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원에 그리움이 흐르고
임 해량
나는 일 끝나고 단풍이 지기 전에 수원 효성공원 월화원에 왔다.
월화원은 효원공원 안에 있는 1,820평 규모의 중국 전통 정원이다.
2006년 4월 17일 개장한 이 정원은 중국 노동자들이 광둥지역의 전통 건축양식을 되살려 조성하였다고 했다.
효성 공원에 들어서니 나뭇잎이 비단같아 눈이 부셨고, 바람에 나뭇잎 떨어져 공원 바닥이 낙엽 방석을 깐듯했다.
중국 노동자들이 월화원을 세웠다는데 놀러 나온 사람들은 대게 수원의 황혼 부부와 젊은 아베크족들이었다.
요즈음은 노부부가 다정히 다니는 모습이 신비로워 보였다.
아마 월화원을 세운 목적은 중국의 광동 지역을 알리고 우리나라와 화합하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팡이를 짚은 나이 지긋한 중년 여인이 사진을 찍는 모습을 지나는 사람들이 힐긋힐긋 쳐다보았다.
큰딸이 필리핀에 있을 때 초청해서 작은딸과 같이 갔을 때 일이다.
열흘 동안 필리핀을 여행했는데도 그곳 사람들은 나를 조금도 차별 없이 한결같이 대했다.
우리나라 사람들 눈빛같이 흘끔흘끔 쳐다보지 않았고 그들의 눈빛에는 정겨운 미소만 전달됐다.
나는 월화원에 단풍과 소나무가 어우러진 곳의
돌 위에 앉아서 나를 사이에 두고 아름다운 배경을 찍으려 핸드폰을 이리저리 맞추고 있는데
지나가던 젊은 새댁이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다.
나는 너무 고마워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녀는 친절하게 사진 두 판을 찍어주고 환하게 웃어주고 갔다.
나는 고마운 이의 향기를 받아 가볍게 일어나 월화원 쪽으로 향했다.
월화원 둘레에 단풍이 물들어 꽃처럼 고왔다
그 아래로 장미 나무가 있는데 빨간 장미꽃 몇 송이가 날 반겨줬다.
그리고 내 바로 앞에는 노란 국화꽃이 예쁘게 피어 웃어주었다.
핸드폰에 담고서 한참을 바라보며 어렸을 때 고향 집에 소녀의 상처를 만져준 친구 국화가 몹시도 보고팠다.
사람들은 대게 꽃을 좋아하면서도 친구처럼 대화는 않지만 나는 외로울 때 꽃들과 속엣말을 줄줄이 쏟아냈다.
그렇다고 친구가 없는 게 아니지만
오늘같이 혼자 나온 날은 더 그렇다.
나는 국화와 입맞춤하고 월화원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저기서 연못과 대나무의 멋진 풍경을 핸드폰에 담기도 하고 사랑하는 연인을 찍어주기도 했다.
나는 연못 앞에서 싱그러운 대나무의 살아있는 잎사귀를 찍었다.
연못 속에는 빨간 작은 잉어가 놀다가 놀랬는지 도망을 쳤다.
물속으로 헤엄쳐가는 물고기의 모습이 너무 앙증맞아서 한참을 바라봤다.
붕어와 잉어도 잡히지 않으려 격렬하게 달리는 모습에서 생명의 소중함이 절실히 느껴졌다.
월화원에서 나와서 소나무의 푸름에 탄복했다.
사실은 단풍을 보려고 왔는데, 잘 자라서 반듯하게 다듬어진 소나무의 완숙함이 너무 신비로워서 한참을 음미하며 소나무처럼 마음 안에 푸름의 절개를 간직하고 싶었다.
효성공원을 낙엽 밟으며 나오니 센치했다.
바람에 날아온 잎새가 머리카락을 쓸어주고 바바리 자락도 건드리고 운동화를 덮으니 나는 혼자가 아니라고 가슴 한쪽이 뿌듯했다.
첫댓글 그렇습니다 임빛나리 시인님~!!
가을엔 왠지 선치해지고 낙엽과 함께
거니는 공원길 낭만이 있지요 오늘도
멋진 사진과 좋은 글 감사합니다~^^
네~대표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