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무브먼트' 멤버 여러 명 참여…
"사회비판의식 벗어나 좀더 많은 이가 들을 수 있게 만들어"
1년 반 만에 다섯째 음반‘하나하면 너와 나’를 마무리하고 나타난 힙합 듀오 드렁큰 타이거는 “이제 한국에도 힙합 잘하는 팀이 많아서 무섭다”고 말했다.
1999년에 나온 이들의 첫 음반은 영어 가사가 절반 이상이었고 한글 가사도 “우리가 너희들 모두의 귀를 확실하게 바꿔줄게”(너희가 힙합을 아느냐)하는 식이었다.
이제 그들은 “우리가 국내에 처음 힙합을 대중적으로 알렸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한층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 음반은 드렁큰 타이거가 타이거JK와 DJ샤인으로 이뤄진 듀오라기보다 ‘더 무브먼트(The Movement)’란 힙합 창작 그룹의 프로젝트 팀임을 알리는 첫 음반이다.
개인적 사정이 있는 DJ샤인이 곡 창작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고, 그의 랩도 ‘백만인의 콘서트’란 곡에서만 들린다. 대신 t(윤미래), 바비 킴, 션2슬로우, 다이나믹 듀오, 리쌍, 양동근, 은지원 등이 음악적 공감으로 만든 팀 ‘더 무브먼트’의 힙하퍼들이 대거 참여해 랩과 노래를 들려준다. 지난 앨범의 DJ직(JHIG) 대신 이번엔 버클리음대와 MI(Musicians Institute)에서 음악을 공부한 DJ몽고(Mongo)가 참여했다.
“힙합이 사회 비판적이어야 한다는 의식에서 벗어나서 하고 싶은 음악을 했어요. 좀더 많은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음악으로 만들고 싶었고요.”(타이거JK)
타이거JK의 운율이 빛나는 랩 창작능력과 다양한 리듬·멜로디 차용은 이번 음반에서도 어김없이 빛을 발한다. 첫 곡 ‘긴급 상황’은 드렁큰 타이거 특유의 빠르게 다그치는 듯한 고음(高音) 랩이 돋보이고 한국 최고 R&B 여가수 앤이 참여한 노래 ‘사랑의 추억’에서는 날카로운 일렉트릭 기타가 록 음악을 연상케 한다.
타이틀곡 ‘리커 샷츠(Liquor Sho- ts)’에선 아소토 유니온의 김반장이 타악기 팀발레스를, 윤갑열이 펑키한 기타를 들려주는데, 랩만큼이나 음악 구성에 시간과 애정을 쏟는 드렁큰 타이거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제가 많이 참여하진 못했지만 정말 음악이 많이 업그레이드됐어요. 곡마다 아주 깊숙이 빠져들어야 의미를 알 수 있을 거예요.”(DJ샤인)
트로트풍 기타와 바이올린 선율에 JK와 윤미래의 속사포 같은 랩, “아아아~” 하는 코러스가 기막히게 어울린 노래 ‘편의점’, 욕설과 영어의 비슷한 발음에서 아이디어를 낸 곡 ‘이놈의 셰이크 잇(Shake It)’, JK와 션2슬로우, 양동근이 마치 랩 배틀을 하는 것 같은 곡 ‘심포니 3’가 반드시 들어볼 곡들이다. 마지막 곡 ‘내 인생의 반의 반’에서는 JK의 아버지 서병후(음악평론가)씨가 내레이션으로 참여했다. 다만 DJ샤인의 그르렁거리는 허스키 보이스를 단 한 곡에서밖에 듣지 못하는 것이 역시 아쉽다.