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기 종목에는 한 가지 격언이 있다. "공은 둥글다." 스쿼시 공 역시 둥글기에, 승부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 이변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11월 2일에 폐막한 쿠웨이트 오픈에서 이집트의 Ramy Ashour가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랭킹 1위 독주 체제에 들어서고 있다. 반면, 근소한 차이로 뒤를 따르고 있던 잉글랜드의 Nick Matthew는 16강전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조기 탈락하면서 Ramy Ashour의 우승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의 주인공은 또 다시 Nick Matthew가 되었다. 지난 8월 홍콩 오픈에서 경기 도중 발목 부상으로 인해 예선전에서 탈락했는데, 이번에는 82분의 접전 끝에 패배하고 말았다. 상대는 9번 시드를 받고 출전한 같은 잉글랜드의 Daryl Selby 였다. Nick Matthew 입장에서는 2-0 리드를 잡고, 3세트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모든 일이 순조로웠다. 경기 후에 가진 인터뷰에서 Nick Matthew가 밝히기도 했지만, 3세트 들어서면서 "이제는 이겼구나"하는 방심을 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3세트 4세트를 연달아 내주었고, 다시 마음을 바로 잡고 5세트에서 끝내려고 했지만, 이미 기세가 오른 Daryl Selby를 누르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것이다.
[16강전 경기. Nick Matthew (좌) vs Daryl Selby (우). 사진=squashsite.co.uk] Nick Matthew: 얼마 전에 끝난 커몬웰스게임에 참가한 후 곧바로 쿠웨이트 오픈에서 뛰느라 피로가 누적이 되었다. 어차피 이렇게 일찍 마무리 된 상황에서, 일주일 휴식을 가질 수 있게 되어서 되도록이면 좋게 해석하려고 한다. 대회 일정이 너무 붙어있어서 커몬웰스게임에 참가했던 국가에 소속된 선수들은 좀 불리한 듯 하다. 사실 심판의 let 판정도 몇 개는 수긍이 안가는 점도 있지만, 그것보다도 Daryl Selby의 경기가 워낙 좋았다. 승리에 대한 열망이 나보다 강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가져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조기에 탈락했다고 해서 크게 낙담하진 않는다. 올해 들어서 이제 고작 3패 했을 뿐이다. 1월에 한 번, 8월에 발목 부상으로 한 번, 그리고 오늘이다. 연초에 계획했던 것 보다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크게 상심하진 않는다.
Daryl Selby: 우선 비행기 표부터 연장해서 다시 끊어야겠다. 내 스쿼시 인생에서 최고의 날이다. 내가 오늘 Nick Matthew를 이겼잖은가!! 너무나 기쁘다. 오늘은 일단 푹 자고 내일 경기를 대비해야겠다.
그러나 다음날 경기에서 Daryl Selby는 프랑스의 Gregory Gaultier를 맞아 1세트는 0-7으로 끌려간 끝에 6/11로 내주고, 2세트와 3세트 역시 2/11, 1/11의 일방정인 패배를 당했다.
대회 4강 대진은 Gregory Gaultier vs Amr Shabana, James Willstrop vs Ramy Ashour의 게임이었고, Amr Shabana와 Ramy Ashour가 결승에 올랐다.
결승전 결승전에서 Ramy Ahsour는 1세트를 먼저 내준 상황에서 침착하게 나머지 세트들을 연달아 따내며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Amr Shabana는 1세트를 선취하며 좋은 출발을 보였으나, 이후 체력에서 문제를 보이기 시작하며 2세트를 쉽게 내주었고, 3세트에서 근성을 발휘하며 타이브레이크까지 갔으나, Ramy Ashour의 끈질긴 수비에 막히며 리드를 허용하였다. 이후 4세트에서 체력적인 부분에서 무너지며 1/11로 마지막 세트를 내주었다.
[결승전 게임. Ramy Ashour (좌) vs Amr Shabana (우). 사진=squashsite.co.uk] Amr Shabana: 긴 설명이 없어도 되겠다. Ramy Ashour가 나보다 더 잘했을 뿐이다. 평소때 보다 더 공격적인 스쿼시를 했는데, 끝나고 나서 보니 우리 둘 다 같은 전략으로 게임에 임했다. 내가 준비가 좀 부족했던 것 같다. Ramy Ashour의 현재 상태는 최고다. 믿기 힘들 정도로 잘 하는 선수다.
Ramy Ashour: 4강전에서 James Willstrop을 맞아 82분의 게임을 하느라,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결승 상대는 Amr Shabana이고, 다들 알다시피 4차례나 월드 오픈 챔피언을 차지한 훌륭한 선수이다. 이 선수를 상대로 우승하게되면, 그 자체만으로도 나에게는 큰 의미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나를 더욱 뛰게 만든 것 같다. 다음 카타르 오픈을 위해 좀 휴식이 필요하다. 주위에서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결승전: Ramy Ashour vs Amr Shabana - 9/11, 11/4, 13/11, 11/1 - 45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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