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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근본주의는 미국 파시즘의 기둥 | |
이단 배척하는 편협한 정통신앙이 금권·제국주의 손잡고 신정국가 꿈 자유주의자 목사의 비판적 설교집 | |
데이비슨 뢰어 지음·정연복 옮김/샨티·1만2000원
〈아메리카, 파시즘 그리고 하느님〉(샨티)은 목사의 설교집이다. 그럼에도 지은이 데이비슨 뢰어는 “나는 결코 기독교인이었던 적이 없었다”고 밝히는가 하면 “나는 그야말로 철저한 이단자”라고도 한다. 1942년생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그는 “우리가 베트남에서 그 어떤 권한도 갖고 있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죽인 100만 또는 그 이상의 베트남 사람들이 정당한 전쟁이 아닌 무지하고 오만한 살육의 희생자였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기까지는 거의 2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민 대다수는 여전히 그 사실을 모른다. 그가 보기에 미국은 오히려 민주주의가 “돈과 권력과 종교의 왜곡된 조작들로 인해 끝장”나고 파시스트 동맹이 지배하는 위험한 나라가 돼가고 있다. 인문학 박사학위 소유자 뢰어는 텍사스주 유니테리언 보편구제설협회 소속 교회 담임목사다. ‘종교적 자유주의자’인 그가 믿는 것은 ‘예수에 관한 종교’가 아니라 ‘예수의 종교’다. 그의 기독교 부인은 ‘예수에 관한 종교’, 즉 제도화·기득권화한 기독교에 대한 거부이겠다. 그런데 ‘이단자’라면? 뢰어는 ‘선택하다’라는 뜻을 지닌 그리스어에서 온 ‘이단’을 배척하는 정통신앙(orthodoxies)이야말로 신성모독이라고 상식을 뒤엎는다. “일부 오만한 작은 집단들이 선택은 끝났다고 선언”하고 자신들만이 이 모든 ‘하느님의 일’을 이해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들의 선택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사람을 이단자로 정의”한다. 정통신앙은 일종의 집단사고이며,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이며, 진리와 신과 구원을 발견하는 능력을 해치는 치명적인 적이다. 진리는 오히려 이단에 있다는 것이다. 정통신앙, 규범적 기독교는 경전들을 상징이나 은유, 시적 이미지나 신화로 읽는 것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믿는 문자주의를 따른다. 문자주의는 저 높은 곳 어딘가에 천국이 있고 ‘영원한 생명’도 실재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뢰어에게 ‘영원한 생명’은 신자들을 통제하고 오도하기 위한 장치요 미신이다. 게다가 종교는 하느님이나 신들에 관한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더 지혜롭게 잘 살아가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신은 사람들이 자신의 속성을 투사해서 만들어낸 순수한 인간 발명품이라는 루트비히 포이어바흐에 뢰어는 동의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가리키는 달(높은 이상이나 가치)은 보지 않고 손가락(신, 제도화한 종교)만 쳐다본다.
지금 미국 사회를 파시즘으로 몰아가는 세 가지 사조가 있다. 첫째, 기업과 부자들의 이익을 옹호하는 금권정치. “부자를 위한 사회주의, 빈자를 위한 자본주의”다. 둘째는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PNAC)라는 제국주의적 꿈”. 부시 1기 정권을 장악했던 네오콘들의 “미친 짓거리라고 할 수밖에 없는 세계지배 환상”이다. 셋째가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꿈꾸는 신정국가 건설. “근본주의는 종교적 파시즘이요 파시즘은 정치적 근본주의”다. 셋은 서로 얽혀 있다. 파시스트들이 “국가권력과 시장권력을 동시에 사용해 일반시민을 영구히 자신들에게 복종”시키기 위해 동원하는 무기들은 세계 최대의 교도소 체제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세계무역기구(WTO), 노동조합 파괴, 최고경영책임자 보수는 늘리고 노동자 몫은 깎기, 노동자 연금 폐지, 약탈적인 신용카드 이자율, 그리고 일자리 아웃소싱 같은 것들”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이미 만연한 미국식 근본주의에다 이들 투기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초고속도로가 되지 않을까. 뢰어는 “선량한 사람들은 대부분 활동하지 않고 가만히 있도록, 심지어 잠에 빠져 있도록 길들여져” 왔고 그 결과가 파시즘 국가로의 이행이었다며 “너무 늦기 전에” 사람들이 잠에서 깨어나 행동하기를 고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