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교복에 대한 확고한 소신이 있거나 하진 않아요. 그냥 제 생활 속에서 느낀 몇가지를 적어볼까 합니다.^^
저는 고등학교 1학년때 까지 교복을 입었던 세대예요. 교복과 사복을 두루 입어보았죠.ㅋㅋ
내가 다닌고등학교의 교복은 6-70년대 드라마에 등장하는 그 허리를 벨트로 졸라맸던 그 검정색에 흰 칼라의 교복이었답니다.
당시 옆에 있던 E여고는 초록색체크치마에 곤색 자켓을 입었답니다. 다들 무지 부러워 했습니다.
그 당시에 몇몇 학교에서는 검정색 교복을 탈피하여 새로운 디자인의 교복을 입기 시작했어요. 신일고는 당시 양복스타일의 교복에 넥타이를 맸던 기억이 있네요. 그런 탓인지 신일고나 서라벌고등학교의 남학생들은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쫌 있었습니다.ㅋ
개인 차야 존재하겠지만 말입니다.
새로운 스타일의 학생들이 여학생이나 남학생들 모두 좀 더 세련되고 멋있어 보이게하는 착시 효과가 있었다고나 할까?
아마도 멋을 내고 싶어하는 그 세대에 나와 좀 다르고 우리것 과 좀 다른 것들에 대한 추구의 반영이라 볼 수 있수도 있어요.
우리 딸이 처음 수유 중학교를 입학했을때 삼각산 중학교 아이들을 무척 부러워 했는데요.
당시 교복값이 비싸다는 것이 공론화되면서 공동구매의 기운이 막 생기기 시작할 때였어요. 해서 춘추복을 입을 때까지
교복을 입던 사복을 입던 알아서 하는 거였어요.(결국 몇몇 선생님들의 면박으로 1달쯤되었을 때 교복을 맞추고 말았지만)
때문에 교복을 입고 입학식을 하던 삼각산중학교 아이들을 부러워하더군요. 아마 교복은 우리 딸아이에게 난 이제 초딩이 아님의 상징이었나 봅니다.ㅋ 그 후 교복을 맞추고는 이제 또 다른 이유로 삼각산중 아이들을 부러워 했어요. 그 이유는 넥타이 였어요.
넥타이를 매는 게 너무 부럽다는 거예요. 그런데 막상 우리 딸이 나중에 삼각산중학교로 전학을 온 이후 제일 싫어하게 된 것이
넥타이 였어요. 아침마다 바쁜데 챙겨해야 된다는 거예요. 그리고 하는 말
수유중학교 교복이 깔끔하고 이쁘답니다. 하하!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요?
교복이 입고 싶었던 마음은 아마 이전과 다른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주는 것이고
다른 학교의 교복이 더 이뻐 보이는 것은 아마도 내가 다른 사람과 다른 개성있는 존재이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 입니다.
사람은 어떻게든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싶은 것 같습니다. 그 존재를 드러내는게 '난 너희와 다르지 않아'와 '난 너희와 달라'가
묘하고 공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시 저의 고교시절로 돌아가보면
교복 자율화이후 내가 옷 때문에 많이 속상해했던 적은 그다지 기억나는 일은 없습니다.
조금 무심했을 수도 있었을 것 입니다. 하지만 당시의 우리네 사정이 그렇게 넉넉하지도 않을 뿐더러
패션시장이 지금처럼 다양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겠습니다.
수많은 브랜드도 존재하지 않았고 유명 브랜드도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나 역시 감각있는 옷차림을 하는 친구들이 부러웠고
그 친구들이 입고 있던 청치마가 입고 싶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단지 말을 못했을 뿐이죠.
내가 다닌 학교는 서울의 중심부에 위치한 학교였기 때문에 서울의 각지에서 입학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끔 당시 부촌이었던 서교동, 한남동에 사는 친구들도 있었고 신흥 부자들이 살기 시작한 청담동 쪽의 아이들도
한반에 한 10명정도는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아이들은 당시의 유명메이커인 나이키와 죠다쉬 청바지, 아놀드파마의류등을 입고 다녔죠. 아마 많은 아이들이 부러워했을 겁니다. 드러내진 못해도.,,
그러다보니 체육시간에 메이커 신발이 없어지는 일이 벌어지고 그런 것들을 사기위해 친구들 지갑에 손을 대는 일이 종종 벌어져 반 분위기가 불편해지곤 했죠.나 또한 등록금을 잃어버려 곤란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교복을 입는다고 해서 그런일이 없진 않아요. 겨울에 외투가 없어지기도 했으니까요.
지금도보면 요즘 학생들 제2의 교복이라고 하는 노스페이스 바람막이가 종종 없어진다고 합니다. 그러고나면 교실마다 선생님이 옷을 잃어버린 아이와 돌면서 아이들 옷을 살피곤하죠. 그 옷이 없어지는건 그게 꼭 예뻐서가 아니라
나도 남들처럼 입고 싶다는 욕망의 반영이라 하겠습니다. 우리 집 아이들이 그다지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 아이들이라
그런 걱정은 좀 덜하고 사는 편이지만 그 노스페이스의 바람은 피하지 못했어요. 우리 딸이 하도 바람막이를 외쳐되는 통에
23만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사주었습니다. 그러나 한철이었어요. 그 다음해부턴 옷장에 그냥 잠자고 있었답니다.
그리고 3년이 지나자 우리 조카가 바람막이를 찾는다더군요. 그래서 우리 딸아이 것을 주었더니 첫말이 '이거 찐 아니지?'
란 말이었어요. 우리 동생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있다가 나중에야 이모가 산건데 짝퉁이겠냐 했답니다.
내가 보기엔 아이들이 그걸 예뻐서 입고 싶었다기보다 유행처럼 나도 이 까짓거 쯤 입을 수 있어 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며칠전 우리 아파트 장터에서 츄리닝 바지 두개를 샀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등산복처럼 통이 좁아지는 건데요.
우리 아들 왈 사실은 나도 이런 바지가 입고 싶었어.라더군요. 늘 주는데로 있는데로 입던 아들도 남들처럼 입고 싶었던 모양입니다.ㅋ
이런 이유로 난 교복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개성적이지 못하고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일 지 몰라도 말입니다.
단지 지금의 교복에 대해서는 한참 성장해야 할 나이의 아이들에게 불편한 모양새를 하고 단지 단정해 보이는 스타일 위주의 교복 디자인이 아니라 좀 더 생활복에 가까운 형태를 고민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영국인지 프랑스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곳의 아이들은 하루 종일 교복을 입고 논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일단 옷이 편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이유는 다른 옷보다 많이 저렴하기 때문에
또 사게되어도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나는 교복에 대한 접근을 지금 형성된 교복시장의 독점과 비위생적이고 불편한 디자인의 문제로 접근했으면 좋겠습니다.
혹은 이미 교복이 가지는 평등성은 이제 불필요하다고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 이유로 많은 아이들이 학원엘 가고
학원에 갈 땐 다 사복을 입고 가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전 조금 다릅니다. 학원은 어찌되었던 선택의 문제 입니다.(학원을 안 갈 수 없는 현실의 문제를 일단 조금 무시합시다)
그러나 학교는 누구나 다 다녀야하는 곳이고 아이들이 깨어있는 시간의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옷차림으로 개성이 표현되기 이전에 계층이 분리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족 스럽진 않지만 교복에 조그만 변화를 시도한 모습들 입니다.
난 아이들의 학교생활이 옷차림때문에 주눅들지 않고, 한편 아이들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교복 때문에
불편하지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좀 정리되지 못한 글이고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글이긴 하나 이 역시 하나의 의견입니다.^^
어제 우리 아들에게 물어봤더니
자기도 교복을 안 입었으면 좋겠답니다.^^ 이유는 불편해서 라더군요.ㅋ
첫댓글 교복값 거품과 학교의 차별화, 공동구매와 유명 브랜드의 겉에 드러나 있는 상표 차이,분실, 수선, 노출, 경직된 교복차림에 두발자유 제한..결국, 이런 것들을 고민해 볼때 교복의 실용성과 학생 인권은 어디까지 지켜질 것인가를 생각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