 평의 8개 지구들이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비리 사건이 불거진 을지로 2가 사업은 ‘전략지역’으로 지정되어 더 많은 인센티브를 받았고, 당초의 업무 용도를 주상복합으로 용도 변경하기도 하였다. 이 모든 과정에 이명박 시장의 불도저 같은 소신과 그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총대를 멘 참모들이 있었다. 착공 전 양윤재 당시 청계천복원추진본부장은 고가도로가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고 ‘안전 위협’을 들고 나왔고 2003년 7월 착공을 자신이 이명박 시장에게 강력히 건의한 것이라고 총대를 멨으며, 문화재 발굴과 보전에 시간을 더 쓰자는 시민단체의 요청에 대해서 주변 민원을 고려할 때 시공을 빨리 추진해야 한다고 강변을 했다. 그 와중에 도심재개발계획 변경을 주관한 주체가 제2부시장 양윤재였고, 심의를 맡은 도시계획위원회의 위원장도 그였다. 시민단체의 강한 반대와 수많은 잡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시장이 양윤재 청계천사업추진본부장을 부시장으로 발탁한 것도 청계천 추진과 주변 개발의 추진에 부시장의 역할을 기대했기 때문이었을 것을 추측하기란 어렵지 않다. 이렇게 착공 전에 수많은 문제가 제기되었고, 공사 중에도 수많은 문제들이 노정되었고, 또한 설계상의 여러 문제가 노정됨에도 불구하고 왜 이명박 시장은 왜 그렇게 정열적으로 밀어붙였을까, 어떻게 높은 지지를 받았을까, 왜 많은 문제 지적들이 묻혀버리기만 했을까? 불가사의한 일이기조차 하다. 그 이유로 다음 세 가지를 짚어보자. ‘이미지 플레이어’ 이명박, ‘도시 데코레이터’ 이명박, ‘개발사업 파워 브로커’ 이명박.
이미지 플레이어 이명박: 압도적 찬성 여론을 띄운 언론의 힘? 청계천 사업의 조기 착공이 가능했던 것은 물론 선거 공약이었던 점도 있었지만 압도적인 찬성 여론과 이를 띄워준 주요 언론사들의 역할이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청계천 복원에 찬성하십니까, 반대하십니까?” 하고 물으면 어느 시민이 반대한다고 하겠는가. 당장 불편을 겪을 청계천 주변 사람들 외에는 찬성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이런 여론 조사 주체는 서울시와 주요 언론사들이었고 70~80%를 상회하는 찬성 의견은 이들의 추진을 더욱 공고히 하는 데 이용되었다. 탁월한 이미지 플레이였던 셈이다. 이런 호의적 상황에서 ‘청계천 복원’이라는 이미지 높은 작명 덕분에 ‘진정한 복원이 아니라 인공 조경’이라는 사실도 묻혀 버렸고, ‘생명 복원’의 사상적 논거를 제시한 작가 박경리 선생의 철학도 이미지 플레이의 수단이 되어버렸다. ‘교통 대란 없다’고 관대하게(?) 넘어갔고, 문화재 문제도 묻혔고, 주변 상인들의 생계 문제도 묻혔고, 도심 재건축 문제도 묻혀 버렸다. 이명박 시장에게 정치적 타이밍 운도 따랐던 셈이다. 한참 계획이 진행되었던 2002년에는 월드컵 거리응원 참여를 체험한 시민들이 ‘우리 도시도 좀 근사해져야겠다’는 붐이 불었던 때인 데다, 2003년에는 참여정부의 등장에 따라 그 대항마로서 야당 서울 시장의 효과적 추진을 화려하게 조명하고자 하는 주요 언론의 의도도 작용했다. 청계천 사업을 이명박 시장의 성공적 상징 사업으로 띄워준 셈이다. 물론 꼭 주목해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 수많은 시민들의 압도적 찬성이다. 우리 도시 환경에 얼마나 실망을 하고 있으면 그렇게 찬성을 많이 하였겠는가. 비록 이명박 시장의 이미지플레이에 악용되기는 했지만 시민들의 마음속 욕구에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도시 데코레이터 이명박: 그림 좋고 사진 발 잘 받는 게 좋다? 그러나 이명박 시장의 한계라면 바로 이런 시민들의 깊은 욕구를 ‘데코레이터(장식가)’ 수준으로 포장해버린 것이다. 구조적이고 심층적인 문제는 뒤로 한 채 어떻게 그림이 되는가, 어떻게 사진이 잘 찍히는가에 가장 관심이 있는 데코레이터. 청계천이 결국 ‘환경, 역사, 문화의 복원’이 되지 못하고 ‘인공 조경 사업’이 되어버린 것도 이 장식가 마인드 때문이다. 잘사는 것을 눈으로 과시하고 싶어 하는, ‘졸부 콤플렉스’라 해도 좋다. 실제로 이명박 시장의 청계천 조감도는 상당히 눈속임이 있다. 그림이 가지는 근원적인 눈속임이기도 한데, 청계천 폭이 그리 넓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를 감추는 것이었다. 물길이 그렇게 넓지도 않거니와, 깊은 수직 벽의 문제도 있고, 청계천 양변의 도로 특히 보행도로는 걷기 힘들 정도로 좁다. 청계천 물길을 만들려고 기존의 보행도로 폭을 줄여버린 것은 아주 불행한 일이건만 일반 시민들은 대체로 모르고 넘어갔다. 청계천은 꽤 깊어서 그리 기분 좋은 경험이 아니다. 하류로 내려갈수록 깊어지는데 수직을 이루는 축대 벽을 아무리 세계 유일의 가장 긴(?) 벽화로 장식한다고 해도 본질적인 문제를 가릴 수는 없다. 청계천은 폭이 좁고 깊어서 바로 길옆에서는 별로 느낄 수 없고, 청계천으로 내려가거나 혹은 고층 건물 위에서 내려다 볼 때 효과가 있을 뿐이다. 다른 설계 대안들도 많이 제시되었건만, 결국 ‘토목+장식’이 되어버린 것은 이명박 시장의 취향 덕분이다. 동아일보사 앞의 청계천 광경은 폭도 넓고 깊이도 깊지 않아서 TV나 사진 한 장 배경으로 자주 등장할 터인데, 바로 그 사진이 이명박 시장에게 가장 중요한 것일까? 시청 앞 잔디광장의 이벤트 행사가 그러했고 숭례문 광장 준공식 사진이 그러했다. 하기는 청계천 준공식을 위해 18억을 배정할 정도이니 사진 한 장은 무척 중요하긴 할 것이다. 개발사업 파워 브로커 이명박: 크게 노는 싹쓸이 대형 개발이 좋다? 이명박 시장의 한계는 그의 신개발주의 이념과 비전의 한계다. 즉 기존의 경제 활동과 사람들과 유통 메커니즘이 복잡다단하게 얽혀있는 기존 환경을 ‘싹쓸이’하고 ‘크게 노는 개발 사업’을 선호하고 그 앞길을 훤하게 터준다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고 강변을 하지만, 그만큼 도시 경제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립서비스일 뿐이다. 청계천 사업이 진행되면서 기존의 도심 경제 활동을 죽인 것은 물론, 앞으로도 발붙이기 어렵게 만들었다(뉴타운 사업도 동일한 개발 논리다. 초대형 뉴타운 지구가 지정되면서 대형 개발업자의 활동은 늘었을지 몰라도 기존 주민들의 영세하지만 사슬처럼 일어나는 활발한 경제 활동은 아예 죽여 버려서 지역 민생 경제를 피폐하게 만들고 결국 쫓겨나게 만드는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거리의 ‘민생 경제’가 어려웠던 데에는 청계천 사업, 뉴타운 사업 같은 대형 사업이 초래한 바 크다). 청계천 사업은 결국 청계천 연변의 현재 도심형 산업은 쫓아내고 고급, 고밀, 초고층 재개발이 일어날 것을 상정하고 있다. 세운상가 재개발을 서울시 주관으로 급속히 추진했고(역시 양윤재 부시장의 역할이 컸다), 왕십리 뉴타운 사업도 그러했다. 문제는 이것이다. 사대문 안을 초고층으로 채울 것인가. ‘도심공동화’가 문제된다고 ‘주상복합’이 필요하다는 것은 개발 촉진을 위한 편의적 발상일 뿐이다. 도심의 한정된 땅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단견이고, 서울도 2~3만 불 시대를 대비하려면 지금 당장 분양 잘 되는 사업을 촉진하기보다는 미래의 서비스 산업 성장에 대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주상복합 위주 개발에 인센티브를 주고 재개발을 촉진시키는 일은 개발경제 시대의 파워 브로커를 키우는 결과만 된다. 실제로 ‘저질 파워브로커’가 되어버린 양윤재 부시장의 행보가 그러했으며 개발 시대의 첨병으로 살아온 이명박 시장은 자신도 모르게 새로운 신개발주의의 파워브로커가 되어버린 것이다. 기업인이라면 모르겠거니와 잘못된 시장(市場)의 폐해를 예방, 교정하며 공공성을 지키는 공인으로서의 균형 감각에는 영 문제가 있다. 청계천 사업은 서울 발전에 약보다는 독이 되었다 안타깝게 말하자면, 이명박 시장의 상징 사업인 청계천 사업은 서울의 발전에 약보다는 독이 되었다. ‘자연의 복원, 역사의 복원, 문화의 복원’이 되었더라면, 주변의 기존 상권을 좀 더 세심하게 챙겼더라면, 예상되는 주변 개발 압력을 공공의 입장에서 제어할 수단을 만들었더라면 서울의 발전에 그야말로 약이 되었을 터인데, 안타까운 일이다. 청계천 복원 사업의 화려한 광채에 끌려서 서울시가 유사한 사업들에 에너지를 쏟아 온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사실 경영인 출신 이명박 시장은 서울 시정을 훨씬 더 잘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대기업 CEO 출신으로서 일자리 창출, 새로운 서비스 산업 육성을 통한 성장 동력 창출, 다양한 섹터의 경제 활동을 네트워킹 하는 일, 유통 구조를 개선하는 일 같은 중요한 구조조정 업무에 집중할 것을 기대했었는데 말이다. 불행히도 이명박 시장의 성향 탓인지 또는 그 주변에 양윤재 부시장 같은 개발 참모를 둔 탓인지 모르겠지만, 전형적인 ‘업자 교수(교수의 지위를 이용해서 이권을 챙기는 것을 일컫는 말)’에게 권한을 준 것이나, 금전 로비가 오가는 전형적인 개발 비리를 방치하고 연루될 수밖에 없는 옛 관행을 다시금 꺼내게 만들었으니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이라도 두 가지 정책 사항을 서울시에 권하고 싶다. 첫째, 청계천 주변 도심계획을 다시 점검해보라는 것이다. 높이와 용적률 상향 그리고 주상복합 인센티브 제공을 한 규제 완화가 정말 로비에 의한 것이 아닌지 체크하고 이것이 정말 도심의 미래를 위한 방향인지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사대문 안의 한정된 땅이 ‘사유화된 용도’로 사용되지 않고, 새로운 경제 활력과 일자리를 만드는 용도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방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그동안 내가 주장해오기도 했고 지금도 주장하는 것은 도심의 경우 주상복합의 아파트 비율은 일정 한도로 내리고 상업 개발의 경우에 인센티브를 더 주어야 한다. 상업 개발은 일자리 창출에 중요할 뿐 아니라 경제 활력을 높이는 공공성이 있고, 상대적으로 수익구조를 만드는 것이 어렵고 투자회수 기간이 길기 때문이다). 둘째, 영세해 보이는 청계천 주변 경제 활동을 현지에서 업그레이드하는 공공개발을 진지하게 고안하라는 것이다. 공구점, 인쇄업, 컴퓨터 산업들을 꼭 도심에서 퇴출시켜야 하는 법은 없다. 최첨단도시 뉴욕에도 초고층 건물 바로 뒤에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싼 제작생산지구들이 있다. 실리콘 앨리(alley, 골목)라고 불리면서 말이다. 보스턴의 ‘빅 딕’ 바로 옆에서도 재래시장이 열린다. 도쿄 도심에도 전문 공구점이 입주한 고층 건물이 영업을 한다. 청계천 인공 조경사업에 들어간 돈(전체 약 6,000억 원)이면 차근차근 영세산업을 업그레이드하는 공공개발을 벌릴 수 있다. 공공이 나서서 개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위대한 시장’보다 ‘뜨는 시장’이 되고 싶었던 이명박 시장 여하튼 청계천 사업은 여러 가지로 유감이다. 실적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건설경영인 출신의 이명박 시장의 의지, 환상적인 조감도와 사진발과 화면발 잘 받는 그림을 찾는 미디어, 2003~4년의 정치 상황에서 주요 언론들의 노골적인 이명박 시장 띄우기 전략, 그리고 진정한 복원을 그렇게 바라면서도 결국 화려한 이미지 플레이에 속은 시민들. 이런 와중에 실제적인 도시 환경을 만드는 데 긴요한 ‘별 재미없고 눈길 끌지 못하는’ 사안은 뒷전에 머물렀고 그런 와중에 의사 결정 과정을 독점한 부시장의 비리 사건도 일어난 것이다. 다음은 청계천 사업 착공 당시에 내가 썼던 칼럼을 발췌한 것이다. 청계천 복원 비전의 공약을 통해 당선된 이명박 서울 시장은 그 대장정을 위한 ‘서울 도심의 삶의 질과 경쟁력 계획’을 확정하고 그의 임기 동안 착실하게 기반을 닦았다. …… 첫째, 서울 도심형 유통제조산업의 미래를 열었다. …… 둘째, 도심의 친 환경 개발을 위해서 용적률을 지키고 청계천 연변의 높이를 유럽형으로 낮추고 …… 셋째, 도심의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고 …… 넷째, 천문학적 경비 소요를 감안하여 도래할 2만 불 시대에 청계천 복원을 착수하고 중앙정부의 지원을 확보함과 아울러 서울시의 예비비를 비축했다. 이명박 시장은 정책의 연속성을 이루기 위해 ‘시민투표’를 통해 모든 계획을 확정했다. …… 그는 기다릴 줄 알고 준비하며 미래를 연 위대한 시장이었다. - 「청계천 복원은 일렀다」, ꡔ한국경제신문ꡕ, 2003년 7월 6일. 이렇게 되었으면 오죽 좋았을까. 이명박 시장은 ‘위대한 시장’이 되는 것보다는 ‘뜨는 시장’이 되고 싶었던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