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겨진 소녀> forster 클레어 키건 소설, 허진 옮김, 다산책방, 2023.
2025.2.15. 16시 독서모임. 목동역 버거킹 에서
<크루>
책을 선정한 이유는 특별한 건 없습니다. 그냥 이번 달은 좀 쉬어 가자라는 의미가 가장 컸습니다. 다들 바쁘신 것도 같고 또 기간도 짧고 또 여름숲님도 일도 많으신 것 같고 한동안 약간 어려운 책들이 많이 해서 이번에는 이런 단편을 선정했어요.
이건 중편소설도 아니고 단편인데 단편 소설을 제가 그다지 크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긴 스토리가 있는 그런 책들을 좋아하는데 좀 쉽게 갈 수 있는 책을 하려고 하니까 다른 책들은 다 딱딱한 것 같고 소설을 하고 싶었는데 좀 가벼운 책을 하고 싶어서 일단은 기억나는 게 이거밖에 없더라고요.
평들은 다 좋다고 하는데 저는 선정하면서 제가 이렇게 문학적 감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특히 이거는 외국 소설이잖아요. 또 이런 책이 우리 감성이랑 잘 맞지 않을 수도 있어 이런 섬세한 소녀의 감성에 관한 책이 쉽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 책을 그냥 읽었는데 읽고 나서 잘 모르겠어요. 처음 읽어봐서 잘 모르겠고 이거 워낙 짧다 보니까 제가 두 번을 읽었는데도 비슷하더라고요. 그래서 중간중간 번역 자체가 잘못됐다고는 할 수는 없는데 중간중간 대화나 이런 부분이 우리 감정이랑 살짝 안 맞는다는 느낌이 있는 부분도 있더라고요. 그리고 저자가 어떻게 감성이 잘 묻어나와서 이렇게 썼는지 대단하다 뭐 그 정도입니다.
작가를 찾아보면 책 몇 권을 내서 굉장히 유명해지고 세계적인 반열의 올랐는데 뭐 대단한 책들도 아니고 다 이렇게 짤막한 감성을 쫓는 이런 것들이네요. 이 분의 장편이 나오면 읽어볼 의향은 있어도 이런 단편은 다시 읽고 싶은 그런 생각은 크게 없어요. 이상입니다.
<여름숲>
저도 이 책을 두 번 읽었어요. 처음에 그냥 한 번 후루룩 읽고 난 다음에 뭔가 좀 마음에 드는 문장이 있으면 좀 적어가면서 다시 한번 읽긴 했는데요. 단편이 주는 매력이 있는 그런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화려하지는 않지만 굉장히 절제되어 있고 그 안에서 여백의 의미도 느껴지면서도 미묘하게 느껴지는 여운이나 감정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여하튼 이 안에서는 가족 간의 관계나 가족을 둘러싼 인간관계, 또 이웃 간의 관계 그리고 부모 자녀 간에 맺어야 하는 그런 유대감이나 사랑. 이런 것에 대한 얘기를 주로 다루네요.
사실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것이 부모잖아요. 아이 입장에서는 오로지 의지해야 하는 것이 부모이고 엄마와 아빠라는 울타리가 내가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지 굉장히 필요하고 소중하고 중요한 그런 지지가 되는 것들인데 이 주인공은 그렇게 되지 못했었잖아요. 그런 것을 먼 친척인 타인에게서 느껴보는 것이잖아요. 제가 살짝 이런 것에 미묘한 감정이 이입되는 것이 뭐냐 하면 제가 한 네다섯 살 때 우리 엄마가 남들이 다 죽는다고 할 정도로 아프셨어요. 그렇게 아프니까 아@ 우리 동서 곧 간다네 하면서 우리 큰엄마가 서울을 올라오셨다가 날 데리고 내려가셨어요. 우리 오빠는 그 당시 취학을 앞두고 있었으니까 오빠는 냅두고 이 고단한 서울살이에서 이 어린애 하나만이라도 입을 덜어주는 게 편치 않겠느냐라고 해서 우리 큰엄마가 나를 그냥 바로 데리고 내려가 버린 거에요.
우리 엄마는 진짜로 남들이 다 혀를 끌끌 차면 돌아가신다고 하던 시절이었거든요. 근데 큰집에서 엄청 잘 해주셨죠. 큰엄마랑 큰아버지랑 언니 오빠 고등학생 중학생 언니 오빠랑 엄청 잘 해줬지만 그 결핍을 감당할 길이 없었거든요. 안 그런 척하고 있지만 그 결핍을 감당하기 힘들 만큼 힘들었던 기억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 얘는 집에서도 그런 애틋한 사랑을 받지 못하다가 타인인 아줌마 아저씨로부터 받는 그거를 굉장히 이율배반으로 느끼잖아요. 좋다가도 또 어느 면으로는 우리 아빠는 이걸 안 해주는데 우리 엄마는 이걸 안 해주는데 이런 감정들이 미묘하게 드러나는 것이 너무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정말 그래서 저는 두 번째 읽을 때 되게 많이 굉장히 울면서 읽었어요. 그리고 아마도 엄마 돌아가시고 난 다음이라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굉장히 감정 이입이 좀 됐던 그런 건 것 같아요. 일단 여기까지
<아름두리>
저도 잘 읽었어요. 저 어렸을 때는 이런 집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애들이 많아서. 저랑 대학 다닐 때 많이 친했던 누나도 여덟 형제 중 넷째인가 그랬어요. 그러니까 중간에 꼈으니까 아무것도 돌봐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자기가 알아서 돈 벌어서 대학 오고 그런 사람들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사람들일수록 더 애정에 굶주리게 되지요. 여기 등장하는 아버지는 철도 없고 정(情)도 없고 어머니는 애들을 너무 많이 낳아서 정신이 하나도 없고 그러니까 애정이 골고루 갈 순 없지요. 가뜩이나 여기 등장하는 주인공 여자 아이는 약간 독특한데 조용하고 내성적이어서 안으로 삭히려 하잖아요.
아이가 아줌마 아저씨에게 맡겨줬을 때 어느 정도 잘 보이고 싶어 하는 것도 있고 그러면서 그 집 안에서 느껴지는 그 뭐지 정 같은 거 그런 걸 통해서 뭔가 자기가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거를 느끼는 과정을 잘 표현한 것 같아요. 대부분이 어릴 때 부모를 보면서 배우잖아요. 흔히 누구를 좋아하고 누구한테 어떤 말을 하고 누구한테 이런저런 표현을 하는 것도 다 부모를 통해서 배우기 때문에 여기 있는 애는 조용한 애지만 반대인 애들도 되게 많아요. 부모의 영향을 받아서 막말을 함부로 하기도 하고요. 내가 보니까 부모에게 어떤 애정을 받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여기의 이 아이도 짧은 기간이지만 다른 사람들한테 원래는 부모에게 받아야 하는 애정을 받았다는 게, 어떤 면에서는 뭐 이게 별거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제 생각에는 이것이 이 아이 인생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실제로도 그런 얘기들이 심리학 책에도 많이 있거든요. 자기가 의지할 수 있는 기억이 있다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이 책은 뭔가 그런 거를 잘 캐치해서 들어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 작가가 소소하고 사소한 그런 것에 대해서 나름 재능있게 표현한다고 그러더라고요. 여하튼 그런 것이 잘 표현된 것 같아요.
<가을햇볕>
저도 무지 잘 읽었어요. 재밌었고 이 책을 도서관에서 구하려고 그러니까 못 구해서 어제 구매를 하는데 연관 검색어로 <이처럼 사소한 것들> 이 책이 되더라고요. 저는 사실 그 책을 원본으로 하는 영화를 12월에 봤어요. 아무 정보 없이 영화를 봤는데 영화가 너무 너무 잘 만들어져서 이 책을 구하려고 했었는데 그때 당시에 도서관에서 이 책이 다 완전히 대출되고 예약도 꽉 차서 못 구했어요. 근데 이번에 책을 구매하면서 보니까 같은 작가의 책이라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워낙 제가 영화들 중에서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것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 책 사면서 잘 됐다 하고 사서 읽었는데 나 개인적으로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더 나한테 다가오네요. <맡겨진 아이> 이 책도 되게 좋아요.
<맡겨진 소녀> 이 책은 내용 자체는 되게 간단해요. 가난하고 궁핍한 집에 아이 하나가 여름방학 때 먼 친척집에 위탁되는 거 그리고 거기서 뭐 한 달 두 달이겠죠. 방학이니까. 두 달 정도 지내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건데, 저는 뭘 되게 주의 깊게 봤냐 하면 작가가 이 주인공 여자아이의 눈을 통해서 세상을 보게 되는 그 과정에 대해 묘사를 잘한 것 같아요. 아이의 시선이라는 게 있잖아요. 예를 들어서 어른들이 여기서 이렇게 책 가지고 독서토론을 한다. 그런데 아이를 한 명 데리고 왔는데 그 아이는 거기서 자꾸 자기만 얘기만 하는 거야. 난 버거킹 먹을래 햄버거 먹을래 난 오렌지 주스 먹을래. 그런 얘기만 하면 독서토론과는 무관하지마는 그리고 이 모임에는 방해가 되지만 자기의 시선으로 어른들의 세상을 보는 거요.
내 생각에 그런 게 드러나는 대표적인 것이 70페이지예요.
킨셀라씨가 아이 보폭에 맞게 속도를 줄여서 같이 걸어가는 게 있어요. 근데 그 상갓집 갔다가 어떤 아주머니 따라서 갈 때는 그 아주머니는 애 생각하지 않고 자기 걸음을 막 걸었거든요. 그러니까 아이가 이런 말을 한다. “나는 집에서의 내 삶과 여기에서의 내 삶의 차이를 가만히 내버려 둔다.” 그리고 그 아이는 “사람들 사이에는 아주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자기의 시선으로 어른들의 세계를 가져와서 묘사를 잘해 놨어요. 이런 부분이 군데군데 나오는데 난 이런 것이 너무 좋았어요.
아무튼 저는 그런 부분이 되게 좋았고 전체적으로 끝맺음도 애매한 것 같은데 그 궁핍하고 허세 떠는 아빠는 나의 짐도 안 내려주고 그냥 가버리고 나에게 제대로 된 작별 인사도 하지 않고 가는데 어느 정도 먹고 살 만한 집이고 거기서 배려심과 친절과 같은 그런 능력까지 갖춘 아저씨를 대비해 보고 난 다음에는 어린애 마음에 그 아저씨를 아빠로 느낄 만도 할 것 같아요. 저는 그런 기분이 되게 많이 들었어요. 왜 우리 어렸을 때 그런 거 있잖아요 아! 나도 저런 아빠 있었으면 좋겠다. 내 아빠가 중요한 건 알지만은 그런 어떤 부러움 그런 게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작가가 잘 묘사를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정말 짧지만 정말 단편 소설의 어떤 장점과 완결성 그런 걸 정말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글 잘 쓰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 요즘 대한민국에 이 키건 신드롬이 있는지 알 것 같은 소설이었어요. 이 책이 엄청 팔렸어요. 정말 잘 썼어요. 이상입니다.
<강철>
언급한 것들 중에 그 얘기가 안 나왔네요. 엄마가 임신해서 아이를 날 달이 다가오자 주인공 아이가 먼 친척 아저씨네 집에 맡겨지는데 그 아저씨네 집에 어려서 남자아이가 죽었다는 것이요. 그 애가 그걸 다른 아줌마한테 듣고 그거를 의식하게 되지요. 그 내용이 많이 버무려져 뒷부분에는 그 아저씨 아줌마도 맘이 아프고 애 마음도 아프고 그래서 잘 해주는 것 같아서 약간은 불편하고 어색한 느낌을 애가 받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아이가 우물에 빠지잖아요. 그런데 정확하게는 안 나오지만 하여튼 빠졌다가 나와서 어디 가서 그런 얘기를 안 하려 하지요.
정말 나도 크루님 성향과 비슷해서 그리고 서정적-감성적인 면이 부족해서 그런지 이런 잔잔하고 소소한 이야기들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오히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더 좋았어요. 그렇지만 중간중간에 있는 심리-상황 묘사같은 것들은 괜찮았어요. “개가 뭐 건성으로 짓는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나도 어디 가는데 개가 짓는데 “저건 분명히 건성으로 짓는 거야.”하고 느꼈었어요. ㅎㅎ
근데 책 뒤 표지를 보니까 이런 말이 나와요. “사랑과 다정함조차 아플 때가 있다. 태어나 그것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이에게는.” 이 글이 아이의 상황과 심리를 정확하게 얘기해 주는 것 같아요. 이 책이 주려고 하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내가 다른 사람들의 호평에 이의제기하는 건 아니지마는 하여튼 나한테는 좀 그저 그런 책이고 좀 내용이 더 길고 깊이 전개되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전체적으로 잔잔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전체적으로는 이건 너무 약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