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번개산행기
2009-05-03 01:02:17
그동안 지리산 종주를 6번 하면서 마지막 남은 종주가 당일종주라 했었다.
그러면서도 꼭 하룻만에 해치워야 하나 하는 망설임에 주저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일이년동안 하는 일이 영 시원찮고 포도청 수도꼭지가 막힐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상승하면서
氣도 받을 겸 당일종주를 4월 부터 조금씩 궁리하던 차였었다.
4월 말~ 5월 초 황금연휴기간 중에 조아산이 지리산 이야기도 있었지만 진도가 안나가는 것 같고
다솜산악회에 무박종주가 공지로 올랐던게 기억이 나서 부랴부랴 다솜 김기윤 대장에게 전화하여 신청해 뒀다.
때마침 조아산이 항선달과 웅사를 도모하였다는 소식이 전하여 왔으나 4월 30일 약속때문에 합류를 포기하고 혼자하는 종주를 또~~~
이번 종주를 생각하면서 가장 마음에 떠오르는 것은 속도를 위한 배려였다.
작년 종주때 베낭을 채운 버너와 코펠, 그리고 부식을 배제하는 것... 그리고 필요불가결한 물건만 챙기는 것~~
그리고 두번째가 먹는 것을 어떻게 해결하느냐 하는 것~~
그래서 우선 베낭은 내 30+5 VAUDE 를 사용하기로 하고 그것도 5 리터는 안쓰는 것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다보니 우선 의료주머니의 불필요한 것을 빼고, 등산의자....등 쓰지않아도 되는 것은 배제하였다.
그리고 먹는 것은 아침은 지리산 초입에서 준비한 떡으로 해결하고 점심은 누룽밥을 준비하기로~~
그런데 누룽밥을 준비하려니 보온병과 누룽밥 그릇 등 부피가 제법 차지하지 않는가?
수많은 고민 끝에 지난 산행에서의 도다리 볶음밥이 머리에 떠올랐다... 식으면 먹기 불편하니 보온밥그릇에 준비..
그리고 아침도 김밥을 동네에서 사기로.. 깃대봉갈때 사갔던, 솔욱이가 맛있다고 한 그 김밥
그리고 생수는 900㎖ 병 두통을 준비하고 물만으로는 2% 부족하니 방울토마토를 약간 준비..
그리고 영원한 내 유동식 찰떡파이와 자유시간, 칼로리발란스...드디어 팩킹을 하고 저울에 베낭을 올려보니 9.4㎏
김밥을 넣으면 딱 10㎏이다... 그래도 지난 종주때보다는 훨 양반이다.
다솜산악회로만 인원을 못 채우니 4개 산악회 연합이란다. 이런 저런 불협화음을 무시하고 버스에서 마음 추스리고 잠 잔다.
새벽 3시에 산행설명을 하는데 중산리에서 버스 출발이 오후 5시 30분이란다.
챙기며 식사도 하며 종주하면 내 계산으로는 6시에 하산완료다. 그것도 새벽 3시 성삼재 출발일 때~~
대장과 협의해보나 막무가내다... 할 수 없다 죽기살기다...싼 맛에 여기로 왔는데 버스 놓치고 진주가서 심야우등고속버스 탈수는 없는 일~
4시 15분 성삼재 도착
신발과 베낭을 챙기고는 무조건 추월한다. 노고단대피소 도착 04:43 약 25분 소요.
작년에는 베낭이 무거워서 38분 걸린거로 기억...
화장실 들른 후 바로 출발... 노고단 산행들머리 가니 04:54 , 손전등 켜고는 바로 종주를 시작한다.
앞에서 미적되거나 처지는 사람 있으면 가차없이 "먼저 가겠습니다" 하고는 추월한다. 그러다가 몇번이나 발목이 위험할 뻔...
피아골과 연결되는 '임걸령'... 05:37 일출시간이다.
하늘이 비를 잔뜩 머금고 바람소리가 해변의 파도소리보다 더 크다.
일출시간을 넘겼는데도 주변에는 짙은 농무만 가득하고 어둑어둑하여 시야가 제한되어있다.
둘러볼 풍광이 없으니 쉬지않고 그대로 산행한다.
반야봉 올라가는 '노루목삼거리' 오니 벌써 06:00
반야봉에서 보는 일출도 멋질 것인데 시간관계상 이미 포기한 상태...
이곳에서 삼도봉은 지척이다. 06:13
삼도봉에서 보는 토끼봉능선이 자꾸 유혹한다
아침식사를 연하천대피소에서 할 요량으로 열심히 동쪽을 향하여 간다.
'지옥의 엘리베이터'라 예전 에 내가 명명한 562계단이 있다. 그래도 내려가는 코스라 쉽다
.
뱀사골대피소로 이어지는 화개재에 오니 06:26, 아직 연하천대피소는 4.2㎞나 남아있다.
아직 산행하면 앞을 가로막는 팀이 많다. 거리간 시간단축은 쉽지 않으니 대열이 밀려 소비되는 시간과 휴식시간을 줄이는 수 밖에 없다.
연하천대피소 도착 07:52 산행시작 후 3시간 30분~~ 성삼재에서 8.8㎞에 걸린 시간이다
초라한 밥상...김밥 한조각이 아침식사의 전부다...
새벽 3시 경 뱀사골지구에서 김밥 한 줄을 먹은 후라 금방 배가 포만감...
아침인파로 연하천대피소의 마당은 장터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사람들의 群像이 濃霧속에서 그로테스크하게 보인다...
08:39 형제봉
여전히 비안개속에 감춰져있다. 벽소령대피소까지 1.5㎞ 남아있다.
09:10 벽소령대피소...여전히 안개에 젖어있다. 쉬지않고 계속 진행한다.
지리산종주구간 중 내가 가장 아름다운 길로 치부하는 벽소령길을 지나
음정, 마천가는 벽소령 삼거리 도착하니 09:29
선비샘에 도착하여 생수통을 보충하니 10:02
그리고 칠선봉 10:46
세석을 지천에 둔 영신봉 11:23
임걸령부터 오락가락하던 비가 영신봉에 오니 그치고 세석평전이 비안개속에 몸을 숨기더니
촛대봉 올라가니 금방 환해진다. 세석대피소 11:33 / 촛대봉 11:53
촛대봉앞에 앉아 천왕봉을 보며 찰떡파이와 방울토마토를 먹는다....그동안 배에 기름끼가 많이 남았는지 작년보다 허기가 덜 하다.
연하봉을 향하여 가는 길목에 갑자기 햇살이 들며 천왕봉이 보인다
연하봉 12:39 / 장터목대피소 12:55 성삼재에서 8시간 30여분 걸렸다. 장장 26.3㎞ 작년에는 12시간 걸렸었다.
유동식과 물로 몸을 정돈하고 신발끈 다시 묶고 천왕봉을 향하여 출발...
제석봉 13:21
통천문 13:37 그리고 천왕봉 13:53 ~~~!!!
중산리를 향한 하행길...법계사를 경유하는 구간이다
개선문 14:20
법계사 14:48 로타리대피소는 법계사 바로 아래에 있다.
망바위 15:11
중산리를 1.3㎞ 남긴 계곡에서 머리도 감고 탁족~~~
장터목에서 중산리 하산길과 천왕봉에서 중산리 하산길이 만나는 칼바위 15:54
당일종주의 대단원 막이 내리는 중산리 매표소 16:15
이 때부터 폭우성으로 바뀐 빗자락은 하산 맥주의 맛을 반감하였으며
베낭을 물에 젖게 하였다...
지리산 종주산행기는 많이 작성하였기에 이번 산행기는
앞으로 종주할 산우들이 편리하게 볼 수 있도록 시간 중심으로 정리하였다.
혼자가는 바람에 4시 15분부터 5시 30분 까지의 황금시간을 그냥 빗소리 들으며
캔맥주 두개와 산에서는 전혀 먹을 시간이 없어 손도 대지못하였던 볶은밥을 조그만 컵라면과 먹느라 운치없이 보냈던 것이
후회라면 하나의 후회로~~
비와 농무로 풍광이 막혔지만 일년만에 지리산의 품에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지리산_09_무박종주_일지.x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